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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각자 다른 세계를 산다
어원으로 찾아낸 감각의 생물학
청어람미디어 | 부모님 | 202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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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생물학에는 각 생물이 고유한 감각으로 경험하는 주관적인 세계를 뜻하는 ‘움벨트(Umwelt)’라는 개념이 있다.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지구에는 생물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하고 고유한 세계가 존재한다. 박쥐는 초음파로 3차원 공간을 파악하고, 뱀은 적외선으로 온도의 지도를 읽으며, 꿀벌은 자외선 무늬를 통해 꽃을 찾는다. 생명마다 시간의 감각도 다르다. 대장균에게 하루는 인간의 2,000년에 맞먹는다. 같은 숲에 사는 올빼미원숭이와 들쥐, 박쥐조차 저마다의 감각에 기대어 전혀 다른 세계를 살아간다.

이 책은 우리에게 낯선 생물학의 언어들, 특히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 어원에 담긴 뜻을 길잡이 삼아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다시 던진다. 생물을 나누는 분류(taxonomy)에서 시작해, 부분의 합을 뛰어넘는 창발(emergence), 서로에게 기대어 사는 공생, 그리고 각자의 감각 세계인 움벨트까지-단어들의 뒤편에는 인간중심주의의 색안경에 가려져 있던 자연의 진짜 모습이 담겨 있다.

자연은 인간이 임의로 그어놓은 선을 존중하지 않는다. 경계와 위계라는 인위적인 선을 지워낼 때 비로소 생명의 섭리를 온전히 마주하게 된다. “생명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나 이외의 생명이 각자의 세계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나 아닌 다른 생명들의 경이로운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따뜻한 통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출판사 리뷰

경계와 위계를 허무는 어원의 생물학, 그리고 인간중심주의의 탈피
우리가 자연을 부르고 분류(taxonomy)하는 방식 안에는 은연중에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라는 색안경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서구 과학자들은 수천 년간 현지인들이 불러온 이름 대신, 아프리카의 바오밥나무에 ‘아단소니아(Adansonia)’라는 프랑스 학자의 이름을 붙였고, ‘숲속의 사람’이라는 뜻의 오랑우탄에게는 ‘작고 왜소하다’는 뜻의 그리스어를 붙여 ‘피그마에우스(pygmaeus)’라는 학명을 부여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 어원을 통해 우리가 자연에 부여한 이름표 뒤의 권력과 편견을 날카롭게 해체한다. 나아가 자연은 인간이 그어놓은 선을 결코 존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류와 균류가 하나의 몸을 이루는 지의류, 수많은 개충이 역할에 따라 변태 과정을 멈춘 채 하나의 군체(colony)로 살아가는 관해파리, 알을 낳는 포유류 오리너구리 등 무수한 ‘경계적 생물’의 존재는 명확한 분류라는 것이 인간의 강박일 뿐임을 증명한다. 생명의 세계에서는 대장균의 하루가 인간의 2,000년 역사와 맞먹고, 브리스틀콘 소나무 앞에서는 인간의 일생이 찰나에 불과하다. 크기와 시간에 대한 판단 역시 위계가 아닌 그저 ‘시점’의 문제일 뿐이다.

피에 물든 이빨과 발톱 너머, 공진화(Coevolution)와 연대(Solidarity)의 생태계
생태계를 흔히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지배하는 냉혹한 전장으로 묘사하지만, 생명의 지난한 역사는 치열한 협력과 공진화의 연속이었다.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는 식물의 뿌리와 곰팡이(균근균)가 서로 균사를 뻗어 연결된 거대한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을 형성한다. 이들은 가뭄에 처한 이웃 식물에게 양분을 나눠주거나 해충의 위험 신호를 전달하며 생태계를 떠받친다. 무화과와 무화과말벌, 유카와 유카나방의 사례처럼, 서로가 없으면 번식조차 불가능한 ‘의무적 상호 공생관계’는 자연의 다양성을 폭발시킨 가장 위대한 동력이 되었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깊은 연대와 사랑의 기원을 발견할 수 있다. 죽은 우두머리의 뼈 곁을 떠나지 못하고 만지며 깊은 슬픔을 나누는 코끼리의 ‘애도(mourning)’, 다친 동료를 물 위로 밀어 올려 숨을 쉬게 돕는 돌고래의 ‘연민(compassion)과 연대(solidarity)’는 눈물겹도록 경이롭다. 심지어 생태계 생물량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와 세균 등 ‘분해자(decomposer)’들조차 죽은 생명을 다시 흙과 대기로 돌려보냄으로써, 죽음을 새로운 생명으로 바꾸는 자연만의 숭고한 애도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부분의 합보다 거대한 생명의 마법, 창발(Emergence)
이 책은 물리학과 화학의 분자 단위만으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생명의 신비를 ‘창발’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낸다. 물방울 하나는 천을 적시지 못하지만 수십억 개가 모인 강물은 생태계를 창조하듯, 단순한 세포들이 모여 심장과 뇌를 지닌 ‘개체’가 되고, 맹목적인 개미 수만 마리가 모여 다리를 놓고 최적의 먹이 경로를 찾아내는 거대한 ‘집단 지성’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인간 역시 척박한 사바나 초원으로 내몰렸을 때 직립보행(bipedalism)을 선택하고, 두 손으로 불과 도구를 쥐며 뇌 용량을 키운 창발의 산물이다.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서로 협력하고 유대하기 위해 공격성을 낮추고 얼굴형마저 유순하게 바꾼 인류의 ‘자기 가축화(self-domestication)’ 과정은, 생명이 물리적 환경을 넘어 서로 간의 관계를 통해 어떻게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각자의 감각이 지배하는 고유한 세계, 움벨트(Umwelt)
독일어로 ‘주변 세계’를 뜻하는 움벨트는 각 생물이 자신만의 고유한 감각 기관을 통해 경험하는 주관적인 세계를 의미한다. 캄캄한 숲속, 야행성인 올빼미원숭이는 색깔을 버린 대신 명암으로만 이루어진 고해상도의 흑백 시각에 의지한다. 박쥐는 자신이 발사한 초음파가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과 파장으로 나무의 질감과 나방의 움직임까지 파악하는 정교한 3차원 입체 지도를 뇌 속에 그린다.
바닷속 상어는 모래에 숨은 가자미의 심장 박동이 만들어내는 10억분의 1볼트의 미세한 전기장 무늬를 감지하며, 방울뱀은 온도의 지도를 보고, 철새는 지구 자기장을 도로 표지판 삼아 수만 킬로미터를 비행한다. 같은 꽃을 보더라도 꿀벌은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화려한 자외선 패턴을 읽어낸다.
결국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동일한 객관적 세계’란 우리의 빈약한 감각이 만들어낸 일종의 착각일지 모른다. 무수히 많은 생명체가 저마다의 감각으로 구축해 낸 낯설고도 아름다운 움벨트들을 탐구하다 보면, 우리가 은연중에 쓰고 있던 인간중심주의의 색안경이 벗겨지는 짜릿한 지적 쾌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재용
전업 작가. 항상 근거를 세우는 일에 집착하지만 공부는 할수록 부족하고, 세계는 알수록 모르겠다. 과학에서 시작해 사회를 보고, 인간을 만나는 과정을 글로 엮는다.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 년의 비밀〉 시리즈의 《멸종》, 《짝짓기》, 《경계》를 집필했다. 그 밖에도 《궁금해! 지구를 살리는 미래과학 수업》, 《요즘 청소년을 위한 수학의 결정적 순간》, 《여기는 기상청! 내일의 날씨를 알려드립니다》, 《탄소 중립으로 지구를 살리자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통계 이야기》, 《녹색성장 말고 기후정의》, 《웰컴 투 사이언스 월드》, 《괴담으로 과학하기》, 《모든 진화는 공진화다》,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과학 4.0》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며

1장 자연에 대한 호명
2장 경계적 생물
3장 인간중심주의
4장 생물이 담긴 곳, 생태계
5장 진화에 대해
6장 사랑의 시작
7장 사랑의 확장
8장 인간의 진화
9장 창발에 대해
10장 움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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