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세계의 감각과 시간의 뒤편을 노래하는 박주택 시인의 시집. 현대시작품상, 경희문학상을 수상한 전작 <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를 발간한 지 5년만이다. 제20회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한 '시간의 동공'을 포함 총 69편의 시를 실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이면의 눈을 가진 자신의 숙명적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정화해내며, 광기와 수치로 점철된 생이라는 폐허의 현장에 숨어 있는 빛나는 노래를 들려준다.
출판사 리뷰
세계의 이면을 알아보는 눈동자
진실로부터 진심으로 찾아낸 감찬(感愴)한 노래, 들
“시인은 순백한 영혼을 닦으며 추격해오는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 그것을 옮겨 적는다.”_『시간의 동공』 뒤표지 글에서
세계의 감각과 시간의 뒤편을 노래하는 시인 박주택(51·경희대학교 국문과 교수)이 새 시집 『시간의 동공』(2009, 문학과지성사)을 내놓았다. <현대시작품상> <경희문학상>을 수상한 전작 『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을 발간한 지 5년만이다. 『시간의 동공』에는 <제20회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한 「시간의 동공」을 포함 총 4부, 69편의 시가 실려 있다. 독자들은 이면(裏面)의 눈을 가진 시인의 숙명적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정화해내는 이번 시집을 통해, 광기와 수치로 점철된, ‘생’이라는 폐허의 현장에 숨어 있는 빛나는 노래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절대음감’이라는 것이 있다. 음(音)과 음(音) 사이를 별다른 식별 없이 알아내는 능력을 일컫는다. 혹자는 ‘재능’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노력’이라고 하는 이 능력으로 음(音)의 비밀을 찾아내어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을 우리는 ‘음악가’라 부른다.
여기 한 사람이 있다. 교육자로, 평론가로, 문예지의 편집위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그러나 시인이다. 그렇기에 그는 보통과는 다른 ‘전력의 감각’으로, 생의 비밀을 응시하고, 여기 있으나 모르고 있는 ‘진실의 진심’을 밝혀낸다. 모든 감각으로 적어 내려간 이것이 ‘시’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시인의 조건을 혹시 ‘절대감각’이라 이를 수 있다면, 시인 박주택은 탁월한 ‘절대감각’의 시인이다.
박주택의 신작 시집 『시간의 동공』은, 그 제목에서 암시하는 것처럼, ‘시감각’(視感覺)에서 출발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시집 곳곳에 ‘눈[目]’이 나오고, 이 ‘눈들’ 은 모든 방향을 바라본다. 이 ‘바라봄’에 시인은 모든 감각을 동원한다. 시인 박주택의 눈은 듣고, 맡고, 맛보고, 매만지며 이따금 시간의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 꿈을 꾸기도 한다. 시각이 ‘시간의 전(全) 감각’이 되는 일, 박주택의 새 시집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문을 닫은 지 오랜 상점 본다
자정 지나 인적 뜸할 때 어둠 속에 갇혀 있는 인형
한때는 옷을 걸치고 있기도 했으리라 ─『폐점』 부분
시집의 첫 시 「폐점」에서 시인은 “문 닫은 지 오”래인 상점을 바라본다. 어둠과 마네킹이 망가져 있는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 순간, “불현듯 귀기(鬼氣)가 서려오고/등에 서늘함이 밀려오”(『폐점』)자 시인의 눈동자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기억으로부터 시간이 재구성되는 것이다.
이곳을 처음 열 때의 여자를 기억한다
창을 닦고 물을 뿌리고 있었다
옷을 걸개에 거느라 허리춤이 드러나 있었다
아이도 있었고 커피 잔도 있었다 ─『폐점』 부분
여기서 시간은 순식간에 진공 상태로 돌입하였다가 재조립되어 다시 흐른다. 앞 부분과 달리 이곳에는 ‘물을 뿌리는 여주인’과 ‘멀쩡한 마네킹’과 ‘아이’와 ‘커피 잔’이 있다. 눈부신 일상의 오전이 그 어둠 속에서 태어난다. ‘앞’과 ‘뒤’는 같은 공간이다. 단지, 그곳에 시간의 흐름이 놓여 있을 뿐. 시간의 앞뒤 관계는 필요 없다. 뒤가 앞을 낳고, 앞이 뒤를 앞지르는 순간 한 편의 시가 탄생한다. ‘기억해내기’를 넘어 과거의 것을 제자리에 가져다놓기. 이를 통해 독자들은 하나하나를 볼 뿐 아니라, ‘지금’은 없는 온기를, 소리를, 촉감을 느낀다.
동시에 이는 “선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은 같은 시의 마지막에 “어느 먼 기억들이 사는 집이 그럴 것이”며 “어느 일생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이 ‘그럴 것’이라는 미래 체험에 대한 진술은 행간의 과감함을 넘어서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시간의 모든 결이 이처럼 뒤섞여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박주택의 시들은
작가 소개
저자 : 박주택
1959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꿈의 이동건축」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꿈의 이동건축』 『방랑은 얼마나 아픈 휴식인가』 『사막의 별 아래에서』 『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 『시간의 동공』, 시선집 『감촉』, 시론집 『낙원 회복의 꿈과 민족 정서의 복원』, 평론집 『반성과 성찰』 『붉은 시간의 영혼』 『현대시의 사유 구조』 등을 펴냈다. 편운문학상 평론부문(2000), 경희문학상(2004), 현대시 작품상(2004), 소월시문학상(2005), 이형기 문학상(2010) 등을 수상했으며, 2013년 현재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폐점
문득 나무 그늘 아래 저녁 눈 내릴 때
저수지에 비친 시
자작나무 숲은 여기서 멀고
물방울들의 후예
강남역
그때 우리는 네거리에 있었다
배경들
시간의 동공
여름 말 사전
촉(觸)
가을 말 사전
건물들
붉은 책
그러므로 바람의 수기를 짓는다
여름들
사형수들의 공작품
제2부
이별가 1
헌인릉 가서
문양
허공
독신자들
명태
배들의 정원
저녁 눈
봉선사
강남역 사거리
감옥의 왕국
영산홍
망각을 위한 물의 헌사
이별가 2
염천, 시베리아, 유형
문틈에 바침
자정에 내리는 눈
제3부
이별의 역사
깊은 곳, 깊은 눈
점자
묘지
저토록 저무는 풍경
주름의 수기
그림자
그림자들의 도시
강과 나무
대전 교도소
새로 시작하는 밤
소년이었을 때
목련
머나먼 나라
유전하는 밤
혼혈의 성좌 아래
어둠 속에서
제4부
여기 먼 곳의 벌판에서
추억
바람의 맹지
하루에게
먼 밤의 저편
고양이
검은 피부
가을 기도문
작은 배
살아 있는 웅덩이
깊은 강
그늘이 질 때
수염
밤
기억제
저 석양
먼 곳의 들판에서
저녁의 음악회
해설|눈동자의 모험·정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