출판사 리뷰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의 생명 공동체 철학에서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한 탈식민적 성찰을 얻다『꼬스모비시온의 부활』은 인간을 자연의 지배자가 아닌 관계망 속의 ‘이웃’으로 보는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의 ‘꼬스모비시온(세계관)’을 조명한다. 식민 지배와 근대 국가 속에서 억압받던 이 지혜가 어떻게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생태적·정치적 대안으로 부활할까. 저자 김윤경 교수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문명 전환을 위한 귀중한 사상적 자산을 제시한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에서 ‘멕시코혁명 후의 인디헤니스모’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라틴아메리카 원주민 역사 및 사상 분야를 오랫동안 탐구해 왔다. 저자는 『라틴아메리카 문화 흠뻑』 등 다수의 저서와 번역을 통해 원주민의 지혜를 국내에 소개해 왔으며, 이 책 역시 이러한 학문적 궤적의 연장선에 있다.
김윤경 교수는 서구 근대적 인간중심주의가 초래한 기후위기 시대에 원주민의 ‘꼬스모비시온’을 생태적·정치적 대안으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그는 메소아메리카와 안데스라는 두 거점 지역의 역사적 경험을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원주민의 사상이 현대 인류에게 필요한 새로운 윤리적 자산임을 증명해 낸다.
메소아메리카가 식민성과 근대 국가의 역사를 보여 주는 공간이라면, 안데스 지역은 원주민의 꼬스모비시온이 새로운 생태적?정치적 대안으로 재구성되는 공간이다. 이를 통해 원주민의 꼬스모비시온이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생태 위기와 문명 전환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사상적 자원임을 이해한다.
인간은 ‘주인’이 아닌 ‘이웃’이다: 꼬스모비시온이 제시하는 새로운 시선우리는 오랫동안 인간을 세계의 중심에, 자연을 이용 가능한 자원으로 두는 서구 근대 사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기후위기와 생태 파괴가 임계점에 도달한 지금, 인류는 ‘우리가 왜 그리고 어떻게 다르게 생각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해 있다. 이 질문에 응답하는 『꼬스모비시온의 부활』은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의 저항의 역사와 공생의 문화를 통해 생명 중심 세계관을 탐구해 보는 책이다.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의 ‘꼬스모비시온’은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지 않는 관계 중심의 세계관이다. 그들에게 강, 숲, 동물, 그리고 보이지 않는 존재들 모두는 살아 있는 주체이자 서로 연결된 생명체이다. 특히 안데스 지역의 ‘빠차마마(Pachamama, 어머니 지구)’ 사상은 자연을 착취의 대상이 아닌 돌봄의 대상으로 본다. 인간을 지배자가 아닌 자연의 거대한 관계망 속 구성원으로 규정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자연과의 관계를 ‘거래’가 아닌 ‘상호성’으로 재정립할 것을 제안한다.
원주민의 꼬스모비시온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과연 세계의 중심인가, 아니면 관계망 속의 한 존재인가?” 이 질문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성찰하도록 만든다.
단순한 철학을 넘어, 현대 정치와 제도 속의 현실적 대안으로이 책은 원주민의 세계관이 박제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 실제적인 정치·사회적 변화를 끌어내고 있음을 강조한다. 2008년 에콰도르 헌법에 명시된 ‘자연의 권리’와 2010년 볼리비아의 ‘어머니 지구 권리법’ 제정은 인간 중심적 법질서가 생명 중심적 질서로 전환되고 있는 생생한 사례다.
꼬스모비시온은 경제 성장과 경쟁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과는 다른 대안을 제시한다. 아스떼까의 ‘꼬아떼끼뜰’, 안데스의 ‘밍가’와 ‘아이니’와 같은 공동체 노동 전통은 신자유주의적 경쟁 모델을 대신할 협력적 사회 모델이다. 이 오래된 지혜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새로운 길, 그리고 기후 정의를 향한 전환의 방향 중 하나를 제시해 준다.
메소아메리카에서 안데스까지, 원주민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다이 책은 두 지역의 역사적 궤적을 통해 꼬스모비시온의 형성, 전복 그리고 부활을 단계적으로 추적한다.
1부 ‘원주민 세계와 꼬스모비시온’에서는 메소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정복 이전 원주민 사회의 독자적인 문명 구조와 깔뿔리(Calpulli) 공동체 질서를 조명한다. 이 부분에서는 주로 메소아메리카 지역, 특히 마야와 아스떼까 문명권을 중심으로 원주민 사회의 꼬스모비시온과 공동체 질서를 검토한다. 메소아메리카는 에스파냐의 정복 이전부터 고도로 발달한 문명과 복잡한 사회 조직을 형성했던 지역으로, 원주민의 꼬스모비시온과 사회 질서를 비교적 분명하게 보여 주는 역사적 사례이다. 또한 이 지역은 에스파냐의 정복 이후 식민 지배와 선교 활동 그리고 근대 국가 형성 과정이 가장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공간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메소아메리카는 원주민의 꼬스모비시온이 형성되고 변화해 온 역사적 과정을 살펴보기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저자는 원주민이 누구인지에 대한 개념적 문제를 살펴보고, 신성?인간?자연이 서로 분리되지 않은 관계적 우주로 이해되었던 원주민의 꼬스모비시온을 설명한다. 또한 공동체 중심의 토지와 노동 체제를 가졌던 대표적인 원주민 공동체 깔뿔리를 중심으로, 원주민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경제적 질서를 유지해 왔는지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정복 이전의 원주민 사회가 단순한 ‘전통 사회’가 아니라 독자적인 꼬스모비시온과 공동체 질서를 지닌 문명이었음을 읽어 내고자 한다.
2부 ‘식민성과 근대 국가’에서는 유럽의 정복과 식민 지배, 근대 국가 형성 과정에서 원주민의 세계관이 어떻게 왜곡되고 재편되었는지 그 굴곡진 역사를 파헤친다.
멕시코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원주민 인구가 가장 많이 존재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이며, 식민지 시기부터 오늘날까지 원주민 공동체와 국가 권력 사이의 긴장이 가장 복합적으로 나타난 지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지역의 역사적 경험을 살펴보는 것은 식민성과 근대 국가 형성 과정에서 원주민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고 재편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먼저 기독교 선교와 함께 진행된, 이른바 ‘영혼의 정복’ 과정을 통해 원주민의 꼬스모비시온이 어떻게 부정되고 새로운 종교적 질서로 편입되었는지 살펴본다. 이어 정치적 식민화 과정과 독립 이후 자유주의 국가가 추진한 통합 정책을 통해 원주민 공동체가 어떤 방식으로 재편되었는지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인디헤니스모의 등장과 그 한계를 검토함으로써 근대 국가가 원주민을 국민으로 포섭한 방식을 살펴본다.
3부 ‘탈식민적 전환’에서는 안데스 지역을 중심으로 ‘수막 까우사이(Sumak Kawsay, 좋은 삶)’ 철학과 사빠띠스따 운동 등 원주민 사상이 현대 정치적 저항과 대안의 언어로 어떻게 부활하고 있는지 심층 분석한다.
안데스 지역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원주민의 꼬스모비시온이 단순한 문화적 전통을 넘어 정치적?사상적 대안으로 새롭게 등장한 대표적인 공간이다. 특히 에콰도르와 볼리비아에서는 원주민 운동의 성장과 함께 ‘수막 까우사이’와 자연의 권리 같은 개념이 국가 헌법과 법 제도에 반영되면서, 원주민의 꼬스모비시온이 현대 정치와 사회 제도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실천되는 중요한 사례를 보여 준다.
저자는 먼저 안데스 지역에서 제기된 ‘좋은 삶(Buen Vivir)’의 철학, 즉, 수막 까우사이의 의미와 그 공동체적 기반을 살펴본다. 이어 빠차마마 사상과 자연의 권리 개념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하려는 시도를 검토한다. 특히 에콰도르 헌법에서 자연의 권리가 법적으로 인정된 사례를 통해 이러한 사상이 제도적 차원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멕시코 치아빠스에서 등장한 사빠띠스따 운동을 함께 살펴본다. 사빠띠스따 운동은 안데스 지역에서 제기된 생태적?공동체적 사상이 정치적 실천의 형태로 나타난 또 다른 중요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 운동은 원주민 공동체의 자치와 존엄을 바탕으로 국가 중심의 발전 모델과 신자유주의적 질서에 도전하면서, 원주민의 꼬스모비시온이 현대 정치에서 새로운 저항과 대안의 언어로 등장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원주민의 꼬스모비시온이 단지 문화적 전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과 사회적 실천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사상적 자원으로 작용함을 살펴보고자 한다.
행성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지혜,꼬스모비시온의 부활저자는 오늘날의 기후위기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자연을 정복과 통제의 대상으로 보아온 서구 근대 세계관이 낳은 ‘문명적 위기’로 진단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의 ‘꼬스모비시온’을 제시하며, 우리가 잃어버렸던 생태적 지혜를 복원할 것을 역설한다.
꼬스모비시온은 인간을 세계의 주인으로 보지 않고, 자연과 비인간 존재들을 포함한 거대한 관계망 속의 ‘이웃’으로 이해한다. 이는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연결망 이론’과 맞닿아 있으며, 인간과 자연이 분리될 수 없는 유기적 관계임을 재확인시킨다.
식민지 시대 ‘영혼의 정복’이라는 종교적·정치적 억압 속에서도, 원주민 사회는 기존의 신념을 능동적으로 변형·결합하며 관계적 세계관을 오늘날까지 계승해 왔다. 이러한 역사적 저항과 지속성은 현대 정치의 새로운 이정표로 이어질 수 있다. 안데스의 ‘수막 까우사이(좋은 삶)’, 에콰도르의 ‘자연의 권리’ 헌법화, 멕시코 사빠띠스따 운동 등은 꼬스모비시온이 단순한 전통 보존을 넘어 현대 사회의 대안적 제도와 정치적 실천으로 부활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책은 원주민의 세계관을 이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가 마땅히 주목해야 할 실천적 자산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꼬스모비시온의 부활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다양한 존재와 삶의 방식이 공존하는 새로운 생태 문명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기후 정의와 문명 전환의 방향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세계 이해의 틀을 확장하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할 것이다.
‘부엔 비비르 총서’는?한국외국어대학교 중남미연구소 HK+사업단은 ‘21세기 문명 전환의 플랫폼, 라틴아메리카: 산업 문명에서 생태 문명으로’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본 사업단은 라틴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생태 문명으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투여하는 다양한 노력을 비롯해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이 추구하는 대안적 세계관과 삶의 방식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물을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부엔 비비르 총서’를 기획해 출판하고 있다. ‘부엔 비비르(Buen vivir)’는 안데스 원주민이 추구하는 삶을 표현하는 단어로 그 핵심 내용은 공동체에서의 조화와 공존이다. 부엔 비비르 총서에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이 융합해 라틴아메리카의 생태 문명을 탐구한 결과가 오롯이 담겨 있다.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의 꼬스모비시온(cosmovision)은 지금 우리가 왜 ‘다르게 생각해야 하는가’를 보여 주는 하나의 창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고, 자연은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배워 왔다. 이러한 사고는 서구 근대 사상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바로 이 인간 중심적 세계관이 기후위기와 생태 파괴를 낳은 중요한 원인이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서문 왜 ‘꼬스모비시온’인가?
라틴아메리카는 하나의 얼굴이 아니라 천 개의 얼굴을 지닌 생명의 땅이다. 이 땅에서 원주민은 순환의 시간을 믿으며 신과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지 않은 관계망에서 살고 있다. 19세기 초 독립과 함께 국민 국가들이 형성되면서 원주민 공동체들은 인위적인 국경선에 의해 나눠지고 그들의 고유한 정체성은 종종 ‘지워야 할 과거’로 간주되면서 억압과 동화의 대상이 되었다.
⏤제1부 1장 원주민이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