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첫 장편 소설로 프랑스 최고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문단에 등장한 파스칼 로즈는 바로 그 해 어느 날, 초인종 소리를 듣고 문을 향해 걸음을 옮기던 중 갑작스런 동맥 파열로 쓰러지고 만다. 세상의 주목과 찬사를 충분히 누리기도 전의 일이었다.
이 책은 동맥류로 인한 개두수술과 부분적 기억 상실에 시달리며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던 그녀가 죽음과 싸우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톨스토이에게 고백하는 방식으로 담담히 써내려간 글이다. 자전적인 산문이면서 동시에 톨스토이에게 보내는 긴 편지로도 읽힐 수 있는 이 글은 파스칼 로즈의 밀도 높은 의식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녀가 톨스토이를 고백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작가의 길을 걷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자 그에게서 '작가의 운명'이라는 공통의 체험을 발견해냈기 때문. 톨스토이는 투르게네프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사랑에 창녀촌이 있듯 여행에는 기차가 있다"고 했을 정도로 기차역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었으며, <안나 카레니나>등의 작품에서도 기차역을 파멸의 배경이자 범죄가 폭로되는 공간으로 그린바 있다.
그런 그가 아스타포보라는 시골 마을의 작은 역사에서 숨을 거둔 사실은 비극적인 우연이었다. 파스칼 로즈의 운명 또한 자신이 창조해낸 작품 속 인물의 운명과 무관하지 않았다. <제로 전투기>에서 생생하게 묘사했던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동자가 돌덩이처럼 굳는" 고통이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에게 고스란히 닥쳤던 것.
그녀는 "넌 그 소설을 쓰지 말았어야 했어"라는 때늦은 후회와 함께 "글쓰기란 무해하지 않음"을 뼛속 깊이 체감한다. 글 쓰는 자의 운명을 톡톡히 치른 그녀는 한결 겸허해진 자세로 이렇게 다짐한다. "진실, 오로지 진실, 체험의 도장이 찍힌 진리만을 말할 것. 그 외 다른 것을 쓰는 것을 자신에게 허용하지 말 것."
작가 소개
저자 : 파스칼 로즈
파스칼 로즈는 옛 프랑스 식민지 베트남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해군 장교였던 아버지를 따라 이 항구 저 항구로 옮겨다니며 살았다. 연극에 눈을 뜨면서 문학부의 학업을 중단하고, 대학생 때 친구들과 파리에서 '엘랑 극단'을 설립하여 5년간 활동했다.파스칼 로즈에게 글을 쓰도록 자극을 준 사람은 자신처럼 인도차이나에서 태어나 1984년 공쿠르 상을 받은 마르그리트 뒤라스이다. 뒤라스의 영향으로 로즈는 1984년 『메리가 메리를 마주하다』로 희곡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톨스토이와 밤』으로 아를레티 최우수 희곡 작가상을 받는 등 희곡 작가로서의 자리를 굳혔다.그녀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소설 장르에 도전하여 간결한 문체와 건조한 문장으로 『제로 전투기』를 써 신예작가상과 공쿠르 상을 받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단편집으로 『이상한 이야기』와 장편 소설 『제로 전투기』(1996), 『고철』(1999)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