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한국아동문학상.세종아동문학상 수상 작가 김향이
국제 안데르센 상 후보.BIB 황금사과상 수상 화가 한병호
한국을 대표하는 두 작가가 전하는 화합과 공존의 메시지
해가 가고 해가 오면서 세월이 흘렀다.
두 나무가 부대껴 껍질이 벗겨지는 고통은 옹이로 남았다.
따로 또 같이 어우렁더우렁 살아 낸 세월은 꽃으로 피어났다.
그렇게 두 나무는 한 몸이 되었다.
세월을 견디고 연리지를 이룬 소나무와 등나무 이야기
어린이와 어른 독자가 오래 두고 함께 읽을 그림책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서로 얽혀 한 몸이 된 것을 ‘연리지’, ‘사랑나무’라고 부른다. 우연히 누군가의 눈에 띄면 많은 사람들이 그 독특하고 희귀한 모습에 감탄한다. 서로에게 기대 선 모습을 두고 부부 혹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인연을 떠올린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나무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김향이 작가는 한국적 정서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들로 한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 소개된 동화작가이다. 한국 화가로서는 처음으로 두 차례나 국제 안데르센 상 후보에 오르고, BIB 황금사과상을 받은 한병호 화가는 동양화에 뿌리를 둔 독창적 기법으로 우리 그림책의 세계적 위상을 높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작가가 처음으로 함께한 《사랑나무》는 전혀 다른 모습과 성질을 가진 소나무와 등나무가 한 그루의 사랑나무가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낸 그림책이다. 두 나무가 치열하게 갈등하고, 세월을 견디고, 마침내 한 몸이 되는 과정은 경쟁 위주의 세상에서 더불어 살아갈 방법을 배워야 할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전한다.
여러 해 전 수목원에서 소나무와 한 몸이 된 등나무를 보았다. 자라는 환경이 다른 두 나무가 한 몸으로 살아가자면 갈등이 많았을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 남남이 부부가 되어 자식 낳고 오랜 세월 살붙이로 늙어 가지 않던가. 연리지를 사랑나무, 혼인목이라 부르며 부부 혹은 부모와 자신에게 비유하는 것이 바로 이런 까닭이다. 참고 견디며 사랑하는 방법을 자연에 빗대어 이야기하고 싶었다. -김향이
소나무와 등나무가 기대어 살면 어느 한쪽이 말라죽어 버린다.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화합의 과정을 그리는 일은 어렵지만 의미 있었다. 아름답지만은 않을 어려움을 견디고 눈부신 꽃을 피우는 나무를 상상하며 독자들의 마음도 따뜻해지기를 바란다. -한병호
한 그루의 아름다운 나무를 이루기까지, 치열한 아픔과 갈등 소나무 아래 등나무 싹이 자라기 시작한다. 가녀리던 등나무 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더 높은 곳으로 가지를 뻗기 위해 소나무에 기댄다. 소나무를 타고 오른 등나무가 흰 꽃을 피우자,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아름다운 한 쌍’이라 감탄한다. 그러나 나무들의 속사정은 다르다.
등나무 줄기가 점점 소나무를 파고들었다.
소나무 껍질이 갈라지고 터져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좀 떨어지면 안 되겠니? 갑갑해서 죽을 것 같아.”
“가만히 서 있는데 뭐가 힘들어요! 남에게 기대 사는 저는 얼마나 힘들겠어요?”
“제발 나 좀 살려 줘!”
소나무가 화를 내고 사정해도 소용없었다.
-본문 중에서
길을 가던 사람들에게는 어느 날 우연히 나타난 풍경처럼 느껴지지만 그 아름다운 어울림을 위해 소나무와 등나무는 목숨을 건 치열한 갈등을 벌였다. 더 많은 물을 빼앗으려 악착같이 뿌리를 뻗고, 껍질이 벗겨서 속살이 패도록 서로를 옭아맨다. 그뿐이 아니다. 무수한 솔방울을 남기고 앙상하게 말라 버린 소나무의 죽음은 한 생명의 끝으로 보인다. 죽은 소나무는 이웃들의 집이 되고, 밥이 되어 줌으로써 수많은 생명으로 이어진다. 화가는 강렬한 색상으로 소나무의 죽음을 표현한 뒤 생명력이 가득한 자연 풍광을 보여 줌으로써, 소나무의 죽음이 소멸이 아닌 또 다른 생명의 탄생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등나무는 소나무의 죽음을 통해 새로 태어난 어린 소나무를 반가워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두려워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다만 지켜보며 양보하고 배려하던 등나무는 어린 소나무가 위험에 처했을 때 마침내 가지를 뻗는다.
《사랑나무》의 그림은 자연의 모습을 왜곡하거나 과장하지 않는다. 글 또한 많은 설명을 하지 않는다. 간결한 글과 그림이 촘촘히 얽혀 거대한 자연의 순환을 보여 준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당연한 듯 스치던 자연 풍경 속에 숨은 수많은 이야기를 상상하고, 길섶에 선 나무의 몸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을 눈여겨보게 될 것이다.
자연이 가르쳐 준 화합과 공존의 지혜 곧게 뻗은 소나무는 홀로 서 있을 때에도 이미 수목원의 자랑거리였다. 등나무는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독자들은 의문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등나무는 불완전한 존재일까? 소나무는 선하고 등나무는 악한 존재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소나무는 모두의 집이 되었다. 그제야 등나무는 깨달았다.
침입자들은 함께 살아갈 이웃이라는 것을.
죽은 소나무가 자기 몸을 내주어 더 많은 이웃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는 것을.
언젠가는 등나무도 그렇게 숲으로 돌아갈 것이다.
-본문 중에서
죽은 소나무는 수많은 이웃들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고, 먹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소나무가 남긴 솔방울에서 어린 소나무가 자라난다. 작품에도 드러나듯, 죽어가는 소나무는 다른 때보다 훨씬 많은 솔방울을 맺는다. 죽은 소나무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 새로운 생명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작가는 자연의 거대한 순환을 보여 줌으로써 독자들의 의문에 대답한다.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도 경이롭지만, 어느 생명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우리 모두가 커다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랑나무》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자연의 섭리를 이야기에 담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일깨우는 그림책이다.
한국적이고 남성적인 색채와 부드럽고 서정적인 언어의 아름다운 조화 한병호 화가는 우리 자연과 철학, 옛이야기를 동양화에 뿌리를 둔 독창적인 기법으로 풀어내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화가다. 《사랑나무》는 한병호 화가의 독창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그림책이다. 담채와 진채를 오가며 삶과 죽음, 위기와 화해를 긴장감 있게 보여 주고, 판화 기법과 강렬한 터치, 세밀한 묘사 등 다양한 기법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을 드러냈다. 남성적이고 강렬한 그림은 부드럽고 섬세한 글과 조화를 이룬다. 김향이 작가는 《달님은 알지요》로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동화의 힘을 증명했으며, 김향이 작가의 동화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정서를 감동적으로 풀어내 세계 곳곳에 소개되기도 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마치 시어와 같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와 화가가 처음으로 함께 만든 《사랑나무》는 보편적인 정서와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마치 연리지처럼 어우러진 작품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그림책이라 불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