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Prologue
같은 조건, 다른 선택
청년의 주거는 지금 전환기에 있다.
지금의 청년은 과거 어느 세대보다 높은 주택가격과 불확실한 노동 환경 속에서 주거를 선택해야 하는 세대이다. 그러나 사회는 여전히 하나의 공식을 반복한다.
가능하면 빨리 집을 사야 안정된다는 믿음이다.
이 공식은 오랜 기간 유효했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던 시기에는 매입이 곧 자산 증가로 이어졌고, 장기 보유는 안정적인 자산 형성 전략이 될 수 있었다. 부모 세대가 경험한 주거와 자산의 관계는 비교적 단순했고, 그 공식은 오랫동안 의심받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청년이 마주한 환경은 분명히 달라졌다. 주택가격은 소득 대비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고 전세보증금 역시 빠르게 상승했다. 주거 선택과 동시에 상당한 부채를 부담하는 구조가 일반화되었고, 이 선택은 단순히 어디에 거주할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이동 가능성, 직업 선택, 재무 기반 형성, 소비 구조, 삶의 안정성까지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전세보증 사고 증가와 보증금 반환 지연 사례의 확산은 주거 선택 자체가 하나의 위험 관리 영역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전세와 매입 중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안전한 방식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된 것이다.
그럼에도 청년의 주거 선택 기준은 여전히 과거의 경험과 통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주택을 소유해야 안정된다는 인식, 지금 사지 않으면 기회를 잃는다는 불안, 주거를 자산 형성의 수단으로 먼저 고려하는 구조가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과 실제 경제·금융 환경 사이의 간극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소득 구조와 주택가격 수준, 금융 환경과 노동시장 변화는 청년의 주거 선택을 과거와는 전혀 다른 조건 위에 놓이게 만들었다.
이 책은 그 간극에서 출발한다.
나는 지난 30여 년 동안 은행 현장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전세보증 리스크를 직접 담당하고 관리해 왔으며 동시에 부동산학 연구자로서 주택금융 구조 변화를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해 왔다. 현장과 통계를 동시에 경험하며 반복적으로 확인한 사실은 하나다.
주거 선택은 더 이상 단순한 거주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생애 전략 전체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어떤 선택은 이동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선택은 이동을 제한한다. 어떤 선택은 재무 기반 형성을 돕고 어떤 선택은 장기간 부채 구조를 고착시킨다. 같은 소득, 같은 출발선에서도 주거 선택에 따라 삶의 경로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은 특정한 주거 형태를 권유하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니다. 또한 매입과 임차 중 어느 하나를 절대적 해법으로 제시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다만 현재의 소득 구조와 주택가격, 금융 환경과 노동시장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청년이 감당 가능한 위험 수준과 지속 가능한 주거 구조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기준 위에서 선택해야 하는지를 객관적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주거는 청년 생애전략의 출발점이다.
따라서 지금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내 집 마련의 기대나 불안이 아니라 데이터와 구조에 기반한 냉정한 판단 기준이다.
지금 청년의 주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오창섭
1994년 입행 이후, 주택금융 최전선에서 실무와 감독을 수행해 온 시중은행 지점장이자, 전세보증 사고 · 역전세 리스크를 실증 분석해 온 부동산학 박사이다.1994년 동화은행에 입행한 뒤, 1997년 IMF 외환위기 구조조정 시기를 직접 경험했고, 1998년 흡수합병에 의해 신한은행으로 옮긴 이후 현재까지 서민금융,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전세보증 리스크 관리 등 주택금융 실무 · 관리 · 감독은 물론 연구 자문에 이르기까지 핵심 업무를 수행해 왔다.오랜 실무 경험과 학술 연구를 결합해 전세사기, 깡통전세, 전세보증 사고 및 발생 원인을 제도 · 시장 · 금융 구조 차원에서 분석하는 데 전문성을 축적해 왔다.• 전세보증 사고의 지역 · 가구 특성 분석• 역전세 리스크 진단 및 정책 대안 제시• 주택금융체계 개선 방향 연구 등실증 기반의 연구를 꾸준히 발표하며 국내 주거 안정과 제도 개선에 기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