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서로 교통하고 작용했던 청말 중국과 메이지 일본에서 일어난 글말의 변용에 대한 책. 이 책은 근대 이전의 중국을 기점으로 동아시아 전체에 유통된 한자에 의한 문어문을 일단 '한문'이라 하고, 그것을 원점으로 해서 전개된 글말의 권역을 '한문맥'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문맥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청말 중국과 메이지 일본 사이의 근대화 과정에서 상호 작용하면서 변용되고, 변용 과정에서 각기 국민국가 의식의 형성을 촉진해 가는 모습을 추적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문제의 사정은 중국과 일본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고 근대에 이르기까지 '한문맥'을 공유했던 한반도도 잠재적으로는 시야에 들어 있다.
출판사 리뷰
한문맥의 근대, 근대의 한문맥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청말 중국과 메이지 일본 사이에는 언어표현에서나 출판, 독서 등에서 대단히 밀접한 교류가 있었고 공통의 문학 공간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것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가 된 것이 한어 문어문, 즉 한문맥이다. 이 책에서는 한문맥이 양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상호 작용하면서 변용되고, 변용 과정에서 각기 국민국가 의식의 형성을 촉진해 가는 모습을 추적한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지나’와 ‘일본’」에서는 「일본문학사」와 「중국문학사」의 성립론을 다루는데, 일본에서의 국민국가 의식의 확립과 ‘지나’를 외부로 석출(析出)한 문학사 텍스트의 성립이 어떻게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논증한다. 제2부 「양계초와 근대문학」에서는 청말을 대표하는 지식인인 양계초의 소설론을 중심으로 논한다. 양계초는 중국의 전통적인 교육을 받은 시문의 지평을 발판으로 한 지식인이었지만, 무술변법의 실패로 인해 부득이하게 일본에 망명한다. 망명 후 바로 번역한 일본의 정치소설 <가인지기우>를 단서로 해서 신소설을 제창하고 그것으로 소설의 지평에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여 ‘문학’ 개념의 재편성을 꾀한다. 기축으로 도입된 것이 국민과 진화라는 개념이며 잡지라는 미디어가 그 기반이 된다. 그 미디어를 무대로 양계초는 청말을 대표하는 지식인이 되었다. 제3부 「청말=메이지의 한문맥」에서는 개별 에크리튀르의 분석을 지향한다. 야노 류케이의 <경국미담>과 <우키시로모노가타리>를 통해 메이지 초기의 신문 미디어론, 오락소설과 순문학의 대립, 메이지의 유기(기행문)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 제4부 「금체문 미디어」는 메이지기에 널리 유통된 한문 훈독체 문장과 그 작문교육에 관해 논한다. 그것은 한문맥의 대중화이며 근대화였다. 종장에서는 동경대학의 외국인 교수로 있으면서 일본 미술을 서양에 소개하는 데 진력한 어네스트 페놀로사의 한자관에 대해 서술한다.
‘번역’이라는 화두
저자가 중국과 일본을 종횡무진하며 다루는 주제들은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그 논증 과정은 저자 스스로 「책머리에」에서 밝힌, “되도록 텍스트에 충실하고 결론을 열어둘 것. 세부 벡터(vector)의 다양성을 확인하고, 하나의 벡터가 특권화되어가는 메커니즘을 서술할 것. 단일한 텍스만 가지고 이해하려 하지 말고, 복수의 텍스트 사이에서 이해할 것”이라는 연구법을 고수하여 치밀하고 명쾌하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요 개념은 크게 ‘한문맥’, ‘에크리튀르’, ‘번역’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이 책의 관심사가 비단 두 나라에만 한정되는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인물인 양계초가 그러하듯, 또한 중심 테마의 하나인 번역이 그렇듯이, 이 책에서 다루는 문제의 사정(射程)은 중국과 일본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고 근대에 이르기까지 ‘한문맥’을 공유했던 한반도도 잠재적으로는 시야에 들어 있습니다”라고 서술했듯이 동아시아 제국(諸國)의 관계, 조선의 문학에 대한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유발시킨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 문학을 생각하는 데에도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고 흥미롭다.
본서의 주제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에 걸쳐 전례가 없을 정도로 서로 교통하고 작용했던 일본과 중국에서 일어난 에크리튀르의 변용이다. 글말의 개별적인 변화인 동시에 그 구조의 변화, 나아가 글말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고찰의 대상이 된다. 이 시기, 중국대륙 동부와 일본열도는 언설(言說)의 공간으로서도 출판물의 공간으로서도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그러한 관련에 따라 구성된 역사적 시공(時空)을 본서에서는 청말(淸末)=메이지기(明治期)라고 부르기로 한다. 일국(一國)의 역사적 구분에서 사용되는 호칭을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시야로의 루트를 개척하려는 것이다. 또한, 에크리튀르의 변용이 표현의 문제로 의식되고, 글쓴이와 읽는 이가 상호작용을 주고받은 장場으로서 ‘문학권’이라는 말을―근대 이전과 이후의 ‘문학’과 관련지어서―사용하고자 한다. 그것은 본서가 ‘문학’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기도 하므로, 가능한 한 쓰고 읽는 행위의 장場에 입각해서 서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술유신(戊戌維新)에 실패하고 일본에 망명하자마자, 전술한 바와 같이 양계초는 ‘중국’ 대신에 ‘지나’를 사용하게 된다. 왜 그럴까. 일본에서 조어(造語)한 대량의 ‘신명사(新名詞)’를 중국어에 도입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에 건너온 양계초의 눈에 ‘지나’라는 호칭이 신기하게 비쳐서 원래 불교학에도 정통했던 그이기에, 그 유래도 알고 하여 즉각 이 단어를 쓴 것일까. 일본과의 연계를 모색하던 차에 일본이 부르듯이 ‘지나’라고 해두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까. 혹은 ‘지나’라는 호칭에서 ‘중국’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새로운 개념을 감지한 것일까.
페놀로사의 한자론에서 상징주의를 찾아내는 시도는 한편으로 오리엔탈리즘과 상징주의의 관련성을 찾는 시도이기도 하다. 타자(他者)인 동양을 단지 호기심의 눈길로 바라보는 것과 같은 일을 페놀로사는 하지 않는다. 그것은 잃어버린 근원이며 다리를 놓아야 할 피안(彼岸)이다. 그것은 상징에 의해 소환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한자의 상징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언급한 페놀로사가 끝내 말하지 않았던 상징성, 하지만 그에게는 오히려 가장 절실했던 한자라는 것 그 자체의 상징성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동양을 상징하는 것으로서의 한자. 그것이야말로 페놀로사의 한자에 대한 지향을 동기 부여하는 것이었다. 서양과 동양이 종합을 이루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생각하고 한자 저편에 타자(他者)인 동양을 인식한 그는, 한자를 이야기함으로써 ‘동양의 혼(魂)’을 자신의 생명으로 삼으려고 시도했던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사이토 마레시
1963년생. 교토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중국어학 중국문학) 수학. 교토대학 인문과학연구소 조수, 나라 여자대학 조교수, 국문학연구자료관 조교수,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비교문학 비교문화)를 거쳐, 현재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사회계연구과 교수(중국어 중국문학). 중국 고전 시문을 연구의 중핵으로 하면서 근대에 이르는 동아시아의 언어와 문학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문맥의 근대-청말=메이지의 문학권>(나고야대학 출판회, 2005)로 산토리학예상, <한문스타일>(하토리서점, 2010)로 야마나시문학상을 수상. 그 밖에 <한문맥과 근대일본>(NHK북스, 2007; 가도카와 소피아 문고, 2014), <한시의 문>(가토카와 선서, 2013), <한자 세계의 지평-우리에게 문자란 무엇인가>(신쵸 선서, 2014) 등의 저서가 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_ 한국의 독자 여러분에게
책머리에
제1부 ‘지나’와 ‘일본’
1장 문학사의 근대-화한에서 동아로
2장 ‘지나’ 재론
제2부 양계초와 근대문학
3장 신국민의 신소설-근대 문학관념 형성기의 양계초
4장 「소설총화」의 전통과 근대
5장 관화와 화문-양계초의 언어의식
제3부 청말=메이지의 한문맥
6장 소설의 모험-정치소설과 그 중국어 역을 둘러싸고
7장 <우키시로모노가타리>의 근대
8장 메이지의 유기-한문맥의 소재
9장 월경하는 문체-모리타 시켄론
제4부 금체문 미디어
10장 <기사논설문례>-동판 작문서의 탄생
11장 작문하는 소년들-<영재신지> 창간 무렵
종장 상징으로서의 한자-페놀로사와 동양
후기
역자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