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재단장한 the T 12호가 포착한 특집 주제는 '방송 타이포그래피'이다. 친숙하면서도 낯선 이름이자 현상이다. 다매체의 환경만큼이나 무의식의 매체가 된 것이 방송 프로그램이다. 일상성과 노출 빈도수가 높을수록 그 존재감이 희박해지는 게 삶의 아이러니 아니었던가. 방송 프로그램이 그렇고, 보다 구체적으로는 이를 구성하는 방송 그래픽과 타이포그래피가 그렇다. 더 깊게는, 이를 가능케 하는 방송 디자인 관련 노동이야말로 사회의 가장 비가시적인 군집 중 하나이다. 특집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구현되는 그래픽, 그러니까 타이포그래피에 눈을 돌렸다. 영상이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던 방송 프로그램에는 언제부터인가 글자들이 넘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의문을 시작으로 방송 화면을 다시 보니 뉴스는 아나운서 하단에 흐르는 자막과 어깨 뒤에 걸려 있는 그래픽 없인 존재할 수 없으며, 선거방송은 현란한 방송 그래픽의 총체였고, 기억하는 특정 드라마나 연예 프로그램에는 강렬한 프로그램 로고타입이 뒤따랐다. 이 모든 것은 시기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어 왔으며, 또 어떻게 구현되고 있을까? 납작한 화면 뒤로 활동하는 방송 디자이너들은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가? 날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송 화면 위 글자들은 어떤 시각 현상으로 볼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부분적인 답이 되고자 특집은 방송 타이포그래피의 안과 밖을 여러 시선으로 구성했다. '좌담'은 주요 방송사에서 방송 타이포그래피를 담당하는 디자이너들과의 대화를 통해 방송 디자인 현장의 근과거와 현재를 짚어 보았다.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사례로서 '인터뷰'는 두 방송사를 현장 탐방했다. 이어지는 '비평'에서는 세 명의 시각문화 전문가들의 시선을 통해 한국 방송 그래픽과 타이포그래피 관련 이슈를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방송 타이포그래피 연대기'에서는 1960년대 이후 생산된 방송 타이포그래피를 한국 방송 기술 변천사를 중심으로 기록했다.
보이지 않는 디자인 노동 현장과 대중 타이포그래피 분과에 대한 기록으로서 애초 기획은 지난 몇십 년간 생산된 방송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아카이브로서도 그 기능을 담당하고자 했다. 그러나 각 방송사별 엄격한 저작권 및 사용권이 장벽이 되었다. 시대를 아우르는 흥미로운 자료화면을 막상 풍성하게 싣지 못한 것은 이번 특집의 가장 큰 아쉬움이다.
저자 소개[펴낸 곳]
㈜윤디자인그룹
글꼴 디자인과 콘텐츠, 브랜드의 관계에 대한 탐구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다채로운 문화와의 실험적 만남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 스펙트럼을 만들어가는 디자인 전문가 집단이다. 글꼴 디자인을 브랜드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2018 IDEA Design Award, iF DESIGN AWARD 2018, Reddot award 2017, 대한민국 고객만족 브랜드경영 대상, 대한민국 문화경영 대상, 대한민국 디자인 대상 등을 수상했다.
[특집 기획]전가경
현재 사진책 출판사 ‘사월의눈’을 공동 운영하며 사진-텍스트-디자인의 삼각관계를 연구하고 실천한다. 그래픽디자인 관련 글을 쓰고 강의한다. 저서로 『세계의 아트디렉터 10』, 공저로 『세계의 북디자이너 10』 외, 공역으로 『그래픽 디자인 사용 설명서』 등이 있다.
[필진 및 좌담 참석자] (글 실린 순서)
한영수
1933~93. 개성에서 태어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림에 대한 관심과 재능은 사진으로까지 이어졌다. 한국 최초의 리얼리즘 사진연구단체인 ‘신선회’에 1958년 입회하면서 본격적인 사진 활동을 시작했다. 1966년에는 광고스튜디오인 한영수 사진연구소를 설립했으며1968년에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광고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2017년 서울역사박물관의 〈내가 자란 서울〉과 뉴욕국제사진센터(ICP)의 〈한영수: 사진으로 본 서울, 1956-1963〉 등의 개인전을 비롯해 2014년 프랑스 아를사진축제에서도 전시회를 개최했다.
송수정
잡지사 편집장을 거쳐 현재는 사진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축제 서울루나포토Seoul
Lunar Photo Festival를 만들었으며 세네갈의 다카 비엔날레, 중국의 리수이 사진축제 등에서 큐레이터를 맡기도 했다. 네덜란드 세계보도사진상, 영국 자연사박물관 올해의 생태사진상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석인
1959년생. 추계예술대학교 동양화과 및 예술경영대학원 졸업. 1985년 KBS 디자이너로
입사 후 각종 TV 프로그램의 타이틀을 제작, 2008년 제35회 한국방송대상 영상그래픽상
수상. KBS 보도그래픽부장을 역임하고, (사)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이사와 지평캘리연구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명호
1985년 MBC 입사.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 전공. 조선대, 동서대 겸임교수 역임. 한성대, 경원대, 상명대 등 강의. 개인전 9회, 단체전 100여 회 출품. 한국캘리디자인협회 이사, 한국미술협회 회원. MBC ART 그래픽디자인국장으로 방송 프로그램 〈선덕여왕〉, 〈에덴의 동쪽〉, 〈아마존의 눈물〉, 〈계백〉 등의 로고 타이틀을 제작했다. 저서로는 『박명호의 TV 타이틀 캘리그래피로 제작하기』, 『캘리야 놀자』, 『TV 타이틀 디자인』이 있다.
박정권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1997년에 SBS 미술부에 입사하여 지금까지 SBS A&T, 보도CG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1997년 대통령선거 개표방송부터 시작하여 2012년 대통령선거 개표방송까지 그래픽 작업을 맡았고, 2012년 국회의원선거 개표방송의 디자인으로 그해 한국방송대상 미술상을 수상했다.
이혜연
2015년 JTBC 입사. 2012년 CJ E&M tvN.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문화디자인랩. 2008년
예당엔터테인먼트 ETN. 2006년 CJ 미디어. JTBC 디자인실 콘텐트디자인팀장.
최성희
2015년 JTBC 입사. 2012년 CJ E&M tvN. 2008년 예당엔터테인먼트 ETN. 2003년 CJ 미디어 Mnet. JTBC 디자인실 콘텐트디자인 선임디자이너.
조원호
1979년생. 한양대학교에서 영상디자인을 전공했다. 2006년 온미디어 입사, 2011년 CJ E&M으로 합병 후 현재까지 브랜드디자인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Catch On, OCN, Superaction, Story On, XTM 채널 담당을 거쳐 현재 tvN 브랜드디자인팀 팀장을 맡고 있다.
이영준
기계비평가. 『기계비평』, 『기계산책자』, 『페가서스 10000마일』 등의 저서가 있다.
한동훈
1991년생. 프리랜서 타입페이스 디자이너.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졸업 후 산돌커뮤니케이션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디자인 작업과 동시에, 디자인과 일상을 연결할 수 있는 텍스트를 꾸준히 탐구한다. 개인작업으로 칼국수체(2015)가 있다.
김소연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한배곳(학사 과정)을 1기로 졸업했다. 현재는 더배곳(석사 과정)에서 3차 학기를 보내고 있다. 한배곳 과정에서는 일기 같은 포스터 그래픽 실험을 주로 했고, 더배곳 과정을 시작하고는 리서치를 기반으로 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박예나
PaTI 더배곳 배우미. 학부에서 경영학과 시각디자인을 복수전공하고 브랜드 컨설팅 회사에서 짧은 회사 생활을 했다. 현재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더배곳에서 내용과 형식을 아우르기 위한 배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노성일
숭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더배곳을 졸업했다. 주로 책을 만드는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여행과 사진, 변방의 문화에 관심이 많으며, 최근 캄보디아 문자를 연구한 『크메르 문자 기행』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인도 문자 전문가를 꿈꾸고 있다.
이현송
1987년생. 홍익대학교 예술학과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안그라픽스에서 책 디자이너로 일했다. 현재 영국 왕립예술대학의 그래픽 디자인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전종현
1985년생. 국민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사회에 나와선 주구장창 글만 썼다. 『월간 디자인』, 『SPACE 공간』 등의 전문지 에디터 생활을 거쳐 최근까지 『노블레스』에서 남성지를 만들었다. 현재는 아트&컬쳐 저널리스트(라고 쓰고 백수라 읽는다)로 활동 중. 〈허프포스트코리아〉 블로그에 글을 가끔 올린다.
이로
서점 ‘유어마인드’, 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 운영자. 『위트 그리고 디자인』(2013), 『16시: 선명한 유령』(2014), 『책등에 베이다』(2014)를 함께 혹은 혼자 썼다. 『일본 돈가스 만필집(가제)』(난다)과 새로운 책을 쓰고 있다. 연희동에서 서점 유어마인드를 운영하며 반려자 모모미, 세 마리 고양이 모로로 쿠리쿠리 표표와 함께 지낸다.
윤성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 북한학을 부전공했다.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더배곳 디자인인문연구과정에서 ‘근대 한글 형성과 쓰기방향 전환’을 주제로 연구하여 2018년 졸업했다. 현재 라이프치히서적예술대학(HGB)에 게스트로 머물며 제본을 배우고 있으며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에서 제본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안진수
1976년생. 경북대학교 시각정보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스위스 바젤디자인예술대학교(The Basel School of Design)에서 타이포그래피를 전공했다. 2009년 동 대학교와 미국 일리노이대학 (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 UIC)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바젤디자인예술대학교에서 타이포그래피를 가르치고 있다. 얀 치홀트의 『타이포그래픽 디자인』(2014)을 번역했고, 『글짜씨』, 『티포찜머』 등에 글을 기고했다.
박지훈
1977년생.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 시각전달디자인과에서 학부, 석사를 마치고 동 대학에서 활판인쇄, 공판인쇄 실습을 지도했다. 현재 박지훈디자인 대표이며, 동아시아 문자, 근대 매체 연구 및 타이포그라피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함민주
함민주(1985)는 글꼴 디자이너다.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졸업 후 한국에서 글꼴 디자이너로 약 6년간 근무했다. 2014년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예술학교에서 타입 미디어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베를린에서 프리랜서 글꼴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으며 모노타입(Monotype), 블랙파운드리(Black foundry)와 다국어 프로젝트의 한글 부분을 맡아 진행했고 최근 베를린의 독립 서체 회사 푸스트앤프렌드(Fust&friend)와 라틴 폰트 테디(Teddy)를 작업했다.



뉴스는 소근소근 이야기하기보다는 조금 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죠. 우리 사회가 다이내믹하잖아요. 그런데 화면에 고딕체로 쓰면 힘이 덜 느껴져요. 하지만 손으로 쓰면 마치 선언하듯이 보이잖아요. 뉴스 쪽에서는 캘리그래피에서 강한 힘이 느껴진다는 특징 때문에 많이 사용하죠.
_ 좌담 「방송 디자인 현장과 디자이너의 역할」 중에서
티비에 요즘 글자가 넘쳐나는 것은 서양에서 이미지와 텍스트를 다루는 패러다임이 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등장으로 고급문화와 하위문화, 예술과 비예술, 이미지와 텍스트, 시각예술과 비시각예술을 가르는 온갖 관습들이 사라지고 이것저것 마구 뒤섞이게 됐다. 서구에서나 한국에서나 티비에 문자가 많이 등장한 것도 그런 영향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티비에 글자를 넣기가 훨씬 쉬워진 것도 한 이유이다. 티비에 글자가 넘쳐나는 두 번째 이유는 시각적인 것의 정보전달력의 한계이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한 장의 사진이 천 마디 말을 대신한다"는 말은 틀렸다. 사진은 현실의 시각적 자국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발언 능력이 없다. 즉 정보 전달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사진이 정보를 가지는 경우는 전문가가 판독했을 때뿐이다. 따라서 위의 말은 "한 장의 사진이 뭔가 말을 하려면 천 마디 말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로 바꿔야 한다. 즉 티비 화면에 나오는 이미지가 말을 하려면 글자가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하는 것이다.
_ 「티비에서 글자체가 하는 일들」(이영준) 중에서
단 한 가지 변치 않을 사실은 환경이 변하고 기술이 변하더라도 예능 자막은 시대상을 반영하는 거울로서,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형태가 존재하는 한 오직 '재미'라는 가치를 위해 끊임없이 진화해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포맷 변화와 자막 표시 기술의 발전, 그리고 화제성 자막 디자인과 결합해 생겨나고 향유되는 신조어까지. 이를 지켜보는 즐거움은 고스란히 시청자의 몫이다. 오늘도 완성도 높은 재미를 끌어내기 위해 작업하는 디자이너들에게 감사를 보내고 싶다.
_ 「예능 자막 타이포그래피」(한동훈) 중에서
가변형 폰트는 분명 많은 것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전통적 관념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나 이미 가능했던 것들을 더 효율적으로, 또는 더 다양하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 반대의 경우에 직면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 더 풍부한 옵션이 주어지는 만큼 타이포그래퍼의 전문성과 정확성은 그 어느 시기보다 더 철저히 요구될 것이란 점이다. 서체의 형태와 배경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의도에 맞는 정확한 서체를 선택하는 것, 선택한 서체를 최적의 상태로 세밀하게 조절해서 텍스트의 형태를 날카롭게 다듬는 것은 타이포그래퍼의 책임이고 의무이다
_ 「지금의 관심사에 대하여_가변형 폰트」(안진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