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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돌은 따듯하다
섬아이 | 3-4학년 | 201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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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섬집문고 시리즈 28권. 전병호 시인이 일곱 번째로 펴내는 동시집이다. 이 동시집은 시인이 실제로 만주 지역을 답사하여 백두산과 그 주변을 둘러보고 쓴 기행동시집이라는 점에서 새롭고 가치가 있다. 기행동시는 흔치 않아도 동시집에서 이따금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동시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만주 지역에 도착하여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직접 보고 돌아올 때까지의 이야기를 시화하여 집중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생생한 현장감과 기행시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출판사 리뷰

전병호 시인은 동시집을 펴낼 때마다 새로운 시적 변화를 꾀하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1981년 소년중앙문학상과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래 지금까지 여섯 권의 동시집을 펴냈다. 『백두산 돌은 따듯하다』는 일곱 번째 동시집이다.
만주는 고구려와 발해의 옛 땅이며 일제강점기에는 독립투사들이 나라를 되찾겠다고 피 흘리며 싸우던 땅이다. 그곳을 찾아간 시인의 눈에 만주는 어찌 잃어버린 과거의 땅이겠는가. 산과 강은 물론 집과 나무와 돌멩이 한 개까지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이 책은 백두산을 제재로 쓴 연작동시집이면서 기행동시집이다. 이제까지 백두산을 제재로 쓴 동시는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가벼운 감탄이나 풍경 스케치, 개인적인 소감을 밝히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전병호 시인은 이 동시집을 내기까지 많은 시를 버리고 다시 썼다고 한다. 통일이라는 주제를 직설적으로 드러내거나 백두산을 보고 나는 이만큼 많이 감동했다고 보여주는 시는 동어 반복에 지나지 않으며 진정한 문학적 감동을 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노래해야 할까. 민족의 시원으로서의 신비의 공간,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할 자연, 거센 비바람을 이겨내는 들꽃으로 비유되는 겨레의 삶, 감출 수 없는 통일의 염원, 동북공정에 대비해야 할 우리의 자세 등 백두산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형상화하고자 하였다.
이렇게 하면 어린이들이 백두산을 좀 더 깊고 폭 넓게 받아들일 것으로 보았다. 이점이 이제까지 발표된 다른 백두산 시를 비롯하여 기행동시들과 크게 다른 점이다. 그 때문일까. 모든 작품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행동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만하다.

『백두산 돌은 따듯하다』에는 총 56편의 작품이 네 파트로 나뉘어 실려 있다.

제1부 ‘백두산 황소’는 시적 화자가 연변과 백두산 아랫마을 등을 돌아보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형상화한 시이다.

지평선 끝까지/옥수수 밭이다.//지평선을 넘어가도/옥수수 밭이다.//옥수수 밭을 지나는데/하루가 갔다.
―「만주벌판」 전문

두만강 건널 때 가져온/아기 복숭아나무 뜰에 심고/꽃필 때마다/할아버지는 다짐했다지요./언젠가 돌아가리라, 내 고향!//개울가에 논 만들고/벼가 익어 고개 숙일 때마다/남쪽 하늘 바라보며 빌고 또 빌었다지요./배고픈 부모형제 모셔와 함께 살았으면!//이제는 자손들만 남아/할아버지 꿈이 이루어질 날을/기다리며 산다 하지요./두만강 건너 한민족마을!
―「한민족마을」 전문

만주는 넓은 벌판이 끝없이 이어지는 곳이다. 인천공항에서 장춘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가서 내리면 그 옥수수 밭을 보게 된다. 「만주벌판」에는 그 옥수수 밭이 얼마나 넓은지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다. “지평선 끝까지/옥수수 밭이”고 “지평선을 넘어가도/옥수수 밭”이며, “옥수수 밭을 지나는데/하루가 갔다.”고 하니 만주벌판의 광활함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만주는 130여 년 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모여 살기 시작한 곳이다. 그들은 「한민족 마을」에 나와 있듯 “두만강 건널 때 가져온/아기 복숭아나무 뜰에 심고/꽃 필 때마다” “언젠가 돌아가리라 내 고향!” 하고 다짐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자손들만 남아 대대로 사는 곳이 ‘두만강 건너 한민족 마을’이다.
한민족을 흔히 ‘백의민족’이라고 한다. 「백의민족」에서는 한민족이 흰 옷을 즐겨 입을 뿐만 아니라, 사는 집도 벽을 하얗게 칠한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우리 동포들이 낯선 타국에서도 민족의 전통과 정서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만주는 일제 강점기에 독립투사들이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싸웠던 곳이다.
“연변에 가면/윤동주 시인이 살던 마을”에는 “어느 때인가 조선에서 온 청년/석 달을 머물면서/권총 사격 연습을 하고/새벽안개 헤치며/하얼빈으로 떠난 그 빈 집”이 한 채 있다.(「그 빈 집」) “안개 짙은 새벽이면/만주벌판으로/털모자 쓴 아저씨가/말을 타고 달려”갔으며(「독립군 아저씨」), “비암산에/소나무 한 그루 우뚝 섰던 그때는” “해란강 강바람도/‘독립! 독립!’/큰 소리로 울부짖었”다고 한다.(「비암산 소나무」)
시적 화자는 만주를 남의 나라 땅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백두산 기슭에서 풀을 뜯는 황소에게 “네가 풀을 뜯는 이곳은/옛날부터 우리 땅이었단다.”라고 말해 준다.(「백두산 황소」) 그리고 「선구자」 노래의 배경이 된 일송정을 찾아 「선구자」를 부른다. 엄마가 부르자 “아빠가 부르고/내가 부르고/아저씨도/낯선 누나도 따라 부”르고,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같이 부”르는 「선구자」를 통해 민족애와 애국심을 보여 준다.

제2부 ‘걸어 넘는 백두산’은 천지를 보며 백두산을 걸어 넘는 시인의 체험이 담겨있는 시들이다.

내가 꿈에서도 걱정하는 걸/아셨을까//아침 일찍 일어나/구름을 쓸고/파랗게/천지의 하늘을 열어놓은/참 부지런하고 친절한 하느님//고맙습니다.
―「부지런한 하느님」 전문

백운봉, 청석봉, 녹명봉…… 열여섯 봉우리가 어깨를 맞대고 둘러서서 지키고 있어요. 하늘 담고 유리알처럼 빛나는 천지. 돌멩이라도 한 개 떨어지면 “쨍!” 하고 깨질 것 같은 하늘을 천지는 몇 천 년이나 담고 있는 것일까요?//구름 뚫고 솟은 산봉우리에 하늘연못이 있다니!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요? 해발 2,744m 나는 왜 꼭 천지 앞에 서고 싶었던 것일까요. 가장 큰 소원을 빌어야 할 텐데……. 눈 감고 조용히 두 손을 모았어요.//천지 건너 봉우리 너머에서 쉴 새 없이 구름이 일어나요. 봉우리를 넘어온 구름이 천지로 흘러내리며 자취도 없이 흩어져요. 산골짜기에는 녹다 만 눈. 다시 구름이 일어나요. 하늘 가득 몰려와요. 순식간에 천지를 감춰요.
―「천지, 하늘연못」 전문

백두산의 기후는 매우 변화무쌍하다. 산꼭대기가 1년 중 8개월이 눈에 덮이고 화산 폭발로 하얀 바위가 쌓인 ‘흰머리산’이라는 뜻으로 ‘백두산(白頭山)’이라 부르지만, 날씨가 하루에도 백두 번이나 변해서 ‘백두산’이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7-8월에는 강수량이 많아 맑은 날이 며칠 되지 않기 때문에, 힘들게 백두산에 올라도 천지를 못보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천지는 하늘이 허락해야만 열린다는 말이 있는데, 「부지런한 하느님」은 그 말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시적 화자가 걱정하는 것을 미리 알았는지 “아침 일찍 일어나/구름을 쓸고/파랗게/천지의 하늘을 열어놓은/참 부지런하고 친절한 하느님”!을 보니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말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 날은 틀림없이 천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천지는 화산이 폭발한 뒤 중심부가 움푹 내려앉아 호수가 된 것이다. 넓고 파란 호수 주위에 열여섯 봉우리가 둘러서 있어 일대 장관을 이룬다. 「천지, 하늘연못」은 이런 천지의 모습을 생동감 넘치게 묘사한 작품이다. 천지 주위에는 구름이 자주 일어나는데, “봉우리를 넘어온 구름이 천지로 흘러내리며 자취도 없이 흩어져요.”라는 구절에서는 한없는 신비감을 자아낸다.
천지를 향해 가며 백두산을 넘는 길은 가파르고 험하다. 능선과 오르막, 내리막을 거쳐야 하는데 10시간 이상을 꼬박 걸어야 한다. 「백두산을 넘는 할머니」에는 “머리띠를 두르고/두 손에 지팡이를 잡고” 백두산 산행에 도전하는 할머니가 나온다. 일 년 넘게 걷기 연습을 하셨다지만, 첫 번째 바위산을 넘고 나자 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지셨다. 이 작품은 할머니의 백두산 산행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지만, “구름도 천천히 뒤따라왔다.”는 마지막 연이 문학적 정취를 느끼게 한다.

제3부 ‘두메양귀비꽃’에서는 비로용담, 호범꼬리, 두메구절초, 두메양귀비, 구름국화, 좀참꽃, 가솔송, 노랑만병초, 하늘매발톱꽃, 두메분취, 애기괭이 등 주로 천지 부근에서 만날 수 있는 풀꽃들을 그리고 있다.

한 발 건너 뛸 곳을 둘러보니/비로용담이 춥다고 바르르 떨고//또 한 발 건너 뛸 곳을 둘러보니/나 여기 있으니 조심하라고/호범꼬리가 꼬리를 살살 흔들고//아무래도 안 되겠다/돌아 나가다가 아차 발을 헛디뎌/두메구절초를 밟았다.//두메구절초가 부스스 일어나면서/하얀 이를 내놓고 해맑게 웃는 거야./그게 얼마나 더 미안한지//갑자기 나는 발을 접질린 듯/겅, 중, 겅, 중, 깨금발을 뛰며/풀밭에서 돌아 나왔다.
―「백두산 풀꽃」 전문

백두산은 ‘천상의 화원’으로 유명하다. 2,4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데, 6월에서 8월은 꽃들이 일제히 피어 커다란 꽃밭을 이룬다. 「백두산 풀꽃」은 발 디딜 틈 없이 피어 있는 풀꽃들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화자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 보여줌으로써 백두산의 자연을 보존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춥다고 바르르 떠는 비로용담, 나 여기 있으니 조심하라고 꼬리를 살살 흔드는 호범꼬리, 발에 밟히자 부스스 일어나면서 하얀 이를 내놓고 해맑게 웃는 두메구절초……. 풀꽃을 특성을 살린 개성적인 표현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시적 화자가 왜 겅, 중, 겅, 중, 깨금발을 뛰며 풀밭에서 돌아 나왔는지 독자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노랑만병초」는 천지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발에 밟힐 정도로 많아 “천지 기슭은 온통/노랑만병초 꽃밭이다.” 그러나 이 꽃은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다. 몸을 낮추었기에 바람을 견디고, 함께 모여 있기에 추위를 이기는 강인한 사람같은 야생화다. 거센 바람과 매운 추위에도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꽃을 피웠다는 점에서, 모진 고난을 이기고 이 땅을 지키며 살아온 우리 겨레를 연상시킨다.
「하늘매발톱꽃」은 꽃을 “목을 길게 빼고/하늘 높이 떠 있는” 한 마리 매로 형상화한 것이 이채롭다. 돌밭을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미끄러진 화자가, 하늘매발톱꽃에서 매 한 마리를 발견하는 대목이 아주 자연스럽다. 미끄러져 넘어졌다가 고개를 드니 “매 한 마리/날개 쫙 펴고/산 높이 날고 있다.”니……. “금방이라도 내려와 움켜쥘 듯/날을 세운 긴 발톱.”이라는 구절이 매의 존재감을 잘 드러냈다.

제4부 ‘백두산 잠자리’는 인간과 자연이 동화된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백두산은 이처럼 특별한 공간이다. 또 삶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는 곳으로도 나타난다.

키 작은 나뭇가지 위에서/빙빙 돈다.//“잠자라, 잠자라/여기 앉아라.”//나는/검지손가락을 세워 들었다.//잠자리 포르르/날아와 앉았다.//나는 나무다.
―「백두산 잠자리」 전문

「백두산 잠자리」는 시적 사유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적화자는 잠자리가 포르르 날아와 검지손가락에 앉는 순간 ‘나는 나무다.’ 라고 인식한다. 이런 직관적 인식은 자연과 인간의 소통이 이루어지며 합일되는 공간임을 나타내고 있다.
「바람처럼」에서는 시인의 시적 사유가 더욱 깊어지고 구체화된다. 산은 햇빛과 바람과 비로 하느님이 가꾸시는 꽃밭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실 인식은 “꽃잎 흔들고 가는 바람처럼/우리는/발자국도 남기지 말고/지나가야” 한다는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인간도 하느님이 창조한 자연의 일부이니 질서에 순응하면서, 자연을 훼손하지 말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백두산 돌은 따듯하다』는 전병호 시인의 또 다른 시세계를 보여 주는 문제시집이다.
시인은 「책머리에」에서 “시는 자신이 얼마나 많이 감동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시적 감동을 얼마나 생생하게 되살려 보여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놓았다.
이 동시집은 시인의 뜻대로 많은 문학적 성취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동시집을 읽는 어린이와 어른 누구나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직접 보고 걷는 것 같은 느낌과 시적 감동을 갖게 됨으로써 민족의 성산으로서 백두산의 이미지를 가슴 깊이 간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평선 끝까지/옥수수 밭이다.//지평선을 넘어가도/옥수수 밭이다.//옥수수 밭을 지나는데/하루가 갔다.
―「만주벌판」 전문

두만강 건널 때 가져온/아기 복숭아나무 뜰에 심고/꽃필 때마다/할아버지는 다짐했다지요./언젠가 돌아가리라, 내 고향!//개울가에 논 만들고/벼가 익어 고개 숙일 때마다/남쪽 하늘 바라보며 빌고 또 빌었다지요./배고픈 부모형제 모셔와 함께 살았으면!//이제는 자손들만 남아/할아버지 꿈이 이루어질 날을/기다리며 산다 하지요./두만강 건너 한민족마을!
―「한민족마을」 전문

한민족이 사는 집은/벽을/하얗게 칠한다.//낡고/기울어져도/한민족이 사는 집은/벽이 하얗다.
―「백의민족」 전문

엄마가/해란강을 보며/꼭 불러보고 싶다던 노래, 선구자.//노래를 부르면/더 와보고 싶었다는/일송정.//마침내 오늘 일송정에 올라/엄마가 선구자를 부른다.//아빠가 부르고/내가 부르고/아저씨도/낯선 누나도 따라 부른다.//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같이 부른다./선구자, 그 노래.
―「선구자, 그 노래」 전문

만주 지역은 넓은 벌판이 끝없이 이어지는 곳이다. 만주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중국의 장춘 공항에 닿으면 옥수수 밭을 보게 된다. 장춘은 모두 옥수수 밭이어서 버스를 타고 달리면 옥수수 밭만 보게 된다고 한다. 「만주벌판」에는 그 옥수수 밭이 얼마나 넓은지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다. “지평선 끝까지/옥수수 밭이”고 “지평선을 넘어가도/옥수수 밭”이며, “옥수수 밭을 지나는데/하루가 갔다.”고 하니 만주벌판의 광활함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만주 지역은 130여 년 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모여 살기 시작한 곳이다. 그들은 「한민족마을」에 나와 있듯이 “두만강 건널 때 가져온/아기 복숭아나무 뜰에 심고/꽃 필 때마다” “언젠가 돌아가리라 내 고향!” 하고 다짐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자손들만 남아 대대로 사는 곳이 ‘두만강 건너 한민족마을’이다.
한민족을 흔히 ‘백의민족’이라고 한다. 오랜 옛날부터 흰옷을 즐겨 입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백의민족」에는 한민족이 흰옷을 즐겨 입을 뿐만 아니라, 사는 집도 벽을 하얗게 칠한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만주 지역의 우리 동포들이 낯선 타국에서도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과 정서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살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만주 지역은 일제 강점기에 독립투사들이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싸웠던 곳이다.
“연변에 가면/윤동주 시인이 살던 마을”에는 “어느 때인가 조선에서 온 청년/석 달을 머물면서/권총 사격 연습을 하고/새벽안개 헤치며/하얼빈으로 떠난 그 빈 집”이 한 채 있다.(「그 빈 집」) “안개 짙은 새벽이면/만주벌판으로/털모자 쓴 아저씨가/말을 타고 달려”갔으며(「독립군 아저씨」), “비암산에/소나무 한 그루 우뚝 섰던 그때는” “해란강 강바람도/‘독립! 독립!’/큰 소리로 울부짖었”다고 한다.(「비암산 소나무」)

내가 꿈에서도 걱정하는 걸/아셨을까//아침 일찍 일어나/구름을 쓸고/파랗게/천지의 하늘을 열어놓은/참 부지런하고 친절한 하느님//고맙습니다.
―「부지런한 하느님」 전문

백운봉, 청석봉, 녹명봉…… 열여섯 봉우리가 어깨를 맞대고 둘러서서 지키고 있어요. 하늘 담고 유리알처럼 빛나는 천지. 돌멩이라도 한 개 떨어지면 “쨍!” 하고 깨질 것 같은 하늘을 천지는 몇 천 년이나 담고 있는 것일까요?//구름 뚫고 솟은 산봉우리에 하늘연못이 있다니!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요? 해발 2,744m 나는 왜 꼭 천지 앞에 서고 싶었던 것일까요. 가장 큰 소원을 빌어야 할 텐데……. 눈 감고 조용히 두 손을 모았어요.//천지 건너 봉우리 너머에서 쉴 새 없이 구름이 일어나요. 봉우리를 넘어온 구름이 천지로 흘러내리며 자취도 없이 흩어져요. 산골짜기에는 녹다 만 눈. 다시 구름이 일어나요. 하늘 가득 몰려와요. 순식간에 천지를 감춰요.
―「천지, 하늘연못」 전문

머리띠를 두르고/두 손에 지팡이를 잡고/맨 앞에 서셨다/서울에서 온 할머니//일 년 넘게 걷기 연습을 하셨단다./목소리가 카랑카랑했다.//첫 번째 바위산을 넘고 나자/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지셨다.//하지만 아무도/할머니를 앞서가지 않았다.//구름도 천천히 뒤따라왔다.
―「백두산을 넘는 할머니」 전문

  작가 소개

저자 : 전병호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동시집 <백두산 돌은 따듯하다> <봄으로 가는 버스> <들꽃초등학교> <아, 명량대첩!> <꽃 속의 작은 촛불> <소금 얻으러 간 날> <꽃봉오리는 꿈으로 큰다> 출간.

  목차

제1부 백두산 황소
제2부 걸어 넘는 백두산
제3부 두메양귀비꽃
제4부 백두산 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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