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으악, 구덩이에 빠졌어요!
나, 여기 있어요. 도와주세요!
위기에 빠진 대니의 “자기 마음 들여다보기”
마릴린 베일리 그림책상 / IODE 진 트룹 상 / 유대인 도서상 /토론토 북 어워드 수상작가뒤늦게 꿈을 찾아 오페라 가수가 되겠다며 뉴욕에 가려는 아빠, 그리고 치즈 케이크 전문가가 되기 위해 멀고먼 지역으로 이사를 가겠다는 엄마.
엄마와 아빠는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온 우리 집을 떠나 당분간 떨어져 지내기로 했단다. 이혼도 아니고 별거도 아니다. 늘 창의성을 외치던 두 분은 나이를 더 먹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됐다는 사실에 한껏 들떴다. 하지만 우리는? 삐딱한 사춘기 형은? 나는?
이미 집도 팔렸고, 식구나 다름없던 대니의 개 쿵치도 농장으로 보내 버렸다. 대니는 자기를 빼고 결정을 내리고는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가족들이 참을 수 없다.
화가 난다. 너무너무 화가 난다!
그래서 달리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동네를 벗어나 낯선 학교를 지나고 있다. 어느새 처음 보는 마을, 한적한 공사장이다. 대니는 벽돌 더미와 널판을 피해 계속 달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으응? 허공?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어디론가 떨어지고 있다!
대니는 깊고 넓은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있는 것이라곤 잡동사니가 잔뜩 든 책가방뿐,
이건 누군가 대니를 발견할 때까지 구덩이에 갇혀 있을 거라는 뜻이었다.
구덩이 한구석에 임시 화장실을 만들고, 책가방에 든 잡동사니로 비를 피한다.
조금 남은 간식을 불려 배를 채우고, 빗물을 받아 물을 마신다.
속마음을 터놓게 된 두더지 친구와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두더지의 시를 듣는다.
두더지 친구를 잡아먹으려는 뱀이 나타나자 대니는 쇠자를 꺼내 해적처럼 악당을 물리친다!
심심해진 나머지 수학 숙제도 하고, 정말정말 하기 싫던 글짓기 숙제도 한다.
구덩이에서 밤을 보내고 다시 하늘이 어두워지자
용감하고 호기롭던 대니도 슬그머니 겁이 나기 시작한다.
원망스럽던 아빠와 엄마가 떠오른다. 비닐봉지 아래서 비를 피하자니 집 생가기 간절해지고, 나타나고 싶을 때만 등장하는 두더지 친구를 기다리자니 밉살맞은 사춘기 형의 얼굴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동생 같던 강아지 쿵치도 보고 싶다.
멋대로 이사를 결정하고 친구들과 헤어지게 만든 식구들을 아직 완전히 용서하고픈 마음은 들지 않지만, 그래도 이제쯤 가족이 나타난다면 정말 반가울 것 같다.
과연 대니는 구덩이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여기서 탈출할 방법은 무엇일까?
구덩이에서 만난 두더지 친구!
하모니카 소리와 노래를 좋아하고 시까지 읊는 낭만주의자!
밀린 숙제 해치우기! 컴퓨터도 없고 참고서도 없지만, 어쩔 수 없지, 혼자 해보는 수밖에!
느닷없이 나타난 악당 뱀! 내 친구 두더지를 살려줘! 가진 건 기다란 자뿐이지만 내 친구는 내가 지킨다!

“네가 이러는 게 당연해. 대신 밴프에 가서 새로 애완동물을 키우자. 조그맣고 돌보기 쉬운 녀석으로. 햄스터 같은 거 말이야.”
엄마가 빙긋 웃었다.
“햄스터 싫어요! 난 쿵치가 좋아요. 내 방, 내 공원, 우리 학교가 좋다고요! 난 엄마, 아빠랑 다 함께 저녁 먹고 싶어요. 한 사람하고만 먹기 싫어요! 나한테 안 물어봤잖아요! 나랑 의논 안 했잖아요! 와, 진짜 고마운데요, 전 싫어요.”
대니가 소리쳤다.
“뭐라고?”
아빠가 말했다.
“싫어, 싫어, 싫다고요!”
“에이, 귀염둥이,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야.”
형이 말했다.
대니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평생 이렇게 화가 나 보긴 처음이었다.
― 1장, '엄청난 소식'에서
부모님이 대니가 없어진 걸 알아차리긴 하겠지만, 한동안은 모를 게 분명하다. 이웃 사람들하고 친구네 부모님들에게 전화를 할 게 뻔하다. 그러기까지 몇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이건 여기 구덩이에 한동안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멍청하게 굴 수 없었다. 마음을 가라앉혀야 했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만 했다.
계속 이렇게 되뇌었지만 심장은 계속 쿵쾅거렸다. 무언가 마음이 차분해지도록 집중할 것이 필요했다. 부모님은 언제나 무슨 결점이라는 듯 대니더러 현실적이라고 말하곤 했다.
좋아,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행동할 테다.
좋은 생각이 있었다. 책가방에 뭐가 들었는지 하나하나 살펴보는 거였다. 대니는 가방을 확 열고 물건들을 꺼내 바닥에 늘어놓기 시작했다.
땅콩버터 에너지바 세 개
물이 3분의 1 정도 든 보온병 하나.
포도 주스 얼룩이 진 큼지막한 체육복 티셔츠 하나.
교과서와 문제집 몇 권.
쓸모없는 휴대 전화 하나.
― 3장, '가방 속 잡동사니'에서
“물론, 나지. 쥐라도 온 줄 알았어? 어떤 사람들은 우리를 쥐하고 헷갈린다고 하는데 아주 자존심 상해. 우린 걔네랑 완전 다르다고. 첫째, 쥐는 오래된 쓰레기를 아무거나 먹어. 우웩! 두더지는 훨씬 까다롭다고. 우린 유기농만 고집하지. 그래, 쥐가 똑똑한 건 맞아. 하지만 내 생각엔 그래서 문제가 생기는 거야. 항상 머리를 굴린단 말이지. 어떻게 이 사과를 훔치지? 어떡하면 저 지하실에 몰래 들어갈까?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도 당연해. 사람들이 두더지한테는 나쁜 말을 하지 않잖아. 너, 누굴 ‘두더지새끼’라고 부른 적 있어? 쥐새끼가 아니라?”
두더지가 말했다.
― 11장, '드디어, 드디어!'에서
“뉴욕이나 밴프를 왔다 갔다 하며 사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을지도 몰라. 뉴욕에는 할 일이 백만 가지는 있을 거야, 그렇지?”
“최소한 백만 개지.”
두더지가 말했다.
“그리고 밴프에 가면 하이킹도 하고, 스키랑 스노보드도 탈 수 있어. 눈 덮인 산들이 있거든. 그리고 곰하고 늑대같이 멋진 동물도 있고.”
“늑대?”
“영원히 그렇게 살지는 않을 거야. 아마 휴가 때는 모두 함께 지낼 거고. 오해는 하지 마. 부모님 행동을 인정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그래도 부모님이잖아. 피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내가 없으면 일을 더 엉망으로 망쳐 놓을 게 분명해. 내 말이 맞지, 두더지? 두더지?”
대니는 두더지를 건너다보았다.
이런. 두더지는 발을 허공으로 뻗고 잠이 들었다. 대니는 두더지의 조그맣고 둥그런 배가 쌕쌕 오르내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두더지는 정말 단순하게 살았다. 구멍을 파고, 벌레를 먹고, 시를 짓고. 그런데 사람은 너무 복잡하다.
― 11장, '드디어, 드디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