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제3회 고바야시 히데오상 수상작. 사노 요코는 60세 무렵부터 번잡한 도쿄를 떠나 일본 최초의 컬러 영화 [카르멘 고향에 돌아오다]의 촬영지인 군마 현의 산촌에서 생활했다. '대학촌'이라고 불리는 기타가루이자와에서의 약 5년간의 전원생활을 주로 다룬 연작 에세이집이 바로 <어쩌면 좋아>이다.
<어쩌면 좋아>는 기타가루이자와 지역 별장에 사는 사람들을 비롯해 지역 토박이들과의 교류를 그린 '커뮤니티 문학'이라 할 수 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사노 요코처럼 60세 이상이므로 '초로 문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좋아>는 일본 근대 문예 평론의 창시자라는 고바야시 히데오의 이름을 딴 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사노 요코의 삶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가슴 먹먹하게 하는 통찰이 잘 녹아 있는 연작 에세이집이다.
출판사 리뷰
사노 요코의 귀거래, 기타가루이자와 일기‘산도 강도 부엌도, 몇 년 과거도 수천 년 과거도,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시선으로 보는 저자의 시선에 감동을 느낀다.’ -가쿠타 미츠요
사노 요코는 60세 무렵부터 번잡한 도쿄를 떠나 일본 최초의 컬러 영화 <카르멘 고향에 돌아오다>의 촬영지인 군마 현의 산촌에서 생활했다. ‘대학촌’이라고 불리는 기타가루이자와에서의 약 5년간의 전원생활을 주로 다룬 연작 에세이집이 바로 <어쩌면 좋아>이다. <어쩌면 좋아>는 기타가루이자와 지역 별장에 사는 사람들을 비롯해 지역 토박이들과의 교류를 그린 ‘커뮤니티 문학’이라 할 수 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사노 요코처럼 60세 이상이므로 ‘초로初老 문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좋아>는 일본 근대 문예 평론의 창시자라는 고바야시 히데오의 이름을 딴 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사노 요코의 삶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가슴 먹먹하게 하는 통찰이 잘 녹아 있는 연작 에세이집이다.
사노 요코는 젊었을 때부터 죽음에 관해 이야기해왔다.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도 실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노 요코가 창작 초기부터 죽음이라는 주제에 몰두했던 것에는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두 남자인 아버지와 어려서 죽은 오빠의 영향이 있었다.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불화했던 어머니와의 관계와 함께 그녀의 삶과 창작을 지배한 원초적인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어머니와의 불화는 오빠와 아버지의 때 이른 죽음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어쩌면 좋아> 역시 사노 요코의 에세이답게 전체적으로 밝음을 기조로 하고 있으면서도 상실과 애수의 터치가 곳곳에 섞여 있다. 유머를 잃지 않는 사노 요코의 에세이들 속에는 그녀가 툭툭 던져놓은 죽음에 대한 단상들이 곳곳에 박혀 있다. 죽음과 노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는데도 그 분위기는 전혀 어둡지 않다. 오히려 하나하나가 다 재미있다. 그리고 재미 뒤에는 한 편의 이야기를 읽은 뒤 책을 잠시 덮고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독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일본의 한 후배 작가가 표현했듯이 이건, 오직 사노 요코만이 할 수 있는 기예다.
기타가루이자와의 산촌에서 사노 요코는 자연을 닮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자연이 펼쳐놓는 축복 속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필요한 것은 돈을 주고 사서 써온 자신의 삶을 대지에 단단하게 발을 딛고 선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보고, 몸에 조그만 이상만 있어도 신이 나서 병원으로 달려가는 자신과 미련할 정도로 느긋한 농부의 아내를 비교하며 도시의 삶 속에서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정상이 아닐 수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머윗대로 조림을 만들고, 한 포기 수선화를 마당에 옮겨 심고, 자연의 시간이 담긴 한 통의 꿀을 맛보며 감동에 젖고 위대한 대자연의 힘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촐랑맞은 존재인지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하게 펼쳐 보인다.
요코 아줌마의 나이 어느덧 예순 줄. 쏜살같은 세월은 아직도 일곱 살이라고 마음 한구석에서 느끼는 자신을 무참할 정도로 변화시키고 이러한 변화는 ‘엣, 설마, 내가 예순 살, 거짓말?’ 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마음이 들게 하지만 어느 누가 안 그럴까. 이런 게 인생이구나, 이런 게 삶이구나, 사기 당한 기분에 젖는다. 지금의 일곱 살짜리 아이에게는 자신이 예순이든 여든이든 별다를 게 없는 할머니로 보일 것이라는 씁쓸함은 지우기 어렵지만 결국 인생이란, 아니 생명이란 이름의 모든 존재는 이렇게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던가.
대자연 속에서 자연을 닮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사노 요코는 자연이 인간에게 선사한 지혜를 일상의 생활 속에서 배워 간다. 자기연민에 빠질 새도 없이 생명을 가꾸고 돌보는 농부들의 담담한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도 모종을 얻으며 이것이 내년에 잘 자랄지 걱정하고 생각보다 잘 자라면 기뻐하자고 마음먹는다. 모두가 느끼는 삶의 허무를, 그리고 그 삶의 허무를 넘어서려는 생명의 의지를 그 마무리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되어 사노 요코는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한다. ‘언제 죽어도 좋다. 하지만 오늘이 아니어도 괜찮아.’

지난주에는 사토 부부와 함께 실버 할인으로 <해리 포터>를 보러 갔다. 다 같이 꺄아 꺄아, 신이 났다. “굉장하지, 800엔 득봤어.” “아 신나.” “영화 보러 계속 오자, 웁하하하.” 하지만 나는 아랫배가 불편했다. “실버”라고 내가 외쳤을 때 티켓 파는 아가씨는 내 얼굴을 보고 납득한다는 얼굴로 쓰윽 표를 내밀었다. 나는 ‘당신 나이 속이는 거 아냐?’ 하고 의심의 눈으로 봐주길 바랐는데.
나는 놀랐다. 이제 다른 사람의 눈에도 내가 실버로 보이는구나. 어느새 예순셋이 된 거냐고. 난 몰랐어. 정말로 몰랐다.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살고 있다. 사는 동안은 살아가는 것 말고는 달리 없다. 산다는 건 뭐냐. 그래, 내일 아라이 씨네로 커다란 머위 뿌리를 나눠받으러 가는 거다. 그래서 내년에 커다란 머위가 싹을 낼지 안 낼지 걱정하는 거다. 그리고 조금 큰 어린 꽃대가 나오면 기뻐하는 거다. 언제 죽어도 좋다. 하지만 오늘이 아니어도 좋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작가 소개
저자 : 사노 요코
일본의 작가, 에세이스트, 그림책 작가. 중국의 베이징에서 7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유년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불화, 병으로 일찍 죽은 오빠에 관한 추억은 작가의 삶과 창작에 평생에 걸쳐 짙게 영향을 끼쳤다.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백화점의 홍보부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1966년 유럽으로 건너가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 1971년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다. 일본 그림책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100만 번 산 고양이』를 비롯해 『아저씨 우산』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등 수많은 그림책과 창작집, 에세이집을 발표했다. 그림책으로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고단샤 출판문화상, 일본 그림책상, 쇼가쿠간 아동출판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어렸을 적 병으로 죽은 오빠를 다룬 단편집 『내가 여동생이었을 때』로 제1회 니미 난키치 아동문학상, 만년에 발표한 에세이집 『어쩌면 좋아』로 고바야시 히데오상을 수상했다. 2003년 일본 황실로부터 자수포장을 받았고, 2008년 장년에 걸친 그림책 작가 활동의 공로로 이와야사자나미 문예상을 받았다. 2004년 유방암에 걸렸으나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자각하고도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시즈코 씨』 등 말년까지 에세이집을 왕성하게 발표했다. 2010년 11월 5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만 72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목차
이것은 사기?
고맙다
오늘이 아니라도 좋아
무지개를 바라보며 죽는다
목소리는 배에서부터 내라
예사롭게 죽다
그런 거야?
그건, 그건 말이지요
그렇다면 괜찮지만
헛간, 헛간
보통이 아니야
어쩌면 좋아
아무것도 몰랐다
산의 백화점 호소카와
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토끼
수수께끼의 인물 하야시 씨
돈으로 산다
후기를 대신하여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