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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셈을 세면
브로콜리숲 | 3-4학년 |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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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최춘해 시인의 첫 번째 동시집이다. 1967년 등단과 함께 낸 동시집이니까 나온 지 50년이나 됐다. 시인은 책 끝에 ‘어린이들이 가난한 속에서도 비굴하지 말고, 권세에 눈치 살피지 말며, 좀 모자라더라도 내 것을 아끼고 가꾸어 싱싱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 읽어봐도 힘이 생기는 말이다. 책을 읽어보면 50년 전의 그리운 얼굴들과 마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서가 지금과 많이 동떨어진 게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다. 과거에 쓰여 진 작품들이지만 전혀 옛날이야기 같지 않다. 동시에도 오래된 미래가 있다면 아마 여기에 수놓아진 작품들일 것이다. 50년 전 어렵게 세상에 선보여진 <시계가 셈을 세면>을 초판본 모습 그대로 살려 선보인다.

  출판사 리뷰

“저는 평생 흙의 삶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흙의 시인으로 알려진 최춘해 시인의 50년 전 첫 동시집 초판본-


1932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196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로 입선, 『한글문학』에 추천 완료되면서 창작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평생 몸담아온 교직에서 물러나서도 어린이문학을 하는 이들을 기꺼이 이끌어주고 있는 삶의 모습을 보듯 시인의 천진하고 스스로를 낮추는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시인의 그러한 마음은 ‘어린이들을 가르치기에 항상 바쁜 세월을 보내는 교사의 직책과는 달리, 어린이들의 마음을 얼싸안고 웃고 울고 즐기고 슬퍼하는 예술 세계의 꽃’이라고 밝힌 이원수 선생의 머리글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50년 전의 순한 마음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1967년 시인은 대구 신천국민학교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나이를 셈해보면 30대 중반의 나이입니다. 교직에 몸담은 지 16년 되던 해이자 문학에의 열정을 한창 꽃피울 때였습니다. 이는 곧 아이들에 대한 마음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맨 마지막에 실린 작품에 등장하는 정희는 앓아누운 상태입니다. 개학을 하고도 학교에 오지 못하는 정희 집에 간 시인은 울면서 말합니다, 어서 일어나라고(「정희야!」). 종복이 자신이 병에 걸렸을 수도 있고, 집에 있는 누군가가 앓고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종복이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외우는 약 이름이 귓가에 들리는 듯 애잔합니다.

〈간지스토마는 / 빈혈이 심하고 / 얼굴색이 누렇고 / 온 몸이 붓고…〉// 맨 앞에 앉은 / 얼굴이 누른 / 결석을 잘하는 / 종복이가 눈알이 동글 동글 / 귀 기울여 듣는다. // 〈한 번 걸리기만 하면…〉 / 종복이를 보고 난 선생님. / 〈그러나 요사이는 / 의학이 발달해서…〉 // 뭣을 열심히 적는 종복이. / 〈포딘 스티브날 / 포딘 스티브날〉 / 시간이 끝난 뒤에도 / 약 이름을 자꾸 되뇌인다. 「자연 공부 시간」

한 발 앞서나간 아이들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당시에도 아이들은 늘 가만있지 못하고 재잘재잘 날아갈 듯 했습니다. 선생님은 요즘 선생님보다 훨씬 더 많은 권위를 가졌었나 봅니다. 그래도 아이는 아이들입니다(「선생님은 눈을 부릅떠도」). 교실의 부활을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주인 되는 해방된 교실이기도 합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척 / 오두마니 앉아 하품만 하는, / 선생님 눈치만 살피는, / 그런 교실이 아니래요. // 그림을 그리며 / 노랠 부르고, / 손으로 만지며 / 왔다 갔다, / 떠들썩 움직이는 / 우리들 교실. // 새가 푸른 하늘을 / 거침없이 날아다니듯 / 우리는 체면도 / 눈치도 살피지 않는답니다. // 마치는 종소릴 / 기다리지 않습니다. / 나가고 싶으며 나가고 /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옵니다, / 꽉 닫힌 문이 아닙니다. // 숨소리도 크게 못 쉬는 / 고요한 / 죽은 교실이 아닙니다. // 물이 흐르며 노랠 부르듯 / 새가 마음대로 지저귀듯 / 싱싱히 산 교실 // 자라는 교실이 / 우리 교실이랍니다. 「우리 교실」

동시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담았습니다

시인은 또 시의 소재는 어디에나 있고 『어린왕자』에 나오는 장미처럼 시적 대상에 정성을 기울인 만큼 시는 찾아온다고 속삭입니다(「선이가 가꾼 꽃」). 시인은 첫 동시집에서 아예 독자와 아이들에게 시의 세계에서 살도록 독려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마음이 현재를 살고 있는 시인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름 시를 만들려고 / 아카시아 꽃송이가 / 벌을 부르고, / 뻐꾸기가 뻐꾹 뻐꾹 / 노랠 부르고, / 개구리도 한몫 끼어 / 개굴거리죠. // 닭이 둥지에 / 알을 품는 건 / 정말은 시를 품은 것. / 알에서 병아리가 깬 건 / 정말은 시가 깬 것. // 엄마가 아기를 낳는 것도 / 씨앗이 싹트는 것도 / 정말은 시를 낳는 것. // 병아리가 자라고. / 아기가 자라고 / 새싹이 자라는 건 / 정말은 시가 자라는 것. // 시를 만들려고 / 지구가 돈다. 「시의 세계」

『시계가 셈을 세면』은 50년 전 이 세상에 나온 조금 오래된 책이지만, 지금 다시 한 번 이 시대에 태어난 의미를 새겨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다행히 지구가 돌고 있는 만큼 시는 계속 생산될 거니까요.

책 머리에
-시를 읽는어린이들에게-


많은 어린이들과 매일 같이 사는 어른, 밤낮으로 어린이들을 위해 애쓰는 어른, 그런 분이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스스로 어린이가 된 마음으로 쓴 시의 꽃다발이 여기 있읍니다. 이 시들은 어린이들을 가르치기에 항상 바쁜 세월을 보내는 교사의 직책과는 달리, 어린이들의 마음을 얼싸안고 웃고 울고 즐기고 슬퍼하는 예술의 세계의 꽃입니다. 최춘해 선생은 어린이 여러분의 지식과 도덕을 위해 가르치는 선생이지만 그러한 것을 가르치는 이상의 귀한 것을 이 시들로서 여러분에게 선사하고 있읍니다. 여기 모은 동시 가운데 어느 한 편에서 어쩌면 1년 학교공부와도 맞설 귀한 것을 여러분이 선물로 받을지도 모릅니다. 시를 읽는 즐거움을 깨쳐 아름다운 생활로 찾아들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시들을 읽으며 여러분도 시를 쓰는 시인이 되는 길에 들어서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니, 최춘해 선생의 시는 곡 어린이 여러분의 손을 잡고 같이 이끌어 가 주는 그런 시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할 때 이 동시집이 나오는 것은 여간 반갑고 기쁜 일이 아닙니다.
1966년 9월 이 원 수

『시계가 셈을 세면』에 부쳐......김종상

겨울 땅 속은 / 엄마 같은 마음 / 찬 바람에 감기 들까 봐 / 개구릴 불러 들이고 (겨울 땅 속의 1절)
서정주님은 이 작품을 '독창적이면서도 보편적일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평했으며 전봉건님은 <아침 운동장>을 '새교육'에 추천하면서 'A를 나타내기 위하여 A를 사용하지 않고 B나 C를 사용하여 보다 우수한 작품을 낳았다'고 했다. 사실 춘해형의 글은 독창적이며 보다 심화되어 있다. 따라서 교육적인 면만이 아니라 순수 예술면에서도 크게 환영 받고 있으니 속된 말로 팔방미인이라고나 할까.
안일한 타성과 퇴폐된 관념의 세계로부터 어린이들을 구제하고, 건전하고 생활적인 글짓기로서 자기발견과 생명의 환희를 깨닫도록 이끌며, 그 실천을 위하여 글을 써 온 춘해형은 이제 교육자로서, 문학인으로서의 터전을 더 한층 굳게 다졌다. 앞날에 보다 더한 보람과 많은 수확이 있을 것을 믿으며 다음 작품에 더 큰 기대가 있다.
-병오년 추석날 상주 남성에서-

책 끝에

남들은 많은 돈을 들여 고아원을 만들고, 어린이도서관을 만들고, 그 밖에 여러가지로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는데, 난 어린이들에게 줄 것이 없읍니다. 돈도 없고 힘도 없읍니다. 반 평생에 마련한 것이 겨우 이 보잘것 없는 책입니다. 내딴은 어린이들이 가난한 속에서도 비굴하지 말고, 권세에 눈치 살피지 말며, 좀 모자라더라도 내것을 아끼고 가꾸어 싱싱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쓰긴 했읍니다만, 이 54편 가운데 한 편이라도 어린이 여러분 마음의 영양이 될 수 있다면 이걸 선물한 보람이 있겠읍니다. 선배 작가 여러 선생님, 이 가운데 습작기의 작품을 망설이다가 그래도 버리기가 아까와 한 데 엮었읍니다. 아낌 없는 채찍질을 바라옵고, 이걸 계기로 더 좋은 작품을 낳으려고 스스로 다짐을 해 봅니다. 끝으로 서문을 써 주신 이원수 선생님, 이 작품집이 나오기까지 내일처럼 도맡아서 모든 주선을 해 주신 신현득님, 발문을 써주신 김종상님께 머리 숙여 절하오며...(이하 생략)
-1967년 6월 최춘해 씀

첫 동시집을 다시 내면서

반세기 전에 냈던 첫 동시집을 재판합니다. 책이 출판된 1967년을 돌이켜 보면, 당시와 지금은 딴 세상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나는 상주 사벌 농촌에서 살다가 대구 도시 학교로 전학을 왔습니다. 농촌 생활만 하다가 도시에 오니 환경도 사람도 낯설고, 사는 방법도 서툴렀습니다. 좀처럼 적응이 안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몇 년 전에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있는 신현득 선생이 있어서 하나에서 열까지 그에게 의지하고 살았습니다. 단칸방에 아이들 셋과 세를 들어 사는 형편이니 적은 돈으로 책을 내려고 표지와 속 그림도 화료를 한 푼도 안 주고 전업 화가가 아닌 김정은이라는 사람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신현득 선생이 잘 아는 사람입니다. 책을 낸 데도 대남인쇄소에서 냈습니다. 출판사 한글문학사는 이름만 빌렸을 뿐입니다. 활자를 주어서 판을 짜고 지형을 떠서 철꺼덕 철꺼덕 윤전기를 돌려서 인쇄를 했습니다. 이 인쇄소도 신현득 선생이 안내를 해서
상주 동향 사람한테 값싸게 내게 되었습니다. 신현득 선생 덕에 책이 나왔습니다. 책이 나온 뒤에도 자기 학교 아이들에게 책을 팔아주었습니다. 돈에는 거리가 먼 사람이 책을 파느라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을까? 또 머리말을 써 주신 이원수 선생은 무명인의 작품을 하나하나 손봐주고 귀한 글을 써 주셨습니다. 김종상 선생은 상주글짓기회, 아동문학 교단 동인회에서 함께 활동하면서-사실은 지도를 받으면서-정을 들인 인연으로 발문을 써 주셨습니다. 이렇게 여러분께 크나큰 은혜를 보답하지 못한 것이 새록새록 후회가 됩니다.
-2017년 5월 최춘해

  작가 소개

저자 : 최춘해
1932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196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겨울 땅속>으로 입선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시계가 셈을 세면≫, ≪생각이 열리는 나무≫, ≪젖줄을 물린 흙≫, ≪흙처럼 나무처럼≫, ≪나도 한 그루의 나무≫ 외 다수가 있다.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문학 부문 경상북도 문화상 등을 받았다.

  목차

책머리에

1
학교
자연 공부 시간
백지
천년 뒤의 아이들이
아침 운동장
선생님은 눈을 부릅뜨도
우리 교실
푸라타나스
.
.
중략

.
.
6
가을 밤
시계
새벽에
가로수
들에서
가을
시 속엔
씨앗 한 알
약수터
기다리던 비
정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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