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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주의자의 빈집
문학의전당 | 부모님 | 2017.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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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문학의전당 시인선 254권. 2011년 「시문학」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허순행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외로움의 시공간을 휘저으며 비로소 '빈집'을 만든 시인의 처절한 시간이 담겨 있다. 어둠으로 어둠을 이기는 방식으로 살아온 시인의 절망은 때론, 기이할 정도로 고통을 잘 다룰 줄 아는 것이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상처를 잘 이해하고, 어루만져줄 수 있는 시인의 이 뜨거운 흉터는 어둠을 함께 이겨가는 방식으로 빈집을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출판사 리뷰

어둠으로 어둠을 이기는 법

시인은 제 손으로 상처를 벌리고 흘러내리는 피를 받아 시를 써내려 간다. 처절한 자기 확인 욕망이 추동하는 이러한 피학을 미학으로 승화시키는 시인의 고투는 그것으로 트라우마를 뛰어넘는다. 나아가 시화(詩化)된 상처를 통해 타인의 상처를 어루만진다는 점에서 이들의 상처는 때로 아름답기까지 하다.

어둠이 발짝 소리도 없이 안으로 들어선다 퀴퀴한 냉기가 숨을 죽인다 숨어 있던 소리들이 슬금슬금 기어 나오고 늙은 문지방이 몸에 쌓인 기억을 덜어낸다 구부정하게 서서 좌우를 살펴보던 서까래가 사방으로 흩어진 제 모습을 들여다본다
-「빈집」부분

「빈집」에서는 “어둠이 발짝 소리도 없이 안으로 들어”서자 “숨어 있던 소리들이 슬금슬금 기어 나오고 늙은 문지방이 몸에 쌓인 기억을 덜어낸다”. 인용한 이 시는 ‘어둠’이 ‘몸/집’속에 있는 ‘비밀/숨어 있던 소리’를 밖으로 이끌어내는 존재라는 걸 말해준다. 그렇다면 저 어둠에 의해 다시 시인의 눈앞에 환영처럼 펼쳐지는 광경은 무엇일까.

눈이 내린 아침이면 텅 빈 적막을 데리고 빈 의자에 앉는 것
하얗게 얼어붙은 적막을 꺼내 적막으로 다스려 보는 것

물처럼 가라앉은 어둠이 제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리하여
강물 우는 소리가 깊게 들리는 것
-「혼자 남겨진다는 것은」부분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한 표현들이 담담한 어조 속에서 뭉클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이 시는 어둠만이 들락날락할 뿐인 빈집에 혼자 남겨진 시인의 생활을 그린다. “혼자라는 말 속에 숨어서/하루 종일 어둠을 견디는” 시인은 “강물이 우는 소리”와 “몸속 깊숙한 곳”의 “마른 가랑잎 소리”와 “죽은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한숨 소리”를 듣기도 하고, “눈이 내린 아침이면 텅 빈 적막을 데리고 빈 의자에 앉”아 “하얗게 얼어붙은 적막을 꺼내 적막으로 다스려 보”기도 한다. 시인은 어둠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차라리 그것에 잠식되어버림으로써 스스로 어둠이 되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작가 소개

저자 : 허순행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1년 《시문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꽃잎만 붉다』가 있다.E-mail: moon1080@hanmail.net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11월 13
지킬 박사의 어떤 여름밤 14
반역 16
고정관념 18
쭈니의 혼잣말 19
순록을 위하여 20
우물에 관한 우울한 23
호모사피엔스의 바늘귀 24
하이퍼 리얼리티 26
회암사지에서 28
내 동생은 30
목숨은 목숨에 기대서야 제 얼굴을 알아본다 33
여름의 끝 34
폭설 35
불면 36
문호리 이야기 38
느티나무가 제 그림자를 키우는 동안 40

제2부
이름 43
소금이 너에게 44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46
심장이식 48
불통에 관한 50
밥 또는 법 51
사진첩에서 52
수색역을 위한 꼴라쥬 54
욕망에 관한 55
빈집 56
제승당에서 57
일주일의 드로잉 58
신인류 61
낙타풀 62
3월 64
열정과 냉정 사이 66
이면 68

제3부
어둡고 맑고 깊은 71
혼자 남겨진다는 것은 72
11월에 내리는 비 74
지독한 사랑 76
극성스럽다 77
길 위에서 78
핑크 카펫 80
낙관주의자의 빈집 82
따뜻함에 대한 가벼운 사유 83
방정식으로 풀기 84
갱년기 86
망우역에서 87
편견 88
출근길 90
여름이 오기 전에 91
사랑 92
쇠똥구리관 93
맹인가족 94
시 95
축복 96

해설 | 어둠으로 어둠을 이기는 법 97
이현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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