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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과 내기한 선비
알마 | 3-4학년 | 200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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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샘깊은오늘고전' 시리즈의 8권. 한국 최초의 한문 소설인 김시습의 <금오신화>에서 「이생규장전(李生窺墻傳)」(이생이 담 안을 엿보다),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부처님과 내기한 선비) 두 편을 뽑아 어린 독자도 쉬이 읽을 수 있도록 오늘의 한국어로 새로이 다듬어 쓴 책이다.

한문학을 전공한 소설가 김이은은 한문 원작의 어려운 낱말과 고사, 까다로운 표현을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독자의 눈높이 맞춰 쉽고 재밌게 풀어내는 한편, 원작의 얼개와 속뜻은 오롯이 살려냈다. 특히 원작의 시 또한 모두 살려 김시습 글에 깃든 고전문학 형식의 아름다움을 어린이들이 충분히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책의 말미에는 심경호(고려대 한문학과 교수)의 해설을 실었다. 김시습의 생애와 문학(특히 <금오신화>)의 핵심을 이해하기 쉽게 제시해 어린이와 함께 이 책을 읽을 학부모, 교사 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배려했다.

  출판사 리뷰

이 책은 한국 최초의 한문 소설인 김시습의 『금오신화』에서 「이생규장전(李生窺墻傳)」(이생이 담 안을 엿보다),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부처님과 내기한 선비) 두 편을 뽑아 어린 독자도 쉬이 읽을 수 있도록 오늘의 한국어로 새로이 다듬어 쓴 것이다.
한문학을 전공한 소설가 김이은은 한문 원작의 어려운 낱말과 고사, 까다로운 표현을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독자의 눈높이 맞춰 쉽고 재밌게 풀어내는 한편 원작의 얼개와 속뜻은 오롯이 살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어린이 판본이 생략해왔던 원작의 시 또한 모두 살려 김시습 글에 깃든 고전문학 형식의 아름다움을 어린 독자들이 충분히 맛보게 했다. 원작의 시에는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고, 시간의 흐름을 압축하고, 일어날 사건을 암시하는 역할이 있다. 이를 함부로 생략하면 줄거리·서사 구조·세부·형식의 아름다움 들이 잘 어우러진 고전문학의 속뜻이 바래고, 그 참맛이 상할 수 있다. 학창 시절부터 김시습 작품을 읽어온 김이은은 이 점을 충분히 염두에 두면서도, 문맥 속 시의 역할과 시에 깃든 감정까지 어린 독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한시를 다듬기 위해 애썼다. 이 작업에서 허난설헌의 한시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다듬어 독자와 평단의 호평이 끊이지 않는 『스물일곱 송이 붉은 연꽃』(샘깊은오늘고전 03)은 한시 다듬기의 좋은 예가 되어주었다.

심경호(고려대 한문학과 교수)의 해설 또한 흥미롭다. 김시습의 생애와 문학(특히 『금오신화』)의 핵심을 이해하기 쉽게 제시해 어린이와 함께 이 책을 읽을 학부모, 교사 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조선에서 간행된 『매월당집』(김시습의 문집)에는 들어가지 못한 『금오신화』가 오히려 일본에서 17세기 이후 네 차례 이상 새로운 판본으로 발행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음을 설명하는 등 해설 곳곳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재미나게 밝히고 있다.


작품 소개

1. 이생이 담 안을 엿보다 (이생규장전)

고려 시대 송도(개성). 성균관 학생인 주인공 이생은 학교 가는 길에 최씨 처녀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생은 열렬히 구애를 했고, 진작에 이생을 지켜보고 있던 최씨 처녀 또한 이에 응해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사랑에 빠져 학업을 소홀히 하는 아들이 못마땅한 이생의 부모는 이생을 울주(오늘날의 울산)로 쫓아 보냈다. 몇 달이 지나 이 사실을 알게 된 최씨 처녀는 상사병이 들어 거의 죽을 즈음에 부모님께 사실을 알리고 이생과의 혼인할 뜻을 밝힌다. 그러고도 몇 고비를 넘겨 두 사람은 드디어 정식으로 혼인하여 행복하게 살게 된다.
그러나 홍건적의 난이 일어나면서 이들의 행복도 끝난다. 난리 통에 이생과 이생의 아내(최씨 처녀), 그리고 양가 집안 전체가 뿔뿔이 흩어지는 형편이 된다. 난리가 끝나고 이생이 집으로 돌아오니 살던 데는 폐허가 되어버렸고 아내의 생사는 알 길이 없다.
슬픔에 잠긴 그날 밤, 이생 앞에 아내가 나타난다. 실은 홍건적의 손에 죽은 아내의 귀신이다. 그들은 사람과 귀신으로 경계를 넘어 딱 3년을 다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렇게 3년을 채운 어느 날 아내는 자신의 유해를 거두어 장사지내 줄 것을 부탁하며 이생과 작별한다. 아내의 형체는 점점 희미해지더니 아예 자취가 사라지고 만다. 이생은 아내의 부탁대로 아내의 유골을 수습해 장사를 지냈다. 그 뒤 이생은 헤어진 슬픔 때문에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다가 숨을 거둔다.

“저는 마음을 주고받은 이씨 도련님을 철썩같이 믿었건만, 이 장난꾸러기 도련님은 저와 한 번 인연을 맺고 나서는 더 이상 소녀를 찾지 않아 도련님을 원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연약한 여인의 몸으로 혼자 서럽게 외로움을 견디려 했는데, 도련님에 대한 그리움이 나날이 깊어져 그만 병이 되어버렸습니다. 병이 너무 깊어져 이제는 거의 죽을 지경이라, 금방이라도 귀신이 될 것만 같아요. 그러니 아버님, 어머님께서 제 청을 들어주신다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테고, 아니면 죽음이 있을 뿐입니다. 죽어서야 다시 이생을 만나게 된다 해도, 절대로 다른 가문에는 시집가지 않겠어요.” ― 본문에서

2. 부처님과 내기한 선비 (만복사저포기)
주인공 선비 양생은 짝도 없이 남원 만복사 곁방에서 혼자 쓸쓸히 살고 있다. 음력 3월 24일, 만복사에서 연등 잔치가 벌어진 날, 양생은 만복사 부처님께 저포로 내기를 걸어 이겨 자신의 소원대로 아름다운 처녀와 인연을 맺게 된다. 한데 이 여인은 아니라 왜구가 쳐들어왔을 때 죽은 처녀의 귀신이었다.
이튿날 처녀는 자기가 사는 데로 양생을 데려가 융숭히 대접하고 친구들도 소개시켜주며 한바탕 잔치를 베푼다. 사흘 뒤 양생이 돌아가게 되자 처녀는 자신의 삼주기를 위한 재에 참석해 줄 것을 부탁하며 신표로 은그릇 하나를 선사한다. 그 은그릇은 처녀의 집안에서 처녀의 무덤에 함께 넣은 부장품이었다.
다음날 양생은 재를 올리러 가는 처녀의 아버지를 만난다. 은그릇이 증거가 되어 처녀의 아버지는 처녀의 귀신과 양생의 사이를 알게 되었고, 양생에게 부디 자신의 딸을 잊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한다. 이윽고 재를 마치자 처녀의 귀신은 저승으로 떠나버린다. 그 뒤 양생은 끝내 처녀와 나눈 사랑을 잊지 못하고 장가도 들지 않고 지리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다 평생을 마쳤다고 한다.

“이윽고 날이 저물어 달빛이 하얀 배꽃을 비추는 늦은 밤이 되었다. 만복사 절 안에 하루 종일 울려 퍼지던 부처님을 칭송하는 노래도 멈추고, 사람들은 저마다 집으로 돌아갔다. 또 다시 쓸쓸한 절 마당에 혼자 남은 양 선비는 소맷자락 안에 저포를 집어넣고는 법당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소매 속에 들어 있던 저포를 꺼내 불상 앞에 내려놓고는 불상을 쳐다보며 말했다.
‘부처님, 오늘은 저와 함께 저포놀이를 해 보는 게 어떠신지요 · 만약 제가 지면 정성을 다해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죠. 대신 만약 부처님이 지면 제게 아름다운 처녀를 구해 주셔야 합니다!’
양 선비는 소원을 비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냅다 저포를 바닥에 던져 한바탕 놀았다. 짝도 없이 외롭게 부처님과 저포놀이를 한 양 선비. 결과는 놀랍게도 양 선비의 승리였다.”― 본문에서

[참고] 저포(樗蒲): 중국 기록을 보면 주사위를 던져 승부를 겨루는 놀이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윷놀이를 이르는 말로 변한 듯하다.


『금오신화』에 대하여
『금오신화』는 조선전기의 문인이자 사상가인 김시습이 ‘풍류기어(風流奇語, 운치 있는 기이한 이야기)’ 다섯 편을 창작해 모은 단편소설집이다. ‘금오’는 경주 남산(南山)의 금오봉, 혹은 남산을 가리킨다. ‘신화’는 새로운 이야기란 뜻이다. 『전등신화(剪燈新話)』 등 당시에 읽히던 기존의 전기소설(傳奇小說)과는 다른 소재와 발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엮었다고 밝힌 것이다. 한문학에서 ‘신(新)’이란 말은 개혁의 의미를 지니며, 때로는 기존의 가치에 대한 저항의 의지를 반영한다.

고전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문학창작을 하는 분이나 현대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도 우리나라 고전문학 가운데 『금오신화』야말로 정말 대단한 소설이라고 평가한다. 유럽에서도 『금오신화』와 김시습의 문학을 사랑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사람들이 『금오신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모두 같은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금오신화』가 인간 김시습의 삶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고, 작품 속의 이야기 구조가 현대인의 감각에 비추어보더라도 매우 탄탄하며, 인물의 형상이 뚜렷하고 주제의식이 심오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금오신화』의 다섯 이야기의 소재와 주제는 저마다 다르다. 그러면서도 공통점이 있다. 그 다섯 이야기는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으며, 변함없는 사랑을 노래하면서도 그것을 망가뜨리는 운명을 피할 수 없음을 담담하게 그려 보였다. 동시에 인간이 삶과 역사 속에서 겪는 버림받음과 구원, 흥성거림과 쓸쓸함도 이야기했다. 한국의 고전 가운데, 삶과 이승이 죽음과 저승의 존재에 의해 생성되고 현실화된다는 사실을 가장 뚜렷하게 인식한 작품이 바로 『금오신화』다(해설자 심경호 교수의 평가).
또한 『금오신화』의 다섯 이야기는 모두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우리나라 사람을 등장인물로 삼았다. 그 만큼 이야기의 배경이 현실적이다. 「만복사저포기」는 고려 말 왜적의 침략을 배경으로 삼았고, 「이생규장전」은 고려 말 홍건적의 난을 배경으로 삼았다. 이 두 작품은 외적의 침략

으로 민족의 삶이 유린당한 사실을 아프게 그려냈다. 「취유부벽정기」는 옛 도읍 평양을 무대로 삼아, 우리가 흔히 보는 풍경 속에 민족 역사의 흐름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남염부주지」는 조선 초에 유행한 지옥의 관념을 소재로 했고 등장인물의 대화를 통해 올바른 이념이 실현되지 못하는 현실의 악(惡)을 고발했다. 「용궁부연록」은 비현실적인 환상의 공간을 그렸지만 그 공간은 개성 박연폭포의 용 전설을 소재로 삼았다.

『금오신화』의 원문은 문어체 한문 문장이나 한시를 이용하여, 대상을 서정적으로 미화하고 등장인물의 심리, 사건 전개의 분위기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구성 또한 정교하다. 특히 시를 삽입하여 인간 심리와 분위기를 독특하게 암시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남염부주지」를 뺀 나머지 네 작품은 모두 여러 가지 시 형식을 이용해 인물의 처지와 심리, 그리고 사건을 묘사 · 서술 · 암시하였으며, 극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만복사저포기」에서는 여러 여인들의 심리를 각기 다른 시풍의 시로 드러냈고, 「용궁부연록」에서는 용궁 속의 여러 물고기, 갑각류 등 수중생물이 서로 다른 운문을 이용하여 독창이나 코러스를 부르듯이 대사를 말한다.
바로 이런 형식의 묘미를 깊이 인식하고 다듬은 데에 김이은 작업의 가치가 있다. 김이은은 남녀 주인공이 시로 사랑을 속삭이며 그 기쁨을 노래하는 시, 다가올 이별을 암시하며 슬픔을 삭이는 시, 작품을 마무리하며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시 들을 풀어내며 구조의 맥락과 행간의 의미까지 고려해 김시습 원작의 정신과 매력을 오롯이 전하고 있다.

성이 양씨인 선비가 있었다. 양 선비는 전라도 남원에 살았는데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내내 혼자 살았다. 나이가 꽉 찼지만 장가도 못 갔고 달리 갈 데도 없어서 남원의 유명한 절인 만복사 동쪽 방에 홀로 쓸쓸히 살고 있었다.
그 방 밖에는 배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마침 봄철이라 배나무 꽃이 활짝 피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탐스럽고 아름답던지 나무는 신선 세게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 같았고, 꽃은 은가루를 한가득 뿌려 놓은 것 같았다.

p57

  작가 소개

저자 : 김이은
1973년에 서울 왕십리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오 학년 때 담임선생에게 뺨을 맞았는데 여태껏 맞은 까닭을 알지 못한다. 이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을 마주칠 때마다 그때를 떠올리곤 한다.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를 다녔는데 전공을 살린 직업을 갖게 될 거란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다만 그때 산다는 문제에 대해 강한 의문과 회의에 시달렸다. 2002년에 단편소설 「일리자로프의 가위」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하고 『마다가스카르 자살예방센터』, 『코끼리가 떴다』, 『어쩔까나』 등의 소설집과 장편 『검은 바다의 노래』를 펴냈고, 그 외에 『부처님과 내기한 선비』, 『날개도 없이 어디로 날아갔나』등을 지었다.가끔, 그러는 동안 얻은 건 나이 뿐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미소 지을 때가 있는데 홀로 짓는 그 미소가 글쓰기를 멈추지 않게 만드는 힘이라고 믿고 있다. 지금도 왕십리에서 열여섯 살 난 아픈 강아지를 돌보며, 집 뒤편에 축구장 일곱 개 넓이의 널찍한 공원이 있음을 감사하며 살고 있다.

  목차

머리말 - 방랑자 문안이 남긴 아름답고 기이한 이야기

이생이 담 안을 엿 보다
선남선녀, 만발한 꽃밭에서 만나다
처녀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다
마침내 부부의 연을 맺고
행복은 그리 길지 않았으니
또다시 찾아온 이별

부처님과 내기한 선비
만복사 부처님과 한 내기
고운 님을 만나다
인간인가 신선인가
짧은 행복 끝에 긴 이별

해설 - 상상력으로 현실 세계를 은유한 김시습
심경호·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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