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한빛문고 21권 <메아리>에는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기틀을 다진 작가로 꼽히는 이주홍 선생님의 단편 동화 4편이 실렸다. 가족을 향한 그리움, 삭막해지는 도시에서도 따뜻한 육친의 정을 확인하는 과정, 말썽꾸러기 아이가 신비한 노파를 만나 달라지게 된 이야기 등 단편마다 특색 있는 메시지가 큰 감동과 재미를 가져다 줄 것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아동문학가의 동화답게 맛깔나는 지역말이 가득 담긴 것도 큰 매력이다. 아이들 눈높이에 무리 없는 방언은 살리고 생소하게 느낄 법한 말들은 주석을 달아 두었다. 여타 단행본에서는 원문의 경상도식 발음 대부분이 표준어로 다듬어졌지만 이 책을 통해 지역말의 활달한 분위기를 느끼게 될 것이다.
박철민 화백이 공들여 그린 동양화풍의 그림도 책 읽는 맛을 돋워 준다. 네 작품이 발표된 시기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까지로, 작품마다 시대적 분위기를 다르게 그려 내는 것은 까다로운 작업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15년 넘게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려 온 박 화백은 당시 배경을 정확하게 복원하면서도 베테랑의 솜씨로 세련된 멋을 그림에 입혀 주었다.
이주홍 작가가 생전에 가깝게 인연을 맺었던 공재동 아동문학가의 해설글도 덧붙였다. 동시를 쓰는 시인은 장황하지 않으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문장들로 우리가 동심을 곁에 두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도록 해 준다.
출판사 리뷰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을 동심으로 치유하며
아동문학의 터전을 일궈 온 이주홍의 단편 동화 모음집!
★표제작 「메아리」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 수록★
“이주홍이 한국문학의 거장인 이유는
작품에 맑은 동심과 한국적 상상력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_ 정선혜(아동문학가)
우리나라가 일제의 탄압을 받고 있던 1920년대 중반, 일본에서 고학하던 한 청년의 동화가 모국의 잡지에 실립니다. 그는 귀국해서 사라져 가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되살리는 데 힘을 쏟습니다. 일본 경찰에게 붙잡혀 수감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한국문학을 향한 열정이 꺾인 건 아니었습니다. 그는 해방된 이후 우리 국사 교과서를 되살리기도 하고 동화뿐만 아니라 동시·소설·시·수필·희곡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평생을 동심 속에서 노닐며 근현대사의 굴곡을 동화로 어루만진 ‘향파 이주홍’ 선생님의 삶입니다.
이 책에 실린 작품에는 민족이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사람’을 향한 애착을 놓지 않았던 그의 시선이 듬뿍 묻어납니다. 실제로 자녀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동화를 쓰기도 했다는 이주홍 선생님은 아이들의 현실과 단단하게 밀착되어 있는 캐릭터를 탄생시켰습니다. 어디 한군데 모난 곳도 있고 때때로 말썽도 피우기도 하지만 마음은 순수한 아이들이지요. 작품 속 인물들은 우리 영혼의 어두운 곳을 돌아보게도 만들고 때때로 맺혀 있던 감정을 대신 표출해 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인물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게 될까요?
■ 주인공 만나 보기 ■
“누야! 누야가 보고 싶어서 꼭 죽겠어요!” - 「메아리」
나는 ‘돌이’예요. 우리 집은 이웃 하나 없는 산속에 있어요. 아빠와 누야, 외양간의 암소 한 마리가 우리 가족입니다. 내 친구는 메아리예요. 내 말을 똑같이 흉내 내 주어서 메아리와 얘기하면 재미있지요. 우리 누야는 내일이면 시집을 간대요. 시집이 무언지는 모르지만 “남의 집으루” 가는 거래요. 누나와 헤어지는 게 너무 슬픈데, 이대로 외톨이가 되면 어떡하지요?
표제작 「메아리」는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된 작품으로 누이를 떠나보낸 소년의 그리움과 외로움이 간결한 문체로 형상화되었습니다. 소년의 절절한 감정은 화려한 미사여구로 치장하지 않고 민낯 그대로 우리를 찾아옵니다. 책장이 덮인 후에도 쉬이 가시지 않는 여운이 문학적인 향기를 풍기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 정말로 ‘매구’가 되면 어떡해요?” - 「사랑하는 악마」
나는 3학년 7반 오정미예요. 할머니가 우리 집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자꾸 나더러 ‘야시’, ‘매구’래요. 사투리가 심한 할머니는 여우를 야시라고, 마귀를 매구라고 하는 게 아니겠어요? 물론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살갑고 친절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귀라니요! 나, ‘착한 아이 되기 프로젝트’라도 해야 하는 걸까요?
「사랑하는 악마」는 조부모와 아이들의 관계를 돌아보도록 해 주는 수작입니다. 할머니의 말과 사고방식이 어색하기만 한 손녀 정미의 모습이 공감을 불러오지요. 할머니와 정미의 갈등을 통해, 점점 각박해지는 도시의 모습을 풍자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물론 할머니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는 덤이고요!
“내가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라고요?” - 「못나도 울 엄마」
우리 언니는 내가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래요. 철다리 밑에서 떡 파는 할머니가 우리 엄마라고요. 언니랑 한바탕 싸우고 나와 보니 어느새 철다리까지 왔네요. 어? 저 사람은…… 아니야, 이렇게 못생기고 가난한 할머니가 내 엄마일 리 없어! 그런데 할머니는 혼자서 떡 함지박도 들 수가 없는걸요. 안 되겠어요. 일단은 내가 할머니를 도와드려야겠어요!
어른들이 아이들을 놀릴 때 종종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고 이야기하곤 하지요. 「못나도 울 엄마」의 주인공 명희도 그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우연히 만나게 된 ‘친엄마’는 실망스러운 모습이지만 순수한 명희는 그런 엄마에게서도 핏줄의 정을 느끼지요. 독자들은 명희가 마음을 돌리는 과정에서 해학의 미를, 작품 끝머리에서 깜짝 반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노파의 주문을 괜히 따라했나 봐요!” - 「연못가의 움막」
나는 태성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날 보면 말썽꾸러기, 악동이라고 할지 몰라요. 동물원에서 동물 괴롭히기, 학교 빼먹기, 어머니한테 용돈 조르기가 특기거든요. 연못가 움막에서 지내는 노파를 골려 주는 것도요. 하루는 무심결에 노파의 중얼중얼 소리를 따라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내가 거지로 변해 버렸어요! 난 정말 할머니의 마술에 걸려든 것일까요? 난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 거죠?
『메아리』의 해설글을 쓴 공재동 아동문학가는 “이주홍의 작가정신이 「연못가의 움막」에서 절정을 이룬다”며 이 작품을 평했습니다. 한국적인 미가 가득 담긴 판타지의 세계에서 가족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무턱대고 교훈을 ‘가르치려는’ 문학이 아닌, 아이들과 시선을 맞추며 자연스럽게 이끌어 주려는 문학을 향한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작가 소개
저자 : 이주홍
1906년 경상남도 합천에서 태어났습니다. 1925년 『신소년』 잡지에 동화 「뱀새끼의 무도」를 발표한 뒤, 1987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많은 동요, 동시, 동화를 썼습니다. 작품집으로는 《피리부는 소년》, 《사랑하는 악마》, 《못나도 울 엄마》 외에 여러 권이 있습니다. 이주홍 선생님은 한국불교아동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경상남도문화상, 대한민국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목차
메아리 7쪽 / 사랑하는 악마 31쪽 / 못나도 울 엄마 73쪽 / 연못가의 움막 117쪽
작품 해설―이주홍 동화를 통한 아동문학 다시 보기 1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