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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과 육식 : 사육동물과 인간의 불편한 동거
알마 | 부모님 | 200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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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당신은 두 번 다시 자신의 고양이를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엄격한 채식주의자들은 달걀, 우유 등을 먹지 않는다. 심한 경우 발효시킨 빵도 거부한다. 풀만 먹는 사람 앞에서 고기는커녕 우동 국물조차 부담스럽다. 우동 국물 속에서 익사한 멸치의 고통을 보고 있는 상대방이 의식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감상적’인 윤리적 불안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리처드 불리엣은 단순한 차원의 채식주의를 넘은, 동물의 권리와 동물의 고통에 민감한 ‘윤리적 불안’이야말로 후기사육시대의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애완견이 식구가 되어버린 시대에 보신탕이 야만의 상징처럼 보이는 것도 후기사육시대의 특징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부터 육식을 마다하면서 동물을 식구로 대접하기 시작했을까. 《사육과 육식》은 이런 물음의 중심에 놓여 있는 인간/동물의 경계 분리를 역사적으로 고찰한다(인간/동물을 구분하려는 유구한 철학적 전통의 인간 중심주의와 달리 불리엣은 ‘사육화(domestication)’의 역사를 사육 대상이었던 동물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책은 페미니스트들처럼 타자로서의 동물에 대한 배려를 윤리적, 이데올로기적으로 계몽하려고도, 그렇다고 과학자들처럼 과학의 이름으로 동물을 지식과 테크놀로지의 대상으로 분석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동물 자체에 부여된 역사와 이야기를 추적한다는 것이 어떤 것일 수 있는지 보여주려 한다는 점에 이 책의 미덕이 있다.

이 책에 대한 해외 서평

우리가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동물 제품의 살아 있는 자원으로부터 ‘후기사육시대적인’ 분리가 인간 사회에 미치는 광범한 영향력에 대해 이처럼 깊숙이 사색한 작가는 아무도 없었다.
_리처드 폴츠Richard Foltz(《이슬람 전통과 무슬림 문화에 나타난 동물》의 저자)

《사육과 육식》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동물에 관한 윤리적인 태도와 접근이 보여주는 혼란스러운 기원에 관해 이해하려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 책을 읽어야 한다.
_메리 C. 펄Mary C. Pearl(와일드라이프 트러스트 회장)

미국 문화는 왜 그처럼 섹스, 피, 폭력의 이미지로 얼룩져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라. 리처드 불리엣은 당신을 깜짝 놀라게 만들면서도 저항할 수 없는 설명을 내놓았다. 경이로울 정도로 방대한 지식으로 무장한 채, 대담한 상상력과 독창성을 펼쳐 보이는 이 책은 여러 문화에서 수천 년에 걸쳐 인간이 동물과 맺고 있었던 관계 속으로 독자를 이끌고 간다. 눈이 번쩍 뜨이는 놀라운 업적이다.
_윌리엄 R. 리치William R. Leach(《추방의 나라: 미국 생활에서 공간의 파괴》의 저자)

  출판사 리뷰

동물 종들과 인간이 맺는
과거, 현재, 미래의 관계에 대한
불경스럽고 유쾌한 사색

《사육과 육식》은 짧게 잡아도 몇 만 년에 걸친 인간/동물 관계의 역사를 ‘사육’이라는 개념으로 꿰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이 책은 사육이라는 간단한(?) 개념을 통해 인간/동물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려는 야심찬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불리엣은 사육을 중심으로 전기사육시대(predomesticity), 사육시대(domesticity), 후기사육시대(postdomesticity)로 구분한다(그렇다고 불리엣이 사육시대를 중심으로 한 전후기 3단계를 전 세계적인 보편적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동물/인간이 맺는 관계가 지역, 문화, 종교, 역사, 경제적 동기에 따라 제각기 다르기에 하나로 고정시킬 수 없다고 본다).

사육의 역사로 본 인간/동물의 관계
전기사육시대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 동물에 대한 상징이 넘쳐나던 시기이다. 신과 인간, 동물이 서로 이종결합하면서 동물에게서 신성을, 신에게서 수성獸性을 발견했으며, 동물의 얼굴을 한 신이 인간과 결합한다는 의미에서 신/인간/동물의 경계가 모호했다. 제우스가 백조로 변해 레다와 결합할 수 있고, 동물이 사냥 대상인 동시에 숭배 대상일 수 있는 시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기사육시대의 정서는 사육시대로 들어오면서 급격히 소멸된다. 사육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동물을 철저히 대상화시켰다는 점이다. 어찌 그러지 않았겠는가. 자신이 코뚜레를 꿰어 쟁기를 끌게 하는 황소에게서 신성을 찾는다면 그야말로 신성모독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사육시대에는 가축의 도살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축산물을 소비하는 데 윤리적으로 양심의 가책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
후기사육시대로 넘어오면 상황은 급격히 변화된다. 인간의 삶에서(눈에서) 사육동물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와 함께 사육동물은 생명을 가진 존재가 아닌 인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상품으로 전락한다. 사육동물의 시체는 부위별로 해체되어 원래 형체를 짐작할 수 없는 고기로 전환되며, 동물의 시체를 먹는 것에 대한 인간의 불편한 감정 또한 사라지게 된다. KFC의 치킨은 더 이상 닭의 시체가 아니며, 베이컨 역시 돼지의 시체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인간/동물 관계의 분수령
그런데 인간은 어떻게 동물을 사육하게 된 걸까? 거의 모든 세계사 교과서가 기술하듯 재배식물종의 출현과 사육동물종의 출현을 당연스레 연결시켜 사고해야 하는 걸까? 한 치의 의혹 없이 경작을 위해 인간은 의도적으로 동물을 길들이기 시작했다고 믿어도 되는 걸까?
불리엣의 생각은 이와 많이 다르다. 그는 ‘신석기혁명’으로 기술되는 시대의 특징에서 흔히 추정하던 식량 생산 증대를 위해 동물을 사육했다는 추론이 실제 사실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점을 여러 증거를 통해 입증한다. 즉 지금은 사육동물 역할만 하는 동물들이 애초부터 유제품과 운반수단, 농경을 위해 사육되기 시작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고고학적이고 인류학적인 지식들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또한 쥐와 여우에 대한 실험에 대한 결과 등을 바탕으로 동물들이 자연선택이나 인간의 선택교배에 의해 의도적으로 사육되지 않았을 거라는 점을 일깨운다.
그렇다면 ‘사육동물은 유용하다’는 관점은 어떻게 해서 나타나게 되었을까?
불리엣은 물질적 용도와 정서적 용도로 나누어 그 유용성에 대해 설명한다. 사육화의 기원에 관해 물질적 용도에만 관심을 두는 현재의 지배적인 학문적 추세와는 다른 시선을 가지고 말이다.
불리엣은 사육의 목적을 희생제의와 연관 짓고, ‘힘센 사냥꾼’이 야가마나(제사장)였을 거라는 가설을 제시한다. 이는 사육시대 이전까지 동물이 단지 물질적 수단으로만 간주되었던 것이 아니라 영적인 것을 포함한 정서적 존재였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 한 예로 불리엣은 당나귀에 대한 인간의 인식 변화, 즉 전기사육시대-사육시대-후기사육시대라는 이행 과정 속에서 변화되어 가는 당나귀의 정체성을 들고 있다.
전기사육시대 당나귀는 성경과 코란 등에 언급된 신성한 동물이었다. 당나귀는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자이자 예언자의 위상을 차지했다. 그런데 그처럼 신성한 당나귀가 사육시대로 들어오면 정력의 상징이자 호색한의 이미지로 소비된다. 그것의 언어적 잔재가 인조人造 페니스로서의 딜도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후기사육시대에서 당나귀는 가장 멍청한 동물로 추락한다. G. K. 체스터턴의 <당나귀(The Donkey)>는 이러한 당나귀의 역사적 변천사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시이다.

물고기가 하늘을 날았고 숲이 걸어 다녔고
무화과에 가시가 자랐을 때,
달이 피가 되는 그런 순간
그때 나는 분명 태어났다.

흉측한 머리와 진저리나는 울음소리에
잘못된 날개 같은 귀에
모든 네발짐승을 흉내 낸
악마의 걸음걸이

지상의 만신창이가 된 무법자
오래된 사악한 의지가
나를 굶기고, 응징하며 조롱한다. 나는 멍청이다,
나는 여전히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바보! 한때 나의 시절도 있었다.
훨씬 격렬하고 달콤했던 그 시절.
내 귀 위로는 함성이 있었고,
내 발 아래로는 종려나무가 놓였던 시절도 있었다.

인간/동물 관계의 미래
불리엣의 논조는 시종일관 역사학자로서 객관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최대 쇠고기 소비국들이 속한 영어권 세계와 쇠고기 소비가 그닥 활발하지 않은 그 외 지역에서 인간이 동물과 맺고 있는 관계가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면서 사뭇 달라진다. 후기사육시대의 생활양식이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는 일본을 예로 들어 인간/동물의 관계를 설명하고, 후기사육시대의 동물에 대한 빈곤해진 상상력을 통탄하는 대목이 그렇다. 이는 불리엣이 《사육과 육식》을 통해 인간/동물 관계가 애초 물질적인 데 있지 않았다는 점을 다시 주지시키는 동시에, 동물과 접촉하면서 살았던 세대가 완전히 사라져버린 후대에는 인간/동물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생각해보도록 질문을 던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진정한 천재가 나타나 전기사육시대의 마법을 재발견하도록 기다려야 할 것이다. 동물이 신과 교감하고 반인반수가 존경받던 시대, 동물을 죽이는 것이 경외감과 죄의식이 들도록 만들었던 시대의 마법을 재발견하려면 진정한 상상력이 필요할 것이다.”

  작가 소개

저자 : 리처드 W. 불리엣
리처드 W. 불리엣Richard W. Bulliet은 1940년생으로 미국 일리노이 주 출신의 역사학자이자 작가이다. 미술 비평가이자 언론인이었던 클래런스 J. 불리엣Clarence Joseph Bulliet의 손자이기도 하다. 1962년 하버드대학교에서 역사학 학사, 1964년 동 대학원에서 중동 문제 연구로 석사, 그리고 1967년 역시 동 대학원에서 역사학 및 중동 문제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7년부터 1975년까지 버클리 소재 UCLA에 출강하면서, 하버드대학교에서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76년 컬럼비아대학교 역사학과 조교수, 1978년 역사학과 정교수가 되었고, 1979년부터 1991년 사이에는 컬럼비아대학교 출판국의 출판위원 및 출판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1984년부터 2000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중동문제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역자 : 임옥희
임옥희는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여/성이론>의 편집주간으로 일하며 연구원들과 함께 이론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구소 내에서 페미니즘과 정신분석학을 연결시키는 문화 분석 작업에 매진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페미니즘과 정신분석》 《한국의 식민지 근대와 여성공간》 《다락방에서 타자를 만나다》(공저)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블라인드 스팟》 《너무 많이 알았던 히치콕》 《티핑 포인트》 《기지촌의 그늘을 넘어》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 《여성과 광기》 《보이는 어둠》 《아름다운 선택》 《유리천장을 부숴라》 《뫼비우스 띠로서 몸》 《레닌의 연인 이네사》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등 다수가 있다.

  목차

1장 동물과 멀어지다
섹스에 관한 환상의 출현|피에 관한 무의식적인 반응|선택적 채식주의의 역설|증폭되는 죄의식의 합리화|패러다임의 변동과 과학|불가해해진 상징|동물의 권리에 관한 철학과 종교|인간과 동물 관계의 분수령

2장 분리와 이행의 단계들

3장 경계의 기원
육식|발화

4장 사냥꾼과 채집자
동굴벽화의 수수께끼|수렵채집시대의 신화와 민담

5장 가능한 가설들
쥐와 여우|야생에서 순치되다|낙타와 라마

6장 의도인가 우연인가
우유와 유제품|마구 견인용|탈것과 운반용 동물|고기

7장 힘센 사냥꾼에서 야가마나로

8장 정서적 상징의 추락
당나귀 중상모략|사막의 붉은 신|처녀와 당나귀|멍청한 당나귀

9장 새로운 시각의 탄생
목축|방목|영국의 경험

10장 허구적 동물의 출현
동물 주인공과 주관성|동물과 관련된 제도

11장 인간과 동물 관계의 미래
일본인들의 방식|상상력의 미래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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