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제2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요 몇 년 사이 등단길에 오른 여느 작가들이 훈장처럼 걸고 나타난 '새로움'을 이 소설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작가 윤순례는 고전적인 스타일의 이야기꾼이다. 그의 관심은 실험과 전복에 있지 않다. 이야기가 가진 근원적인 힘, 시들어버린 삶에 살아 있는 색을 입히는 그 힘이야말로 이 작품을 통해 그가 증명하고자 했던 것이다.
소설이 들려주는 낮고 작은 목소리는 간혹 주저하는 빛을 띠긴 하지만 결코 끊어지는 일 없이 고집스레 이어지고, 어떤 천재지변에도 끄덕하지 않을 것처럼 단단하다. 보는 이의 눈을 멀게 하는 네온사인 같은 화려함은 없으나 은근하고 따스한 촛불을 닮은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야기는 세 사람의 삶을 차례로 보여준다. 먼저 아내와 남편이 있다. 두 사람은 겉보기에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에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듯하나, 집 안으로 한 발짝 디디면 맡을 수 있는 것은 (남편이 아내에게 끓여준) 미역국 썩어가는 냄새이고, 눈에 띄는 것이라곤 열매를 맺지 못하는 방울토마토 그루뿐이다. 작가는 이들의 신산하고 눅눅한 일상을 군더더기 없이 서술한다.
작품의 세 번째 주인공인 꼽추 처녀는 아내가 떠나고 남편만 남은 집에 가정부로 들어간다. 그녀는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달고 나온 혹 덩이를 짊어지고 자신만의 삶을 담담하게 살아나간다. 어머니는 없지만 할머니와 이모가 있다. 진심인지는 모르겠으나 남자친구도 있다.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삶이다. 여자가 키웠던 고양이 '총총'과도 차츰 가까워질 무렵 총총이 새끼를 배는 사건이 일어난다.
작가 소개
저자 : 윤순례
전북 부안 출생. 《문예중앙》 제19회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여덟 색깔 무지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작품으로 장편소설 《낙타의 뿔》 《아주 특별한 저녁 밥상》, 소설집 《붉은 도마뱀》이 있다. 2003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소설 부문 신진예술가상, 2005년 오늘의 작가상, 2012년 아르코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