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미야모토 테루가 1995년에 발표한 장편 연애소설. 1997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시대의 감수성이 드러나는 깊은 여운을 주는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화창한 3월의 어느 날, 우연히 한 아파트에 모여 살게 된 네 젊은 남녀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꿈과 행방. 독립을 꿈꾸는 조명 디자이너 요시, 네팔에만 사는 희귀한 나비를 좇는 카메라맨 \'당나귀\', 불안신경증을 앓으면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회사원 아이코, 사랑할수록 상처만 받는 미용사 요코가 그 네 주인공이다. 그들은 한집에서 저마다 자신의 꿈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서로를 격려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나 봄날의 \'기적\'같은 행복도 잠시일 뿐. 평화로운 봄 뒤로 지루하고 우울한 장마가 오고, 세상을 얼려버릴 듯한 매서운 겨울이 찾아온다. 저자는 이 소설에서 늘 봄처럼 화창할 수만은 없는, 언제나 반쯤은 한여름이고 반쯤은 한겨울 같은, 극점을 오가는 청춘의 초상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산뜻한 문체와 간결한 구성 속에 인생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는 소설이다.
출판사 리뷰
어느 날 우리 넷은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랐고, 그러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좋아했어.'
아이코의 지병인 불안신경증은 발작이 없을 때는 스스로도 자신의 불안이 모두 근거 없는 것임을 알지만 발작이 시작되면 이성이 작동을 멈춘다.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견딜 수 없다. 그런데 그 공포와 싸우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의대를 목표로 공부를 시작한다. 옆에서 지켜보고 격려하는 세 사람의 우정과 헌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요시는 이런 아이코를 사랑한다. 자신도 알고 그녀도 알고 세상도 다 알 수 있게 사랑해 보이겠노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사랑은 결심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작도 중단도 모두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한편 당나귀와 요코의 관계도 순조롭지만은 않다. 당나귀의 사랑은 변함없지만 요코 앞에 옛 애인이 나타나자 그녀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온 마음을 다 주어 사랑했던 옛 남자를 앞에 두고, 자신만을 바라보는 당나귀를 뒤에 두고 요코는 방황한다.
사랑과 이해로 충만했던 기적 같은 공동생활도 시시각각 다가오는 갖가지 현실적 어려움들로 삐걱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은 상대의 행복과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에움길을 택한다. 그 선택이 사랑하는 연인을 다른 이에게 떠나보내고, 다른 이를 바라보는 연인을 그저 조용히 기다려야 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들은 그저 조용히 견디면서 살아간다.
타인의 간섭과 관계를 맺는 일 자체를 극도로 꺼리는 풍조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어쩌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들은 형편이 어려운 친구에게 돈을 마련해주고, 어려운 아이들의 일자리를 구해주고, 불안신경증에 시달리는 친구의 정신적 안식처가 되어준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인생에 깊이 관여하면서 가족 이상의 공동체를 이루며 2년의 시간을 함께 지낸다.
이런 네 사람이 미묘한 밸런스를 이루며 생활해나가는 16층 고층아파트의 공기는 때로는 무심한 듯 건조하고, 때로는 쏟아지는 장마 빗줄기처럼 가슴을 때린다. 2년이 지나 그들은 각자 다른 장소에서 그 2년을 추억한다. 네 사람 분의 행복, 네 사람 분의 미소, 네 사람 분의 눈물과 안타까움이 과거의 그 공간과 오늘의 네 사람의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행복했고, ‘좋아했던 것’이다.
작가 소개
저자 : 미야모토 테루
20세기 후반 일본 순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비를 피하려고 잠시 들른 서점에서 읽은 유명작가의 단편소설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카피라이터를 그만두고 전업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1947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다. 오테몬학원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산케이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하다가 1975년 신경불안증으로 퇴직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1977년 『진흙탕 강』으로 다자이오사무상을 받으며 데뷔했고, 이듬해 1978년 『반딧불 강』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으면서 작가로서의 지위를 다졌다. 폐결핵으로 일 년 가까이 요양한 뒤 곧 다시 왕성한 집필활동을 계속한다. 1987년에는 『준마』를 발표하면서 역대 최연소인 40세로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상을 받았고, 같은 작품으로 JRA상 마사문화상을 받았다. 이후 아쿠타가와상, 미시마유키오상 심사위원을 비롯하여 각종 문예지의 신인상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대표작으로는 ‘강 3부작’으로 불리는 「흙탕물 강」, 「반딧불 강」, 『도톤보리 강』, 서간체 문학인 『금수』, 자전적 대하 작품 연작으로 영화화되거나 라디오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한 『유전의 바다』(1984), 『도나우의 여행자』(1985) 등이 있으며 『사랑은 혜성처럼』, 『해안열차』, 『인간의 행복』, 『이별의 시작』, 『피서지의 고양이』, 『반딧불 강』, 『우리가 좋아했던 것』 등의 작품이 우리말로 번역되었다.
역자 : 양억관
1956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일본 아시아대학 경제학부 박사과정을 중퇴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소설 인문 교양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솔뮤직 러버스 온리』, 『야구장 습격사건』, 『우안』, 『무한도시 NO.6』, 『너의 친구』, 『베드타임 아이스』, 『120% COOOL』, 『탐정 갈릴레오』, 『아빠는 가출중』, 『한밤중에 행진』, 『우리가 좋아했던 것』, 『용의자 X의 헌신』, 『중력 삐에로』, 『러시 라이프』, 『69』, 『나는 공부를 못해』, 『스텝 파더 스텝』, 『바보의 벽』, 『플라이, 대디, 플라이』, 『남자의 후반생』,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냉정과 열정 사이』, 『공생충』, 『교코』, 『장량』, 『교양으로 읽어야 할 중국지식』,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라라피포』, 『컨닝 소녀』 등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