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제주 출신 작가 현길언이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풀어낸 성장 소설. 제주 4.3 사건은 제주 사람에게는 아직도 응어리로 남아 있는 아픈 이야기다. 그 속내를 제주도 출신 작가 현길언이 어린 규명이의 눈을 따라서 가감 없이 밝혀내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사라져 가는 우리 자연과 문화와 생활,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질곡의 역사를 폭넓게 그려냈다.
출판사 리뷰
가족, 친구, 내가 살던 옛집과 꽃나무…… 다들 어디로 갔을까
소중한 것들이 눈앞에서 하나둘씩 사라졌다
말, 소, 닭, 개 등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어린아이가 서서히 어른들의 세상과 부딪친다.
내 것이 생기고 나서 그것을 돌봐야 하는 책임감이 생겼다. 또 가장 아끼는 것들을 잃어버리는 슬픔도 맛보게 되었다. 아름다워야 할 추억마저 아픔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무너져 내린 집터 한 구석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피어오르는 봉숭아 새싹들을 발견한다.
‘꽃들은 언제나 나를 보면서 웃는다. 성내거나 얼굴을 찡그릴 때가 없다.’
제주 출신 작가 현길언이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풀어낸 성장 소설
일제 강점기를 거쳐 제주 4ㆍ3 사건, 그리고 6ㆍ25 전쟁까지 우리의 아픈 역사를 3부작 성장 소설(“전쟁놀이” “그때 나는 열한 살이었다” “못자국”)에 담아낸 제주 출신의 소설가 ‘현길언’이 새로운 관점으로 또 한 편의 성장 소설 “다들 어디로 갔을까”를 완성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사라져 가는 우리 자연과 문화와 생활,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질곡의 역사를 폭넓게 그려냈다.
해방 이후, 제주도는 이해할 수도 믿을 수도 없는 광풍에 휩싸였다. 그 일은 반세기 동안이나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 섬에 그대로 묻혀 있었다. 그러나 2000년 1월 12일 제주 4ㆍ3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우리 모두에게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되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제주 사람에게는 아직도 응어리로 남아 있는 아픈 이야기. 제주도 출신 작가 현길언은 그 속내를 어린 규명이의 눈을 따라서 가감 없이 밝혀내고 있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가축을 벗 삼아 돌보며, 콩이나 꽃씨가 자라는 것을 관찰 일지에 꼼꼼히 기록하고, 아끼던 닭을 죽인 족제비를 잡아 만든 붓으로 명심보감을 베껴 쓰면서 어린 규명이는 어렴풋이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간다. 그러나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던 규명이는 하루아침에 아버지와 헤어지게 되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잃는다. 그 많던 마소를 다 빼앗기고 대가족이 해체되면서 어머니와 단둘이 남게 된 어린아이. 아직은 어린 규명이가 시련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어디에서 찾을까? 바로 제 몫을 하기를 바라던 집안 어른들의 사랑과 가르침에서 찾을 수 있다. 종자가 될 닭과 개 소 돼지를 주면서 부자가 될 거라고 했던 외할아버지의 덕담은 규명이에게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이다. 잡초더미 아래에서도 돋아나는 봉숭아꽃 새싹처럼 말이다.
작가는 “누구나 한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변하지 않는 자연의 질서와 나를 새롭게 태어나도록 하는 그 어떤 힘을 믿을 수 있기”를 바란다.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도 외로운 아이
규명은 유복한 가정에서 온 가족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는 아이다. 가족들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죽었다 되살아난 규명을 애틋해한다. 증조할아버지는 집안의 대를 이을 규명에게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면서 천자문과 명심보감을 가르치고, 할아버지는 뒤숭숭한 세상에서는 무엇이나 할 줄 알아야 한다며 가축들을 돌보게 하고, 어머니는 규명이 죽은 형의 몫까지 해내길 기대하며 엄하게 대한다.
어른들뿐인 대가족 안에서 규명은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형의 말을 타기 시작하고, 낙인을 찍은 소와 동무처럼 가까워지고, 장대로 괴롭히기 일쑤였던 닭을 누이동생 삼으며 집 안의 여러 가축들―말, 소, 닭, 돼지, 개―과 친해진다. 그들에게 정을 주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외로움은 사라진다.
우리는 어느 편이지?
규명은 아끼던 닭을 족제비에게 잃고, 돼지 추렴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소도둑에게 소를 도둑맞는 등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부턴가 마을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여름 방학 내내 정성으로 가꾼 화단이 폭풍에 망가지고, 누군가 교장선생님을 죽이는 사건이 일어나 학교는 문을 닫고, 아버지는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규명이네 대가족은 고향을 떠나 외갓집으로 피난을 간다. 그곳에서 규명은 외사촌 동생들과 지내며 더욱 어른스러운 아이로 자란다. 하지만 죽은 형이 아끼던 말을 폭도들에게 도둑맞고, 안전할 줄 알았던 마을도 폭도들의 습격을 받는다. 영문도 모르고 바다로 도망친 규명은 엄마에게 묻는다. “왜 폭도들이 우리를 쫓아오지? 우리가 뭐 잘못한 일이 있어?” “아버지는 어느 편이지?”
폭도들의 습격으로 할머니를 잃고, 규명이 외로울 때마다 함께 해 준 누렁이는 미친개가 되어 경찰서 뒷마당에서 죽임을 당한다. 할아버지마저 아버지가 폭도 우두머리라는 이유로 고문을 받게 되고,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만다.
내가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이제 집안에는 어머니와 규명, 둘만 남았다. 규명은 외가 친척들이 마련해 준 가축들을 달구지에 싣고 고향 집으로 돌아간다. 집 앞동산은 하나도 변함이 없는데 옛 집은 잡초로 뒤덮여 있다. 툇마루에 앉아 햇살이 잔잔히 부서지는 마당을 내려다보는 규명의 눈에 떠나간 가족들의 모습이 하나둘 들어온다. 규명이와 함께 지냈던 가축들도 전부 마당으로 뛰어 들어온다. 꽃씨들이 나비가 되어 마당 위로 날아오른다.
작가 소개
저자 : 현길언
제주에서 출생하여 제주대학교와 한양대학교에서 25여 년간 교수 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임했다. 현재는 평화의문화연구소 소장으로 학술교양지 「본질과 현상」의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일하면서 소설 쓰기와 연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현대문학」지를 통해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 후에 「용마의 꿈」, 「나의 집을 떠나며」, 「유리벽」 등 여러 권의 소설집과 「한라산」, 「열정시대」, 「숲의 왕국」 등 많은 장편소설을 썼다. 특히 어른과 어린이, 청소년문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모두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새로운 소설 양식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생각하여, 성장소설 3부작 「전쟁놀이」, 「그때 나는 열한 살이었다」, 「못자국」을 썼고, 연구서로 「한국현대소설론」, 「소설 쓰기 이론과 실제」, 「문학과 성경」 등 여러 책이 있다. 이러한 소설 쓰기와 연구 활동을 인정받아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김준성문학상, 백남학술상, 녹색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작가의 말 4
영산홍 8
말 24
날쌘돌이 33
씨암탉 57
돼지 추렴 75
꽃밭 84
누렁이 97
외갓집 107
미친개 139
내가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