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문학평론가 장은석의 첫 평론집. 2000년대 시단의 아방가르드였던 '미래파' 이후의 시단의 변화와 추이를 속속들이 비평적 체험으로 쫓아가며, '리듬'이라는 키워드로 더욱 다각화되고 다양화된 근래의 발표된 내밀한 시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첫 비평집에는 단평의 묘미를 승화시킨 재능과 이론을 정치하게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부리는 인식의 현명한 힘, 시를 읽는 즐거움으로 독자들을 안내하려는 치밀한 의지와 시의 비밀을 비평적 기재로 소화해내는 섬세한 문장으로 넘쳐난다.
출판사 리뷰
시는 리듬이다. 저자는 이 말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7년 동안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이 책은 그 노력의 산물이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 책의 제목에는 이러한 고민이 담겨 있다. 처음에 저자는 하나의 문장이나 질문처럼 제목을 정하려 노력했다. 또 리듬이라는 말을 다른 개념과 섞어서 배치해보기도 했다. 다양한 여러 가지 시도들은 각각 장점이 있었지만 그런 시도로는 결국 시의 정 가운데에 리듬을 결합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리듬은 단순히 글자수에 따른 음률로만 파악할 수 없다. 물론 이 책의 여러 부분에서 저자는 음률의 변화 과정을 상세하게 탐색하며 리듬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것만이 리듬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리듬을 오직 음률의 자질에 묶어둘 수는 없다. 리듬이 곧 시 자체이기 때문이다.
리듬이 곧 시라는 말은 종이 위에 적힌 글자만으로 시를 규정할 수 없게 만든다. 종이 위에 가능성을 가득 품고 내려앉아 있는 시는 읽히며 비로소 리듬이 살아난다.
쓰이며 응축된 시의 에너지는 읽히며 폭발하고 확산한다. 시는 쓰이는 순간 이미 일반적인 읽기를 벗어나 스스로 읽는 자의 자세를 예비한다. 따라서 시는 읽는다는 행위가 주체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증거와도 같다. 시의 풍부한 맛과 거기에 섞이는 오묘한 향과 그로부터 퍼지는 비밀스런 리듬을 충분히 느끼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가. 이 책을 읽는 당신이 한 편의 시를 읽는다는 것이 이처럼 감각적인 과정인 동시에 깊은 마음의 탐색과 무한한 인식의 펼침과도 같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나아가 당신은 아무 곳에나 넘치는 허술한 위로와 비슷하게 반복되는 조언과는 달리 정체를 알 수 없는 고통과 불안한 감정이 스스로 힘을 얻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짓눌린 마음이 구체적인 몸과 접촉하는 시적 경험은 이와 같은 읽기를 통해 완성된다.
리듬은 시의 장식이나 시로 향하게 만드는 통로가 아니라 말과 사람과 세계를 연결하고 그들이 함께 진동하며 변화를 겪을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리듬은 자신만의 느낌에 갇혀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을 새로운 가능성의 지경으로 한발 내딛을 수 있게 만든다. 불확실한 느낌은 때때로 얼마나 강요되는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기대어 편을 나누고 강고한 의미를 부여하는가. 시의 리듬 속에서 우리의 말과 생각은 함께 반응하며 천천히 퍼지고 섞이다가 마침내 조금씩 무르익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소하고 미미한 감각 속에서 살아난 리듬이 낯설고 강력한 힘을 만드는 과정을 최대한 자연스러운 리듬으로 구성하고 싶었다. 실제로 이 책에는 리듬이라는 말이 총 159번 등장한다. 리듬이라는 수수께끼에 다가가기 위해 당신이 그 말들을 징검다리로 삼아도 좋겠다. 나아가 반복하고 교차하며 진동하는 말과 말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을 당신이 감지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결국 이 책의 모든 부분이 하나의 리듬 속에서 읽힐 수 있기를 바란다.
한 편의 좋은 시를 읽는 순간은 얼마나 멋진가. 좋은 시는 우선 마치 아름다운 한 곡의 음악처럼 우리에게 스민다. 일시적 매혹의 감각은 리듬을 이루면서 비로소 분명한 맥락으로 발전한다. 빨라지다가 느려지고 쉼표에 머물다가 마침내 폭발하는 글의 리듬을 따르다보면 미처 가늠하지 못했던 영역으로 인식의 지평이 확장된다. 좁고 불확실한 경험의 세계 너머 아득한 곳으로 몸과 마음이 한없이 뻗는다. 이처럼 좋은 시의 리듬은 사소한 일상으로부터 하나의 우주와도 같이 무한한 곳으로 우리를 이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던 낯선 감각을 따라 새로운 사유의 힘에 이끌리는 놀라운 체험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제 이와 같은 순간에 당신이 함께 동참하기를 권한다. 당신이 여기서 함께 반응하며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 깊게 연관될 수 있다면 좋겠다.
작가 소개
저자 : 장은석
문학평론가.고려대학교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하고 2009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목차
서문
01 시를 읽는 이상하고 모호한 순간
감각과 리듬시의 리듬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에 가담하는가
의자의 시적 효용
02 시의 오묘한 맛과 향
성숙이라는 열매의 맛
바나나를 다루는 시적 태도
03 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감각적 확신에 관한 시적 의문들
시의 가치와 취향
04 감각과 인식, 몸과 마음
마음의 탐험
포개지는 우주, 그 떨림의 시학
05 친구, 이웃, 연인-막막하게 꼬이는 관계의 모험
관계의 모험을 감행하는 시적 에로스
친구이자 괴물인 이웃과 함께 사랑을 향하여
‘우리’의 가능성
비밀의 정치적 잠재력
성숙의 감각, 그 부드러운 풀림
06 언어의 다양한 자질
회전하는 목소리
배교의 신성함으로 끓어오르는 연금술의 방언
마음의 진동은 시의 리듬을 타고
감정의 색조와 음향
번식하는 말, 그 끝없는 펼침
07 ‘서정’을 주제로 한 소나타
‘겨를’의 시학
생명의 감각으로 빚은 고요
‘온다’와 ‘간다’ 사이의 거리
‘서정’을 주제로 한 소나타
음양오행의 교향을 청음하는 무심결의 시학
08 웃음의 색채와 질감
자주색 유머
생의 은폐된 비밀을 소환하는 교감주술시인 오탁번론
White Humor
09 낯선 힘
반복과 대립말의 숲을 여행하는 몇 가지 보폭
존재의 중심을 향한 소용돌이
점성의 언어와 시적 화학 반응
감응하는 주체와 정념의 숙성
휨감각의 강도와 깊이에 관하여
10 공감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가장 침착한 좌절의 자세
혼혈 소녀의 피아노
지속의 리듬에서 도래하는 가능성의 세계
공감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
미지의 친구들에게
수록한 글의 최초 발표 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