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저자인 후쿠시마 사토시의 상실과 재생에 관한 이야기를 쓴 책. 이 책 지은이는 빛과 소리를 잃은 시청각장애인으로 현재 일본에서 후쿠시마 조교수로 있다. 저자의 어머니가 직접 알려준 점자법으로 시청각장애인으로서 최초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었다. 이 책은 저자의 어릴적 이야기와 대학에 진학한 내용들로 모든 시청각장애인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책으로 수록하였다.
출판사 리뷰
한 시청각장애인의 「상실과 재생」의 감동 스토리
지은이 후쿠시마 사토시는 아홉 살 때 눈의 염증으로 시력을 잃고 고등학교 2학년이던 18살 때 청각까지 잃는 시청각장애인이 된다. 실명했을 때만 해도 그렇게까지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빛」을 잃었어도 이 세계에는 「소리」라는 멋진 친구가 있기 때문이었다. 음악, 스포츠, 텔레비전, 라디오, 자유로운 대화, 그리고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를 사용해 혼자 걷기…… 등 소리를 듣고 즐길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많았다. 그러나 소리의 세계마저 잃었을 때, 그걸 대신할 「새로운 세계」는 더 이상 없었다. '나는 세계를 상실했다. 조용한 밤, 영원히 계속되는 고요한 밤의 정적, 나는 그 속에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후쿠시마는 당시의 심경을 적고 있다.
청력이 떨어져 가는 과정에서 후쿠시마가 가장 두려워했던 건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었다. '나는 내 목소리로 말하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건 일방적으로는 성립되지 않는다' 남아 있는 수단은 점자 타이프라이터나 점자판을 이용한 필담뿐이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속도가 너무 느리고 싱겁기 짝이 없었다. '「무중력 속의 고독감」같은 시간이 흘렀다. 나는 이 세계에 있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위로부터 내가 여기에 있는 것처럼 보여도, 정말 내 실체는 여기에 없는 것이다'
후쿠시마가 고요한 밤의 세계에서 한 줄기 햇살을 본 것은 시청각장애인이 된 지 3개월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날도 후쿠시마는 답답한 나머지 부엌에서 어머니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때 어머니가 문득 생각난 듯 후쿠시마의 손을 잡더니 손가락에 어머니의 손가락으로 점자를 쳐 왔고, 그가 그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이것이 손가락 점자의 시작이었다. 손가락 점자는 아무런 도구도 사용하지 않고, 익숙해지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풍부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시청각장애인의 대화 수단이 되었다. 이 손가락 점자의 발견으로 후쿠시마는 다시 세계와 만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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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때 후쿠시마의 담임이었던 시오노야 오사무 선생님은 갑자기 시청각장애인이 되어 실의에 빠져 있던 그에게 '학문이 네 미래를 열어 줄 거야'라고 격려하며 대학 진학을 권했다. 그리고 「후쿠시마 사토시 군과 함께 걷는 모임」이라는 자원봉사 그룹을 만들어 그의 진학과 대학생활을 지원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 1983년 도쿄도립대학 인문학부에 입학하게 되었다. 시청각장애인으로는 일본 최초의 대학 진학이었다. 후쿠시마는 시오노야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오늘의 자신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학시절 점자는커녕 장애인과 만난 일조차 없던 동료 학생들이 그와 「대화」하기 위해 손가락 점자를 배웠다. 어학 클래스에서는 20명 이상의 클래스메이트들이 손가락 점자를 익혔다. 그는 이 손가락 점자를 통해 장애를 갖지 않은 학생들과 세미나에서 자유토론으로 밤을 새우고, 장애인 문제나 연애론을 놓고 격론을 벌이며, 때로는 시끌벅쩍한 미팅도 즐기면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후쿠시마가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방식은 이렇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로 말을 하고 다른 사람의 말은 손가락 점자를 통해 「통역」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그는 강의도 듣고, 자신이 강연도 하며, 회의도 주재한다. 따라서 그가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손가락 점자로 「통역」해 주는 통역 도우미가 필요하다. 빛과 소리는 잃었지만 '여기 친구들의 손이 있기에 살아가는 거야' 후쿠시마가 작사·작곡한 노래 Touch in Tokyo 의 한 구절처럼 그는 친구들의 손을 통해 외부세계와 만나고 살아갈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손과 만나는 순간, 시청각장애인의 내부세계는 주위의 세계와 교신하게 된다. '「손」이 없어져 버리면 「스위치」의 전원은 꺼져 버린다. 그 차이는 아주 명확하고, 때로는 잔혹하기까지 하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시청각장애인은 남의 손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이 세계로부터의 실질적인 「소멸」과 「출현」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된다.'
후쿠시마는 1987년 대학 졸업 후 도쿄도립대 대학원에서 장애아 교육을 전공하고, 도쿄도립대학 조교, 가나자와 대학 조교수를 거쳐 2001년 봄부터 도쿄대학교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barrierfree(장애 해소)부문 조교수로 강의와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이 책의 번역을 감수한 한국인 시각장애인 전영미 씨 역시 후쿠시마 교수의 지도 아래 현재 도쿄대에서 「한국 장애자 고등교육의 전망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역경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여유
건강했던 어린 시절, 고향의 바닷가에서 미역 냄새를 맡으며 나비를 쫓아다니고 풀숲을 헤치며 달리던 추억, 석양에 물드는 아카시 해협과 그 건너 숨을 꼴깍 삼킬 만큼 아름다웠던 아와지 섬의 그림자, 잃어버린 「소리」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회상할 때 후쿠시마의 가슴은 가시처럼 찔러오는 통증을 느낀다.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후쿠시마는 시청각장애인이 된 뒤에도 결코 유머를 잃지 않는 여유를 지니고 있다. 산 속의 절에 갔을 때, 스님의 맨질맨질한 머리의 감촉은 어떨까 궁금한 나머지 스님에게 간청해서 머리를 만져 보고 '까끌까끌, 울퉁불퉁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다'고 한 대목에서는 피식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손가락 점자로 「대화」를 나누다가 겪는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에이즈로 세상이 떠들썩 할 때 전철 안에서 남자 친구와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누다가 「호모」로 오해받고, 무더운 여름날 버스 안에서 여자 친구와 「대화」하다가 '이봐 젊은이, 버스 안에서만이라도 손좀 놓을 수 없어'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맹학교의 악동 친구들은 '너 시청각장애인이 되어 불편한 점도 많겠지만 좋은 점도 있잖아. 여자들 손을 맘대로 잡을 수 있으니 말야'라는 \'부러움\' 섞인 농담도 던진다. 후쿠시마는 스스로 \'우주인\'을 자처한다. 그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손가락 점자가 언젠가 우주적 규모에서 보편성을 가질 가능성이 있고, 지구라는 한 혹성이 이 대우주 안에 존재하는 이상 크게 보면 지구인도 우주인이라는 논리다.
목차
아버지의 맛
손으로 느낀다 ...15
마음의 스크린 ...22
손가락 점자의 이것저것 ...26
외출 ...30
...
계절은 향기로부터
소망하는 것 ...69
이중장애와 함께 ...73
향기 ...88
병원 ...95
...
SF와 현실
스톡홀름 ...141
미국 체험 ...154
아드리아해의 바람 ...166
텔레비전 출연의 뒷이야기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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