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초대 관장, 안산환경재단 초대 본부장을 역임하고 2017년 「미래시학」으로 등단한 이두철 시인의 첫 시집. 한 개인의 역사를 서술한 '생의 기록장'이다. 표제작 '계단 끝에 달이 뜨네'에서 시인은 화자가 되어 말하고 독자는 청자가 되어 집중한다. 시 속의 계단은 가난한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곳, 시인은 꽃 한 포기 심을 땅도 없는 빈곤층의 일상과 노후의 고독한 비애를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는 마주치는 소소한 풍경과 평범한 사물이 널린 실재의 공간에서 느껴지는 상실감을 재조명하는 것이다. 일상의 '사소한 요소'들은 퍼즐 한 조각과 같다. 시인은 흩어진 기억의 픽셀을 모아 '생생한 삶'을 완성하며 진정성을 획득한다. 가파른 계단 끝에 뜨는 달은 힘든 삶을 '위무하는 한 줌의 희망'이다.
출판사 리뷰
세밀한 시선으로 사물의 이면을 드러내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이두철의 시집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초대 관장, 안산환경재단 초대 본부장을 역임하고 2017년 『미래시학』으로 등단한 이두철 시인이 첫 시집 『계단 끝에 달이 뜨네』를 출간했다.
이두철 시인의 시집 『계단 끝에 달이 뜨네』는 한 개인의 역사를 서술한 ‘생의 기록장’이다. 표제작 「계단 끝에 달이 뜨네」에서 시인은 화자가 되어 말하고 독자는 청자가 되어 집중한다. 시 속의 계단은 가난한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곳, 시인은 꽃 한 포기 심을 땅도 없는 빈곤층의 일상과 노후의 고독한 비애를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는 마주치는 소소한 풍경과 평범한 사물이 널린 실재의 공간에서 느껴지는 상실감을 재조명하는 것이다. 일상의 ‘사소한 요소’들은 퍼즐 한 조각과 같다. 시인은 흩어진 기억의 픽셀을 모아 ‘생생한 삶’을 완성하며 진정성을 획득한다. 가파른 계단 끝에 뜨는 달은 힘든 삶을 ‘위무하는 한 줌의 희망’이다.
주변의 사소함에 집중한 이두철 시인은 세밀한 시선으로 보이지 않는 사물의 이면을 읽어내는 차분한 어조로 설득력을 획득한다. 간결하고 세련된 그의 언어는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이중성을 지니기도 한다. 「마트는 카트를 사육한다」에서는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카트와 카드를 대조시켜 한쪽이 늘어날수록 다른 쪽이 줄어드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또 「회전문」에서는 도시의 고층 빌딩 회전문의 안과 밖을 조명하고 보이는 것만이 전부인 ‘현시대의 고통’을 그려내기도 한다. 시는 차원 높은 상상력과 과감한 비유의 확장을 통해 독자에게 새로운 세계를 인지하게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두철 시인처럼 주변의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여 따뜻한 말로 독자를 정화시키고 나아가 세상을 정화시키는 것이 진정한 시의 몫이지 않을까.
이두철 시인의 시의 또 다른 특징은 ‘과거와 현재를 유영하는 탐색자’라는 것이다. 매몰된 기억의 서식처에서 간결한 문장으로 가장 핵심적인 것을 공략하며 대상에 접근한다. 표면적이고 찰나적인 감정이 아닌 이면에 존재하는 그 의미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세심한 관찰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자세는 시집 전편에 드러난 ‘인간의 가치’를 발견하는 안목과 ‘자기 성찰적’ 자세와 무관하지 않다. 삶의 질곡을 직접 체험한 시인이기에 감동을 동반한 그의 시는 ‘고백이며 확인’이다.
계단 끝에 달이 뜬다
가파른 계단
어느 미술동아리 학생들이 그린 꽃길
사철 지지 않는 꽃이 피었네
발 아래 아파트 숲엔 불빛이 황홀하고
비탈진 골목길엔 달빛만 고요하네
어쩌다 이곳까지 흘러왔을까
세상 끝자락까지 밀려온 사람들
꽃 한 포기 심을 땅은 없지만
달 속에 꽃을 심어 꽃길을 만드네
한번도 걸어보지 못한 꽃길을
팔순의 지팡이가
한 발 한 발 힘겹게 오르네
계단 끄트머리 달을 찾아
마트는 카트를 사육한다
L마트 할인 대축제
꽁무니를 물고 줄지어선 카트들
힘이 센 카트, 그보다 더
힘이 센 카드
삼박자가 맞아야 씽씽 마트가 돌고
바퀴가 돌아간다
많이 많이 담으세요
원 플러스 원이 대기 중입니다
입이 큰 카트
코너마다 넘치도록 집어삼킨다
주말 부부 대환영
일주일치 식단이 걸음을 붙잡고
떼를 써서 많이 받아가세요
아이를 태운 영리한 카트
계산이 밝다
독거노인의 외로움을 밀어내고
절룩거리는 가난도 밀어내고
집어든 빵 한 봉지만 계산하는 카트
싸늘한 몸에 자본주의 피가 흐른다
소의 장례식
삼십 년을 함께한 소가 죽었다
서울 딸, 미국의 아들에게 어미가 죽었다는 소식을 보낸다
황급히 달려온 자식들
소가 죽었다니 아연실색 볼멘소리를 낸다
바쁜 세상에 미국이 이웃집인 줄 아느냐고
살아 있을 때 얼굴이나 한번 봐야지
죽은 다음에 보면 무슨 소용 있느냐
명절에도 내려오지 않은 너희들이 보고 싶어
부른 것이니 너무 속상해하지 마라
이 소는 삼십 년 동안 힘든 일 다해주고
내 눈빛만 봐도 알아주는 소중한 가족이다
어느 가족이 이 죽은 소만큼 할 수 있겠느냐
노부부의 고집에 동네 사람들
한마음으로 장례를 준비한다
꽃상여를 메고 갈 어깨도 소리꾼도 부르고
상복을 입고 곡을 하며 상여 뒤를 따라간다
가족장이란 이름의 소의 장례식
호상이다 호상
작가 소개
저자 : 이두철
전북 고창 출생. 2017년 『미래시학』으로 등단.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초대 관장, 안산시청 주민생활지원국장, 안산환경재단 초대 본부장 역임.
목차
제1부
오늘·13
장끼·14
마트는 카트를 사육한다·16
소의 장례식·18
회전문·20
엄마와 사슴뿔·21
하루살이·22
봄의 날개·23
봄의 수첩·24
곳집·26
빈집·28
사월의 보리밭·29
최잔고목(?殘枯木)·30
피에로·31
불면증의 성분·32
하늘을 빗질하다·34
노래교실·35
다랑이논·36
제2부
분재·41
수수빗자루·42
조문을 가다·43
계단 끝에 달이 뜨네·44
아내의 연근·45
고희·46
고인돌·48
협궤열차·49
조롱이의 꿈·50
변산바람꽃·51
황제나비·52
황태덕장·54
보슬비·55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56
화투의 공식·57
아버지의 지게·58
부음·59
굴업도·60
제3부
목련·65
손녀의 선물·66
근처·68
언젠가 나는·69
간판·70
잡초·72
이사 가는 날·73
전기장판·74
고단한 도시·75
단지 15분·76
나이테·78
콩을 털다·79
씨 간장·80
거미줄·81
일회용시대·82
낙엽·83
손녀와 발자국·84
시래기밥·86
제4부
융, 건릉에서·89
목화자단기국·90
고려은제금도금주자·92
장무상망(長無相忘)·94
성덕대왕 신종·96
백제금동대향로·98
경천사 십층석탑·100
촉잔도권·102
어새(御璽)·104
제향(祭香) 공간·106
선릉(宣陵)·107
호동서락기(湖東西洛記)·108
하피첩·110
해설 기억의 서식처에서 만난 아름다운 파동 / 마경덕·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