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찬와이의 첫 소설 『기억을 지키다』와 후속작 『기억을 태우다』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찬와이는 홍콩의 역사와 대중문화를 가장 깊숙이 이해하고 표현해 온 대표적인 작가다. 1960년 홍콩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대 홍콩 영화의 황금기에 시나리오 작가로 활약하며 전설적인 영화 「프로젝트 A」와 고전의 반열에 오른 로맨스 영화 「첨밀밀」의 각본 기획에 참여했다. 이외에도 「퍼플 스톰」, 「8인: 최후의 결사단」 등 선 굵은 작품들의 각본을 쓰며 서사적 역량을 다져 왔다.
1998년 첫 소설 『기억을 지키다』로 제5회 홍콩 중문 문학 비엔날레를 수상하며 문단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찬와이는 사회적 실천에도 앞장서는 행동주의 지식인이기도 하다. 홍콩 ‘센트럴 점령 운동’의 최초 지지자 10인 중 한 명으로서 2014년 ‘우산혁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홍콩인들의 민주화 염원을 대변했다. 2018년 타이완으로 주거지를 옮긴 후 발표한 『동생』은 2023년 금전문학상을 수상하며 또 한 번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기억을 태우다』는 전작의 계보를 이으면서도, 1997년 반환 이후 자아를 잃어버린 홍콩인들의 삶과 심연의 어둠을 한층 무겁고 깊이 있게 파고든 실존적 우화다.
1997년 반환 이후,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롄씨 일가와 그 주변 인물들의 후일담을 다루며 전작보다 훨씬 불투명해진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일자리를 잃고 방황하다 타인에게 가짜 이름을 대며 블랙홀 같은 고독에 빠져 살아가던 린자의 서사로 문을 여는 작품은, 도시의 무정한 재개발과 예기치 못한 사고로 상흔을 입은 이들의 현실을 비중 있게 다룬다.
롄청의 외손녀 샤오후이가 겪는 고통스러운 사건들이 남긴 상흔, 그리고 재개발 이권 속에서 형제자매 간에 벌어지는 격렬한 갈등은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는 홍콩의 공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찬와이는 무정하게 집을 부수는 중장비들을 바라보며 “저 기계들은 집을 부수지 않았다. 기억을 파괴하고 있었다.”라고 날카롭게 진술하며, 공간의 상실이 곧 삶과 관계의 붕괴로 이어지는 비극적 상황을 서늘하게 묘사한다.
출판사 리뷰
“남는 것이 고작 잿더미뿐이라고 해도 그것 또한 내가 지나온 길이니까.”
『동생』작가 찬와이가 홍콩에서 쓴 마지막 소설
『기억을 지키다』출간 이십여 년 후, 이어지는 이야기
『기억을 지키다』의 연대기가 멈춘 곳, 1997년 홍콩
시대의 불꽃이 사그라진 자리에 남겨진 우리 모두의 잿더미와 그 너머를 비추는 가느다란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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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와이의 첫 소설『기억을 지키다』와 후속작 『기억을 태우다』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찬와이는 홍콩의 역사와 대중문화를 가장 깊숙이 이해하고 표현해 온 대표적인 작가다. 1960년 홍콩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대 홍콩 영화의 황금기에 시나리오 작가로 활약하며 전설적인 영화 「프로젝트 A」와 고전의 반열에 오른 로맨스 영화 「첨밀밀」의 각본 기획에 참여했다. 이외에도 「퍼플 스톰」, 「8인: 최후의 결사단」 등 선 굵은 작품들의 각본을 쓰며 서사적 역량을 다져 왔다. 1998년 첫 소설 『기억을 지키다』로 제5회 홍콩 중문 문학 비엔날레를 수상하며 문단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찬와이는 사회적 실천에도 앞장서는 행동주의 지식인이기도 하다. 홍콩 ‘센트럴 점령 운동’의 최초 지지자 10인 중 한 명으로서 2014년 ‘우산혁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홍콩인들의 민주화 염원을 대변했다. 2018년 타이완으로 주거지를 옮긴 후 발표한 『동생』은 2023년 금전문학상을 수상하며 또 한 번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기억을 태우다』는 전작의 계보를 이으면서도, 1997년 반환 이후 자아를 잃어버린 홍콩인들의 삶과 심연의 어둠을 한층 무겁고 깊이 있게 파고든 실존적 우화다.
■ 반환 이후의 부서진 시공간, 파괴되는 도시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이들
『기억을 태우다』는 1997년 반환 이후,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롄씨 일가와 그 주변 인물들의 후일담을 다루며 전작보다 훨씬 불투명해진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일자리를 잃고 방황하다 타인에게 가짜 이름을 대며 블랙홀 같은 고독에 빠져 살아가던 린자의 서사로 문을 여는 작품은, 도시의 무정한 재개발과 예기치 못한 사고로 상흔을 입은 이들의 현실을 비중 있게 다룬다. 롄청의 외손녀 샤오후이가 겪는 고통스러운 사건들이 남긴 상흔, 그리고 재개발 이권 속에서 형제자매 간에 벌어지는 격렬한 갈등은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는 홍콩의 공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찬와이는 무정하게 집을 부수는 중장비들을 바라보며 “저 기계들은 집을 부수지 않았다. 기억을 파괴하고 있었다.”라고 날카롭게 진술하며, 공간의 상실이 곧 삶과 관계의 붕괴로 이어지는 비극적 상황을 서늘하게 묘사한다.
■ 파괴음 속에서 마주하는 타인의 고통과 삶의 무대를 이루는 공간의 미학
『기억을 태우다』는 공간과 존재, 그리고 기억의 상관관계를 집요하게 해부해 나가는 미학적 성취를 보여 준다. 찬와이는 공간이 곧 관계를 형성하고 생명을 움직이게 만드는 토대임을 강조하며, 도시의 물리적 파괴가 인간의 내면에 미치는 치명적인 충격을 추적한다. “집이 작게 조각나면, 삶의 일부도 잘려 나간다.”라는 통찰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자신의 뿌리를 잃어버린 홍콩인들의 실존적 정체성 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그러나 소설은 상실의 간격이 좁혀 오는 파괴음 속에서도 인간이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응시하고 받아들이는지 주목하며, 현실의 어둠 속에서도 끝내 훼손되지 않는 인간성의 중심을 붙잡아 둔다.
■ 철의 방 밖으로 울려 퍼지는 선언, 잿더미 속에서 걸어 나오는 생의 찬가
찬와이는 분열되고 환상적인 시공간의 차원을 도입하여 흔들리는 영혼들을 위로하고 세상과 다시 맞닿아 걸을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과거의 아련한 미련 속에서 방황하던 이들이 “남는 것이 고작 잿더미뿐이라고 해도 그것 또한 내가 지나온 길이니까.”라며 마침내 자신의 상처와 마주할 용기를 얻는 과정은 함께 지나온 독자에게 담담한 위로를 건넨다. 세월의 아득함과 무력감 속에서 스스로를 집에 못질하고 ‘철의 방’을 지어 도피했던 아버지 롄청이 마침내 방 밖으로 걸어 나와 현실의 벽을 향해 “난 내 생의 모든 것을 사랑했어!”라고 외치는 격정적인 고백은 이 연작의 찬란한 대미를 장식한다. 절망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물러서지 않는 거장의 이 위대한 선언은, 시대적 상실과 삶의 흔들림을 겪는 모든 독자에게 깊은 울림과 연대의 위로를 선사할 것이다.
■ 휘발되지 않는 기억의 향기, 그리고 홍콩
『기억을 지키다(拾香紀)』와 『기억을 태우다(焚香紀)』 연작을 하나로 묶어 주는 가장 핵심적인 매개체는 두 작품의 원제에 공통으로 쓰인 ‘향(香)’이라는 글자다. 이 향기는 단순한 후각적 자극을 넘어 인류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변화를 겪어 낸 홍콩이라는 공간을 상징하는 지표이자, 세월의 격랑 속에서도 끝내 휘발되지 않는 인간 마음의 깊은 향기를 뜻한다. 찬와이는 고향에서 타향으로 삶의 터전과 궤적을 옮겨 가야만 했던 이들의 서사를 통해, 물리적인 공간은 변할지라도 그들이 공유하는 전통과 기억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증명해 보인다. 어둠과 혼돈의 시기 속에서 이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향기는 마치 희미하게 반짝이는 지시등처럼 기능하며,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을 다시금 영혼의 고향으로 이끄는 따뜻한 이정표가 되어 준다.
남자는 아주 오랜 시간 그 시절을 떠올리지 않았다. 사랑했고, 또 사랑받았구나. 이 역시 세월이 한참 흐른 뒤, 사랑할 힘을 잃은 다음에야 깨달은 사실이었다. 한 세기가 지나 있었다.
집이 작게 조각나면, 삶의 일부도 잘려 나간다. 시간, 장소, 빛, 소리, 온도, 습도, 그리고 나와 타인이 만들어 내는 호흡. 이 모든 것들이 모여 곧 삶이라는 커다란 무대를 이룬다. 형태가 있든 없든 공간이 곧 관계가 되고, 공간이 있어야 생명이 움직인다.
그러나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타인의 고통 앞에서는 여전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조차 덜어 줄 수 없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찬와이
본명은 찬와이이(陳偉儀). 1960년 홍콩에서 태어났다. 1980년대 홍콩 영화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영화 「프로젝트 A」(1983),「첨밀밀」(1996)의 각본 기획에 참여했다. 이밖에도 영화 「퍼플 스톰」, 「8인: 최후의 결사단」, 「가족 여행」(2018) 등의 각본을 썼다. 1998년 첫 소설 『기억을 지키다(拾香紀)』를 출간해 제5회 홍콩 중문 문학 비엔날레를 수상했다. 홍콩 ‘센트럴 점령 운동’의 최초로 입장을 밝힌 10인의 지지자 중 하나로, 2014년 홍콩 행정장관의 직접 선거를 쟁취하는 ‘우산혁명’에 적극 참여했다. 2018년 타이완으로 주거지를 옮겼고 현재 국립 타이베이 예술대학교 영화제작학과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2년 타이완에서 장편 소설 『동생』을 출간했고, 2023년 타이완 금전문학상을 수상했다. 문학, 영화, 방송, 연극 등 다양한 매체에서 창작 활동을 펼쳐 왔다.
목차
1 잃어버린 애드미럴티 11
2 퀸스 로드를 오가다 17
3 센트럴에서의 만남 24
4 란콰이텅팡 33
5 스타 스트리트의 블랙홀 42
6 플라워 마켓 로드의 린자 52
7 프린스 에드워드 로드의 롄청 60
8 경계를 맴돌며 70
9 하노이 로드에서의 일 78
10 이별의 슬픔과 고립 95
11 전시의 등불 111
12 다시 세상으로 122
13 시위와 탐방 130
14 자유여행과 홍콩 136
15 난 널 보고, 넌 날 보고 147
16 얼마나 많은 꽃잎이 떨어졌을까 156
17 세상으로부터의 도피 168
18 상심 175
19 금이 아니라 녹 덩어리였어 185
20 지구 반대편으로 204
21 나도 내가 누군지 몰라 216
22 새벽 5시 58분 회항 224
23 저쪽에서 이쪽으로 232
24 평행 세계가 아닌 분열 242
25 분열과 시간 251
26 기억은 스스로 자란다 260
27 돌아갈 순 없지만 넘어갈 순 있어 269
28 저쪽과 이쪽 278
29 텅팡의 생환기 284
30 정리와 꿈 296
31 외로운 시위 309
32 잠꼬대 320
33 동기 321
34 죽음 이후의 도시 323
35 다가오는 폭발 336
36 옛사람을 기억해 343
37 돌아와, 린자 349
38 살아 돌아온 것만 같아 356
39 기억나지 않는 시간과 길 367
40 에필로그 374
추천의 말 결국 향기가 남는다 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