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 노마 아동문예상 수상작천하무적 짝사랑 관찰 보고서
내 취미는 ‘신경 쓰이는 아이들’ 관찰하기.
그런데 외계인이나 좋아할 만한 아이, 히나코가 나타났다.
잘하는 거 하나 없고, 지지리 운도 없는
학교 대표 왕지질 히나코가
완벽하지만 차가워서 누구도 다가가지 못하는
왕재수 고키를 좋아한다고 선언했다.
맙소사, 주제 파악이나 하고 사랑을 하겠다는 거야?
■ 친구를 머리로 계산하는 아이친구를 사귀는 기준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좋아하는 게 비슷하다거나 이야기가 잘 통한다거나 식의 ‘마음’의 범주 안에서 정해진다. 하지만 친구 사귀기를 특이하게 하는 아이가 있다. 항상 똑 부러지고, 궂은 일은 먼저 나서서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참 괜찮은 아이로 통하는 쓰키코에게는 남모르는 자기만의 친구 사귀기 원칙이 있다. 마음을 주고받는 인간 관계를 귀찮아하는 쓰키코에게 친구 사귀기는 성가신 일이다. 하지만 학교 생활에서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수학 문제를 풀듯이 몇 가지 원칙 안에서 친구 사귀기를 계산한다.
먼저 아이들을 관찰한다. 친구들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공책에 ‘신경 쓰이는 아이들 순위’와 특징을 꼼꼼히 적는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친구들의 범주를 정한 뒤, 공부 잘하는 아이들 무리, 인기 있는 아이들 무리, 부자여서 친해 두면 얻는 게 많은 친구들 무리 등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학교생활을 즐긴다. 쓰키코에게 ‘신경 쓰이는 아이들’이란 사귀어서 ‘이익이 되는 아이들’이라는 뜻이다.
■ 너무 지질해서 왕따, 너무 잘나서 왕따쓰키코의 친구 사귀기 공식이 혼란을 빚기 시작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아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질해도 너무 지질해서, 잘나도 너무 잘나서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학교 대표 왕지질 히나코와 왕재수 고키.
처음 보자마자 한눈에 순위에서 빼버린 히나코는 바다에 가면 물에 빠지고, 산에 가면 조난당하고, 땅을 걸으면 길을 잃는 등 대책이 없는 아이다. 지지리 운도 없어서 눈만 마주쳐도 불행해진다는 소문까지 달고 다닌다. 그런데도 정작 자신은 항상 웃는다. 항상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열 번 넘어져도 열 번 일어난다. 그래서 더욱 친구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놀림거리가 된다.
히나코와 정반대인 고키는 외모도, 공부도, 운동도 어느 것 하나 못하는 게 없는 완벽한 아이다. 전학을 오자마자 쓰키코의 관찰 순위 1위에 오름은 물론 반 아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고키의 전성시대는 얼마 가지 못했다. 자신을 자칭 천재라 칭하고, 항상 친구들을 눈아래 놓고 깔보고, 절대 지고는 못 사는 오만불손한 성격 때문이다. 아무리 잘나도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니까.
쓰키코는 특이한 왕따 소녀와 소년을 관찰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끌리는 마음을 애써 외면한다.
하지만 어느새 두 아이는 신경 쓰이는 아이들 순위에 올라와 있다. 성가신 친구 관계를 누구보다 싫어하는 쓰키코의 눈과 귀와 마음은 왜 자꾸 두 아이에게로 향하는 걸까.
히나코는 외톨이다. 어느 무리에서도 히나코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요즘 이상하게 히나코가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히나코가 덜떨어졌지, 둔하지, 운 없지,
이쯤 되면 남자아이들한테 “얘들아, 나 좀 괴롭혀 줘.” 하고
광고하고 다니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아무리 고키가 운동 잘하고, 머리 좋고, 얼굴까지 잘생긴 완벽한
아이라고 해도 역시 사람은 마음이 중요하다.
고키가 오만불손하게 굴수록 우리 반 아이들이 싫어하고
멀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그런 것쯤은 알고 있다.
-본문 중에서
■ 친구의 조건, 사랑의 조건어른들 세계의 잣대로 친구를 정하고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찾던 쓰키코. 쓰키코에게 중요한 것은 그럴싸해 보이는 외적인 조건들이었다. 그런 쓰키코의 기준을 뒤흔든 건 바로 히나코의 고키에 대한 마음이었다. 히나코의 짝사랑은 생각나는 대로, 쏜살같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린다. 좋아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어떤 오해와 장애물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얼음처럼 차가운 고키의 마음을 녹일 정도의 뜨거운 마음으로 감싼다. 고키와 친해지고 싶지만 반 친구들이 싫어하는 고키와 가까이 지내다가 손해를 입는 게 두려운 자신과 달리 위험에 처한 고키를 돕자고 말하는 히나코의 순수함을 보면서 쓰키코는 조금씩 변해 간다.
잘난 맛에 사는 고키 역시 덜떨어지고, 둔해 보이는 히나코의 관심은 창피하다. 아이들의 놀림 역시 짜증스럽다. 하지만 얼음보다 차갑고 송곳보다 날카롭게 히나코를 대하던 고키 역시 히나코의 이인삼각 연습을 보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축구 클럽에서 공격수 자리를 빼앗기고 좌절에 빠졌던 고키는 미련스러울 정도로 연습을 하는 히나코를 보면서 끈기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잘난 쓰키코와 잘난 고키는 못난 아이 히나코를 통해 ‘마음이 끌리는 친구’의 의미를 알아 간다. 그리고 마음을 열어 간다.
외모도 중요하지만, 남자 친구라면 일 년에 천만 엔(우리나라돈으로 1억 원 정도-옮긴이)은
넘게 벌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은 어른들만 하는 게 아니다.
어린아이들도 돈 많은 아이와 친구가 되면 여러모로 이익이니까.
내 인생의 시나리오는 어른이 되면 외모도 성격도 빼어난 부자와 결혼하는 거다.
백 걸음 양보해서 외모는 고키 정도면 된다 해도, 성격은 스즈키, 집안은 모치가 이상형…….
아,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다.
히나코 취향에 이러쿵저러쿵 트집 잡을 처지가 아니다.
-본문 중에서
■ 관찰의 힘은 크다 쓰키코는 6학년 2반의 ‘신경 쓰이는 아이들’ 공책의 작가이자, 이야기의 흐름을 끌고 가는 화자다. 왕따 소녀인 히나코가 ‘짝사랑하는 남자 친구를 구한 용감한 여자아이’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왕재수 소년 고키가 기마전을 치르면서 반 친구들에게 손을 내미는 과정까지, 모두 쓰키코의 꼼꼼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된다. 때로는 이성적이고 차가운 작가의 시선이, 때로는 열세 살 소녀의 순순한 시선이 교차하면서 좀 더 다양한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한다. 히나코와 고키의 또 다른 매력은 물론 예쁜 척하는 아유의 의리, 소심한 모치의 용기, 자기 주장이 강한 가지코의 포용력 등 친구들의 색다른 면을 관찰하는 재미도 더한다. 알고 보면 어느 누구도 한 가지 면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값진 지혜까지도.
물론 고키도 웃기는 한다. 아니, 웃을 때가 많다.
축구 시합에서 공을 넣었을 때의 대담한 웃음,
시험에서 백 점을 맞았을 때의 자랑스러운 웃음,
그리고 남을 깔보는 듯한 차가운 웃음.
나는 신경 쓰이는 아이들 살피기를 게을리하지 않기 때문에
고키가 어느 때, 어떤 웃음을 짓는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저렇게 부드럽게 웃는 고키의 얼굴은 처음 본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