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주화』는 『그늘을 꽃피우는 시간』, 『안녕, 나의 創世 편의점』에 이은 구지혜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뻐꾸기 그리고 뻐꾸기」, 「고독」, 「주화」 등 60편의 시를 수록했으며, 제5회 전국 계간지 우수 작품상, 제19회 「한남 문학」 운문 대상, 제2회 「창작 세계」 창작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의 새로운 시세계를 만날 수 있다.
구지혜의 시편은 생과 사, 인간과 자연, 주체와 타자가 분리되지 않고 서로의 내부에서 진동하며 스며드는 세계를 그린다. 존재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이동과 변형의 과정이며, 경계는 끝내 확정되지 않는다. 감각적 이미지와 파편적 서사가 결합하며 의미는 하나로 수렴되지 않고 다층적으로 확산된다.
시는 명확한 해석보다 잔상과 그을음처럼 오래 남는 감각으로 독자를 이끈다. 흔들림과 그을림의 미학 속에서 인간 존재의 근원적 조건을 탐색하며, 서로의 울음과 기억이 겹쳐지는 자리에서 존재와 관계의 의미를 새롭게 사유하게 한다.
출판사 리뷰
솥단지 하나 없이 살아온 생들이 서로의 울음 속으로 겹쳐 들어간다
[주화]는 구지혜 시인의 세 번째 신작 시집으로, 「뻐꾸기 그리고 뻐꾸기」 「고독」 「주화」 등 60편이 실려 있다.
구지혜 시인은 본명은 구명숙이며, 경상북도 영양에서 태어났다. 한남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시와 정신]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그늘을 꽃피우는 시간] [안녕, 나의 創世 편의점] [주화]를 썼다. 제5회 전국 계간지 우수 작품상, 제19회 [한남 문학] 운문 대상, 제2회 [창작 세계] 창작문학상을 수상했다. 2019년, 2022년 대전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구지혜의 시편은 ‘흔들림’ 어떤 ‘그을림’의 미학으로 수렴된다. 생과 사, 인간과 자연, 주체와 타자는 분리되지 않고 서로의 내부에서 진동하며 끊임없이 스며든다. 「당신 이야기」에서 드러나듯 존재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이동과 변형의 과정이며 경계는 끝내 확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시적 세계는 감각적 이미지의 밀도와 파편적 서사의 결합 속에서 구축된다. 문장은 논리적 인과를 벗어나 도약하고, 그 비약 속에서 의미는 하나로 수렴되기보다 다층적으로 확산된다. 그 결과 구지혜 시는 명확한 해석을 요구하기보다 어떤 잔상이나 ‘그을음’처럼 희미하게 남는 감각으로 우리를 이끈다. 경계에서의 흔들림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조건을 드러내며, 경계는 넘어서야 할 선이 아니라 머물며 변형되는 자리이다. 결국 우리는 경계의 관계와 희미한 기억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며, 흔들림을 함께 감각하고 견디는 경험 속에서 비로소 존재한다. (이상 김홍진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뻐꾸기 그리고 뻐꾸기산밭에서 여자는 김을 맨다
몸을 일으키고 구부리고 펴는 동안
여자의 몸은 끝내 밭이랑에서 떨어지지 못한다
진흙은 잡초처럼 달라붙고
개여뀌, 금방동사니, 쇠비름, 명아주, 바랭이……
이름 가진 잡풀들이 여자의 혈관 속으로
땀과 흙먼지와 함께 스며든다
몸은 밭이 되고 밭은 다시 몸이 된다
보리밭 같은 싱싱한 기운
풀의 향
버석 마른 흙냄새 같은 어머니
(언제부턴가, 모든 어머니를 땅이라 부르게 되었을까)
아궁이 재를 물에 풀어 허기를 달이듯
여자는 밭이랑에 붙어 있다
똥물을 퍼다 마실 것 같은
이 억척의 목구멍
얼마나 찢어져야 살아 있다는 증명이 될까
꽃가마를 타고 시집오던 날
다홍치마 연두저고리는 잠시 몸을 빌려 썼을 뿐
무성한 풀은 여자의 몸에서 먼저 자라났다
이제는 잡풀조차 뿌리 내리지 않는 몸
넓은 하늘 아래
여자가 누울 곳이라곤
기울어 가는 황토 흙집마저 없다는 것 여자는 이미 알고 있다
그때, 뒷산에서 뻐꾸기가 운다
솥단지 하나 없이
살아온 생들이 서로의 울음 속으로 겹쳐 들어간다
고독절벽 속에는 아무 기척도 머물지 않았다
부서진 뼈들은
바람의 스침만으로도 기울어질 방향을 오래 고르는 듯했다
지네들은 어둠의 살갗에 말없이 달라붙어 있었다
차가운 돌바닥 위로 이끼들의 숨결이 낮게 번져 갔다
아득했다
위태로운 습한 기운이 가장자리에서부터 천천히 포위망을 좁혔다
가늘고 길게 늘어진 생각들은
돌아갈 길을 잊은 채 검푸른 파도의 그림자만 바라본다
석순들은 아무 말없이
어둠과 닿은 모양 그대로 묵묵한 굴곡의 몸을 기댄다
미로는 들어갈수록
소리 없이 높아지는 척추처럼 여러 갈래의 고요를 세우고
한여름에도 조금 더 깊은 냉기를 품는다
그러나
왜
그 모든 침잠의 중앙에 온화한 미소 하나가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가만히 들어앉아 있었을까
작가 소개
지은이 : 구지혜
본명은 구명숙.경상북도 영양에서 태어났다.한남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2011년 [시와 정신]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시집 [그늘을 꽃피우는 시간] [안녕, 나의 創世 편의점] [주화]를 썼다.제5회 전국 계간지 우수 작품상, 제19회 [한남 문학] 운문 대상, 제2회 [창작 세계] 창작문학상을 수상했다.2019년, 2022년 대전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좁은 문
뻐꾸기 그리고 뻐꾸기
오르는 몸
푸른 뱀
맨발 삼매
낙엽
안개
물류창고의 아라한
비늘
중부권의 모래바람
음력 8월 15일
찬란
서 있다
여기 여기
청리움
제2부
대기실
무명의 방
조제의 방
혈의 서랍
안마의자의 방
아이스팩
주차선 안의 몸
인등
밤이 내려앉으면
벽에 앉는 자세
고독
두 물결의 몸
비의 체온
열여덟 번
제3부
위로
웃지 않으면 시들지
면접을 기다리는 얼굴들
새마을 교실 이데아
혈(血) 씨의 궤도
신화, 출제되다
실업급여 창구 앞에서는
광대
제복의 철학
빅브라더에게 보내는 기도
성곽의 피
고명딸
같은 하늘 아래서
혼돈
운명의 학교
MBTI 거울 앞에서
제4부
주화
2025년 전의 주화
신의 Log
이름에 대하여
관계
당신 이야기
다시, 정자교
깊은 연민을 들다
동거
낯선 바람의 시간
시절 인연
광명(光明)
자정 무렵부터
혹한
자유
해설 김홍진 몸과 틈, 경계의 존재 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