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동동동 3권. 처음 말을 배우고 세상을 배워 가는 네 살 아들의, 일상의 말과 상상의 말을 1년 동안 받아쓴 ‘동씨’ 300여 개 중에서 잘 자란 동시 100편을 가려 뽑고 직접 그림을 곁들이며 디자인 작업까지 함께한 독특한 동시집이다.
출판사 리뷰
네 살 아들이 건넨 ‘동씨’를 받아쓴, 정근아 시인의 첫 동시집!
<<유치원에서 받아 온 별풍선>>
전병호ㆍ최명란 시인의 추천사
정근아 시인의 유아 동시는 다른 시인들이 쓰는 유아 동시와는 접근법이 다르다.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언어 재료로 아기의 입말을 쓰고 있다. 아기의 입말에는 전 조작기 어린이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많은 정보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전 조작기 어린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다. 이것이 정근아 시인의 시를 적극 추천하는 이유다.
해설 아기의 입말로 쓴 동시
전병호 동시인ㆍ아동문학가
1.
대체로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말이 늦다고 하는데 정근아 시인의 아들 건호는 그렇지 않았나 봐요. 말을 빨리했을 뿐 아니라 어휘력도 뛰어났던 것 같습니다. 어휘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장차 언어 유창성ㆍ사고력ㆍ판별력도 뛰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게 되지요. 그래서 아기에게 의도적으로 많은 말을 들려주는 엄마도 많이 있지 않나요. 엄마와 아기의 활발한 상호 작용은 아기의 어휘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많거든요.
아기의 입말을 분석해 보면 아기가 인지한 내용과 인지 과정과 방법을 파악할 수 있어요. 그럼으로써 아기의 마음을 생생하게 읽어 낼 수 있어요. 아기의 입말은 누구든지 받아쓸 수 있지만 누구나 아기의 입말로 시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이때는 시 창작 능력이 있어야 해요. 아기의 입말을 넣고, 빼고, 다듬고, 재배치하는 등 재창조 과정을 거쳐 쓴 것이라고 해야 맞을 것입니다. 그래서 유아 동시는 일반 동시보다 더 고도의 시 창작 능력을 갖고 있어야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근아 시인의 동시가 그런 점에 부합한 시로 보여요.
2.
어린이의 행동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이론으로, 피아제의 인지 발달론이 아직도 절대적이지요. 비록 어린이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요. 두 살부터 일곱 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전 조작기에 네 살 건호도 해당되어요. 그러한 까닭에 전 조작기 어린이의 행동 특성을 설명하기 위한 많은 개념들은 정근아 시인의 시를 읽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요.
아빠한테 전화할래~
(따르릉~)
어! 아빠! 거기서 뭐 해?
왜 엄마 전화기 속에 있어요?
빨리 집에 와야지요
장난감 사러 큰 마트 가야 해요
빨리요~
왜 안 와요~?
빨리 전화기 속에서 나와요!
―<영상 통화> 전문
이 시에는 전 조작기 어린이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 있어요.
어린 화자가 아빠에게 말해요. 영상 전화 속에서 빨리 나오라고요. 빨리 엄마 전화기 속에서 나오라니요! 하지만 이때 어린 화자가 아빠에게 실제로 엄마 전화기 속에서 나오라는 뜻으로 한 말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아빠에게 ‘빨리 집에 오라’는 것을 ‘전화기 속에서 빨리 나오라’고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이지요. 어린 화자는 자기 눈에 비친 그대로 보고 듣고 말하는 직관적인 특성을 보여 주고 있어요. 그래서 어린 화자가 미성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도 많을 것이어요. 그런데 이 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현대를 바쁘게 살아가는 젊은 아빠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추석은 어디에 있어요?
빨리 추석에 가 보고 싶어요
일곱 밤 자고 나서
왼쪽으로 쭉 가면 추석이 나와요?
우리 추석은 어디예요?
멀리 있어요?
차 타고 가야 해요?
비행기 타고 가야 해요?
한복 입고 가야 해요?
―<추석, 처음 한복 입는 날> 전문
이 시에서는 추석을 장소로 인식하고 있어요. 2행에 보면 보통명사 ‘추석’에 처소격 조사 ‘에’를 붙인 것이 그 예이지요. 3~4행에서는 추석을 약도를 보고 찾아가는 장소 정도로 인식하고 있어요. 네 살 어린이에게 추석은 아직 온전하게 파악하기 힘든 추상적 개념이어요. 그래서 네 살 건호는 지금까지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서 추석이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하지만 아직은 추석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없어요. 피아제에 따르면 동화와 조절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단계이지요. 평형화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고요. 그런데 이때 어린 화자의 진술이 묘하게도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켜요. 어른의 눈에 네 살 건호의 말은 아직 개념 파악도 안 되고 비논리적이며 자기중심적인데요. 그것이 오히려 추석을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 화자의 마음을 생생하게 느껴지게 하니까요.
울리는 형이었어요
어제는 친구였어요
지금은 동생이에요
이제는 나보다 작아요
―<내 인형 울리> 전문
이 시도 전 조작기 어린이의 특징인 자기중심적 사고에 의해 씌어지고 있어요. ‘내 인형 울리’가 형ㆍ친구ㆍ동생이 되는 것은 ‘나’가 기준이어요. 나보다 크면 형이고 나보다 작으면 동생이지요. 이처럼 전 조작기 어린이의 자기중심적 사고는 이 동시집에 가장 많이 담겨 있는 특징이어요. 또 ‘내 인형 울리’를 생명 있는 존재로 인식하는 물활론적 사고도 아주 중요한 특징이고요.
엄마~ 비행기가 지나가요~
저건 아기비행기예요
아기같이 작아요
비행기는 엄청 큰 줄 알았는데
엄청 작아요
그러니까 저 비행기는 아기비행기예요
―<캠핑장 하늘 속 비행기> 전문
이 시도 캠핑장 하늘에 뜬 비행기를 보고 자기중심적 사고를 반영해서 쓴 시이어요. 린 화자에게는 이미 ‘작다=아기’라는 도식이 형성되어 있어요. 그래서 캠핑장 하늘 높이 뜬 비행기를 직관적으로 보고 ‘아기’라고 하고 있어요.
이처럼 어린 화자는 자신이 형성한 도식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파악하려고 해요. 어른들이 좋아하는 상식이나 과학 지식은 끼어들 틈이 없어요.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어린 화자가 비록 아직 미성숙하지만 자기만의 인지 방법으로 사물을 파악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지요. 어른은 이 점을 인정해 주고 어린 화자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해요. 그래야 어린 화자와 소통할 수 있어요.
시를 한 편 더 읽어 볼까요.
유치원에 아빠가 나타났어요
아빠는 책 읽어 주는 선생님이에요
나는 오늘 리더예요
아들이 아니에요
배꼽손 인사해요
코끼리네 빵 가게를 읽어 주고
빵 가게를 열었어요
나는 초코빵을 샀어요
아빠는 유치원에서 아저씨예요
친구들이 아저씨래요
아빠는 멋쟁이 아저씨 선생님이에요
엄청 멋졌어요
아빠라고 부를 뻔했어요
―<우리 아빠> 전문
아빠가 오늘은 유치원에 책 읽어 주는 선생님으로 왔어요. 그래서 오늘 유치원에서 건호는 아빠 아들이 아니라 원생이어요. 아빠도 오늘 유치원에서 건호 아빠가 아니라 1일 선생님이어요. 그래서 건호는 리더로서 아빠에게 배꼽손 인사를 했어요. 다른 아이들 보란 듯이 어리광을 부리고 아빠라고 부르고 싶을 텐데 꾹 참고요.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와 아빠의 위치와 역할을 파악해 가고 이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건호가 참 대견하지 않나요?
나는 매일매일이 즐거워요
재미나고
신나요
나는 매일매일 노는 사람이에요
하루 종~일 놀기만 해요
근데 누나는 공부하고
근데 아빠는 일하고
근데 엄마는
청소하고 밥하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어! 나도 그림 그리는데…
그럼 나도
노는 사람이 아닌가?
―<노는 사람> 전문
건호는 가족들을 보면서 자기의 위치와 역할을 파악해 가고 있어요. 건호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차츰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겠지요. 그런데 말이어요. 건호가 벌써 이런 생각을 하다니 어느새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어요. 건호가 언제 이렇게 컸을까요?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란 건호. 대견하고 사랑스러워요. 지금까지 피아제의 인지 발달론에서 거론되는 개념들, 도식ㆍ동화와 조절ㆍ평형화를 비롯하여 자기중심적 사고ㆍ물활론 등 전 조작기 어린이의 특성들이 정근아 시인의 시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았어요.
그런데 이 시는 어떤가요?
엄마!
나 별 같지요?
나는 별이에요.
별은 하늘에 있지요?
나는 하늘에서 자러 내려온 별이에요.
―<잠들기 전 하는 말> 전문
잠자리에 든 어린 화자가 엄마를 바라보면서 한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말해요. 나는 별이라고요. 하늘에서 자러 내려왔다고요.
누가 어린 화자의 이 말이 비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이라고 몰아갈 수 있을까요. 꿈꾸는 듯한 어린 화자의 행복을 지켜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 않을까요. 어린 화자가 전 조작기에 속한 어린이인 까닭에 이처럼 아름다운 시를 들려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것은 분명 축복이어요.
어른이 되면 신기한 것도 적어지고 궁금한 것도 줄어들어요. 웬만한 것을 보고 감동하지 않게 되어요. 그런데 어린이 눈에는 어떨까요? 보는 것마다 처음 보는 것이요, 만나는 것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어요. 그래서 어린이는 있는 그대로 보고 본 그대로 말해요. 아직은 위선ㆍ왜곡ㆍ허위ㆍ거짓을 몰라요. 그래서 어른은 어린이의 말에 감동하고요, 자신을 성찰하게 되어요. 아마 그래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다’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어요.
3.
유아 동시는 쓰기 참 어려워요. 어린이 화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아주 쉬운 언어로 썼지만 문학 작품으로서의 표현 미학은 어떻게 획득해야 하는지 아주 고민스러운 문제가 아닐 수 없어요. 그래서 이제까지 발표된 대부분의 유아 동시는 어른의 언어로 어린이 세계를 그려 왔다고 할까요. 시적 화자도 관찰자 위치에서 바라보는 어른이고요.
하지만 정근아 시인의 유아 동시는 접근법이 다릅니다.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언어 재료로 아기의 입말을 썼어요. 아기의 입말에는 인지 내용이며 과정과 방법, 전 조작기 어린이의 특징적 사고를 비롯하여 이 시기에 속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많은 정보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어요. 그러한 까닭에 전 조작기 어린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소통하려면 정근아 시인의 유아 동시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정근아 시인의 동시집을 적극 추천하는 이유이어요.
말하기 - 건호
2014년생, 네 살입니다. 여덟 살 많은 누나 덕분에 비교적 말을 빨리 시작하였습니다. 세 살 되던 해 가을부터 놀이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손으로 꼼지락거리는 블록 놀이ㆍ만들기ㆍ그림 그리기를 좋아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헬로카봇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물으면 ‘가족 모두!’라고 말해 주는 정이 많은 아이입니다.
애착 인형 울리와 함께 매일매일 깔깔깔 웃고 신나게 노래도 부르며 종알종알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별이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떨어져요
별이 둥실둥실 떠다녀요
별을 다시 하늘로 보내도 자꾸 돌아와요
―<유치원에서 받아 온 별풍선>
왜 나무에 약을 뿌려요?
그저께 아빠가 발로 차서 아픈 거예요?
―<수목 소독하는 날>
아빠가 나무를 흔들었어요
비가 나무에 나처럼 딱 붙어 있다가
내 머리 위로 떨어졌어요
아빠는 도망갔어요
나도 따라 도망갔어요
―<아빠와 나>
작가 소개
지은이 : 정근아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대학에서 그림과 디자인을 공부하였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에 북아트 작가로 참여했으며 별자리 동시집 <북두칠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동심연구소 동시아카데미를 수료하고 인디무크지 <동심>에 동시 부문으로 데뷔했습니다. 지금은 카린.J.북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동심>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목차
작가의 말_8
제1부 나는 건호
누나가 잔다_20
아기 소변기_21
수목 소독하는 날_22
아빠와 나_23
나는 나_24
키_26
손 쫙 펴고_27
고목나무와……_28
꿈속에서 만나_30
자기 싫어서_31
계량컵_33
걱정_34
누나 줄넘기_35
차 안에서 창밖 구경_36
물연기_37
목욕_38
한글 공부 ‘아’_39
요리하는 엄마 앞에 다가가서_40
봄, 첫 소풍 전날_42
나비공원_43
엄마해_44
기쁜 마음_45
제2부 우리는 친구
새 우산_48
아쉬움_50
아침 7:30_51
화내지 마세요_52
힘내세요_53
안개_54
아쿠아리움 광고_55
소파에서 붕붕_56
아이쿠_58
엄마 세수 시키기_59
영상 통화_60
나도 거미_62
공놀이하고 숨쉬기_64
스티커_66
비타민 C_67
한글 공부 ‘사.자.’_68
여름밤?/깨어 있음_69
물고기 옷을 입은 고양이 인형_70
미안!_71
내 인형 울리_73
빨리 자고 빨리 일어나기_74
잠들기 전 하는 말_75
엄마 글 노트에 낙서_76
한글 공부 ‘자’_78
볼펜 지우는 지우개. 화이트_79
색연필 정리_80
발레 학원에서 누나 찾기_81
똑같이 똑같이_82
제3부 누나 자리에서 잠든 밤
추석, 처음 한복 입는 날_86
길에 떨어진 솔방울_87
왼발 오른발_88
2층 김밥_89
오늘은 가을 길_90
누나 자리에서 잠든 밤_91
캠핑장에서 여섯 살 세아 누나랑
먹구름인지 흰 구름인지 토론 중_92
캠핑장 하늘 속 비행기_94
하얀 시계, 깜깜한 시계 7:30_95
잠옷_96
말랑말랑한 내 엉덩이_98
소꿉놀이_99
유치원에서 받아 온 별풍선_100
우리 아빠_102
집에서 공릉동까지_103
로벤_104
소나무_105
비행운_106
커피 기차_107
코딱지_108
꼭꼭 닭처럼_109
지진 뉴스/포항 강진 5.4_110
춥고 바람 많이 불던 날_112
11월 11일_113
제4부 같이 가는 겨울 길
엄마니까_116
말해 봐요_117
나무 관찰 중_118
열두 살 재호 형이 물려준 겨울 잠바_119
내 소파_120
우리_121
어부바와 목말_122
엄마 사랑_123
엄마~ 엄마~ 엄마~_124
혼잣말_126
눈물_127
환영해요_128
엄마의 엄마_130
잠꼬대_131
나는 미역국 세 그릇을 먹었다_132
아침밥 먹다가_133
노는 사람_134
모두 숨어요_136
친구 달래기_137
혼자 놀이_138
감기 걸려 아파서_140
마트 놀이_141
잠옷 2_142
크리스마스_143
깜깜한 밤_144
같이 가는 겨울 길_145
해설 전병호_아기의 입말로 쓴 동시_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