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누구보다도 강했고, 누구보다도 고독했으며, 누구보다도 기이했던 화가 변시지. 자신의 생에 몰아닥친 불운을 폭풍과 같은 힘으로 이겨내고 광증과 같은 예술혼을 불태웠던 화가 변시지. 그가 노랗고 검은 거친 그림으로 세상을 향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화가 변시지의 삶을 소설화한 작품이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활동하다가 귀국하여, 독특한 화풍으로 제주의 풍광을 화폭에 옮겨냈던 한 예술가의 초상을 만난다.
출판사 리뷰
제주의 거친 파도를 닮은 화가 변시지, 소설로 만나다
“폭풍처럼 살다간 불구의 화가의 폭풍 같은 인생 이야기!
세계가 인정한 화가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이한 화가 변시지!”
화가 변시지의 삶을 소설화한 『난무―폭풍의 화가 변시지』가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활동하다가 귀국하여, 독특한 화풍으로 제주의 풍광을 화폭에 옮겨냈던 한 예술가의 초상을 만난다.
“누구보다도 강했고, 누구보다도 고독했으며, 누구보다도 기이했던 화가 변시지!
자신의 생에 몰아닥친 불운을 폭풍과 같은 힘으로 이겨내고 광증과 같은 예술혼을 불태웠던 화가 변시지! 그가 노랗고 검은 거친 그림으로 세상을 향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폭풍 같은 에너지를 갈망하여 평생 폭풍을 따라다녔고 그 생생한 폭풍의 현장을 화폭에 담으려고 했던 불구의 화가, 그가 황토색과 검은색으로 그려낸 제주화에 담긴 비밀을 찾아 나선다.”
“한쪽 다리로 이 세상을 살아야 했던 화가 변시지, 그를 닮은 한쪽 다리의 외로운 까마귀!
불편한 몸으로 인한 고통을 딛고 세계 정상에 오르기까지 화가의 내면세계의 격렬한 출렁거림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화가 변시지(1926~2013)는 제주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조선인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화가로 활동하며 일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광풍회전에서 조선인 최초로 입선한 데 이어 최연소 최고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한국으로 돌아와 제주에 정착하면서 그의 화풍은 제주의 거친 바람을 닮아갔고, 제주의 황토빛 풍경을 담은 그의 그림은 ‘제주화’로 명명되어 국제적으로 알려졌다.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동양인 화가 최초로 10년간 그림을 전시하기도 했다.
폭풍을 닮은 그의 삶과 평생 그를 사로잡았던 광증과도 같은 예술혼이 소설로 태어났다. 엄혹한 일제강점기에 제주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이주, 조선인으로서 또한 예술가로서 그가 겪어야 했던 온갖 시련들. 일본 아이들과 불공정한 씨름을 하다가 다리를 다쳐 평생 고통을 당했고, 일본 화단의 소수자로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았다. 고국에 돌아와서도 분단된 정치 현실은 그를 평화로운 화가로 남겨두지 않았다. 끝내는 화가로서 치명적이게도 눈에 이상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굴하고 꺾이지 않은 그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처럼 극적이다. 그의 그림 가득히, 아니 화폭을 박차고 솟구쳐 나올 것처럼 거칠게 출렁이는 제주 바다의 파도, 폭풍, 까마귀의 날갯짓, 그 모든 것들이 바로 화가 변시지의 초상이다.
한없이 넓은 바다는 미친 듯 넘실거렸다. 파도는 모든 것을 다 부숴버리려는 듯 흰 포말을 일으키며 모래밭을 때리고 또 때렸다. 파란 바다는 이미 검은색이었다. 그곳에서는 폭풍이 황제였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폭풍아 오거라! 나한테 몰아닥쳐 와라! 내가 너를 기꺼이 맞아주마!”
바위 위에 앉아 가방을 열어 스케치북을 꺼냈다. 오른손에 연필을 들고 폭풍을 그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스케치북을 날려버렸다. 벌떡 일어나 절뚝절뚝 걸어 땅에 처박힌 스케치북을 들고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흰 종이 위에 검은 선들이 그려졌다. 그것은 서너 개의 직선 혹은 곡선에 불과했다. 누군가 보았다면“ 폭풍을 그린다고? 단단히 미쳤군.” 하고 혀를 끌끌 찰 것이었다.
박수무당의 얼굴에서 웃음은 사라지고 눈에 핏발이 섰다.
“초감제를 허여야 허곡, 하늘궁전의 1만 8천 신덜을 굿판더레 모시는 디만 하루가 걸릴 거라. 그걸 마치문 초신맞이를 허고, 관세우도 해야 허고…… 당주삼시왕맞이를 안 헐 수 엇이난. 그렇게 열엿새나 버틸 수 잇이카?”
정윤은 고개를 저었다.
“그걸 하룻만이 끝내려면 새끼 까마귀 열두 마리가 필요허여. 귀신을 제대로 달래지 안허문 펭셍 반병신이라. 어디 그뿐이라? 천한 환젱이 귀신이 펭셍 따라다닐 거주”.
정신이 바짝 들어 단호하게 말했다.
“환젱이라니 마씀? 환젱인 절대로 안 될 일이라 마씀!”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즐거워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정윤은 수학이나 일본어나 과학 과목을 열심히 하기를 바랐으나 그와 반대였다. 박수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화가를 시킬 수는 없었다.
쏟아져 들어오는 황금빛 햇살 아래로 이젤을 옮겼다. 시간은 충분했다. 물감도 넉넉했다. 피는 멈추지 않았다. 작업실 바닥은 온통 빨간 파도였다. 노란 세상에서 빨강은 선명하게 드러났다. 나무틀 캔버스에 정성스레 천을 끼우고 힘겹게 망치질을 했다. 이승에서의 마지막 망치질이 분명함에도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캔버스를 이젤 위에 올렸다. 눈을 부릅뜨고 하얀 캔버스에 녹색을 칠했다. 녹색일 뿐 시지의 눈에는 노란색이었다. 그 바탕이 마르자 스케치를 시작했다. 태양은 더욱 치솟고 피는 더욱 흘렀다. 노란 물감통을 열어 붓을 푹 담갔다. 붓을 움직이는 손이 빨라질수록 정신이 혼미해졌다.
자신이 무엇인지, 이 세상에 어떤 존재로 왔다가 저세상으로 갔는지 흔적을 남겨야 했다.
작가 소개
저자 : 김호경
1962년에 태어나 경희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을 졸업했다. 1985년 대학문학상에 『부비트랩』이 당선되었으며, 1997년 『낯선 천국』으로 21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장편 『낯선 천국』 『삼남극장』, 스크린소설 『명량』 『국제시장』, 단편집 『남자의 아버지』, 여행 에세이 『가슴뛰는 청춘 킬리만자로에 있다』 『설렘』을 비롯하여 여러 권의 컬러링 기행문을 펴냈다.
저자 : 김미숙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불어를 공부하고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방송을 전공했으며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연구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학교, 신한대학교에서 강의를 했으며, 현재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으로 미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과 드라마 작가 집필 시스템을 살펴보는 연수를 다녀왔다. 드라마 작가이면서 동시에 문화연구자로서 미디어 생산자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심층인터뷰와 질적인 분석으로 조명한 텔레비전 드라마 작가들의 정체성과 노동의 단면들:보람과 희열 그리고 불안감이 엮어내는 동학」 「드라마 생산자로서의 TV드라마 작가연구:드라마 생산과정에서 겪는 타 생산자들과의 갈등과 타협을 중심으로」 「드라마 제작과정에서 벌어지는 생산자 사이의 갈등 연구:두 편의 드라마 사례를 중심으로」 등의 논문을 썼다. 저서로 『소설 장영실』 『우리 언론인이 되어볼까』 『난무:폭풍의 화가 변시지』 등이 있으며, 드라마 'Y2K'(MBC, 1999), '명동백작'(EBS, 2004), '김수로'(MBC, 2010) 등을 집필하였다.
목차
서문:심장을 끌어당기는 힘_ 김미숙
제1부 폭풍의 바다
폭풍의 언덕에서
너는 어지러운 춤을 출 운명
어려운 시절
나는 본 것을 기억한다
아버지는 괜찮다
제2부 잿빛 하늘의 오사카
길고 긴 바닷길
이도다완의 뿌리
어린 조센징의 시련
첫사랑
마지막 씨름대회
뒷모습은 강하다
제3부 그림을 발견하다
만남과 이별
수평선은 마음 안에도, 마음 밖에도 있다
그대의 뜨거운 입술
세상에 이름을 알리다
진실은 우연히 들려온다
나는 한국인이다
제4부 가장 한국적인 것
조국이 반겨주는 방법
진정한 ‘한국’은 어디에?
일본에서 찾아온 손님
돌고 돌아 제자리로
제5부 저주받은 고향길
노란 세상의 검은 까마귀
사이토 슈이치의 여행
안녕! 나의 사랑
제6부 이어도로 떠나는 나그네
자살바위 위의 혈투
섬은 하나의 점
소나무를 바라보는 남자
옛사랑의 희미한 그림자
이어도에서 춤을 추리라
후기:나는 바람을 모른다_ 김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