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기다림 망각』(L’attente L’oubli, 1962)은 블랑쇼가 허구(fiction)의 형식으로 쓴 마지막 작품이다. 철학적 성찰과 단편 형식의 문학적 구조가 어우러진 독특한 형식의 책이다. 어느 호텔에 한 여자가 머물고 있었고, 이웃한 방에 한 남자가 들어와 여자에게 신호를 보내 그의 방으로 오게 했고, 두 남녀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줄거리다. 이 작품에서 사건·인물·상황은 모두 소거된 채 극도로 추상화(인물의 생김새, 나이, 출신지역 등이 나오지 않는다)되어 있다. 책 안에 ‘현전’, ‘시간’, ‘공간’, ‘존재’, ‘죽음’ 등의 철학 개념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지만, 작품 자체는 철학적·개념적인 정식에 들어앉혀지기에 저항한다. 이 책에서 블랑쇼는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는다.
블랑쇼는 극단적인 추상화를 통해 독자가 책에 쓰여져 있는 단어들로부터 눈을 돌려서 자신 안에서 다시 쓰여져 가는, 그려져 가는 어떤 흔적(어떤 스크래치 또는 어떤 떨림)을 ‘읽을 수’ 있도록, 문학의 공간을 책 바깥으로 이동시켜 놓는다. 독자에게는 저자가 썼지만, 독자 자신 안에서 흩어져 가는 단어들이 남긴 흔적을 읽는 행위가, 즉 단어들이 사라져 가면서 남긴 음악을 듣는 행위가 요구된다. 이것이 소설의 추상화가 심화되어 이르게 된 음악적 추상화이다.
“모리스 블랑쇼의 책들에는 어떤 음조, 어떤 목소리가 담겨 있으며, 절대적으로 유일한 세계로 다가가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나는 어떤 다른 작가에서도 그러한 것들을 본 적이 없다. 그 목소리를 들어 본 사람은 그것을 결코 잊어버릴 수 없을 것이다. 그 목소리는 20년 이상 내 곁에 머물러 있었다. 내 내면세계의 가장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이 음악을 전해 준 블랑쇼에게 감사드린다. 그의 책들은 책 그 이상이다. 그의 책들은, 정확히 말해, 영혼 자체의 전투이다.”_폴 오스터
음악적 추상화 속에 완성되는 공동의 텍스트『기다림 망각』(1962)은 블랑쇼가 허구(fiction)의 형식으로 쓴 마지막 작품이다. 이 책에서 철학적 성찰이 작품을 구성하는 중요한 한 축을 이룸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렇다고 철학 소설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설정된 허구의 시공간에서 허구의 두 남녀가 나누는 대화에 기반한 허구의 이야기가 전체의 구조다. 어느 호텔에 한 여자가 머물고 있었고, 이웃한 방에 한 남자가 들어와 여자에게 신호를 보내 그의 방으로 오게 했고, 두 남녀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줄거리다. 이 작품에서 사건·인물·상황은 모두 소거된 채 극도로 추상화(인물의 생김새, 나이, 출신지역 등이 나오지 않는다)되어 있다. 『기다림 망각』의 형식은 어떠한 형태로든 눈에 보이게 드러나는 독특한 것이 아니다. 책 안에 ‘현전’, ‘시간’, ‘공간’, ‘존재’, ‘죽음’ 등의 철학 개념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지만, 작품 자체는 철학적·개념적인 정식에 들어앉혀지기에 저항한다. 이 책에서 블랑쇼는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는다.
이 책은 작가의 ‘쓰는’ 행위인 동시에, 독자의 ‘읽는’ 행위에 의해 완성되는 ‘공동의’ 텍스트이다. 이 책의 형식은 미리 정해져서 작품의 주제를 담아 놓은 틀이 아니다. 그 형식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경험을 포착하기 위해서, 그 어떤 경험을 전하기 위해서 저자가 낚아챘던 단어들 하나하나가 결합되어 나중에 형성된다. 그것도 책 안이 아니라 책 바깥의 독자 안에서. 블랑쇼는 극단적인 추상화를 통해 독자가 책에 쓰여져 있는 단어들로부터 눈을 돌려서 자신 안에서 다시 쓰여져 가는, 그려져 가는 어떤 흔적(어떤 스크래치 또는 어떤 떨림)을 ‘읽을 수’ 있도록, ‘문학의 공간’을 책 바깥으로 이동시켜 놓는다. 독자에게는 저자가 썼지만, 독자 자신 안에서 흩어져 가는 단어들이 남긴 흔적을 읽는 행위가, 즉 단어들이 사라져 가면서 남긴 음악을 듣는 행위가 요구된다. 이것이 소설의 추상화가 심화되어 이르게 된 음악적 추상화이다.
수동성만이 존재 이해를 가능케 한다
작가 소개
저자 : 모리스 블랑쇼
1907년 프랑스 켕 출생, 2003년 이블린에서 사망. 젊은 시절 몇 년간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것 이외에는 평생 모든 공식 활동으로부터 물러나 글쓰기에 전념하였다. 작가이자 사상가로서 철학·문학비평·소설의 영역에서 방대한 양의 글을 남겼다. 문학의 영역에서는 말라르메를 전후로 하는 거의 모든 전위적 문학의 흐름에 대해 깊고 독창적인 성찰을 보여 주었고, 또한 후기에는 철학적 시론과 픽션의 경계를 뛰어넘는 독특한 스타일의 문학작품을 창조했다. 철학의 영역에서 그는 존재의 한계·부재에 대한 급진적 사유를 대변하고 있으며, 한 세대 이후의 여러 사상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동시에 그들과 적지 않은 점에서 여러 문제들을 공유하였다.주요 저서로 『토마 알 수 없는 자』, 『죽음의 선고』, 『원하던 순간에』, 『문학의 공간』, 『도래할 책』, 『무한한 대화』, 『우정』, 『저 너머로의 발걸음』, 『카오스의 글쓰기』, 『나의 죽음의 순간』 등이 있다.
목차
『모리스 블랑쇼 선집』을 발간하며
『기다림 망각』
I
II
옮긴이 해제_언어의 현전
모리스 블랑쇼 연보
모리스 블랑쇼 저작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