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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산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 말을 찾아서 묵호를 아는가 상춘곡
창비 | 부모님 | 200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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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전집' 제43권에는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사회 현실과 개인의 내면 탐구, 삶과 죽음 등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여러 기법으로 천착해온 작가 구효서를 비롯 총 다섯 명 작가의 아홉 작품이 실렸다.

구효서의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은 생활에 붙들려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그린다. 같은 작가의 작품인 '시계가 걸렸던 자리'에서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이 고향집에 돌아와 과거를 회상한다.

어릴 적 양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새기는 이순원의 '말을 찾아서', 고향 바닷가에 돌아가 고향 사람들과 쓸쓸하게 만나는 심상대의 '묵호를 아는가', 한 여인과의 질기고도 이루어지기 힘든 인연을 담담하게 다룬 윤대녕의 '상춘곡' 등은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가슴속에 묻고 사는 사람들을 다룬 작품들이다.

부용산 노래에 얽힌 사연을 추적하는 최성각의 '부용산', 광주민주화운동에 진압군으로 참가한 후 강박증에 시달리는 일상을 다룬 이순원의 '얼굴', 모든 것이 심드렁해진 현실 속에서 부유하는 청춘들의 자화상을 그린 윤대녕의 'January 9, 1993 미아리통신'은 격렬했던 과거가 남긴 것들과 가져간 것들에 주목한다.그때 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고, 동네에서 아이들과 싸우다가도 '노새집 양재새끼'라는 말을 들으면 그 말을 이 세상에서 가장 심한 욕으로 느끼던 열세 살의 소년이었다. 그 말은 내가 중학교 3학년일 때까지 집에 있었다. 내가 저를 핍박하고 서러움 줄 때 그는 이미 늙어 있었다. 그가 죽던 마지막 모습도 그랬다. 말굽을 박았는데도 공사장에서 벽돌을 내릴 때 땅에서 바로 선 대못을 밟아 오른쪽 앞다리부터 못 쓰게 되더니 한 해 겨울을 한 쪽 다리를 늘 구부린 채 서서 앓다가 어느 날 배를 땅에 대고 만 것이었다.알리진 않았는데도 어떻게 알고 시내의 마부들이 마차를 끌고 와 죽은 그를 싣고 갔다. 아부제는 따라가지 않았다. 마부들이 그럼 저녁때 고기라도 보낼까, 하고 묻자 아부제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작은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그날 처음으로 나는 남몰래 감추는 아부제의 눈물을 보았다. 한지붕 아래에서 사는 동안 그는 내게 참으로 많은 설움과 눈총과 미움을 받았다. 내가 누리는 것 모든 것이 그의 등에서 나왔는데도 그랬다. 아마 그가 죽어 정말 하늘의 은별이 되었다 해도 나는 앞으로도 말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고, 그에 대해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 이순원, '말을 찾아서' 중에서그러나 굳이 하고 싶은 일이 우리에겐 남아 있지 않았다. 영화관에 가는 것도, 연극을 보러 가는 것도 이십 대에 무던히 해본 일이어서 이젠 궁상맞고 식상한 일쯤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서른 살이 훌쩍 넘다 보면 모든 일에 지치고 흥미를 잃게 마련이다. 겉으론 좀 무디고 태연해지는 대신 안으론 불안이 가중되고 으레 사는 일과 관계된 뼈다귀 같은 일들만 남게 된다. 그러다 보면 투생처럼 몸이 배배 틀어지며 머리가 벗겨지고 얼굴은 흙빛으로 변하는 것이다. - 윤대녕, 'January 9, 1993 미아리통신'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구효서
1957년 강화에서 태어나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마디」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장편소설로 『늪을 건너는 법』 『슬픈 바다』 『추억되는 것의 아름다움 혹은 슬픔』 『낯선 여름』 『라디오 라디오』 『비밀의 문』 『남자의 서쪽』 『내 목련 한 그루』 『몌별』 『나가사키 파파』 『랩소디 인 베를린』 『동주』 『타락』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 소설집으로 『노을은 다시 뜨는가』 『확성기가 있었고 저격병이 있었다』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 『도라지꽃 누님』 『아침 깜짝 물결무늬 풍뎅이』 『시계가 걸렸던 자리』 『저녁이 아름다운 집』 『별명의 달인』, 산문집으로 『인생은 지나간다』 『인생은 깊어간다』 등이 있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한무숙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황순원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자 : 윤대녕
1962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단국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은어낚시통신』 『남쪽 계단을 보라』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누가 걸어간다』 『제비를 기르다』 『대설주의보』 『도자기 박물관』, 장편소설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추억의 아주 먼 곳』 『달의 지평선』 『미란』 『눈의 여행자』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피에로들의 집』, 산문집 『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 『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등이 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했다. 2016년 현재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 : 최성각
1955년 강릉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강원일보』 신춘문예(1976)와 『동아일보』 신춘문예(1986)로 등단했다. 몇 권의 소설집을 냈으나 모두 죽어 시중에서 구할 수 없다. 1990년대 중반 상계소각장 건설 소동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환경 운동에 투신, 나중에는 ‘풀꽃세상’이라는 환경 단체를 창립하기도 했다. 새나 돌멩이 지렁이에게 환경상을 드리는 운동 방식을 택했으며, 당시에는 유일하게 ‘시민 있는 시민 단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즈음, ‘삼보일배’, ‘생명평화’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인위적 허구인 소설보다 더 어처구니없고 박진감 넘치는 믿어지지 않는 현실에 『달려라 냇물아』, 『날아라 새들아』,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와 같은 ‘생태 에세이집’으로 대응했다. 청소년을 위한 책 『거위, 맞다와 무답이』도 있다. 새만금 메워지고, 이명박 정권의 4대강 파괴, 후쿠시마 참사를 목도하면서 현실 환경 운동판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거위와 닭을 치고, 풀 베어, 거름 만드는 일을 가능한 저항의 한 방편으로 생각하며 지내오고 있다.

저자 : 심상대
196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묘사총」 「묵호를 아는가」 「수채화 감상」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몇 권의 책을 냈다. 2001년 단편소설 「美」로 현대문학상, 2012년 중편소설 「단추」로 김유정문학상, 2016년 장편소설 「나쁜봄」으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 : 이순원
1957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소」가 1988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낮달」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수색, 어머니 가슴속으로 흐르는 무늬」로 동인문학상, 『은비령』으로 현대문학상, 『그대 정동진에 가면』으로 한무숙문학상, 「아비의 잠」으로 이효석문학상, 『얘들아 단오가자』로 허균문학작가상, 「푸른 모래의 시간」으로 남촌문학상, 『나무』로 녹색문학상, 『삿포로의 여인』으로 동리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밖에도 『정본 소설 사임당』 『우리들의 석기시대』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말을 찾아서』 『순수』 『19세』 『첫사랑』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첫눈』 『워낭』 『고래바위』 등 자연과 성찰이라는 치유의 화법으로 양심과 영혼을 일깨워 온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로 많은 작품들이 초·중·고 전 과정 교과서에 실려 있다.

  목차

간행사

최성각
부용산

구효서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
시계가 걸렸던 자리

이순원
얼굴
말을 찾아서

심상대
묵호를 아는가

윤대녕
January 9, 1993 미아리통신
상춘곡
빛의 걸음걸이

이메일 해설 - 김성중, 정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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