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오빠 머릿속엔 색색깔의 폭죽이 들어 있대요!”
오빠는 걸핏하면 분노의 구름에 휩싸여요.
아무 데서나 쿵쾅거리고 아무한테나 으르렁대지요.
으~, 그때마다 레나는 꼼짝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어느 날, 레나에게 비밀 친구가 찾아왔어요.
세상에, 오빠에게도 그런 적이 있었다지 뭐예요!
쉿! 엄마 아빠한테는 절대로 말하면 안 된대요.
흐음, 오빠의 폭죽이 비밀 친구 앞에선 얌전히 있었을까요?
말썽쟁이 오빠와 소심쟁이 여동생이 펼치는 좌충우돌 감정 조절 이야기!
아이들 마음속에 분노가 자라고 있어요! _어린이를 위한 감정 조절 이야기 요즘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경쟁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누가 먼저 기었는지, 누가 먼저 이가 났는지, 누가 먼저 ‘엄마’ 소리를 했는지, 누가 먼저 쉬를 가렸는지…… 등등.
유치원을 시작으로 사회생활에 접어들면서는 아예 대놓고 무한 경쟁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초등학교는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 누가 공부를 더 잘하는지, 누구의 발표 실력이 더 뛰어난지, 누가 노래를 더 잘 부르는지, 심지어 누가 더 예쁘고 멋진지까지……, 모든 것이 비교 대상이다. 어느 집이랄 것 없이 귀하디귀하게 자란 아이들은 온실 속 화초처럼 과다한 보호를 받으면서도, 한겨울 찬바람처럼 매몰찬 경쟁의 세계로 가차 없이 내몰리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는 사이에 알게 모르게 아이를 옥죄는 스트레스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분노로 변신해 버린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만나면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못 견디게 되는 것이다. 급기야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무턱대고 화를 내거나 억지를 부리거나 떼를 쓰기도 한다. 그것이 심해지면 난폭한 행동으로 표출되어 고함을 지르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사태로까지 번진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일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이른다. 《오빠는 오늘도 폭발 중》은 바로 그런 상황에 놓인 아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오빠 눈에서 불꽃이 번쩍였다. 아빠는 그걸 ‘짧은 도화선’이라고 불렀다. 오빠의 뇌는 이따금 이렇게 불이 붙었다. 오빠 얼굴을 보면, 속에서 뭔가 타고 있다는 걸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폭죽, 또는 작은 폭탄 같았다.
오빠가 말했다.
“달팽이.”
레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그대로 서 있었다. 오빠가 ‘달팽이’라고 말할 때는 이미 폭탄이 터진 거였다. 그럴 때면 폭죽이라도 터뜨리는 것처럼 오빠의 기분도 시끄러웠다. 이럴 땐 그저 가만히 있는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얌전히 기다려야 했다. 언젠가 아빠가 레나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가르쳐 주었다. 아빠는 불은 물로 끄는 거라고 말했다. 불을 더 세게 붙여서 끄는 게 아니라고……. -21쪽에서
마치 머릿속에 폭죽이라도 들어 있는 것처럼 시시때때로 분노를 터뜨리며 폭력적으로 구는 라프 오빠……. 그런 오빠를 바라보는 두 살 터울의 여동생은 자신 앞에 놓인 모든 상황이 그저 조심스럽다. 더욱이 오빠가 분노를 터뜨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도 빤히 알고 있기에 자꾸만 더 소심해지기만 한다.
이렇듯 《오빠는 오늘도 폭발 중》은 분노를 다스리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시시때때로 말썽을 부리는 오빠와, 자신보다 상대방을 더 배려하는 조심스런 성격 탓에 자기 생각을 좀체 밖으로 끄집어내지 못하는 소심쟁이 여동생의 모습을 통해, 감정 조절의 불균형이 불러일으키는 심각성을 일깨우고 다 함께 어우러지기 위한 소통의 방법을 모색해 나가는 이야기다.
거센 사자와 연약한 사슴의 대결_말썽쟁이와 소심쟁의 맞짱 뜨기 어느 날, 파란색 꽃병에서 아주 작은 파란 사슴 열세 마리가 기어 나오더니, 레나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주인님!”이라고 부른다. 레나는 자신을 ‘주인님’이라 불러 주는 사슴들을 신기하게 여기고 고맙다고 말한다. 사슴들은 이내 파란색 바다 포스터 안으로 사라진다.
레나는 이 신기한 경험에 흥분한 나머지, 엄마에게 얘기해 주려고 방문을 벌컥 연다. 때맞춰 문밖에 서 있던 라프 오빠는 레나가 동물을 봤다는 걸 알아차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한다. 자기도 이 년 전쯤에 비밀의 동물을 두 번이나 만나서 함께 놀았지만, 아빠에게 말한 뒤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그 비밀 동물은 말을 하는 순간에 날아가 버린단다. 그래서 레나는 파란 사슴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않기로 한다.
며칠 뒤, 한밤중에 파란 사슴 열세 마리가 다시 나타난다. 레나는 사슴들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어 보다가 “놀자.”라는 말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사슴에게 통하는 말이 있다는 걸 알아낸 것이다. 사슴들은 신나게 놀다가 피곤한 기색을 보이더니, 파란색 책 속으로 들어가 사라진다.
얼마 뒤, 엄마가 라프 오빠와 레나를 불러 놓고 몇 달 후에 동생이 생길 거라고 말한다. 라프 오빠는 동생이 또 생기는 게 싫다고 소리를 지르며 이층으로 사라지고, 레나는 엄마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오빠를 설득하러 쫓아간다. 그때 커다란 사자가 라프 오빠의 어깨 위에 나타난다. 뒤이어 레나의 파란 사슴들도 기어 나온다. 사자는 파란 사슴들을 쫓아다니며 공격한다. 사슴 몇 마리가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자, 레나는 라프 오빠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고 사자의 공격을 멈추게 하라고 소리친다. 라프 오빠가 사자의 ‘주인님’이니까 오빠만이 막을 수 있다고! 라프 오빠는 레나가 불러 주는 대로 “쓰다듬어!” “생각해!” “조용히 해!” 등의 말을 외친다.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어느 순간에 사자는 진정이 된다.
그런데 사슴들이 멋모르고 사자에게 다가가 얼쩡거리는 바람에 또다시 공격을 받을 위기에 처한다. 이번에는 라프 오빠가 레나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싸워!” “불!” “안 돼!” 레나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른다. 그러자 사슴들의 몸이 점점 자라나더니 상처에서 흘러내린 피가 멎는다. 그사이에 사자는 차츰 작아져 조그맣고 귀여운 고양이로 변한다.
결국 이 작품은 ‘사자’와 사슴‘이라는 상징적인 매개체를 내세워, 라프 오빠와 레나의 심리 상태를 섬세하고 정밀하게 그려 내 보인다.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늘 화가 나 있는 라프 오빠를 으르렁거리는 ’사자‘로, 동생이면서도 매사에 사려가 깊고 인내심이 많은 레나를 연약한 ’사슴‘에 빗대어 엄연하게 결이 다른 두 아이의 심리 상태를 한 그릇에 담아낸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한편이에요!_가족이라는 이름의 든든한 지원군 이 작품에서 두 동물이 맞닥뜨린 뒤 쫓고 쫓기는 장면 이후의 상황은 사뭇 감동적이다. 사자가 사슴들을 공격할 때 레나는 라프 오빠의 어깨를 잡고 사자를 진정시킬 말을 알려 준다. 반대로, 사슴들이 사자 앞에 얼쩡거려 위기 상황을 불러올 때는 라프 오빠가 레나에게 할 말을 일러 준다. 신기하게도 사자와 사슴들은 지금까지 각자에게 없었던 단어들을 듣고 반응을 보인다.
그리하여 약하디약하던 사슴은 상대에게 맞설 줄 알게 되고, 아무 때나 으르렁거리던 사자는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게 된다. 그 후 라프 오빠와 레나도 조금씩 달라진다. 라프 오빠는 화를 내는 빈도가 줄어들면서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줄 알게 되고, 레나는 그 전처럼 꾹꾹 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을 땐 맞서 싸우기도 한다. 결국 서로에게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 줌으로써 보다 완성된 인격체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친 셈이다.
이 작품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부모님의 태도이다. 불같은 라프 오빠의 성격을 두고 레나에게 오빠 머리에 폭죽이 들어 있다고 설명하는 아빠의 모습이나, 동생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버럭 화를 내며 자기 방으로 가 버리는 아들을 그저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는 엄마의 모습은 퍽 인상적이다.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여과 없이 드러내 보이는 아들을 눈앞에 두고서도 흔들림 없이 차분하게 기다리고 지켜보는 모습을 통해,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사실, 아이가 감정 조절을 잘하지 못하는 경우는 부모의 과잉보호 아래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그 반대의 상황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부모의 방치나 학대, 혹은 친구로부터의 따돌림 등으로 정서 불안이 일어났을 때에도 충분히 생겨날 수 있는 증상이다. 그 어떤 이유로 시작되었든, 아이가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럴 때 조급하게 훈계를 늘어놓거나 당장 바로잡으려고 무리한 행동을 요구하기보다는 찬찬히 지켜보면서 아이의 변화를 유도해 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오빠는 오늘도 폭발 중》은 겉으로 드러나는 말초적인 현상만을 포착해 침소봉대하기보다는, 혹시라도 감정 조절이 힘겨운 아이와 맞닥뜨렸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다 같이 생각해 보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한다. 단편적인 생각이나 일방적인 판단에 치우쳐 정답을 미리 정해 놓은 뒤 밀어붙이기에 급급하지 말고, 아이 편에 서서 여러 가지 입장을 고려하며 여유롭게 살펴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나직이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내용 소개]
파란색 꼬마 사슴 열세 마리어느 날 오후, 엄마와 레나를 차를 마실 때의 일이다. 파란 꽃병에서 아주 작은 파란 사슴 열세 마리가 기어 나온다. 그러고는 레나에게 “주인님!”이라고 말한다. 할 줄 아는 말은 그것뿐이다. 레나는 파란 사슴들을 신기하게 여기며 고맙다고 대답한다. 사슴들은 곧 ‘투발루로 오세요!’라는 푸른 바다 포스터 안으로 사라진다.
사슴들이 모자에서 나와 레나의 어깨 위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팔로 내려와 차례로 뛰어내렸다. 사슴들은 레나의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침대, 의자, 책상, 책장, 지구본, 인형의 집, 침대…….
그런 다음, 레나 앞에 한 줄로 늘어섰다. 사슴들이 고개를 숙였다. 레나는 한 줄로 늘어선 열세 쌍의 뿔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심장이 아까부터 자꾸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이윽고 사슴들이 무릎을 꿇었다. 아까 아래층에서 사슴들은 분명히 레나에게 “주인님.”이라고 속삭였다. 이제 레나는 주인님이었다. 여태껏 살아오는 동안 아무도, 정말 아무도 레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른 적은 없었다.
‘주인님은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 아닌가? 여왕 비슷한 건가?’
레나는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고는 아주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고마워.”
사슴들은 다시 일어나더니 벽 쪽으로 달려갔다. 벽에는 바다 그림이 그려진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파랗고 따뜻한 바다였다. 사슴들은 그 바다로 뛰어들었다. 철썩 소리도 나지 않았고 물도 한 방울 튀지 않았다. 사슴들이 순식간에 없어졌다. 기적은 그렇게 불현듯 사라져 버렸다. -14~15쪽에서
오빠 머릿속엔 폭죽이 들어 있다오빠는 늘 화가 나 있는 상태다. 라프 오빠의 머릿속에선 연방 폭죽(혹은 폭탄)이 터져서 불꽃이 피어오른다. 불은 불로 끄면 안 된다는 아빠의 말을 듣고, 레나는 라프 오빠 앞에서 늘 참는다. 오빠는 레나에게 자주 유도 공격을 한다. 오빠가 놀자고 하면 그 자리에서 당장 놀아야 한다.
라프 오빠는 요즘 의사에게 상담을 받으러 다니고 있었다. 머리 때문이었다. 머릿속에서 폭탄을 없애려고 의사를 만나는 거였다. 그렇다고 머릿속에서 폭탄을 없애는 수술을 진짜로 하는 건 아니었다. 의사도 말을 하고, 라프 오빠도 말을 했다. 엄마 아빠는 그게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레나는 그게 정말로 도움이 되는지 의심스러웠다.
라프 오빠의 머릿속에 있는 폭탄은 점점 더 강력해졌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전보다 더 쿵쿵거리고, 고함도 점점 더 많이 질러 댔다. 걸핏하면 팔씨름을 하려 들기도 했다. 그럴 때 레나는 움직이면 안 되었다. 조금이라도 움직거리면 라프 오빠가 매섭게 꼬집었다. 손톱이 살 속으로 파고들어서 너무나 아팠다.
-69~70쪽에서
파란 사슴과 검은 사자레나와 라프 오빠가 한 방에 있을 때, 커다란 사자가 라프 오빠의 어깨에 나타난다. 분노에 차서 마구마구 고함을 지르는 사자다. 뒤이어 레나의 꼬마 사슴들도 나타난다. 사자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라프 오빠가 화났을 때 지르는 고함과 같다. 파란 사슴들은 사자에게 공격을 받으며 도망 다닌다. 사슴 몇 마리가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자, 레나는 라프 오빠에게 사자의 공격을 멈추게 하라고 소리친다. 레나가 외치는 단어는 아무 소용이 없다. 라프 오빠가 사자의 ‘주인님’이니까 오빠만이 이 상황을 막을 수 있다.
레나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려고 애썼다. 자기 사슴들이 라프 오빠의 사자에게 공격을 당하기 직전이었다. ……둘 중 한 명은 뭔가 해야 했다. 지금 당장! 레나는 아주 빨리 생각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검은 사자가 벌써 레나의 파란 사슴들을 뒤쫓기 시작했다. 사슴들은 재빨리 도망쳤다. 그러나 사자도 빨랐다. 사슴들은 온 방 안을 쏜살같이 질주했다.
침대에서 바닥으로 뛰어내린 사슴들은 라프 오빠가 레고로 지은 도시를 지나 나지막한 책장으로 달려갔다. 검고 잔혹한 사자는 사슴들을 바짝 뒤쫓았다. 사자가 사슴들이 달리는 길의 중간으로 교활하게 뛰어들자, 레나가 지금까지 본 일 중에 가장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사자가 사슴 한 마리에게 뛰어올라 앞발로 목을 친 것이다. 레나는 온몸의 근육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중략]
라프 오빠는 여전히 마비된 듯 그대로 앉아, 방에서 벌어지는 사냥 장면을 눈으로 좇고 있었다. 하지만 흥분하거나 분노에 찬 눈빛이 아니라 멍하니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라프 오빠는 마치 그곳에 없는 듯했다. 레나는 라프 오빠를 다시 이곳으로 데리고 와야 했다.
그건 확실하게 알았지만, 어떻게 그랬는지 나중에는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았다. 레나는 침대로 뛰어 올라가 오빠의 두 눈을 마주 보며 양손을 어깨에 얹었다. 그러고는 억지로 자기를 보게 했다. 라프 오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유도 공격도, 매섭게 꼬집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레나에게 순종하기만 했다.
라프 오빠는 레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레나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오빠는 주인님이야.”
레나가 말했다.
“오빠가 사자를 조종해야 한다는 뜻이지. 오빠가 사자를 멈춰야 해. 그렇게 할 수 있어. 오빠만 할 수 있다고.” -90~102쪽에서
내 비밀 동물의 주인님은 바로 ‘나’!사슴들이 멋모르고 사자에게 다가가 얼쩡거리는 바람에 또다시 공격이 시작될 위기에 처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라프 오빠가 레나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 준다. “싸워! 불! 안 돼!”라는 말이다. 그와 동시에 사슴들의 몸이 자라고 강해지더니 상처에서 흘러내린 피가 멎는다. 그사이에 사자는 점점 작아져서 귀여운 고양이가 된다. 고양이는 자기를 안고 쓰다듬어 줄 뭔가를 찾는다. 라프와 레나는 눈물을 글썽인다.
라프 오빠가 외쳤다.
“이제 네 차례야! 넌 주인님이잖아! 네 동물들을 조종해! 레니, 그렇게 할 거지? 말해, 레나! 지금 말해!”
하지만 레나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새로운 단어여야 했다. 레나의 머릿속에는 아무 단어도 들어 있지 않았다. 아무리 찾아도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 그러자 라프 오빠가 레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싸워!”
그러자 레나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싸워.”
“불!”
라프 오빠가 소리치자 레나가 말했다.
“불.”
“안 돼.”
라프 오빠가 말했다.
“뭐가 안 돼?”
레나가 물었다.
“‘안 돼!’라고 말하라고.”
라프 오빠가 알려 주었다. 레나는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레나가 이렇게 소리칠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만큼 아주 큰 고함이었다.
“안 되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불이 바로 켜졌다. 방의 조명, 평범한 전등 불빛이었다. 그리고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좀 더 큰 기적이었다. 사슴들보다도, 라프 오빠의 사자보다도 더 큰 기적이었다. 사슴들이 자라고 있었다. 몸집이 커지더니 상처도 씻은 듯이 아물었다. 몸에서 나던 피가 멎더니, 바닥에 있던 핏자국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107~111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