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공간이나 장소에 대한 이해를 통해 문학의 주제와 구조를 더욱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는 책. 한국 현대문학의 주요한 배경이었던 인천, 서울, 베이징, 만주 등이 한국문학과 관계 맺는 양식을 살펴본다. 50여 편의 사진이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사진들은 저자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며 촬영한 것이다.
학술적인 밀도와 현장의 생생함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지금까지 문학 연구가 주로 '무엇이 일어났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앞으로의 문학 연구는 '어디서 일어났는가'에도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출판사 리뷰
한국 현대문학 속에 자리한 인천, 서울, 베이징, 만주<한국 현대문학의 공간과 장소>는 한국 현대문학의 주요한 배경이었던 인천, 서울, 베이징, 만주 등이 한국문학과 관계 맺는 양식을 살펴본다. 이 책에는 <문화일보> ‘명작의 공간’ 코너에 1년여 간 연재한 서울에 관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50여 편의 사진이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사진들은 저자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며 촬영한 것이다. 학술적인 밀도와 현장의 생생함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사는 터에는 우리 삶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당신이 먹는 것을 알려달라. 그러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겠다”는 말이 성립하는 것처럼, “네가 머물렀거나 머무르는 곳을 알려달라. 그러면 네가 누구인지 말해주겠다”는 말도 성립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정한 공간이나 장소에는 혼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특유의 의미나 정서가 아로새겨져 있게 마련이고, 특정한 공간은 사람들의 행동을 추동하고 심지어는 운명까지 결정짓는 거대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근대의 소설은 그 어떤 예술 장르보다도 구체적인 공간에 바탕해 성립하며, 소설의 구체적 배경에는 고유한 의미와 사상 등이 새겨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소설에 나오는 장소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특정 시기 소설의 기본적인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나아가 소설의 장소에 대한 문제는 지리적 공간과 관련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작가의 기본적인 사상에까지도 연결되는 문제이다.
‘어디서 일어났는가’에 대한 문학 연구를 위하여문학에 등장하는 특정한 공간이나 장소도 그 자체만으로 고유한 의미를 지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때로 그것은 작품의 전체적인 의미를 새롭게 규정하는 신비한 작용을 하기도 한다. 인천이나 서울, 혹은 만주나 베이징 등의 역사나 문화를 알고 작품을 읽는 것은 그렇지 않을 때와 너무나 큰 차이를 가져온다. 지금까지 문학 연구가 주로 ‘무엇이 일어났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앞으로의 문학 연구는 ‘어디서 일어났는가’에도 초점을 맞추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수록된 글들은 공간이나 장소에 대한 이해가 문학에 대한 이해를 보다 심화시킨다는 것을 증명하는 구체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문학과 공간을 함께 사유함에 있어 주의하고자 한 것은, 문학이 도구나 수단이 아닌 온전한 대상이나 주체가 되도록 노력한 것이다. 문학 작품을 통해 특정 공간의 사회적 관계나 역사적 의미를 파악하는 것도 소중한 일이지만, 가능하면 공간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문학의 주제와 구조를 더욱 풍부하게 이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917년에 발표된 이광수의 <무정>부터 2015년에 발표된 해이수의 <눈의 경전>에 이르기까지 가능하면, 연구대상이 되는 작품들의 시대적 폭이 매우 넓다. 이러한 넓은 시간적 격차는 오히려 각 시대의 특유한 공간의식이나 장소감을 보다 뚜렷하게 보여준다. 1부에서는 식민지 시기 한민족의 주요한 활동공간이었던 만주를 형상화한 소설들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최서해, 한설야, 이기영, 이효석이 주요한 대상으로서, 그들은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걸맞게 자기만의 고유한 만주를 작품 속에 형상화해내고 있다. 이들이 형상화한 만주는 식민주의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의식이 밀도 있게 사유되는 한국문학사의 드문 공간이며, 그렇기에 21세기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현재적인 관심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문제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2부에서는 한설야와 김사량 소설에 등장하는 북경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상해나 도쿄와 같은 여타의 도시와는 구분되는 북경의 고유한 지역적 의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고유성은 한설야와 김사량이 일제 시기 견지했던 정치적 사유의 고도와 맞닿아 있는 것이기도 하다.
3부에서는 서울이 한국문학에 드러난 모습을 살펴보았다. 다른 글들이 논문 형식을 지닌 것과 달리 3부는 에세이에 가까운 소논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한국사에서 지니는 위상에 걸맞게, 우리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상 역시 너무나 거대한 것과 관련된다. 하나의 시야로 문학 속의 서울을 조감할 시선을 확보하지 못했기에, 일단은 각 시기(10년 단위)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얼개 정도를 엮어보는 시론적 작업을 해보았다. 4부는 인천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살펴본 글들이다. 인천은 서울의 위성도시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한국적 근대의 모습이 가장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도시이다. 따라서 인천을 살펴보는 일은 한국근대문학 연구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5부는 최근에 창작된 소설들에 나타난 공간과 장소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살펴보고 있는 글이다. 현재 우리 소설은 공간과 장소의 문제와 관련하여 그야말로 백화제방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갖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헤테로토피아적 상상력이 난무하고, 지극히 협소한 개인적 장소에서부터 지구적 메갈로폴리스까지가 공존하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지금의 한국문학이 다양한 모색의 시기를 걷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것은 때로 무장소성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적 공간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 이국적인 취향의 상상적 공간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6부는 아시아의 여러 도시에 대한 단상을 스케치한 에세이에 가까운 글들이다.



작가 소개
저자 : 이경재
숭실대 교수. 그동안 지은 책으로 <단독성의 박물관>, <한설야와 이데올로기의 서사학>, <한국 현대소설의 환상과 욕망>, <끝에서 바라본 문학의 미래>, <한국 프로문학 연구>, <현장에서 바라본 문학의 의미>, <여시아독>, <다문화 시대의 한국소설 읽기>, <문학과 애도>, <재현의 현재> 등이 있음.
목차
머리말
제1부 만주와 한국 현대문학
제1장 최서해와 만주 장소와 여성 표상
제2장 한설야와 만주 민족과 계급의 이중주
제3장 이기영과 만주 지방으로서의 만주
제4장 이효석과 만주 헤테로토피아로서의 하얼빈
제2부 북경과 한국 현대문학
제1장 1920년대 초반 북경의 사상 지형 한설야의 「열풍」을 중심으로
제2장 일제 말기 북경-인간, 사상, 그리고 문화 김사량의 「향수」를 중심으로
제3부 서울과 한국 현대문학
제1장 1910년대 경성의 빛과 어둠 이광수의 <무정>
제2장 1920년대 경성의 거리 현진건 「운수 좋은 날」
제3장 1930년대 경성의 높이 이상의 <날개>
제4장 식민도시 경성, 이중도시 경성 유진오의 「김강사와 T교수」
제5장 1940년대 해방된 서울의 아픔 계용묵 「별을 헨다」
제6장 1950년대 서울의 방황과 모색 이범선의 「오발탄」
제7장 1960년대와 공동묘지 이문구의 「장한몽」
제8장 1970년대와 아파트 시대의 개막 최인호의 「타인의 방」
제4부 인천과 한국 현대문학
제1장 한국근대소설에 나타난 인천 표상 해안가 빈민촌을 중심으로
제2장 2000년대 소설에 나타난 인천 김미월과 김금희를 중심으로
제3장 인천의 대표적인 장소들
제4장 근대 최초最初 혹은 최고最古의 거리
제5부 공간체험의 변화-무장소성의 등장
제1장 공간과 장소를 사유하는 두 가지 태도 김사과와 이기호를 중심으로
제2장 풍부한 공간성, 빈약한 장소성 해이수의 경우
제6부 아시아의 도시
제1장 삿포로
제2장 블라디보스토크
제3장 이스탄불
제4장 까마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