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봄나무 밝은눈 시리즈 2권. 철거민,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폐광 마을의 광부, 그리고 어른들의 고민과 모습은 달라도 저마다 삶의 무게를 감당하며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 다섯 편이 실려 있다. 우리 사회 노동자와 그 아이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동안, 어느새 그것이 ‘나’와 연결된 이야기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노동자들과 마음 한편에 상처로 굳은살이 생기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우리 사회의 굴곡이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비틀어 가고 있는지가 생생히 드러나는 것이다. 저자는 고통을 과장하거나 섣부른 희망을 말하기보다 다양한 삶의 조각들을 담담하고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출판사 리뷰
우리 주변의 이야기, 그러나 보이지 않는 이야기‘봄나무 밝은눈’ 시리즈의 새 책《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 다섯 편이 실려 있다. 우리 곁에 없는 것이 아니라, 늘 함께 있지만 애써 보려 하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철거민,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폐광 마을의 광부, 그리고 어른들의 고민과 모습은 달라도 저마다 삶의 무게를 감당하며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왜 어떤 엄마 아빠는 열심히 일해도 가난하기만 할까? 왜 먼 나라인 한국까지 와서 일을 해야 하고, 왜 일자리를 뺏기지 않으려면 싸울 수밖에 없을까? 왜 어떤 아이는 엄마 아빠 없이 혼자 밥을 먹고 잠을 자야 할까? 하나같이 ‘보지 않으려 했던 곳’에 눈길을 줘야 비로소 떠올릴 수 있는 물음들이다. 그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 시선을 마주하면, 어느새 쉽게 찾을 수 있는 답들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섣부른 희망을 말하기보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이야기한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 노동자와 그 아이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동안, 어느새 그것이 ‘나’와 연결된 이야기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이 책이 들려주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다. 그 진실이 주는 울림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삶의 현장을 찾아가서 만난 아이들, 그들의 진솔한 삶 이야기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지은이가 실제 만났거나 만나 온 아이들이며, 그 엄마 아빠들이다.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는 지은이는 발로 뛰어 그들의 삶을 글로 길어 냈다. 또한 이 책은 삶터와 일터를 빼앗긴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재개발 때문에 살던 집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 돈을 벌기 위해 가족을 떠나 한국 땅을 찾았지만 늘 숨을 곳을 찾아야 하는 소년 노동자,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해고되자 복직 투쟁을 하는 노동자들, 한국 땅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불법 아이’ 취급을 받는 소년, 폐광이 된 강원도 탄광 마을에서 일터를 잃은 탄광 노동자와 그들의 어린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노동자들과 마음 한편에 상처로 굳은살이 생기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우리 사회의 굴곡이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비틀어 가고 있는지가 생생히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고통을 과장하거나 섣부른 희망을 말하기보다 다양한 삶의 조각들을 담담하고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그리하여 신문이나 뉴스에 등장하는 사회 문제가 결국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 그 속에 우리들의 삶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논픽션과 픽션의 접목, 현실 소재를 동화로 재구성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다섯 편의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다른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서로 인연을 맺기도 하고, 스치듯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만나기도 한다. 알게 모르게 이어져 있는 이야기들은, 수많은 날실과 씨실이 교차해서 하나의 그물이 이루어지듯 서로 연결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보여 준다.
현실에서 취재한 내용을 동화라는 그릇에 담아낸《보이지 않는 이야기》는 논픽션과 픽션이 접목된 어린이 책이다. 이 책은 자칫 어렵거나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사회 문제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기에 충분한 텍스트가 될 것이다.

"진호야, 가난은 힘이 세다. 가난 때문에 어떤 아빠는 먼 나라까지 가서 돈을 벌어야 하고, 가난 때문에 어떤 엄마는 자기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남의 집에서 남의 아이를 돌봐야 하는 일도 생겨."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아빠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겐 진호 네가 더 힘세다. 힘센 가난을 너 때문에 이긴다. 아빠한텐 진호가 가장 힘세다."
그날부터였다. 아빠가 다리 아플 것 같으면 나는 아빠 팔을 내 어깨에 둘렀다. 그러면 아빠는 나한테 살짝 기대면서 씩 웃는다. 난 아빠의 무게를 어깨에 느끼며 한마디 한다.
"아빠, 나한테 팍팍 기대. 나 힘세잖아."
셋방으로 이삿짐을 옮기던 날, 아빠가 잘 접어 장롱 속에 넣어 둔 종이 뭉치를 봤다. 철거 아저씨들이 찢은 도화지 조각을 아빠가 하나하나 테이프로 붙인 것이었다. 상처 난 글자들이 도화지 위에서 삐뚤빼뚤했다.
"아저씨들도 집 없으면 춥잖아요. 아저씨들도 집 없으면 잠잘 곳 없고, 집 없으면 밥은 어디서 먹어요. 집 없으면 시장에서 생선 파는 소연이네 할아버지는 허리 아파도 누울 데 없어요. 집 없으면 희정이 여동생은 계속 고모 집에서 살아야 돼요. 집 없는 건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아빠 엄마는 잘못한 게 없어요." - 38쪽(이정희ㆍ김진호 - 버스 종점 식구들)
"우리 학교는 불법체류라고 안 받아 주는 학교들과는 다르다. 불법체류면 어떠냐. 공부하고 싶으면 언제든 와라."
참 좋은 학교라고 생각했어. 나 같은 불법체류 아이 받았다가 문제 생길 게 겁나서 거절하는 데도 많다니까. 나한테 웃어 주는 교감 선생님 보면서 조금만 참으면 공부할 수 있겠다는 희망도 생겼어.
"그런데 이름이 뭐니?"
교무실을 나가는데 교감 선생님이 내 이름 물었어.
"하비브예요."
교감 선생님은 여전히 웃고 있었어.
"하비브라…… 하비브……. 그럼 '하병우'가 좋겠네."
하병우?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어. 교감 선생님 말 열심히 들어보니까 조금씩 이해가 됐어. 학교에 다니려면 이름을 바꿔야 된대. 한국 아이들과 잘 지내려면 한국 이름으로 바꾸는 게 좋대. 그래야 빨리 친해진대. 지금 학교 다니는 애들도 이름 다 바꿨대. 나잉나잉은 정나인으로, 빌궁은 박민구로. 이름이 한국 이름이어서인지, 한국 애들하고도 별문제 없이 지낸대.
나 그날 내내 생각했어. 한국에서 공부하려면 왜 '하비브'가 아닌 '하병우'가 돼야 좋다는 걸까? (하비브 - 내 이름은 하! 비! 브)
작가 소개
저자 : 이문영
<한겨레> 기자로 일하고 있다. 필명(이섶)으로 동화 <보이지 않는 이야기>(봄나무, 2011)와 <이티 할아버지 채규철 이야기>(우리교육, 2005)를 썼다. <침묵과 사랑>(권성우 엮음, 이성과힘, 2008)에 글을 보탰다. 국제앰네스티언론상을 받았다. 부끄러운 것이 많다.
목차
머리글
권하는 글
이정희 김진호
버스 종점 식수들
하비브
내 이름은 하!비!브!
심바
마라토너, 학교 가는 날
강양미 공지혜 최호준 남경진
엄마들은 힘이 세다
전상미
폐광 마을 이야기
뜻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