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쓰던 물건만 물려받아 속상한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물건이 가진 저마다의 가치를 느끼게 합니다!
새것을 갖고 싶은 아이의 마음도 헤아려 주세요어릴 적에 우리는 대부분 형제자매로부터 물려받은 물건을 써 본 경험이 있습니다. 학용품, 옷, 장난감 등 많은 것을 물려받아 사용했지요. 그러다 보면 동생들은 늘 형이 쓰던 것, 언니가 쓰던 것을 써야 했습니다. 그나마 누나가 쓰던 것, 오빠가 쓰던 것이 아니라서 다행일까요? 아이들일수록 여자 거, 남자 거 하면서 색깔이나 모양을 꽤 따지곤 하니까요. 옛날에 비하면 요즘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물려주고 물려받는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경제성을 더 따져서 아낄 수 있는 것은 아끼고 교육이나 다른 것에 투자하려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형제 없이 혼자 자라는 아이가 많아졌어도 이웃끼리, 사촌끼리 나누어 쓰는 가정도 적지 않고요.
부모 입장에서는 멀쩡한 걸 두고 또 사려니 아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자주 쓰지 않는 학교 준비물이나 아이들이 한창 클 때 입는 활동복 같으면 더 그렇지요. 첫째니까 사 주고 둘째니까 아까워서 안 사 주는 게 아닌데,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말은 밑도 끝도 없이 “있는 거 그냥 써!”, “돈 아까워!” 같은 말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아이에게 그렇게 말하지는 않습니다. 왜 물려받아 쓰면 경제적인지, 혹은 다른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일이 설명하기 어렵고 그럴 필요를 못 느낄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 역시 처음부터 새것만 고집하지는 않을 겁니다. 왜 물려받아 쓰는지 몰라서가 아니고, 한 번쯤은 처음부터 내 것이었던 ‘새것’을 갖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요? 쓸데없이 욕심을 부린다고 치부하지 말고, 왜 아이가 새것 타령을 하는지 마음을 살펴봐 주면 좋겠습니다. 『또 형 거 쓰라고?』의 문호가 부리는 귀여운 투정 속에 켜켜이 쌓인 마음을요.
물건에 스민 추억, 역사도 함께 느낄 수 있다면어릴 때 맨날 물려받아 쓰던 게 싫어서 내 아이에게만큼은 항상 새것을 사 주겠다는 부모님도 적지 않습니다. 새로 나온 학용품이나 장난감, 유행하는 옷을 갖고 싶었는데 갖지 못해서 속상했던 그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새 물건 대신 물려받은 물건을 썼던 경험 덕분에 마음이 한 층 자라지 않았는지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아이가 물건을 물려받아 쓸 때 그 물건에 스민 추억이나 역사를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아이에게 훨씬 멋진 경험이 되지 않을까요?
문호의 형 무호가 쓰던 크레파스, 실내화, 실로폰 등은 모두 깨끗하고 가지런히 정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원래 물건을 깔끔하게 쓰는 습관 탓이겠지만, 동생 문호에게 물려줄 생각에 더욱 신경을 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문호의 담임 선생님이 쓰시는 ‘참 잘했어요’ 도장은 어떤가요? 어릴 때는 그저 도장을 쾅쾅 찍어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커서 선생님이 된 뒤로 아버지가 물려주신 도장을 볼 때마다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새록새록 하게 만들었잖아요. 저 멀리 숭례문 같은 훌륭한 문화유산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모든 물건에는 각자의 추억과 역사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우리 아이들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조건 “아껴 써라.”, “물려받는 건 좋은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작은 물건이라도 애착을 가지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물려주고, 물려받는 것이 자연스레 기쁜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추천 포인트》
· 초등 교과 연계
1~2학년군 국어③-나 7. 이렇게 생각해요
3~4학년군 국어활동①-나 9. 상황에 어울리게
· 쓰던 물건을 물려받아 불만인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공감해 줍니다.
· 어떤 물건이든 저마다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여기가 왕무호 인테리어인가요?”
하필이면 지금 손님이 들어왔어요. 문호가 막 엄마에게 말을 걸려는데 말이에요.
“어서 오세요.”
엄마는 문호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보다 백배는 밝은 얼굴로 손님을 맞이했어요.
‘치……, 나보다 저 아줌마가 더 반가운가 봐.’
문호는 입술을 쭉 내밀고 엄마를 힐끔 쳐다봤어요. 그러고는 손님이 나갈 때까지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고 기다렸어요. 엄마는 손님이 있을 때 말 시키는 걸 가장 싫어하니까요.
“엄마! 나 있잖아.”
문호는 손님이 나가자마자 입을 열며 회전의자를 빙그르르 돌려서 엄마 앞에 멈추었어요.
“어머! 깜짝이야. 너 그 사탕 먹지 말랬지! 입술이랑 혓바닥이 그게 뭐야, 도깨비처럼! 얼른 양치질해.”
엄마는 별것도 아닌 일에 왜 이렇게 놀랄까요? 쪽쪽 빨면 입술도 파랑, 혀도 파랑으로 변신시켜 주는 막대 사탕이 얼마나 맛있고 재밌는데요.
문호는 마음속에서 꿈틀꿈틀 불만이 싹틀 때마다 파랑 사탕을 먹고 싶어요. 파랑 사탕을 빨아 먹으면 금방이라도 괴물로 변할 것 같거든요. 그런 상상을 하면 기분이 한결 나아져요. 오늘처럼 엄마가 화들짝 놀라는 것도 사실은 재미나다니까요.
“엄마! 나 실로폰 사 줘!”
“실로폰?”
엄마가 벽지를 둘둘 말다가 문호를 쳐다보며 되물었어요.
“집에 있잖아.”
“아이참, 실로폰 채가 다 휘어졌어! 오늘도 학교에서 얼마나 창피했는지 알아? 만날 형 것만 쓰래.”
오늘 진수와 실로폰 채로 칼싸움을 한 건 비밀이에요! 엄마가 알면 새 실로폰은커녕 문호를 무릎 꿇리고 폭풍 잔소리를 쏟아 낼 테니까요.
“그게 왜 형 거야? 이제 네 거야. 이름도 ‘왕문호’라고 고쳐 놨는걸. 만날 쓰는 것도 아닌데 있는 거 대충 써.”
엄마가 둘둘 만 벽지를 한쪽 벽에 세우며 전혀 문제없다는 듯 말했어요.
문호가 예상한 대로예요.
문호는 입을 쭉 내밀고 엄마에게 눈을 흘겼어요. ‘무호’를 ‘문호’로 고치는 건 누워서 코딱지 파기만큼이나 쉽잖아요.
형 이름 ‘왕무호’의 ‘무’에다 ‘ㄴ’만 써 넣으면 몽땅 문호 것이 되니까요. 형 물건을 물려주려고 이름도 문호라고 지었나 봐요. 리코더도, 리듬 악기 세트도 몽땅 형이 쓰던 건데 ‘ㄴ’을 붙여서 문호 것이 되었거든요.
“거봐, 엄마는 형만 좋아하잖아! 만날 형만 새거 사 주고.”
“형 거, 내 거가 어디 있어? 같이 쓰면 되지.”
그건 엄마 생각이라고요. 또 형 거 쓰라고요?
문호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 화산이 폭발할 지경이었어요.
“치! 리코더에서 형 입 냄새 나서 토할 뻔했어. 형은 이도 잘 안 닦잖아!”
정말이에요. 형이 입 속에 넣고 불었을 생각을 하니 찜찜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