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전학년 꿈큰책 시리즈 11권. 편안하고 그리운, 그리고 튼실하고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 아홉 편이 실려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짧은 이야기들에는 우리가 가족 안에서 마주할 수 있는 친숙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평범한 듯 보이는 이야기 같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가슴 찡한 여운과 감동이 있다.
「민벙어리 장갑」에서 mp3를 갖고 싶었던 계동이는 우연히 주운 친구의 mp3를 집에 가지고 왔다가 아빠에게 들켜 꾸중을 듣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계기로 그동안 몰랐던 아빠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게 되는데….
출판사 리뷰
할아버지, 할머니가 농사지으며 살고 있는 고성군 대가면 연지리의
산과 들과 개울, 그리고 할아버지 집과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돼지 복돈이, 개 복실이, 소 복순이, 닭, 염소들이지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언니’, ‘동생’, ‘오빠’ 등 가족의 이름은 우리에게 다른 어떤 이름보다도 가깝고 가슴 따뜻한 이름입니다. 아마 우리 곁에 이보다 편안하고 그리운 이름은 없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가족이 우리의 가장 튼실하고 따뜻한 울타리기 때문이겠지요.
《아버지의 달력》에 실린 아홉 편의 이야기는 이 편안하고 그리운, 그리고 튼실하고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가족 중에서도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입니다. 더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불편할 때도 있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야속하고 미울 때도 있지요. 하지만 그 이름이 없어서 허전할 때가 있고, 슬플 때도 있지요.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는 우리 곁에 그리 오래 머물러 줄 이름이 아니지요. 곁에 있어서 편안하고 따뜻해질 때보다 멀리 있어서 그리움이 커지는 이름이지요. 아무리 불러도 다시 오지 않을 이름이어서 사무치게 그리운 이름이지요.
이 책에 나오는 짧은 이야기들에는 우리가 가족 안에서 마주할 수 있는 친숙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평범한 듯 보이는 이야기 같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가슴 찡한 여운과 감동이 있습니다. mp3를 갖고 싶었던 계동이는 우연히 주운 친구의 mp3를 집에 가지고 왔다가 아빠에게 들켜 꾸중을 듣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을 계기로 그동안 몰랐던 아빠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게 된다는 '민벙어리 장갑'을 시작으로 짧은 동화 한 편 한 편 속에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숨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도 있고 힘들고 어려운 일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불행한 일이든 행복한 일이든 우리의 삶 속에서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때론 고통 속에서 감사와 사랑을 깨닫고 또 작은 나눔 속에서 아주 큰 행복을 얻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가족이란 이렇듯 고통과 행복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소중한 가족의 얼굴이, 이름이 하나 둘 떠오를 것입니다.
1. 아버지의 달력
우리 아버지는 사진을 참 잘 찍습니다. 그렇다고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아버지 친구분들은 아버지가 찍은 사진을 사진작가 뺨치는 작품이라고 말하지요. 그래서 동생과 나는 타이어 공장에서 지게차 운전을 하는 아버지를 사진작가처럼 존경합니다. 아버지는 사진을 잘 찍는 만큼 컴퓨터 다루는 솜씨도 좋아, 여러 장의 사진을 하나로 만드는 기술도 대단하지요.
아버지는 몇 해 전부터 아버지가 찍은 사진으로 달력을 만들어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달력의 배경과 주인공은 어느 해나 변함이 없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농사지으며 살고 있는 고성군 대가면 연지리의 산과 들과 개울, 그리고 할아버지 집과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돼지 복돈이, 개 복실이, 소 복순이, 닭, 염소들이지요. 짐승 이름에 복자가 많이 붙은 것은 할아버지 성이 복씨이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는 어머니가 우리 형제만 낳고 더 이상 동생을 낳지 않자 집에 기르는 짐승들에게 모두 ‘복’자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암만, 암만! 자손이 많아야 복을 받지. 내 복은 내가 만드는 거야.”
할아버지 복만수 씨는 동네 사람들이,
“복 많슈 씨, 복 많슈 씨.”
하고 놀리는 것처럼 불러도,
“네, 많지요. 많고 많지요. 네네.”
하고 연신 웃는 얼굴입니다.
일 년 열두 달. 아버지가 만든 열두 장 달력에는 언제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습니다. 일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입니다. 도끼를 어깨 너머까지 올려 장작을 패는 할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이른 아침 호박꽃 곁에서 호박꽃처럼 웃는 할머니도 있습니다. 빨갛게 고추가 익은 고추밭에서 이마를 맞대고 고추를 따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습니다. 하루 일을 끝내고 도랑가에 앉아 손발을 씻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언제나 복실이가 있든지, 복순이가 있든지, 복돈이가 있습니다. 올해는 돼지해라서 유난히 복돈이가 자주 등장합니다. 돼지해 중에서 황금 돼지해라고 털이 하얗고 주둥이가 분홍색인 복돈이가 가늘게 웃는 모습이 구석구석에 숨어 있습니다.
“자, 일월은 할아버지가 장작 패시는 달. 저 할아버지의 힘 좀 봐! 굵은 소나무 둥치가 잘게 잘게 쪼개지잖아. 올해는 우리도 할아버지의 저 건강한 힘을 본받는 거야. 우리 몸속에 가득가득 채우는 거야.”
매달 1일이 되면 우리 식구는 식탁 옆 벽에 걸린 달력을 보며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우리와 함께 살고 있지요.
12월 1일 아침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달력의 11월을 넘기면서 말했습니다.
“우와, 주인공도 많네! 총출동이다. 총출동!”
그랬습니다. 12월 달력의 사진 속에는 시골집을 배경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복돈이, 복실이, 복순이, 닭, 염소들이 한껏 멋을 부린 자세로 서 있었습니다. 물론 아버지의 기막힌 합성 기술 때문이지요. 창고가 모자라 툇마루에까지 가득 쌓여 있는 나락 가마니, 추녀 안쪽에 오롱조롱 매달린 옥수수, 마당 귀퉁이에 서 있는 감나무에 고삐가 묶여 있는 복순이, 그 복순이 등에 나란히 앉아 있는 참새, 고개를 갸웃하고 아버지를 쳐다보고 있는 복실이, 그중에서도 제일은 두 앞발을 강아지처럼 쳐들고 할머니에게 뛰어오르는 분홍 코 복돈이였습니다.
“보기만 해도 행복하네!”
어머니 목소리는 겨울 아침인데도 봄꽃처럼 따뜻했습니다.
작가 소개
저자 : 배익천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고, 한국아동문학상, 이주홍아동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박홍근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윤석중문학상을 수상했다. 동화집으로는 <꽃씨를 먹은 꽃게>, <냉이꽃의 추억>, <별을 키우는 아이>, <내가 만난 꼬깨미>, <잠자는 고등어>, <오미> 등이 있다. 현재 부산MBC 《어린이문예》와 계간 《열린아동문학》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목차
머리말
1. 민벙어리 장갑
2. 빨간 우체통
3. 스님과 복숭아
4. 할머니와 찐빵
5. 아이, 난 몰라
6. 배꽃 꽃다발
7. 산속의 산
8. 염소와 할아버지
9. 아버지의 달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