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DNA는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지 않는다
비밀은 단백질에 있다
생물학계의 라이징 스타가 풀어낸 탄생, 사랑, 변신, 그리고 죽음을 순환하는 생명의 여정
★ 벤키 라마크리슈난(노벨 화학상 수상자) 강력추천 ★
★ 미국 도서관 협회 Choice 선정 올해의 책 ★
★ 출간 즉시 아마존 분야 1위 ★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자 많은 과학자들과 언론은 당혹스러워했다. 수상자는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와 존 점퍼. 수십 년을 실험실에서 단백질을 연구해온 생화학자들이 아니라 AI 기업의 엔지니어들에게 노벨상이 돌아간 것이다. 수상 이유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AI 시스템 알파폴드를 개발한 공로였다. 왜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것일까?
매년 가을, 꼬까울새는 지브롤터에서 중부 유럽까지 수백 킬로미터를 GPS도 나침반도 없이 정확히 날아간다. 어떻게 가능할까. 울새의 눈에는 크립토크롬이라는 단백질이 있다. 햇빛이 이 단백질에 닿으면 전자 하나가 분리되고, 그 전자가 지구 자기장에 맞춰 정렬된다. 몸속에 나침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새는 이 정보를 방향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본다’. 우리에게 하늘은 맑거나 흐리거나 파랗거나 우중충하게 보일 뿐이다. 하지만 새의 눈에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북쪽이라는 색이 하늘에 펼쳐져 있다.(3장. 각성, 감각이라는 착각 혹은 기적)
지금 당신의 눈이 이 글을 읽고 있는 것도, 어제 먹은 닭가슴살이 에너지로 바뀐 것도, 어린 시절 맞은 예방접종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도 모두 단백질이 하는 일이다. 단백질이라고 하면 흔히 다이어트에 도움 되는 음식 재료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저자들은 생명의 모든 기능을 분자 단위에서 수행하는 나노 기계들이 단백질이라고 말한다. 단백질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전적으로 어떤 형태로 접히느냐에 달려 있다. 같은 아미노산 사슬이라도 접히는 방식에 따라 코브라의 독이 되기도 하고 악성종양을 치료하는 약이 되기도 한다. 구조가 곧 기능이다. 알파폴드 이전까지 이 구조를 추적하거나 예측하는 것은 수십 명의 과학자가 수년을 쏟아야 하는 작업이었다. 알파폴드는 그것을 몇 초로 단축하며 생명의 언어를 이해하는 새로운 문을 열었다. 여기서 더 근본적인 질문이 생겨난다. 단백질은 왜 그토록 다양한 형태로 변신하는가. 그리고 그 변신이 어떻게 생명의 궤적을 바꾸는가.
기억은 분자 속에, 세포 속에, 그리고 삶의 이야기 속에 쌓인다이집트 자가지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샤히르 리즈크는 매년 여름 할머니의 부엌에서 요리를 배웠다. 할머니는 갓 잡은 모세가자미에 마늘과 쿠민을 바르고 기름에 지졌다. 납작하고 우스꽝스럽게 생긴 이 물고기는 홍해 바닥에 숨어 있다가 상어가 덮치면 파르닥신이라는 단백질을 분비해 상어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킨 뒤 도망간다.(1장 기원, 태초에 단백질이 있었으니) 리즈크는 그 물고기를 먹으면서 자랐고 훗날 단백질이 구조로 기능을 만드는 방식을 연구하고 이를 설계하는 단백질 공학자가 되었다. 그리고 미생물학자 매기 핑크와 함께 단백질의 비밀을 파헤친 책 《춤추는 단백질》을 쓰게 된다. 이 책에서는 과학자이기 이전에 이방인이고, 부모이며, 시인이자 화가인 두 사람의 삶이 생물학의 역사, 최신 연구와 교차하며 펼쳐진다.
단백질 하나하나에는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지를 말해주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는 단순한 가족의 역사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주변의 모든 것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말해주는 진화의 역사이기도 하다.
1장 기원, 태초에 단백질이 있었으니
《춤추는 단백질》은 단백질의 기원과 쓸모, 그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대중과학서이자, 생명이 무엇인지를 “저자들의 서사와 과학 이론으로 아름답게 접목”한 책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벨크냅 프레스가 출간했고, 노벨 화학상 수상자 벤키 라마크리슈난이 “생물학의 오랜 불균형을 바로잡는 책”으로 추천했다. 미국 도서관 협회는 이 책을 2025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유전자는 설계도일 뿐, 내 삶을 결정하는 것은 단백질의 춤이다지금까지 생명과학은 유전자 중심으로 흘러왔다. 유전자가 우리를 결정한다는 서사는 강력하고 매혹적이다. 내 머리가 벗겨지는 것에서부터 인종차별의 근거로까지 유전이 활용됐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 서사에 근본적인 이의를 제기한다. DNA는 요리책에 불과하다. 실제로 요리를 하는 것은 단백질이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가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단백질이 유전자를 복사하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단백질은 접힙으로써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한다. 그 접힘이 바로 기능이 된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사슬이 3차원으로 구부러지고 비틀리며 고유한 형태를 갖출 때 비로소 기능이 생긴다. 눈이 빛을 보는 것도, 혀가 맛을 느끼는 것도, 코가 냄새를 맡는 것도 모두 수용체 단백질이 정확한 형태로 접혀 분자를 낚아채기 때문이다.(4장. 구조, 단순함이 빚어낸 무한한 가능성)
약 700만 개에 이르는 각 원뿔세포의 표면에는 옵신이라는 단백질이 점점이 박혀 있다. 이 단백질들이 시각이라는 복잡한 과정의 최전선에 서 있다. (…) 빛에 의해 활성화될 때마다 옵신은 비틀리고 굽어지며 뒤틀려 주변의 다른 단백질들과 부딪힌다. 이런 비틀림은 연속적이고 정교한 분자들의 춤으로 이어진다.
3장 각성, 감각이라는 착각 혹은 기적
단백질의 접힘은 생명이 지구에서 살아남은 방식이기도 하다. 45억 년 전 지구는 화산과 극한 온도로 뒤덮인 행성이었다. 그 극한의 환경에서 생명이 탄생했다. 끓는 온천 속에서 번성하는 박테리아의 단백질은 표면의 이온 결합 네트워크가 훨씬 촘촘해 열에도 형태가 풀리지 않는다. 겨울 북극해의 겨울가자미 혈액에는 얼음 결정의 성장을 막는 결빙방지 단백질이 있다. 인간이 영하의 바닷물에 노출되면 조직이 파괴되지만, 겨울가자미는 같은 환경에서도 거뜬히 견뎌내며 번성해 왔다. 유전자가 청사진이라면, 단백질의 접힘은 그 청사진이 세계와 협상하는 방식이다. (1장, 4장)
그래서 이 접힘이 어긋나면, 죽음과 질병이 찾아온다. 결함 있는 단백질이 올바로 접히지 못하면 알츠하이머가 발병하고, 악성종양이 생겨난다. 저자 중 한 명인 핑크의 할머니가 그랬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진단을 받던 해, 그녀의 할머니는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여전히 할아버지 몰래 손녀의 손에 20달러를 쥐여줬고, 혼자서는 걷지도 못하는 몸으로 시내까지 우표를 사러 가자고 했다. 먹을 수도 없으면서 웬디스 칠리를 가져다 달라고도 했다. 그 칠리는 끝내 손도 대지 않은 채 의자 옆 트레이 위에 남아 있었다. ALS는 단백질이 잘못 접히면서 신경세포가 서서히 무너지는 병이다. 죽음도, 결국 단백질의 이야기다.
죽음과 삶. 삶과 죽음. 이것이 우리 삶을 지배하는 박자다. (…) 매 순간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분자 차원의 사건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면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롭다.
9장. 죽음, 결국 끝은 있다. 그러나
진화는 진보가 아니다. 생명은 그 무엇도 버리지 않는다단백질은 죽음 앞에서도 순환을 멈추지 않는다. 5장에서 저자들은 3억 7000만 년 전의 이야기를 꺼낸다. 식물이 리그닌이라는 단단한 목질 구조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지구의 대기가 바뀌었다.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나무줄기 속에 갇혔고, 산소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늘어난 산소 덕분에 날개폭 60센티미터의 거대한 잠자리가 날아다녔고, 최초의 공룡이 등장했다. 그 나무들이 썩지 않은 채 쌓였다가 이를 분해하는 단백질 효소가 진화의 과정에서 탄생하면서 오늘날의 석탄과 화석연료가 되었다. 우리는 지금 수억 년 전 나무들이 대기에서 빨아들인 탄소를 다시 하늘로 돌려보내고 있다.
효소가 지구의 모습을 바꿔왔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생명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고대 효소들은 생명의 토대를 이루었고, 새롭게 등장한 효소들은 생태계 전체를 뒤흔들며 수많은 종의 흥망성쇠를 좌우했다. 심지어 지구의 기후까지 바꾸어 놓았다.
5장. 순환, 효소가 쓰는 생명의 흐름
이 순환의 논리는 독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청자고둥 한 종이 분비하는 단백질 독소는 최대 1,000가지에 달한다. 어떤 독소는 물고기의 인슐린과 구조가 흡사해 혈당을 급격히 떨어뜨려 먹잇감을 마비시킨다. 그런데 이 독소 단백질이 현재 모르핀보다 1,000배 강한 진통제 후보 물질로 연구되고 있다. 방울뱀의 독소 단백질은 혈전 환자의 항응고제가 됐고, 브라질 살모사의 독소에서 고혈압 치료제가 탄생했다. 독에서 약이 나온다. 죽이는 것과 살리는 것이 같은 분자에서 일어나며 생명은 무엇도 버리지 않는다. 단백질은 유전자를 후대에 그저 복사하고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 스스로가 환경과 부딪히고 접히고 기능을 바꾸면서 생명이 앞으로 나아왔다. 이것이 이 책이 말하는 진화다. 저자들은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고 말한다. 더 나은 존재로 설계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춤을 추고 그 춤을 통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를 포함한 모든 생명의 원리라고 말한다. 생명은 순환하며, 약동하며, 계속된다. (8장 저항,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역사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손들이 만들었다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단백질 과학의 역사를 이끈 숨겨진 인물들을 복원한다는 데 있다. 1912년, 캐나다에서 의학 학위를 취득한 최초의 여성 중 한 명인 모드 멘텐은 여성의 연구실 출입을 금지하는 캐나다를 떠나 홀로 대서양을 건너 베를린으로 향했다. 그녀가 레오노르 미카엘리스와 함께 완성한 미카엘리스-멘텐 방정식은 오늘날 모든 효소 연구의 토대가 되었지만, 그녀의 이름은 오랫동안 역사 뒤편에 머물렀다. 1700년대 초, 레이디 메리 워틀리 몬태규는 콘스탄티노플에서 천연두 환자의 고름을 건강한 사람에게 문질러 면역을 만드는 의식을 목격했다. 남동생을 천연두로 잃고 자신도 얼굴에 흉터를 안고 살던 그녀는 이 지식을 유럽에 소개하며 근대 예방 의학의 씨앗을 뿌렸다. 제너의 우두법이 등장하기 70년 전의 일이었다. (5장. 7장)
이 밖에도 침대에 누워 종이를 비틀어가며 단백질의 알파 나선 구조를 발견한 라이너스 폴링, 전자 현미경으로 단백질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밝혀낸 리처드 헨더슨, 고등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생명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뛰어난 현미경을 만들어낸 안토니 판 레이우엔훅, 나가사키 원폭의 생존자이자 85만 마리의 해파리를 손으로 건져 올리며 녹색형광단백질(GFP)을 발견한 시모무라 오사무, 그리고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연구를 하던 그레첸 앤더슨까지, 역사 뒤편에 묻혀 있던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단백질의 역사와 함께 복원된다.
인류는 생명의 언어로 미래를 쓰기 시작했다알파폴드가 구조 예측의 문을 열었다면, 다음 단계는 설계다. 인류는 이제 자연이 단 한 번도 만들어낸 적 없는 단백질을 직접 설계하고 있다. 독소 단백질 연구에서 파지 디스플레이 기술이 나왔고, 그 기술이 리즈크 연구팀이 뇌종양 세포의 결함 효소를 복구하는 항체를 설계하는 데 쓰이고 있다. 독소에서 치료제로, 치료제에서 설계 언어로. 진화의 논리가 인간의 손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단백질,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단백질, 항생제가 듣지 않는 박테리아를 표적으로 삼는 단백질. 아직 실험실 안에 있거나 임상 초기 단계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수억 년 전 리그닌 효소가 지구의 기후를 바꿨듯이, 인간이 설계하는 단백질이 다음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10장 부활, 단백질로 생명을 다시 쓰다)
단백질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 안에 있었고, 우리가 죽은 뒤에도 세상 어딘가에서 계속 일한다. 이 책은 그 오래되고 거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꼬까울새가 하늘에서 북쪽의 색을 보듯,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일 것이다.

단백질은 세포 안의 아주 작은 일꾼들입니다. 작다고 무시하면 안 됩니다. 지금까지 이 땅에 존재한 모든 생명체들의 거의 모든 생물학적 기능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경이로운 기계들이 바로 단백질입니다. 단백질은 우리 존재 자체의 원동력입니다.
우리 세포 하나의 크기가 미국의 평균 가정집만 하다면, 그 안은 포도만 한 것부터 수박만 한 것까지 약 300억 개의 단백질로 가득 차 있다. 이 단백질 하나하나에는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지를 말해주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는 단순한 가족의 역사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주변의 모든 것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말해주는 진화의 역사이기도 하다. 단백질은 우리의 기원, 더 나아가 생명 자체의 기원까지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