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이 책은 기쁜우리복지관에서 주관해 온 창작문화콘텐츠 공모대상 수상작 모음집이다. 장애인과 소외 계층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과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책이다.장애인ㆍ소외 계층ㆍ다문화가정을 소재로 한 책 중에는 ‘왜곡’과 ‘추측’ 사이에서 서성이고 있는 책들이 많다. 이것은 지은이가 소외 집단에 속하거나 장애인 작가가 아닌 이상 그들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 보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불가피한 결과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들의 잘못된 사회적 인식(편견)을 바꾸기 힘들다. 게다가 작가들의 왜곡된 관점이 그들에게는 또 하나의 불편한 배려가 될 수도 있다. 반면에 소외 계층의 삶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경험하고 관찰한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에는 그것이 잘 녹아 있다.
이 책에는 장애를 지니고 있으면서 만화가의 길을 걷고자 하는 예비 작가들의 작품이 실려 있다. 더불어 장애와 소외 계층의 어려움을 심도 있게 다룬 다양한 작품들도 수록되었다. 아동을 대상으로 장애와 소외를 다룬 책들이 시중에 꽤 나와 있지만, 장애인 작가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든 만화책은 이 책이 유일할 것이다.
창작문화콘텐츠 공모대상은 사회복지법인 기쁜우리월드가 주최하고 기쁜우리복지관에서 주관하는 사업으로 2010년까지 12회를 맞이했다. 이 사업은 1999년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제1회 창작만화페스티벌’을 시작되었는데, 만화와 영상, 사진 등 문화콘텐츠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자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해 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공모대상의 심사위원으로는 조관제 한국만화가협회 회장, 이현세 한국영상진흥원 이사장, 《겨드랑이가 가렵다》의 이해경 만화가, 만화 애니메이션 학과 교수(이중엽, 이세훈)들이 참여해 수상작들을 엄선했으며, 따라서 작품들도 매우 수준급이다.
하지만 올해는 12년 전통의 이 행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이다. 국가의 복지 예산 삭감으로 인해 경제적 후원이 어려워진 탓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니어김영사는 이 수상작 모음집 출간을 결정했고, 자칫 한 복지 기관의 잔치만으로 끝날 수 있는 행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장애와 소외 계층에 대한 의식을 환기시켰으면 하는 바람과 이 행사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또 채택된 공모 수상작 중 흑백 작품을 컬러로 바꾸는 과정에 복지관 내에서 만화를 배우고 있는 장애 원생들이 참여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장애인 예비 작가들이 세상으로 나가는 데 자신감과 길을 한걸음 열어 준 셈이다.
수상작가들과 독자 모두 우리의 조금 ‘다른’ 이웃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갖고 손을 내밀어 세상에 작은 등불을 하나씩 켜 주기를 기대한다.
(이 책의 인세 수익은 기쁜우리복지관의 장애인 직업 교육 사업에 쓰입니다.)
[만화 소개]
<빈 병을 사수하라!>는 용돈이나 간식이 궁하던 시절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동네의 빈 병을 모아 파는 일이 자신들에게는 엿이나 아이스크림, 과자 등을 사 먹기 위한 소일거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일임을 깨닫고는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먹고 착한 일을 도모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을 그렸습니다.
<가린샤>는 축구 황제 펠레와 함께 브라질 축구의 전설로 통하는 작은새 ‘가린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가린샤는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이지요. 길이가 다른 두 다리는 걷거나 일상생활을 할 때는 장애이지만, 축구선수에겐 남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드리블을 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MP3와 보청기>는 만화를 배우러 온 청각 장애인을 모델로 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장애를 가진 것이 장애가 없는 것보다 불편하지만,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능력 면에서 떨어지지 않으며,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듣고 표현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귀와 입이 아닌 가슴과 가슴의 대화,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의 시작입니다.
<붕어>는 편부모 가정과 장애, 차상위 계층의 어려움을 한 데 잘 아우르고 있습니다. 특히 인물들의 표정과 특징을 생생하게 잘 잡아냈습니다. 각자의 사는 모습과 형편은 다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들이 이렇게 잘 어우러진 곳이라는 것을 보여 줍니다.
<스무 살>은 비장애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청각 장애인들의 애환과 사회적 장벽에 대해 잘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또한 장애인에게 가장 큰 벽은 타인의 편견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타인에 대한 편견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면서, 장애와 비장애의 시선이 마주치게 합니다. 100쪽짜리 작품을 각색해 40쪽으로 줄여 실었습니다.
<슈즈>는 아주 절제된 대사로 독자로 하여금 그림에 집중하게 합니다. 하반신 장애로 의족을 찬 아이와 그를 친구로 둔 아이가 학교 운동회에서 벌어진 일을 통해, 하반신 장애에 대한 편견과 그것을 뛰어넘는 우정을 그렸습니다. 우리에게 각인된 장애에 대한 편견이 일어서려는 장애인을 다시 넘어지게 한다는 사실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엄마, 다녀올게요!>는 혼자 아들을 키우는 싱글 맘의 이야기입니다. 아빠 없이 아들을 키워 온 엄마는 아들에게 자립심을 키워 주려고 혼자 기차를 태워 할머니 댁까지 보내려다 걱정이 되어 따라나섭니다. 편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지만 엄마의 걱정처럼 아이는 그렇게 기죽어 있거나 어리지만은 않습니다.
<우리 집에 왜 왔니?>는 투명한 수채화 풍의 그림이 인상적인 작품으로, 가난한 형편을 숨기려는 아이의 심리 상태를 잘 묘사한 작품입니다. 가난한 것을 친구들이 아는 게 싫어 친구들과 애써 어울리지 않으려 하지만 친구들이 베푼 선행에 감동한 나머지 마음의 빗장을 풀고 맙니다. 시적인 장면 전환과 절제된 언어로 아이의 성격까지 담아내고 있습니다.
<자전거 아저씨>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생생히 살아 있는 작품입니다. 한 초등학생이 등굣길에 만난 한 장애인 아저씨에 대한 인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평범한 초등학생들의 생각 속에 담긴 장애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편견, 그 편견이 깨어졌을 때의 충격을 잘 표현했습니다.
<앨리스의 사정>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문학 작품의 패러디를 통해, 노인 복지 문제의 핵심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킵니다. 힘없고 갈 데 없는 노인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었고, 영웅이었을 수 있다는 사실, 현실적으로 경제적 물질적 어려움은 있지만 이것보다 꿈과 관심, 사랑을 더 원한다는 것을 짧은 내용 속에 잘 그려 내고 있습니다.
** <MP3와 보청기>의 리산 작가와 <스무 살>의 고은정 작가는 복합 장애와 청각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고은정 씨는 현재 대학 재학 중인데, 3번씩이나 창작문화콘텐츠 공모대상에서 대상 두 번과 장려상을 수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