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베트남 전쟁 때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이야기. 1966년 음력 12월 5일 이른 아침, 한국 군인들이 베트남 빈호아 마을에 쳐들어왔다. 그날 하루, 마을 사람 36명이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당시 생후 6개월 된 아기였던 주인공 도안 응 이아는 자신을 끌어안고 죽은 엄마의 품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시력을 잃었다. 마을 사람들은 도안 응 이아와 같은 고아들을 정성껏 돌봐주었고, 이때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노랫말을 지어 아이들에게 자장가로 들려주었다.
출판사 리뷰
“아기야, 이 말을 기억하려무나.
적들이 우리를 포탄 구덩이에 몰아넣고
다 쏘아 죽였단다.”
한국과 베트남은 근대에 들어와 식민 지배와 분단, 전쟁의 아픔을 겪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현대사를 보면 베트남 전쟁에 대한 내용은 간략히 개요 정도만 소개될 뿐입니다. 5천 명이라는 한국군이 그 전쟁으로 죽었고, 한국군이 죽인 베트남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데도 말입니다. 물론 참전군인 모두가 민간인을 죽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제강점기의 깊은 상처로 아직도 고통 받고 분노하는 우리가 왜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미안해하지 않는지, 그들의 아픔과 상처에 이토록 무관심한지 말입니다. 이 작은 그림책은 그런 반성 어린 의문에서 출발했습니다.
50여 년 전, 베트남에는 도안 응 이아처럼 전쟁으로 부모를 잃거나 장애를 갖게 된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이 책의 공간적 배경인 빈호아 마을에서는 베트남 전쟁으로 430여 명이 죽었습니다. 죽은 사람들 중에는 열 살도 안 된 어린 아이는 물론이고 임산부도 있었지요. 전쟁으로 500년 역사를 지닌 평화로운 마을은 순식간에 폐허가 되어 버렸습니다. 정 많은 베트남 사람들은 고아가 된 아이들을 자기 자식들보다 더 잘 보살펴 주었습니다. 사랑의 힘으로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났고, 열심히 공부해서 나라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때 일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자장가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아기야, 이 말을 기억하려무나.
적들이 우리를 포탄 구덩이에 몰아넣고
다 쏘아 죽였단다.
다 쏘아 죽였단다.
아기야, 너는 커서도 이 말을 꼭 기억하려무나.
전쟁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끼니때마다 쌀을 한 줌씩 모아 비석을 세웠습니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커다란 증오비에는 군인들이 한 짓이 전부 적혀 있습니다. 도안 응 이아가 살았던 동네에도 마찬가지였지요. 이곳을 방문한 한 영국인 소설가는 폭탄 구덩이 앞에 죽은 이들의 이름을 적은 기림비를 세웠습니다. 그 중에는 도안 응 이아의 엄마 이름도 있습니다. 그 후 베트남 아이들은 “저기 따이한이 온다.” 하고 말하면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따이한은 마을로 쳐들어왔던 그 한국 군인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베트남 전쟁으로 고아이자 장애인이 된
도안 응 이아가 들려주는 평화의 노래
전쟁 후 30년도 더 지나서야, 진실을 알게 된 몇몇 한국 사람들이 빈호아 마을을 찾아가 용서를 빌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에는 따이한이 왔다는 소식에 무척 겁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용서를 비는 것을 보고는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지요.
이 책의 주인공인 도안 응 이아 아저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곳 가까이에 살고 있습니다. 방 한쪽 벽에는 아들딸이 학교에서 받아 온 상장이 가득 붙어 있습니다. 현재 아들은 뜻 있는 한국 사람들이 세운 단체에서 지은 직업훈련학교에서 컴퓨터 공부를 하고 있고, 우등생이었던 딸은 다낭대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문오준이라는 한국 사람이 도안 응 이아 아저씨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도안 응이아의 봄'이라는 노래를 지어 선물했습니다.
평화의 봄은 왔지만
아직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네.
우리 엄마도 돌아오지 않았네.
그날 우리 엄마가 나를 구했다고
그걸 잊지 말라고
동네 사람들이 내게 말해 주었네.
그래서 나는 엄마 더욱 보고 싶네.
……
한 번 잡은 사람의 손
그 촉감과 온기 목소리 나는 잊지 않네.
그러나 나는 엄마 얼굴 감촉이 어떤지
미루어 하나도 알 수 없네.
도안 응 이아 아저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오래 앉아 있지 못합니다. 살림도 여전히 변변치 않고요. 하지만 이제 슬픈 노래는 부르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면, 아저씨는 한국 학생들이 선물한 기타로 연주하며 '자그마한 봄'이라는 평화의 노래를 불러 줍니다. 그러고는 손을 꼭 잡고는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또 다시 만나자고 말합니다. 아저씨의 환한 웃음에는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과 지구촌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소망이 가득합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같은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며 평화를 가꿔나가길 바랍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강이경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책 만드는 일을 오래 했습니다.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아동문학 부문에 당선했습니다. 그림책과 동화, 인물 이야기들을 쓰고, 외국 그림책과 어린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가슴에 우주를 품은 조선의 선비 홍대용》, 《착한 어린이 이도영》,《조금 특별한 아이》 등을 쓰고, 《내 꿈은 엄청 커!》, 《사랑해 너무나 너무나》,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 이야기》 등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