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작가의 머리가 바뀌었다!바람이 휙 불어, 글쓴이의 말을 쓰고 있는 작가의 머리와 ‘장진주’라는 시를 쓰고 있는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의 머리가 바뀌어 버린다. 이 책은 이백에게 글쓴이의 말을 맡겨 버린 엉뚱한 작가처럼 발랄하고 기발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일곱 편의 이야기는 모두 바람의 홧김에 시작되었다. 손도 발도 없는 바람은 다리가 많은 문어나 다른 동물들과 자신의 바람을 바꾸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아무도 바람과는 무엇 하나 바꾸려 하지 않는다. 잔뜩 화가 난 바람은 세상 모든 것을 바꿔 버리기로 결심하는데, 바람이 휙 불 때마다…… 몸이 뒤죽박죽, 이름이 뒤죽박죽, 엄마가 뒤죽박죽, 그림자가 뒤죽박죽, 직업이 뒤죽박죽, 소리가 뒤죽박죽 바뀌는데……!
일곱 가지 이야기, 일곱 가지 생각거리 하나,「몸이 뒤죽박죽」에서는 동물들의 몸이 바뀐다. 당나귀에게는 코끼리 코가, 코끼리에게는 독수리의 날개가, 독수리에게는 캥거루의 새끼 주머니가 달려 있다. 당나귀는 바뀐 몸을 돌려주러 나서는데, 코끼리에게 코를 돌려주자 날개가 붙고, 날개를 돌려주자 캥거루 새끼주머니를 갖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당나귀의 숨겨진 비밀이 밝혀진다. 모두들 다른 동물의 일부를 갖게 된 대신 자신의 원래 모습을 잃어버렸는데, 당나귀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는 순간 당나귀는 자기 귀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사라진 당나귀의 귀는 임금님의 귀에 떡 붙어 있다. 그렇다면 당나귀 귀 임금님은 무엇을 잃어버렸을까? 다른 누군가의 것이 탐날 때 한번 마음대로 상상해 보자. 나한테 그게 있다면 어떤 점이 좋을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리고 나는 그 사람에게 과연 나의 무엇을 내어줄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보자.
둘,「이름이 뒤죽박죽」에서 하느님은 감기를 떨치기 위해 바람의 말대로 세상 모든 이름을 바꿔 버린다. 그러자 잠수함은 베개 사이를 날고, 꿈은 냄비에서 팔딱팔딱 뛰고, 떠돌이 발가락은 멀리에서 짖어 대는 세상이 되어 버린다. 공기, 물, 흙처럼 늘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우리가 쓰는 언어도 마찬가지이다. 언어가 없다면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과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하기도 힘들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날마다 쓰면서도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셋,「엄마가 뒤죽박죽」에서는 엄마가 바뀌어 버린다. 치치는 딱따구리로 바뀐 엄마 때문에 밥을 쪼아 먹느라 입이 퉁퉁 붓고, 또다시 엄마가 이웃집 잔소리꾼 아줌마로 바뀌어 순탄치 않은 하루를 보내게 된다. 마침내 하루가 끝나고 엄마가 되돌아오자, 다시는 엄마를 놓치지 않을 듯이 엄마 품에 안긴다. 누구나 한번쯤 다른 엄마를 원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싫은 것은 아니다. 엄마가 좋은 이유는 바로 우리 엄마이기 때문이 아닐까?
넷,「이야기가 뒤죽박죽」은 빨간 모자 소녀가 할머니 집 문을 열자 진시황제의 궁전이 나타나고, 늑대가 진시황제를 죽이려고 쫓고, 복숭아 동자가 나타나 손오공과 싸우고, 갑자기 요술 램프의 요정이 나타나는 뒤죽박죽 이야기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알고 있는가. 이 이야기들을 내 식으로 한 번씩 다시 패러디해 보는 것도 머리를 말랑말랑해지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섯,「그림자가 뒤죽박죽」에서 쥐는 고양이 그림자를 갖게 되고, 호랑이는 달팽이 그림자를 갖게 되고, 거북은 토끼의 그림자를 갖게 된다. 그러자 누가 누구를 쫓고 도망가는 일도 없어진다. 애벌레 그림자를 갖게 된 코끼리는 그림자를 밟을까 봐 걸음을 조심하게 되고, 거북은 토끼 그림자에게 걸음이 느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내 그림자는 어떤 모습일까? 다른 사람의 그림자를 너무 느리다고 너무 작다고 무시한 적은 없는지? 나와 다른 사람의 그림자를 바꿔 보면 나와 다른 그림자를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여섯,「직업이 뒤죽박죽」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직업이 뒤죽박죽이 된다. 선생님은 학생이 되고, 학생 삼십 명은 선생님 한 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된다. 수업은 오락과 만화 보기 이다. 하지만 학생이 된 선생님은 보고 싶은 신문도 보지 못하고, 수업이 어서 빨리 끝나기만 기다린다. 바뀌고 나서야 선생님은 반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학생들도 한번 선생님이 되어 보면 어떨까? 가끔은 다른 사람이 되어 거울 보듯 나를 낯설게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
일곱,「소리가 뒤죽박죽」에서는 서로의 소리를 바꿔 버린다. 개는 야옹야옹 울고, 부슬비는 휘리릭 호루라기 소리를 낸다. 우리는 보지 않고도 소리로 옆에 누가 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짐작한다. 나는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내 소리가 다른 사람의 소리와 바뀐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머리가 말랑말랑해지는 뒤죽박죽 바꾸기 놀이 상상력을 배우기 위해서는 학교에 갈 필요도, 학원에 갈 필요도 없다. 잠깐만 시간을 내어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만 바꾸면 된다. 상상 놀이처럼 손쉽고 무궁무진한 놀이가 있을까? 이 책은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다. 아마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어느새 바꾸기 놀이에 푹 빠진 세상은 바람이 잠든 후에도 다시 바꾸고 놀이를 시작한다. 소리를 바꾸고, 집을 바꾸고, 애완동물을 바꾸고……. 산들바람이 머리카락 속을 파고들 때, 세찬 비바람이 몰아칠 때, 장맛비가 쏟아질 때 자신만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이번에는 바람이 무엇을 바꿀까? 시끄러운 내 동생을 이웃집 오빠와 바꾸는 건 어떨까? 내 엉망진창 성적표를 반에서 1등인 친구의 성적표와 바꿀까? 이 책은 상상 놀이를 위한 좋은 예행연습이 될 것이다. 또한 일곱 편의 이야기는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며 읽어도 기발한 발상으로 인해 재미있지만, 친구들이나 부모님과 책을 같이 읽으며 숨겨진 상징적인 의미를 찾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 보기에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