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소설가 고(故) 김소진이 1996년에 발표했던 장편동화를 문학동네에서 다시 펴냈다. 착하고 수줍음 많은 열한 살 소년 태형이가 일상 속에서 겪는 크고 작은 일들을 통해 넓은 세상으로 조금씩 발돋움하는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진다.
태형이의 이야기 속에 액자처럼 삽입되어 있는 연극 '어린 나그네'는 작품의 주제를 전면으로 부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지의 나라 '동방'을 찾아가는 어린 나그네의 여정은, 리허설의 한 장면으로, 때로는 연극 대본으로 삽입되면서, '이상향이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 속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자신을 버린 엄마를 용서하고 꿋꿋이 살아가려는 종천이, 한국전쟁 때 헤어졌다가 50여 년만에 재회한 딸기코 할아버지 부부 등의 이야기에서 김소진 문학 특유의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아아, 이렇게 험하고 큰 강을 어떻게 건넌다지."그 동안 온갖 시련과 고초를 다 겪은 어린 나그네에게조차도, 그 큰 강을 보자 그만 기가 질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싶을 정도로 거칠고 탁한 강이었다. 그 강물 속으로는 별의별 잡동사니가 다 떠내려가고 있었다. 죽은 짐승도 있고 통나무를 비롯해 각종 쓰레기들도 눈에 띄었다."어디 나를 건네 줄 배는 없을까."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거짓말 같게도 강 건너에서 나룻배 하나가 어린 나그네 쪽으로 노를 저어 다가오는 것이었다."여보세요. 저는 어린 길손입니다. 저를 부디 태워 주세요."어린 나그네는 손나발을 만들어 입에 대고는 큰 소리를 질렀지만, 뱃사공은 들었는지 말았는지 대꾸도 하지 않고 무심히 노만 열심히 젓는 것이었다.급류 속을 간신히 헤쳐서 강기슭에 닿은 배 위에는 웃통을 벗어 젖힌, 인상이 사나운 뱃사공이 삿대를 짚고 서 있었다."얘야, 이 강을 건너갈 거냐? 건너다가 빠져 죽을지도 모르지만, 용기가 있다면 얼른 타려무나.""저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서 뱃삯을 치를 수가 없답니다.""뱃삯은 너의 용기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이 배는 용기 있는 자만 공짜로 탈 수 있는 배란다."- 본문 159쪽에서 160쪽
작가 소개
저자 : 김소진
1963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쥐잡기」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한겨레신문사에서 5년 동안 기자로 재직하며 작품활동을 병행하다가 사임한 후, 1995년부터 1997년에 타계하기 직전까지 오로지 창작에만 전념했다. 1996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불과 6년여에 불과한 활동 기간 동안 소설집 4권, 장편소설 2편과 미완성 장편소설 1편, 콩트집 2권, 동화 1권, 산문집 1권에 이르는 열정적인 집필활동을 보여주었다. 소설집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고아떤 뺑덕어멈』 『자전거 도둑』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 장편소설 『장석조네 사람들』 『양파』, 장편 창작동화 『열한 살의 푸른 바다』, 짧은 소설집 『바람 부는 쪽으로 가라』 『달팽이 사랑』, 미완성 장편소설 『동물원』, 산문집 『아버지의 미소』가 있다.
목차
작가의 말 - 작지만 따스한 열한 살의 가슴을 위하여
가훈 때문에 당한 창피
꽃들도 우리처럼
아사달과 아사녀
내 친구 종천이
오분 전에 깬 꿈
동방의 어린 나그네
봉덕각시야, 봉덕각시야
마음은 어둠 속에서 상처입는다
집안의 숨은 내력
그리운 동방
바둑과 트럼펫
태형이, 일캡에게 도전하다
돌아온 성만이
꾸러기들의 합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