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엉뚱 발랄한 가족과 교과서 같이 틀에 박힌 가족,
상반된 두 가족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우는
한 편의 유쾌한 드라마!
“네 엄마, 아빠가 우리 부모님이면 좋겠어!”변기에 앉아 글 쓰는 엄마, 밤늦게까지 피아노 치는 아빠,
지금도 군인이라고 믿는 할아버지, 이상한 발명만 해 대는 삼촌.
난 엉뚱하고 정신없는 우리 가족이 지긋지긋해.
내 친구 마르탱 가족처럼 평범하면 얼마나 좋을까?
마르탱, 우리 서로 가족 바꾸는 것 어때?
소녀의 엉뚱한 상상력과 웃음 가득한 이야기이 책은 초등 6학년 친구 둘이서 가족을 바꿔 생활하게 되는 이야기다. 가족을 바꾼다는 소재도 엉뚱하지만 그 속에서 펼쳐지는 내용은 더욱 유머러스하고 기발하다. 아이들은 쉽게 상상할 수도 있는 엉뚱한 상상력이 이야기 곳곳에 펼쳐진다. 마르탱이 학교에 스키 고글을 쓰고 가서는 ‘칠판에서 나오는 자외선을 피하기 위해서’ 절대 벗지 않는다거나, 할아버지가 쥐 니키타와 함께 빵집에 스파이가 있다며 빵집을 감시하는 것 같은 소소한 재미가 곳곳에 담겨 있다. 특히 이 책을 다 읽기 전에 미리 말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할머니의 비밀’ 또한 즐겁고 유쾌하다.
이 책은 시종일관 엉뚱한 자신의 가족에 대해 투덜거리는 소녀의 목소리로 이어진다. 주인공 소녀는 얼핏 들으면 잘난 체하는 말투이지만, 계속 읽다보면 사랑스럽고 즐겁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루시 M. 몽고메리의 소설 ‘빨간 머리 앤’이 생각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특히 주인공의 마음 속에서 가족에 대해 지긋지긋해 하다가도 어느 순간 가장 그리운 게 우리 가족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심리 표현들이 일품이다.
예를 들어 가족을 바꾼 후 바뀐 가족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내다가, TV를 통해 위험천만한 뉴스들을 접한 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잠들기 전 문득 가족이 생각났다. 괜스레 가슴 한구석이 아렸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세계 곳곳에서 홍수가 발생하는가 하면 도로와 집들이 물에 잠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만약 오늘 밤 엄청난 폭우가 내려 도시가 잠기고, 어찌어찌해서 내가 물에 빠져 죽기라도 한다면 난 엄마를 영영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2014년에 프랑스 청소년 문학 독자(교사와 사서 등)가 직접 선정하는 ‘센리더스상’을 수상한 작가 엘레오노르 카논은 아이들의 마음을 깊이 있게 표현하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고, 또한 식상할 수 있는 주제를 현대적으로 다루고 있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이야기이 책에는 반듯한 가족과 엉뚱한 가족이 등장한다. 반듯한 가족 속에 있는 아이는 엉뚱한 가족을 꿈꾸고, 엉뚱한 가족 속 아이는 반듯한 가족을 그리워한다. 이 책을 읽기 전 아이에게 물어보자. ‘어느 가족이 더 좋을까?’ 이 책을 다 읽은 아이는 정답을 알고 있다. 바로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 가족’이다. 나와 가장 많은 것을 함께 하고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우리 가족’이 언제나 가장 좋고,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이 자주 하는 상상 중 하나가 ‘난 다리 밑에서 주워 왔고, 내 진짜 부모님은 어딘가에서 나를 찾고 있을 거야.’ 이다. 이러한 상상 속에는 자신의 가족의 단점만 보면서 다른 가족의 장점에 대한 동경이 자리 잡고 있다. 현대 사회 속에서는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다양한 개성을 갖고 사는 가족이 많다. 또한 미디어를 통해 다른 가족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되면서 우리 가족의 소중함보다 다른 가족에 대해 동경하는 경우가 많이 생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가족 바꾸기 깜짝 쇼>는 우리 가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즐거움을 더 하는 그림과 영화이 책의 즐거움을 더 해주는 것은 그림과 영화다. 프랑스 원저작물에는 없던 그림을 그린 이효실 작가는 독자에게 더욱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 주었다. 특히 인물의 성격을 그림으로 유쾌하게 잘 표현해 냈다. 곱슬머리의 고집스런 표정을 자주 짓는 주인공, 오르탕시아의 모습과 머리를 삐죽삐죽 하늘로 세운 마르탱의 모습이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어떻게 변화하는 지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그리고 이 책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메모를 기록하는 것을 그림과 함께 엮어 더욱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의 주요한 소재는 영화다. 장 제목이 모두 영화 제목으로 지어졌다. 이 영화 제목들은 그 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면서 분위기를 잘 표현한다. 또한 이야기 속에도 영화 제목이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오르탕시아 가족 모두가 영화를 좋아한다는 설정이다 보니, 주인공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이야기에 영화가 많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영화에 대한 표현이 독자에게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집약적으로 상황을 묘사하는 힘을 이 책에서는 갖는다.




“물론 다른 사람의 사소한 일을 일일이 기억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쯤은 나도 알아. 하지만 하나뿐인 딸의 학교생활에는 관심 좀 가져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아빠의 사랑스러운 딸이 매주 목요일마다 시체가 되어서 돌아온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면 안되냐고! 오늘은 달리기까지 했단 말이야. 한번 생각해 봐. 거의 뻗기 직전인 상태로 집에 왔는데 반겨 주는 사람 하나 없지, 배고픈데 냉장고는 텅 비어 있지, 간신히 간식거리 좀 찾았다 생각했더니 삼촌이 나타나서 날름 낚아채 가지, 엄마는 수다쟁이 할머니를 피하려고 화장실에 숨어 있느라 딸이 왔는데도 본체만체하지, 아빠는 딸이 볼일 보는데 창문으로 불쑥 나타나지, 시도 때도 없이 불쑥 나타나던 할아버지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흔적조차 없지.”
“할아버지가 사라지시다니? 천만에! 노숙자 분장을 하고 빵집 앞에서 잠복 중이셔. 니키타가 함께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아빠는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조곤조곤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아빠의 생각과 달리 나는 할아버지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
“마르탱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 절차를 밟기 위해……. 아니, ‘교환’말입니다.”
교환이라는 말을 들으니까 할아버지가 즐겨 보는 냉전 시대 배경의 첩보 영화가 생각났다. 가족의 볼모가 된 나와 마르탱이 신호를 기다리며 다리 양쪽 끝에 서 있다. 다리를 비추는 불빛은 희미하고, 하염없이 눈이 내린다. 마르탱과 나는 비슷한 속도로 다리 가운데를 향해 걸어간다. 다리 가운데에 도착한 나와 마르탱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간단한 눈인사를 한 뒤, 정면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서로를 기다리는 가족에게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할아버지는 유독 이런 장면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