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문학, 역사, 철학, 신화, 예술 등을 폭넓게 넘나들며 고유한 문학적 영토를 일구어 온 저자가 음악의 시원과 본질을 탐색한 작품이다. 그는 중세 독일의 신비주의 사상가인 에크하르트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나는 소리가 나는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기를 권한다”, “아무것도 듣지 말라”, “음악으로부터 멀어지라”.
그의 '음악 증오'는 그가 줄곧 보여 준, 뿌리 뽑힌 현재에 대한 근본주의적 부정의 맥락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최초로 소리가 발현된 곳으로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음악의 원형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눈물, 탄식, 고통, 공포 죽음 같은 어둡고 폭력적인 것과 강박적으로 엮여 있어 음악을 듣기 좋은 음을 배합하는 기술로 간주하는 일상적 관점을 재검토하게 만든다. 다른 한편으로 타인을 끌어당기고 무리를 짓게 하며 나아가 인간을 예속화하는 도구로서의 음악에 대해서도 고찰한다.
음악의 기묘한 힘은 전기의 발명과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강력해져 이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결국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어떻게 음악 바깥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어쩌면 음악에 이르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음악의 바깥으로, 즉 ‘소리의 광야’로 나가야 함을 함축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출판사 리뷰
음악은 아름다운 것인가, 저주스러운 것인가?
― 공쿠르상 수상 작가 파스칼 키냐르가 말하는 음악의 시원과 본질
『음악 혐오』는 문학, 역사, 철학, 신화, 예술 등을 폭넓게 넘나들며 고유한 문학적 영토를 일구어 온 파스칼 키냐르Pascal Quignard(1948∼ )가 음악의 시원과 본질을 탐색한 작품이다. 음악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처럼 들리는 이 책의 제목은 보는 이에게 본능적인 당혹감을 준다. 그는 대대로 음악가를 배출한 집안에서 자랐고 그 자신 역시 뛰어난 첼리스트이자 작곡가로도 활동했다. 게다가 이보다 5년 앞서 발표하여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은 『세상의 모든 아침』에서는 바로크 음악의 아름다움을 선보였던 그이기에 의문은 더 커진다.
키냐르의 음악 증오는 그가 줄곧 보여 준, 뿌리 뽑힌 현재에 대한 근본주의적 부정의 맥락 안에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특히 당대에 들어와 비약적으로 증폭된 음악의 오남용 사례는 그로 하여금 음악의 본질을 되짚어 보게 한다(가령 나치가 유대인들을 학살하면서 음악을 이용한 일은 음악이 어떻게 현실의 타락과 인간의 노예화에 일조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 극단적 사례다). 키냐르가 다루는 대상이 무엇이든 결국 문명의 흔적조차 없는 가장 먼 과거로 수렴되었듯이, 이 작품에서도 그는 최초로 소리가 발현된 곳으로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음악의 원형을 제시한다. 마치 땅속에 묻혀 있는 태고의 음향적 부스러기들을 파내어 그것에 담겨 있는 마음을 읽으려는 듯이. 혹은 되찾을 수는 없지만 사라진 선율들을 어렴풋이 떠오르게 하려는 듯이.
하지만 그 원형이 어떤 신비적이고 이상화된 모습으로 제시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눈물, 탄식, 고통, 공포, 경악, 회한, 피 냄새, 죽음 같은 어둡고 폭력적인 것과 강박적으로 엮여 있다. 이는, 음악을 듣기 좋은 음을 배합하는 기술로 간주하는 우리의 일상적 관점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게 만든다.
> 태초에 공포가 있었다
키냐르는 먼저 “음악mousik
우리는 극도로 상처 입은 어린아이와 같은 유성有聲의 나체를, 우리 심연에 아무 말 없이 머무는 그 알몸을 천들로 감싸고 있다. 천은 세 종류다. 칸타타, 소나타, 시.
노래하는 것, 울리는 것, 말하는 것.
나는 소리가 주는 고통과 음악의 지속적인 관계에 대해 질문해 본다.
공포와 음악. 음악mousike과 공포pavor. 이 두 단어는 영원히 결속된 것만 같다.
작가 소개
저자 : 파스칼 키냐르
1948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베르뇌유쉬르아브르(외르)에서 태어나 1969년에 첫 작품 『말 더듬는 존재』를 출간했다. 어린 시절 심하게 앓았던 두 차례의 자폐증과 68혁명의 열기, 실존주의 · 구조주의의 물결 속에서 에마뉘엘 레비나스 · 폴 리쾨르와 함께한 철학 공부, 뱅센 대학과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의 강의 활동, 그리고 20여 년 가까이 계속된 갈리마르 출판사와의 인연 등이 그의 작품 곳곳의 독특하고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귀환한 뒤 글쓰기 방식에 큰 변화를 겪고 쓴 첫 작품 『은밀한 생』으로 1998년 ‘문인 협회 춘계대상’을 받았으며, 『떠도는 그림자들』로 2002년 공쿠르 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표작으로 『로마의 테라스』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 『섹스와 공포』 『옛날에 대하여』 『심연들』 『빌라 아말리아』 『세상의 모든 아침』 『신비한 결속』 『뷔르템베르크의 살롱』 『음악 혐오』 『소론집』 등이 있다.
목차
1장 성 베드로의 눈물
2장 귀에는 눈꺼풀이 없다
3장 나의 죽음에 관하여
4장 소리와 밤의 유대에 대하여
5장 세이렌의 노래
6장 루이 11세와 노래하는 돼지들
7장 음악 혐오
8장 레스, 오하드, 에크하르트
9장 저주를 풀다
10장 관계의 끝
옮긴이의 말 _ 음악에 이르는 길
작품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