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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포즈에 성공한 K의 독백
문학의전당 | 부모님 | 201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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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문학의전당 시인선 196권. 2001년 「시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민자 시인의 첫 번째 시집. 김민자 시인은 등단 15여 년 만에 세상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서 일상의 도처에 깔려 있는 모순을 시로 형상화하는 한편 기억의 시화(詩化)를 통해 이미 사라진 것들의 심연을 되살려낸다.

대상을 찾아내고 파헤쳐 재구성하려는 시적 주체의 이러한 능동성에 의해 시로 다시 탄생하는 '적을 수 없는 것' 혹은 '적지 못한 것들'은 삶과 죽음을 동시에 긍정함으로써 '역설의 이율배반'이라는 김민자 시의 특이성이 된다. 즉 시의 소재로 호출된 대상은 본래 모습에서 탈각함으로써 죽음을 맞고, 시인의 손에 의해 재창조됨으로써 부활하여 '시'라는 두 번째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시를 통해 죽음을 통과하여 부활한 대상들은 '심연'의 복잡한 감정의 동선을 지면 위로 떠올리며, 이제 어디에도 귀속되지 않은 순수한 자유를 구현한다.

  출판사 리뷰

‘시’라는 ‘적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역설

언어를 통해 대상을 표현하는 ‘시’는 다른 예술장르에 비해 ‘기억’에 대한 점도(粘度)가 탁월하다. 언어는 대상의 형상만이 아니라, 그 속에 숨은 복잡한 감정의 추이, 사태를 둘러싼 주체들의 시선을 비롯해 역사적 가치판단이나 단절된 인식론적 가치들을 묘파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사라진 것들의 심연 또한 ‘시’를 통해 되살아난다. 이는 김민자 시가 가진 장점 가운데 하나로서, 그는 “껍질은 알맹이를 기억한다”는 문장으로 이 모든 사태를 압축한다. 이삭을 감쌌던 껍질은, 쭉정이가 되어도 이삭의 형질을 갖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그는 정확히 예술의 심연을 꿰뚫었으며, 우리에게 그 개별적인 작용과 착란의 유일무이를 일깨운다.

김민자 시의 또다른 특징은 “자신이 적을 수 없는 것들”이 그가 만들어낸 시와 길항관계를 유지한다고 고백한 「시인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거기에는 “내가 적을 수 없는 것들이 시다”라고 또박또박 적혀 있다). 무슨 뜻일까. ‘적을 수 없는 것들’을 시로 쓴다면 자신의 시는 ‘시가 될 수 없는 말들’에 불과한 것이고, 시로 쓰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코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그런 비수 같은 말을 서슴없이 뱉어낸다.

십오 년을 함께한/반려견의 암수술을 기다리며/방금 구워져 나온/플레인 베이글을 먹는다/옆자리엔/병원복을 입은 오십 대 아들이/지팡이를 짚은 일흔 아버지에게/앞으로 잘하겠노라,/아프지 마시라고,/두 손을 잡는다//이상향은 어디?/실수하고, 상처주고,/기다리고, 용서하고,/결국 돌아가야 할 곳은 그런 곳인지도 모르겠다//주인 혼자/커피를 만들고/서빙을 하느라 분주한/동네 오래된 커피숍//내가 적지 못한 것들이 시(詩)가 된다 -「살아 있어서 부드럽다」 전문

십오 년을 함께한 반려견이 생사를 오가는 수술을 하고 있다. 가족과 같은 생명이, 어쩌면 죽음 속으로 가파르게 사라질지 모른다. 하지만 시인은 “방금 구워져 나온/플레인 베이글을 먹”고 있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이 신선한 식욕의 아이러니! 게다가 커피숍의 주인도 주변을 전혀 아랑곳 않고, “혼자/커피를 만들고/서빙을 하느라 분주”할 뿐이다. 그런 환경에서 ‘이상향’을 찾는 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기우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시인은 ‘이상향’을 “실수하고, 상처주고,/기다리고, 용서하”는 지금 우리의 삶에서 찾는다. 살아 있어서 우리는 한없이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때문에, “적지 못한 것들”이란 우리 삶의 행간이며, 부드러움이 시로 변용되는 순간이다. 바로, “밖에서/훤히 보이는/네 치열한 삶의 몸짓이/내겐/안일한 휴식의 벽에 걸린/한 점/숨 쉬는 정물//죽음만이/너를 그곳에서/건져낼 수 있다/깨지기 쉬운/견고한 유리 세상 속의/너”(「어항 속 열대어」)와 같은 것. 이제 ‘적을 수 없는 것들’로서의 시라는 의미는 분명해진다.
「살아 있어서 부드럽다」의 마지막 행에서 시인은 “내가 적지 못한 것들이 시(詩)가 된다”고 쓴다. ‘적지 못한 것들’은 ‘적을 수 없는 것들’과 비교했을 때, 적잖은 차이가 있다. 전자에 비해 후자가 불가항력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상을 찾아내고 파헤치며, 재구성하려는 주체-의지의 ‘능동성’ 측면에서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리고 양자는 그 공통분모로써 ‘경험’이라는 삶의 구체적인 숲을 공유한다. ‘적을 수 없는 것들’ 혹은 ‘적지 못한 것들’이 시로 다시 탄생할 때, 우리는 삶과 죽음을 동시에 긍정하는 역설의 이율배반을 경험하게 된다.

이 ‘이율배반’은 김민자 시의 중요한 주제이자 세계관의 근본으로, 이를 통해 그는 상반된 신경회로 같은 복잡한 감정의 동선들을 만들어낸다. 그는 일상의 도처에 깔려 있는 이 모순을 시로 형상하는 것이다. 예컨대, 죽음과 죽음의 연결고리로서의 ‘파리지옥’을 희화화 한다거나(「파리 목숨에 관한 리포트」), ‘침대’라는 매개물을 통해 무의식 속에서도 죽음을 꿈꾸는 삶을 쓰거나(「침대가 따뜻해

  작가 소개

저자 : 김민자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어항 속 열대어
너는 언제 노래를 부를 거니?
우리는 선풍기 날개를 어째서 날개라 부르나
봄의 질서
석공은 뭔가를 아는 사람
송이버섯볶음
전철 안에서 무릎을 치다
슬픔의 빛깔
하트 무늬 마을의 세라네 꽃집
이제 자동우산의 버튼이 되어
일회용 디카페인 커피
쥐똥나무 새살이 돋다
퍼즐 맞추기
강냉이 꽃
오월의 어느 흐린 날
무엇이 봄을 오게 하나
봉인은 해제를 꿈꾼다
다시 시작을 위하여
잔인한 사월
유혹의 정석
소통의 장


제2부

프러포즈에 성공한 K의 독백
와인을 사러 가는 아침
오래된 언어
너에게로 가는 길
장롱 속 가방을 끄집어냈던 거라
어쩔 수 없이 저녁이 온다
들꽃의 질서
껍질은 알맹이를 기억한다
오늘의 뉴스

칠월의 정물화
유리 파편을 밟다
살아 있어서 부드럽다
아버지와 함께 춤을
4차선 도로 가의 코스모스
너를 생각하는 밤
축제의 재발견
침대가 따뜻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M의 아침
파리 목숨에 관한 리포트
너, 나
이주(移住)

해설 ‘시’라는 ‘적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역설 / 박성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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