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문학의전당 시인선 250권. 정진용 시집 <여전히 안녕하신지요?>가 세상에 안부를 묻는다. 삶에서든 죽음에서든 존재의 입지를 조화시키려는 시인의 정직하고 여유로운 서정이 돋보이는 시집이다. 그럼에도 여지없이 현실의 존재인 시인은 주변의 사물과 자연물, 혹은 세속적 일상 속에서 깨달아가는 서정으로 존재감을 밀어내고 있다.
출판사 리뷰
사람과 자연의 구경(究竟)
정진용의 시적 발화(發話)는 이런 사람에 깃든 인성과 천성을 주변의 사물과 자연물, 혹은 세속적 일상 속에서 깨달아가는 서정이 완연하다. 가치의 분별을 넘어서고자 하는 시인의 애잔하고 푸른 눈길은 다른 사물 속에도 인간적인 가치 이상의 것이 배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데서 출발한다.
안녕, 내내 안녕
내 눈에서 도려낸 당신의 눈썹을
메소포타미아 하늘에 걸어놓고는
그게 다일 줄 알았는데
다시 살아 당신 만날 줄이야
당신 때문에 밤 뒤집을 줄이야
히말라야 바람 앞의 룽다처럼 밤 뒤집을 줄이야
-「초승달」 부분
초승달로 비유한 시인의 사랑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상대의 이력을 소환한다. 사랑의 역사라고 해도 좋을 이 시공간의 몽유는 그대로 비움을 통한 사랑의 전유(全有)라는 내공을 쌓는 존재의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나라는 무슨 느낌일까
때로는 자릿자릿 촉감이다 이 땅에 살아
이 땅의 흙이 된 사람으로 이 땅의
나무가 자란다는 것을 알 때부터 머리털 곤두서는
더듬이다 생쥐나 여우 보기 싫다고
도려낼 수 없는 성감대다
-「나라, 때로는」 부분
색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으로 이루어진 나무는 그대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존립 의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독선을 넘어서는 연대와 희생에 대한 생각으로 번져나간다. 정치적 성향으로서의 좌파나 우파나 중도 같은 것도 이런 우람한 국가의 생장 배경 앞에서는 숙연할 수밖에 없다. 국가라는 큰 울타리를 키우는 데는 범속한 듯 보이나 그지없이 선한 이타심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어디에다 나를 맡겼든지
사는 게 만만찮으면 안 와도 된다 내가
바람으로 찾아갈 테니 나를 생각한 날에
바람 불면 나인 줄 알아라 그 바람에
네 가슴의 허튼 것 다 실어 보내라
-「나 떠나면」 부분
삶을 에워싸는 죽음, 그 소멸은 비애와 허무를 자아내지만 시인의 달관한 품성은 소슬한 자연의 절경에 기대어 오히려 마음의 허허 처신을 낳는다. 죽음을 회피하지 않고 존재의 확장으로 여기는 마음으로 세상을 새롭게 본다. 혐오와 염세의 기조를 벗고 낙관과 조화를 꾀하는 것, 이것은 자연의 진경만이 아니라 마음이 새롭게 “내닫는 장엄”이 아닐 수 없다.
작가 소개
저자 : 정진용
1962년 강원 원주에서 태어나 부끄럽게도, 여전히, 안녕하게 잘 살고 있다.E-mail: nowhereiam0@naver.com
목차
서문 | 윤용인
시인의 말
제1부 사풋사풋
뱀 15
산책 16
적벽강 18
체면 19
초승달 20
진경산수도 22
풀 23
봄 24
별 26
당신은 30
항변 33
섬 34
망초 36
죽비 37
가로수 38
제2부 따따부따
이팝나무 41
나라, 때로는 42
낫달 44
묘비 45
저수지를 보면 46
울음꾼 48
요즘 뉴스 50
낙화 52
달은 세상의 거울 54
엘레지 희망 57
아닌 봄 58
함박눈 59
침묵 60
유산 61
딱따구리 62
제3부 아옹다옹
별시(別時) 65
발성법 66
세밑 68
이미 시작된 미래 69
방 안의 숲 70
환생을 보다 72
하루살이 73
반인반목 그녀 74
홀로코스트 한입 아 76
자장면, 뉴스, 효과 78
멸문 80
경찰백서를 보며 82
난을 보내는 뜻 84
안부 86
제4부 괴발개발
㜚, 즐거운 상상 89
평등 90
법 92
정치 94
출근 중독 96
거룩한 가계도 98
안부 104
몸살, 전생을 소환하다 106
덕담 108
야사 110
조치원(鳥致院) 113
나무는 114
나 떠나면 116
잡초 118
해설 | 사람과 자연의 구경(究竟) 119
유종인(시인·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