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마음을 다독여주는 동시들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05번째 동시집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가 출간되었다. ‘전북동시읽는모임’에서 활동 중인 권옥, 양현미, 이창순, 주미라 동시인이 그동안 공들여 쓴 작품들을 모은 4인 동시집이다. 이들은 책놀이 전문가, 동화구연가, 아동복지교사 등으로 활동하며 아이들의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교감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작품에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해설을 쓴 이준관 시인의 말처럼 “아이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들과 호흡을 함께하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작품”이기에 “네 사람의 동시는 아이들이 참 좋아할 작품들”이다.
먼저 1부에 담긴 권옥 동시인의 작품은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작품들이 많다. 듣기 싫은 엄마의 잔소리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마음(「방방」, 「잔소리」, 「가방」, 「밥부터 먹어」, 「그럴 줄 알았어」)과 친구에 대한 서운함(「소리똥」, 「방방」), 그리고 학업 스트레스(「방방」, 「가방」, 「시소」) 등 아이들의 솔직한 심정이 동시로 그려진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에게 권옥 동시인이 주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똑, 똑,/땅 속 지렁이 집에 찾아 온 씨앗 손님//
꿈틀꿈틀 방을 만들어주고/포근포근 이불 덮어주는 지렁이들 덕분에/씨앗 손님 깊은 잠에 빠졌다//
무슨 좋은 꿈 꾸는지/얼굴이 방긋방긋/입술이 삐죽삐죽/겨우내 꿈나라 여행에 빠진 씨앗 손님//
드디어 작은 발가락 꼼지락꼼지락/긴 잠에서 깨어날 때/궁금한 지렁이들 질문 쏟아진다//
―넌 이름이 뭐니?/―어디서 왔니?//
씨앗 손님 땅 위로 얼굴 빼꼼히 내밀며//
난, 민들레야!
―「씨앗 손님」 전문
「씨앗 손님」은 한 편의 우화 같은 작품이다. 내용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따뜻하지만 ‘씨앗 손님’을 아기로, ‘지렁이들’은 부모를 비롯한 어른으로 여기고 읽어보면 권옥 동시인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가 자명하게 읽힌다. 아직 무슨 씨앗일지 모르는 존재에게 지렁이들은 정성을 다해 보살핀다. 어떠한 조건도 없다. 그저 이곳에 찾아온 것만으로도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랬던 씨앗 손님, 즉 아이는 언젠가 “긴 잠에서 깨어”나 “땅 위로 얼굴 빼꼼히 내”민 성인이 된다. 그제야 그가 민들레일지, 장미일지, 혹은 또 다른 어떠한 식물일지 알게 된다. 아이이게 필요한 것은 이처럼 무조건적인 애정과 기다림이다. 이러한 의식은 아이가 “가는 곳마다/먼저 달려와서 기다리는” 「홍길동 엄마」에서도 잘 보여진다.
2부는 양현미 동시인의 작품을 모았다. 대부분의 작품이 가족과 친구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고 있다. 특히 무엇보다 친구가 중요한 아동들의 마음을 대변한 작품들에서는 거짓 없이 진솔한 아이들의 풋풋한 우정의 모습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마음이 척척 맞는 친구와 함께 있으면 고민까지도 사라진다거나(「고민」), “네가 있어 학교 가는 길이 참 좋다”고 고백하는 마음(「친구에게」), 친구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면 꼭 그 친구가 옆에 있는 것 같다는(「쪽지 1」) 마음들이 하나같이 예뻐서 곱씹어 읽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우정을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영어 배워 볼래? 미술학원은 어때? 피아노 학원도 좋겠다!’는 부모에게 ‘그냥 쉴게요’라고 말하고 싶은 아이(「엄마만 신났다」)에게 우정은 사치에 불과하다.
시 낭송, 전래놀이/피자파티, 책놀이/“와~” 신나게 소리도 지른다//
도서관 올빼미 캠프에서/잘 먹고/잘 놀고/잘 쉰다//
공부 안 해서 좋고/친구랑 까불어서 좋고/밤새 수다 떨며 실컷 웃어서 좋다//
어제 싸웠던 수진이도/이야기 나누어 보니/그럭저럭 괜찮은 친구 같다
―「올빼미 캠프에 가면」 전문
「올빼미 캠프에 가면」에는 도서관에서 열린 행사로 간만에 학업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를 만끽하는 아이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이 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구절은 “어제 싸웠던 수진이도/이야기 나누어 보니/그럭저럭 괜찮은 친구 같다”는 마지막 연이다. 수진이와 ‘나’의 문제는 수진이의 성격에 문제가 있거나, 단순히 둘의 마음이 맞지 않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잘 먹고/잘 놀고” 잘 쉬어서 예민하거나 날카로운 마음이 둥그레지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3부에는 이창순 동시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아동복지교사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창순 동시인의 작품에는 소외된 이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눈길이 담겨 있다. 공부에 쫓기는 아이(「선행학습」, 「형이 고치가 되었다」), 학원을 가지 못하는 가난한 아이(「심심한 오후」), 공터에서 무료급식을 받는 사람들(「공터식당」), 부모 없는 아이(「고슴도치 별이」), 다문화가족(「축구경기 하는 날」), 유기견(「흰둥이」) 들이 그들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나면 어김없이 삐죽이 고개를 내미는 새싹처럼”(57쪽) 그들에게도 언젠가는 푸른 새싹 돋아나는 봄이 오기를 바라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작품마다 가득 담겨 있다. 이처럼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말자는 주제는 「탐정놀이」에 유쾌하게 담겨 있다.
쿵 쿵 쿵 쿵/드륵 드륵 드르럭/아줌마가 청소기를 돌리고 있군!//
쿵쾅 쿵쾅/끼이익/아저씨가 식탁의자에 앉았군!//
다다다다다 쿵/꼬맹이가 달려가다 넘어졌군!//
소리만 들어도 다 알지/위층 사람들이 뭘 하는지//
나는 지금 탐정놀이 중
―「탐정놀이」 전문
청소기 돌리는 소리, 식탁의자 끄는 소리, 달리는 소리 들은 대표적인 층간소음에 해당한다. 귀를 틀어막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어른과 달리, 이 시의 화자인 아이는 “나는 지금 탐정놀이 중”이라고 말한다. 이 시를 벽이나 바닥에 귀를 대고 유심히 소리를 듣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층간소음에 대해 이렇게 표현해낸 시인의 솜씨에 감탄이 절로 난다.
마지막 4부에서는 주미라 동시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주미라 시인은 아이들의 일상을 다룬 작품뿐 아니라 자연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다수 선보인다. 가을밤 감잎을 바람이 보낸 편지로 비유한 「가을 인사」, 추석날 저녁 자신을 바라보며 비는 다양한 소원 중에 어느 것을 먼저 들어줘야 할지 고민하는 「보름달의 고민」, 달님 엄마에게 자신의 이야기랄 풀어놓는 별들의 「별별 이야기」, 수선화 꽃 아래에서 생일파티 하는 개미들의 「꽃등」, 늘 발만 보이는 아이에게 얼굴이 보고 싶다는 봄까치꽃의 「To. 친구에게」 등이 그러하다. 그의 시를 읽다 보면 자연의 세계야말로 곧 동심의 세계임을 느낄 수 있다. 아래의 「눈물」이라는 동시를 읽으면 자연현상과 아동의 마음에 큰 차이가 없음을 알게 된다.
속상해서 한바탕 울고 나면/마음이 후련하지//
하늘도 나처럼/속상한 일이 있나 봐//
우르르 쾅쾅/한바탕 소나기 내리고 나면/무지개 뜨지
―「눈물」 전문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네 명의 동시인의 작품을 모은 4인 동시집이다. 이들은 자신만의 시세계와 개성으로 변별성을 지니면서도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려는 공통적인 노력의 결실을 보여준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니 아동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일은 당연해 보인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권옥
지은이 : 권옥
책놀이 전문가, 동화구연가. 아랫목 이불 속에서 듣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구수한 무릎동화 문화를 되살리고자 이야기 들려주는 일을 20여 년 동안 하고 있다. 이야기 속에서 실컷 놀고 싶어 <어린이문화연구소 책놀이터>를 운영하면서 책놀이 전문가로 활동하고 <전북동시읽는모임>에서 동시를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누리과정 인성동화 『거미는 거미야』, 책놀이 교재 『스토리텔링과 책놀이 2』(공저)가 있다.
지은이 : 양현미
동화구연가, 책놀이 강사. 언젠가 더위를 피해 들어간 작은도서관에서 아이들과 그림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없이 작아지던 그 때, 한줄기 빛처럼 위로가 되어준 『강아지똥』은 내 가슴에 살아 있다. 책과 사람이 좋아서 어울림작은도서관 주민관장으로 활동하며, 현재 도서관?학교?교육문화회관에서 아이들과 그림책?동화?동시?생태놀이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북동시읽는모임>, <한국반달문화원 전북지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은이 : 이창순
아동복지교사. 두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주다가 동화의 매력에 푹 빠져 공부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아동복지교사로 일하며 책을 가까이 하지 않은 아동들에게 책을 좋아할 수 있도록 동시와 동화를 기쁘게 읽어주고 있다. <전북동시읽는모임>에서 동심 가득한 동시를 읽고 동시창작의 즐거움을 맛보며 어린이들과 눈높이를 같이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은이 : 주미라
동화구연가, 책놀이 강사. 아이를 키우며 동화를 즐겁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동화구연가가 되었다. 현재 도서관 및 학교에서 동시와 동화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동화구연. 책놀이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성인들을 대상으로 동화구연지도사와 책놀이 지도사를 양성하고 있다. <한국반달문화원 전북지회>를 이끌면서 동심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노력하고 <전북동시읽는모임>에서 동시를 창작하며 나를 발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