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러시아 근대 문학의 선구자 니꼴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의 소설 중 제정 러시아의 수도 뻬쩨르부르그를 배경으로 쓴 다섯 편의 단편을 모았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코」「외투」를 비롯하여 「광인 일기」「초상화」「네프스끼 거리」까지. 환상과 현실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방식으로 부조리한 세계를 조명하고 있는 이 작품들은 지극히 현대적인 상상력과 신랄한 현실 풍자 정신으로, 고골을 러시아 근대 문학의 근원지에 자리하게 했다.
출판사 리뷰
러시아 근대 문학의 선구자 니꼴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그간 알려진 ‘고골리‘라는 호칭은 러시아어의 연음을 잘못 읽은 것이다)의 소설집 『뻬쩨르부르그 이야기』가 (주)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제68번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제정 러시아의 수도 뻬쩨르부르그를 배경으로 쓴 고골의 단편을 모은 것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코」와 「외투」를 비롯하여 「광인 일기」, 「초상화」, 「네프스끼 거리」 등 모두 다섯 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 환상과 현실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방식으로, 부조리한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의 소외된 현실을 강렬하게 조형해 내고 있다. 또한 그 독특하면서도 지극히 현대적인 상상력과 신랄한 현실 풍자 의식으로써, 고골을 러시아 근대 문학의 근원지에 자리하게 한 대표작들이다.
현실과 환상의 결합이 낳은 현실 비판과 따뜻한 휴머니즘
『뻬쩨르부르그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뻬쩨르부르그는 뾰뜨르 대제의 명령으로 러시아가 유럽 문명을 긴급히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 도시이다. 이 도시는 물질적 욕망과 계급적 질서가 지배하는 허위와 혼돈의 세계이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다수가 관료이며 모두 계급에 따라 움직이고 인생 전체가 계급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계급 의식은 곧 속물적인 탐욕과 연결된다. 「코」에서 자신의 계급을 과장하여 자랑하는 꼬발료프의 코가 사라진 사건이나, 위계 질서를 지키지 않는다고 불쌍한 하급 관리를 닦달하여 죽게까지 하는 「외투」의 “고위층 인사”의 모습은 모두 계급적 허위의식을 극명하게 보이는 예이다. 또한 「초상화」의 주인공은 갑자기 생긴 돈에 의해 예술의 가치도, 삶의 의미도 돈의 획득으로만 보는 인물이 된다. 이와 같은 속물성과 탐욕성을 대표하는 인물들은 묵묵히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가난한 하층민들을 간단히 죽음으로까지 내몬다(「외투」). 이처럼 계급과 물질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근대 도시의 뒤틀린 모습은 이 책의 모든 작품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고골의 단편소설은 무엇보다 그 냉혹한 현실 앞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는 데 특징이 있다. 뛰쳐나가 5급 관리 행세를 하는 코에게 “저, 당신은 내 코가 아닙니까?” 하고 물으며(「코」), 유령이 “내 옷 내놔!” 하고 달려들자 잘난 척하던 고위층 관리가 혼비백산 도망간다든가(「외투」), 남자를 보고 수줍어하는 아가씨에게 “실은 댁의 강아지와 할 말이 있는데요.”(「광인 일기」)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독자는 웃음 짓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웃음은 인간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웃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다. 속물성과 탐욕이 판치는 현실이 냉혹하기에 그 속에서 웃음을 찾아내려 하는 고골의 작품에는 따뜻한 휴머니즘의 힘이 서려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웃음은 위의 세 가지 예에서도 알 수 있듯, 고골의 작품이 차디찬 현실 세계를 벗어나 환상성을 지님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고골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환상성이 현실을 회피하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의 현실성을 극대화함으로써 현실의 풍자와 비판에 힘을 싣고 있다. 사실 문학 작품에서 ‘환상성’이란 기본적으로 현실의 불합리한 질서와 논리를 부정하려는 인간의 상상력이 빚어낸 것이며, 기존의 현실을 거부하고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려는 작가의 저항 정신의 산물이게 마련이다. 『뻬쩨르부르그 이야기』는 뛰어난 상상력으로 현실성과 환상성을 절묘하게 결합시킴으로써 그 어떤 작품보다 현실 세계의 불합리성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마치 영화 「링」의 한 장면처럼 탐욕의 화신이 초상화의 액자에서 걸어나와 눈앞의 인물을 집어삼키고(「초상화」), 5급 관료의 제복을 입은 코 앞에서 절절매는 코의 주인(「코」), 외투를 빼앗기고 죽은 유령이 고위층 관리의 옷을 빼앗으려 달려드는(「외투」) 등의 장면은 공포와 연민, 웃음까지도 자아내는 놀라운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환상적인 면모는 19세기 초 일반의 상상력을 뛰어넘은 것일 뿐 아니라 오늘의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효과적이다.
그 웃음의 배후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눈물을 느낀다. ― 뿌쉬낀
고골은 뿌쉬낀과 함께 러시아 근대 문학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작가이다. 특히 블라디미르 나보꼬프가 “고골의 4차원 산문에 비하면 뿌쉬낀의 산문은 3차원”이라고 주장한 것처럼, 정형화된 틀을 벗어난 환상적인 수법으로 부조리한 현실을 극대화한 작품들로 오늘의 독자들에게까지 놀라움을 안겨준다. 특히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에 담긴 작품들이 지닌 환상성은 현실을 풍자하고 인간의 내재된 욕망을 여실히 드러내는 동시에 웃음과 공포, 인간에 대한 연민까지 불러일으킨다. 그럼으로써 현재를 살아가는 고달픈 인간의 현실까지도 적나라하게 마주 보게 하는 것이다.
추천평
<뻬쩨르부르그 이야기>는 근대 도시의 전형을 섬뜩하게 묘사한다. 짜르 지배하 러시아의 수도 뻬쩨르부르그는 모든 것이 카오스이며, 질식할 듯한 속물성과 타락한 관료들이 넘쳐난다. 가혹한 아이러니를 품고 있는 <네프스끼 거리>와, 안쓰러운 저항을 보이는 <광인 일기> 앞에서 시민적 이상은 붕괴되고 만다. 인간다운 의지를 요구하는 <외투>와, 원래의 주인이 자신의 미약한 위엄을 회복하기 위해 쫓아다니는 <코>의 기이함은 또 어떠한가! 고골의 생생한 풍자 정신과 절묘한 이야기 구성은 역설적이게도 삶의 실제적인 균열을 이루는 불합리성의 승리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가가 되고 있다.
- --- <르 몽드>
작가 소개
저자 : 고골 (1809~1852)
1809년 우끄라이나 뽈따바 현 미르고로드 군에서 태어나, 예술적인 소양이 풍부한 아버지와 몽상적인 광신도인 어머니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828년 관리가 되려고 상뜨뻬쩨르부르그로 상경하지만 냉혹한 현실 앞에 좌절하고, 가명으로 시집 『간스 뀨헬가르쩬』(1829)을 내지만 실패해 스스로 불태웠다. 갖은 고생을 겪은 끝에, 고향 우끄라이나 지방의 민담을 소재로 하여 쓴 『지깐까 근처 마을의 야화』(1831~1832)로 일약 러시아 문단의 총아가 되었다. 꿈과 현실이 뒤섞이며 우끄라이나의 민속적 정취가 넘치는 이 작품은 러시아 문단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1834년 상뜨뻬쩨르부르그 대학의 중세사 조교수로 임명되지만, 1년후 자신의 자질에 회의를 느껴 그만두었다. 1835년에는 자신이 직접 겪은 도시 생활의 뼈저린 고통을 독창적으로 묘사한 작품집 『아라베스크』를 냈다. 고골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이저의 환상적 낭만주의 경향을 탈피하고 낭만적 사실주의로 넘어갔다. 러시아의 관료 제도를 날카롭게 풍자한 희극 『검찰관』(1836)으로 큰 호평을 받지만, 보수적인 언론과 관리들의 비난으로 로마로 피신해야 했다. 최대 걸작이라 할 『죽은 혼』(1842)...은 부패한 현실에 대한 고발과 자유주의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내 젊은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으며, 마침내 고골은 러시아 문학사상 독보적인 작가로서 자리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 10년이 넘도록 작품 창작에 좌절하여 보수주의와 극단적인 신앙 생활에 빠져들며, 결국 저주받은 영혼처럼 세상을 떠돌던 고골은 1852년 광기에 휩싸여 생을 마감했다.
목차
1. 코
2. 외투
3. 광인일기
4. 초상화
5. 네프스끼 거리
6. 작품 해설
7. 고골의 문학 세계 / 조주관
8. 작가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