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김수련 장편소설. 사랑하는 아내가 죽었다. 그녀가 몹시 그립다. 그녀는 아기를 갖기 원했지만 불임의 고통을 겪었다. 인공수정을 여러 번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녀는 떠났지만 병원엔 그녀가 남기고 간 냉동 배아가 있다. 아이를 대신 낳아 줄 대리모만 구할 수 있다면 그녀를 닮은 아이를 낳을 수 있다. 그래도 되는 걸까?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진지하고 끈질기게 던지는 소설이다.
출판사 리뷰
플롤로그 2018년 한국사회 핵심 키워드
생명권 | 난임과 대리모 | 낙태죄 폐지 (임신중단 합법화)
생명권
ㅇ 헌법 개정, 사형제 폐지 등 생명권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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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중 본격화 할 헌법 개정 과정에서 사형제 폐지에 대한 논의를 비롯해 안락사와 낙태죄 등 생명권과 관련한 주제가 주요한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ㅇ 가임기 부부의 20%에 육박할 정도로 난임 또는 불임 부부 증가.
ㅇ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베일러 대학, 자궁이식을 통한 출산 성공.
ㅇ 외교부, “네팔서 한국민의 대리모 출산 사례 확인. 동향 주시 중”
ㅇ 미국 테네시 주, 냉동배아의 기적, 25년 전 얼린 배아로 출산 성공.
ㅇ 정부, 저출산 대책 중 하나로 새로운 난임 정책 발표.
ㅇ 호날두, 킴 카다시안, 루시 리우, 니콜 키드먼 등 유명인사 대리모로 출산.
난임과 대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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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산 시대에 돌입하면서 불임 혹은 난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임기 부부의 20% 정도가 불임과 난임의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인공수정과 체외수정 등의 시술을 통해 임신을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난임 문제를 의료기술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자궁이식 출산이 성공했으며, 25년 된 냉동배아로 출산한 경우도 있었다. 한편 대리모를 통한 출산도 성행하고 있다. 축구선수 호날두,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 등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았다.
고질적인 난임으로 막다른 벽 앞에 서게 된 사람이라면 대리모 출산을 심각하게 고려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대리모와 관련한 법적 체계가 없어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임신중단 합법화 (낙태죄 폐지)
ㅇ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 임신중단 합법화 논의.
ㅇ 헌법재판소, 낙태죄 폐지 헌법소원 심리 중, 금년 내 위헌여부 결정.
ㅇ TBS-리얼미터 여론조사, 낙태죄 폐지 52%, 유지 36%.
ㅇ 청와대 국민청원, 한 달도 안 돼 23만 명 청원.
ㅇ 현행법 상 범죄인 낙태 수술, 한 해 30만 건 시행.
ㅇ 생명윤리 연구자 115명, “낙태죄 폐지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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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합헌 판정을 받았던 낙태죄의 위헌여부가 다시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대에 올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 이 문제로 후끈 달아오르기도 했다. 현행법 상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허용되는 낙태는 한 해 30만 건이 시행된다고 한다. 한 해 출생 인구 40만 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더 이상 음성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 사실상 사문화된 낙태죄에 대한 처리에 대해 국민적인 관심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생명윤리 연구자 115명은 임신중단(낙태) 합법화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장편 <호텔 캘리포니아>는 어떤 소설인가?
사랑하는 아내가 죽었습니다. 그녀가 몹시 그립습니다.
그녀는 아기를 갖기 원했지만 불임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인공수정을 여러 번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녀는 떠났지만 병원엔 그녀가 남기고 간 냉동 배아가 있습니다. 아이를 대신 낳아 줄 대리모만 구할 수 있다면 그녀를 닮은 아이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되는 걸까요? 저는 그녀를 닮은 아이를 만나고 싶습니다.
키워드 1
ㅇ 생명, 낙태죄 폐지, 임신중단 합법화, 대리모, 난임, 불임, 유산
ㅇ 체외수정, 인공수정, 배아, 냉동배아, 시험관아기
ㅇ 장편소설, 김단하, 김수련
ㅇ 트롤리딜레마, 호텔캘리포니아, 자살, 팔로델
요약
1부 유리 그리고 서영 (시간 순서상으론 2번째 이야기)
비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마감한 서영. 그녀의 남편 재민은 그녀에 대해 깊은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서영이 남기고 간 세 개의 냉동 배아. 재민은 대리모를 통해서라도 그녀의 배아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싶어 한다. 그는 예기치 않은 기회에, 영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다 잠깐 서울에 나온 유리를 만나게 된다. 둘은 급격하게 서로에게 빠져든다. 재민은 그녀에게 대리모가 되어 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다.
2부 서영 (시간 순서상으론 첫 번째 이야기)
독일에서 공부를 하던 재민-서영 부부. 서영은 밀레니엄 베이비를 잉태하나 곧 유산하고 만다. 이후 아이에 대한 염원을 품게 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이 무너지는 줄도 모르고 인공임신을 시도한다. 이는 마치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에 나오는 “언제든 체크아웃은 가능하나, 떠날 수는 없다”라는 가사처럼 벗어날 수 없는 어떤 굴레에 갇힌 느낌이었다. 생의 의지조차 시들게 하는 난임의 고통. 다른 사람들은 참 쉽게도 아이를 낳는데 그녀는 이토록 고통스럽게 아이를 염원했어야 했는가? 이는 난임의 고통을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녀는 결국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되어 세상을 등진다.
3부 재민 그리고 채린 (시간 순서상으론 마지막 이야기)
유리(1부 주인공)와 헤어진 재민은 채린(3부 주인공)에게 대리모 제안을 한다. 채린은 서영(2부 주인공)이 난임의 고통에 빠져있을 때 유일하게 친분을 나눈 이메일 친구였다. 채린에게는 대리모를 해서라도 지켜야 할 것이 있었다. 대리모. 아무리 대리모라 해도 열 달 아이를 품은 엄마이다. 채린의 자궁에 착상된 재민과 서영의 배아가 자랄수록 이 감정은 혼돈에 휩싸인다.
사랑하는 여자가 세상을 떠나며 남기고 간 배아,
남자는 그녀의 아이를 갖길 원한다.
도서해설 <호텔 캘리포니아>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진지하고 끈질기게 던지는 소설.
2018년 이슈를 선점할 화제작.
이글스의 명곡 “호텔 캘리포니아” 노래의 가사에서 이 작품은 시작된다.
“You can check out any time you like, But you can never leave.”
“언제든 체크아웃은 할 수 있지만, 떠날 수는 없어요.”
소설은, 난임의 고통에 빠진 여성들은 이 가사에서 전해지는 절망적인 느낌을 오롯이 감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거듭되는 실패로 인해 절망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도 멈출 수가 없다. 자신으로 말미암아 가족의 평화가 깨져나간다고 여기고 자책하는 것도 오로지 그녀들의 몫. “엄마라는 소리 한 번만 듣고 싶어요.”라는 절규에 가까운 외침.
이 소설은 처절할 정도로 마음의 극단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며 오히려 난임의 고통을 겪는 여성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당신의 외로움과 고통을 알고 있다고.
트롤리 딜레마
고장 난 열차가 달려오고 있습니다. 그대로 달리면 수많은 사람이 죽고, 레일의 궤도를 바꾸면 적은 숫자의 사람이 죽게 됩니다. 그 레일을 바꿀 수 있는 레버가 내 손에 있다면, 당길 수 있겠습니까?
“정의론”에서 사례로 거론하는 ‘트롤리 딜레마’. 생명의 선택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과연 ‘생명’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끝없는 질문이 고리를 물고 피어난다.
누구에게나 오로지 자신에게 귀속되어 있는 생명. 내가 없으면 이 우주는 아무것도 아닌 것.
타인의 고귀한 생명을 다루게 될 때, 그 타인의 입장에서는 전우주의 의미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타인이 태아라면 그 책임이 가벼워질까? 그 타인이 배아라면?
결국 물음은, 배아는 생명인가?로 향한다. 이 소설은 ‘생명에 대한 질문’이 주인공이다.
헬렌 켈러
When one door of happiness closes, another opens;
but often we look so long at the closed door that
we do not see the one which has been opened for us. - Helen Keller
행복의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대개 닫힌 문만 바라보느라 우리를 향해 열린 문을 보지 못한다. - 헬렌 켈러
이 소설의 주요 테마는 ‘문’이다. 호텔 캘리포니아를 벗어날 수 있는 문. 우리는 문을 당겨보고 열리지 않으면, 그 문은 닫혀 있다고 지레짐작한다. 어쩌면 밀어서 여는 문일 수도 있고, 좌우로 여는 문일 수도 있다. 닫혀 있는 문이라면 다른 문을 찾으면 된다. 하염없이 문만 바라본다면 결국 호텔 캘리포니아에 갇히고 만다. 하나의 문이 닫힌다면, 분명 다른 문이 열릴 것이다. 우리의 생은 결국 문을 열고 닫으며, 또 다음 문을 향해 가는 여정이다.
호날두, 킴 카다시안, 니콜 키드먼 그리고 대리모
호날두, 킴 카다시안, 루시 리우, 니콜 키드먼 등 유명인사 대리모로 출산
이 소설에는 크게 두 개의 이야기 축이 존재한다. 난임의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서영의 이야기와 세상을 등져야 했던 아내 서영을 그리워하며, 서영이 남긴 배아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갖고자 하는 재민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일반인들에게 대리모는 언론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유명인사들의 가십처럼 낯선 이야기지만, 난임 부부에게는 한 번쯤은 고려하게 되는 절박한 단어이다. 축구선수 호날두, 모델 킴 카다시안, 배우 루시 리우, 니콜 키드먼 등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갖게 된 케이스. 최근 한 한국인이 네팔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은 사실이 알려져 관계 당국이 조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 소설에서는 대리모 당사자와 의뢰자, 그리고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아이까지 고려하면서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7년의 집필기간
커서가 깜빡인다. 김수련은 7년 동안 그 깜빡임을 대면했다. 하염없이 커서를 바라보며 자신 마음속에 있는 덩어리가 과연 소설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것일까 생각했다. 깜빡이는 커서는 망막을 생략한 채 심장 박동으로 바로 흘러들곤 했다. 한꺼번에 모두 쏟아내고 싶은 덩어리였지만, 펜촉 홈을 따라 흘러내리는 잉크처럼 천천히 가늘게 풀어내야 하는 게 글이라서 그것이 자신의 혈관을 따라 흐를 수 있을 때까지 용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리고 “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문학은 이 물음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김수련이 헬렌 켈러의 말을 인용해 문을 문학의 상징으로 꺼내들고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생명’이었다. 그는 독자에게 ‘사람으로서 생명을 어떻게 보고 있나?’ 묻고자 했으며, 자신에게 ‘작가로서 생명의 물음을 던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질문하고자 했다.
원고지 2,000매에 달하는 장편이지만 주인공 서영 혼자의 힘으로 온전히 이끌어간다. 서영이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의 무게를 묵묵히 감당해 나가면서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 소설이 얼마나 치열하게 ‘생명’에 대해 고민한 결과인가를 보여준다. 자칫 흥밋거리나 우울한 신파로 읽힐 수 있는 주제를 깊은 철학적 사고를 통해 ‘생명에 대한 질문’으로 승화시킨다.
주제의식에로의 끝없는 질문과 작가의 필력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라 여겨진다.
음악 소설
고통스러운 현실의 유일한 출구. 서영에겐 음악은 또 다른 문이었다.
듀크 엘링턴 - 사라토가 스윙 / 엘라 피츠제럴드 - It's only a Paper Moon
사비에르 쿠가트 - Maria Elena / 이문세 -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라디오헤드 - How to disappear completely / 이루마 - 키스 더 레인
닐 영 - Running dry / 스탠 게츠 앤 질베르토 - The girl from Ipanema
빌리 홀리데이 - Lady in Satin / 빌리 홀리데이 - I’m fool to want you
편집일지
작가가 보내온 원고를 열었다. 원고 매수를 보니 2000매에 이르는 장편소설이었다. 주인공 서영이 유산을 하게 되는 첫 장면부터 감정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쉽게 읽을 소설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자세를 고쳐 잡고 차곡차곡 읽어 내렸다. 사건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하게 한 장면 한 장면 쌓아나가는 원고의 흐름을 따라잡았다.
급박한 전개와 클라이맥스, 반전이 몰아치는 사건 중심의 소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사건 대신 캐릭터의 심리에 무게를 두었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듯 차분하게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 들어가게끔 설정한 느낌이었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막다른 골목처럼 막막했고, 펼쳐지는 사건은 감정을 지속적으로 건드렸지만, 작가의 차분함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이는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기 위함이었다.
급격하게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되어 질문을 받아들게 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사건 속에서 드러나는 질문을 냉정하고 차분하게 바라보게 하고 싶어 하는 작가의 의도로 생각되었다. 주인공의 독백, 등장인물 사이의 대화, 그들이 놓인 상황이 하나하나 질문이었다. 마치 문을 열면 또 다른 문이 앞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질문은 꼬리를 물고 깊어졌고 마침내 막다른 문 앞에 서게 만들었다. 질문의 주제는, ‘생명’이었다.
문은, 누군가에겐 안전한 공간으로 들어가는, 또 누군가에겐 갇힌 곳으로부터 탈출하는 공간적 장치다. 또한 차원과 차원을 연결하는 소통의 통로이며, 안팎을 구분하는 경계의 기준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 닫힌 것이라면 경계를 단단하게 구분하는 역할을 통해 문의 주인을 특정 하는 권력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그 권력의 주인은 열쇠를 가진 사람이다. 작가는 생명에 관한 열쇠를 과연 인간이 쥐어도 되는가를 묻고 있었다.
이 소설에는 등장하는 주요인물은 4명. 유리, 서영, 재민, 채린이다. 1, 2, 3부 전체를 관통하는 주인공은 재민이지만, 결국엔 2부에만 등장하는 서영, 그녀의 내러티브로 이끌어가는 소설이었다. 2000매가 넘는 장편을 한 명의 캐릭터가 장악하고 있다니, 7년간 이 원고를 만졌다는 작가의 저력이 느껴졌다.
소설을 읽으면서 캐릭터에 몰입하다 보면 완벽하게 감정이입이 되거나, 감정이 튕겨져 나오거나 하게 된다. 서영의 캐릭터는 읽는 사람의 처지에 따라 두 방향으로 갈릴 가능성이 있다. 완벽하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경우는 난임과 불임의 경험을 가진, 또는 임신의 고통을 아는 독자일 것이다. 반면에 감정이 튕겨져 나오는 독자도 존재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 독자 자신과 캐릭터 사이에 내적인 마찰이 생긴다. ‘배아는 생명인가?’라는 질문에 서영과 다른 답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마찰은 오히려 진지한 거리두기의 역할을 한다. 이 소설의 경우, 그 간격에 질문이 들어찬다. 나라면? 선택의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원고의 막바지에 이르러 결말에 당도했다. 일견 해피엔딩으로 보이는 결말은, 사실 또 다른 질문의 시작을 의미했다. 자신이 낳았지만 자신의 씨가 아닌 아이에 대한 엄마의 질문.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통해 전 부인의 느낌을 찾는 남편의 질문. 또 그를 바라보아야 하는 아내의 질문. 그리고 이 사실을 언젠가는 알게 될 아이의 질문….
‘생명’을 중심에 둔 무거운 질문들을 뒤로 하고 원고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작품을 쓰면서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을까? 소설이라는 옷을 입은, 철학과 윤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담고 있는 이 묵직한 원고를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작가가 원고를 읽어 달라고 할 때, 그 속에는 이런 질문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이제 편집자로서 그에 대해 답을 해야 할 순간이다.
<호텔 캘리포니아>를 읽으며
“오랫동안 두 손을 높게 들고 벌서고 있는 것 같아. 덜덜 떨리는 팔을 힘주어 참고 있는데, 누군가가 얇은 종이 한 장을 그 위에 얹는 거야. 그럼 새털같이 가벼운 종이 한 장에도 두 팔은 무너져 버리겠지? 그런데 사람들은 말할 거야. 겨우 이 종이 한 장에?”
그녀가 말한 종이 한 장. 그 한 장의 무게를 느낄 때까지 혼자 벌을 서야 했는지도 모른다.
“벌설 필요 없어. 그만 손 내려!”라고 말해주는 이가 없었다.
“조금만 참아. 다 왔어.”
“그런데 기껏 종이 한 장 때문에?”
지구보다 더 무거운 종이 한 장의 법칙.
장인어른의 얼굴에는 황당함이 역력해 보였다.
“자네 그걸 말이라고 하나? 그 애가 없는데, 다른 여자가 임신해서 낳은 애가 그게 서영이 애란 말인가? 단지 그 작은 배아 갖고 어떻게 서영이 애라고 할 수 있나”
“아버님, 다른 여자가 낳았다고 해도 그 사람 유전자잖아요. 그럼 서영이 애인 거죠. 단지 다른 사람의 자궁만 빌릴 뿐이고요.”
재민은 설득과 동의를 구하는 애절한 눈빛으로 장인어른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글쎄. 나는 모르겠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애가 서영이 애라는 생각이 들 것 같지는 않네. 그냥 배아인지 뭔지는 잊어버리고 좋은 사람 만나서 제대로 애 낳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그래야 내가 맘이 편하지.”
장인어른은 마른기침을 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엄마도 없이 애를 낳으면, 키우기는 누가 키우고. 말이나 되는 소리를 해야지, 원.”
뭔가 묵직한 것이 재민의 가슴을 압박해왔다.
“그럼 그 애들은 어떡해요? 그냥 버려요? 지금 냉동고에 있다고요. 그리고 그 애들을 포기하면 서영의 존재는 이 세상에 완전히 사라져 버려요.”
“떠나간 사람은 이미 떠나간 거야. 그렇게 미련 갖는 것도 바보 같은 짓이야. 그리고 그 배아가 뭐라고.”
장인어른은 문을 열어 차에서 내리면서 말했다.
언젠가 재민은 서영에게 말했다.
“너의 가장 큰 장점은 잘 웃는다는 거야”
그 말에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서영은 미간을 찡그리고 정색하며 말했다.
“그런데 그거 알아? 그 사실이 나를 참 외롭게 만들어. 내가 힘들다고 하면, 사람들은 엄살이라고 해. 너처럼 행복한 애가 뭐가 힘드냐고. 그래서 힘들다는 말도 못 해.”
“때로는 나도 힘들다고 말하고 위로받고 싶은데. 그런데 누가 내게 괜찮으냐고 하면, 나는 언제나 웃으면서 괜찮다고 해. 그런데 정말 괜찮은 건 아닌데.”
작가 소개
저자 : 김수련
1971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연세대학교 철학과 재학 중 독일로 유학, 베를린 훔볼트 대학과 자유 베를린 대학에서 철학, 교육학 마기스터(Magister) 과정을 수학했다. 삶의 다양한 길 위에서 수많은 질문을 만났고,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해 이제는 사람의 옷을 입혀 ‘소설’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그 질문을 다시 던진다.
목차
1부 유리 그리고 서영
2부 서영
3부 재민 그리고 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