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황금알 시인선 201권. 시인 천리의 초기 작품인 1974년부터 최근까지의 작품을 망라하여 시인이 자선한 작품을 중심으로 꾸몄다. 사람들은 대만의 자연이 형형색색의 색깔이라고들 하지만 시인 천리는 기차를 타고 대만을 한 바퀴 돌아보면 이 전체 섬은 동서남북이 같은 색조와 같은 정서를 지니고 있으며, 어디든 맛있는 음식과 놀이문화가 있고, 같은 눈물과 웃음이 있음을 묘사했다. 대만 섬의 산과 바다는 같은 색깔이지만 시인은 미묘하게 변화된 섬의 각기 다른 시대를 노래했다.
출판사 리뷰
*천리(陳黎) 시집 『섬나라 대만島/國』의 특징
천리는 중화권 시단에서 가장 새로움을 창조하며 놀람과 기쁨을 주는 시인 중 한사람이다. 작품은 탈바꿈하는 대만 역사의 변천을 노래하고 있고 왕성한 실험정신을 표현하고 있다. 어감의 폭이 넒은 천리의 시 세계는 설화와 문언, 고전과 현대, 서정과 사실, 풍성함과 함축, 화려와 통속을 넘나들고 있다. 서양의 시 예술로 대만의 주제를 독특하게 처리하고 있는 이 시집은 대만에서 소위 시대를 넘나드는 음유시인 최고의 작품으로 우리를 시인이 창조한 언어의 매력에 빠지게 해준다.
대만 시인 위광중(余光中, 1928-2017)은 천리의 시를 “영미문학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의 문학에도 조예가 깊어 서양의 시 예술을 구사해서 대만이라는 주제를 처리하는 데 뛰어나며, 거칠면서도 섬세함이 있고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움을 겸비한 품격을 지녔다”라고 극찬했다.
천리는 고등학교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여 벨러 버르토크, 드뷔시, 안톤 웨베른, 레오시 야나체크, 올리비에 메시앙, 루차노 베리오 등을 즐겨 들었고, 음악에서 시적 영감을 얻기도 했다. 대학 때는 큐비즘(입체주의), 쉬르리얼리즘, 표현주의, 추상표현주의 등의 여러 화가, 예를 들면 피카소, 조르주 블라크, 실바도로 달리, 르네 마그리트, 제임스 앙소르, 오스카 코코슈카 같은 화가의 작품에 매료되어, 그들에게서 미학적인 영향을 받았다. 대학교 때 우연히 도서관 직원이 준 낡은 『시카고 리뷰』(1969년 9월에 출간된 형상시 특집)를 접하고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으며, 이때의 영향으로 후에 형상시를 썼다.
이처럼 천리는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쉬르리얼리즘 등의 서양 시에서 영향을 받아 1970년대 초부터 시 창작을 시작했으며, 1980년대에는 사회적, 정치적 테마가 농후한 작품으로 변모한다. 1990년대부터는 주제도 스타일도 다양화하여 중국 본토 문화에 대한 관심과 함께 언어, 표현 방식 등 실험적인 작품에 의한 새로운 대만 의식의 창출을 시도했다. 서양 문학의 이식이 주를 이뤘던 근대기의 대만 시인들에 비해 전후에 태어난 이들 세대는 서양과 동양(일본) 양쪽을 수용하여 중국 시의 전통을 살린 대만 문학의 재 정의를 행했는데 그 중심에 천리가 있다. 그는 하이쿠나 단카 등 일본의 전통 시를 탐색하여 정형시 형태의 시를 쓰기도 했다.
천리의 시는 언어와 언어 사이 혹은 수많은 언어의 소용돌이 속에서 태어난다, 언어의 숲을 여행하는 언어의 방랑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만 역사를 살펴보면 천리 시가 가진 언어의 다양성을 짐작케 한다.
*서평
천리는 중화권 시단에서 가장 새로움을 창조하며 놀람과 기쁨을 주는 시인 중 한사람이다. 작품은 탈바꿈하는 대만 역사의 변천을 노래하고 있고 왕성한 실험정신을 표현하고 있다. 어감의 폭이 넒은 천리의 시 세계는 설화와 문언, 고전과 현대, 서정과 사실, 풍성함과 함축, 화려와 통속을 넘나들고 있다. 서양의 시 예술로 대만의 주제를 독특하게 처리하고 있는 이 시집은 대만에서 소위 시대를 넘나드는 음유시인 최고의 작품으로 우리를 시인이 창조한 언어의 매력에 빠지게 해준다.
타이베이 역
타이베이 역은 동서남북으로 큰 문 네 개가 꼿꼿이 서 있다
사방을 향해 열린 한 장의 시각표 메모리 카드가 시간지도로 펼쳐져 있다
“저는 쥐꽝?光* 호에서 내려 푸요우마普悠瑪* 호로 갈아타고 북부로 향하는 베이난卑南족* 청년인데 존귀한 북부에 비계를 세워 날개를 치고 높이 날 수 있을까요?”
“저는 월남에서 온 신부인데 시아버지 가게에서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사람들 말에 의하면 북쪽으로 갈수록 돈을 더 잘 벌 수 있다고 했어요.”
“대만 꼬리의 한 길에서 대만 머리까지 흔들어 머리 길과 주인을 찾고 있어요. 히히하하 버전 〈엄마, 건강 조심하세요〉를 다운로드 받아 내게도 알려주세요.”
(2013)
<옮긴이 주>
*쥐꽝(?光) 호 : 대만 철도국 2급열차.
*푸요우마(普悠瑪) 호 : 대만 철도국 특급열차.
*베이난(卑南)족 : 대만 동부에 거주하는 원주민으로 인구는 14,425명.
바다의 인상
보이지 않는 거대한 침대에 휘감겨서
그 바람난 여자는 하루 종일
떠돌이 남자와
밝은 청색에 줄무늬의 거대한 이불을
밀치고
들어왔다가
밀치고
나갔다
(1974)
정부情婦
나의 정부는 느슨해진 기타
케이스에 들어 있는 매끄러운 몸체
달빛조차 닿지 않는다
이따금 그녀를 꺼내
끌어안고 가만히
차가운 목 언저리를 어루만져본다
왼손으로 누르면서 오른손으로 소리를 낸다
여러 줄을 조이며 조율을 한다
그러면 그녀는 팽팽한
육현악기六弦樂器가 되어 일촉즉발의
긴장한 자태
연주를 시작하자
갑자기
줄이 뚝 끊어졌다
(1974)
작가 소개
지은이 : 천리
본명 천잉원(陳膺文). 1954년 대만 화롄(花蓮) 출생. 국립대만사범대학교 영문과 졸업. 1970년대부터 모더니즘에서 영향을 받아 시를 쓰기 시작하여, 1980년대에는 사회성, 정치성 짙은 작품이 많고, 1990년대부터는 여러 장르로 영역을 넓혀 언어와 형식의 실험을 계속해오고 있으며, 중국 문화의 관심과 함께 새로운 대만 의식과 정체성을 구축해오고 있다. 서양의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의 요소 및 동양 시와 중국 언어의 특질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오늘날 중국어 시단에서 가장 창의적인 시를 써서 놀라움과 기쁨을 주는 시인’으로서 중화권에 널리 알려져 있는 시인이다. 저서로는 『폭우』 『가정의 여행』 『거울의 고양이』 『고뇌와 자유의 평균율』 등 10여권의 시집과 산문집, 음악평론집 등 20여종이 저서가 있고, 영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일본어 등 해외의 여러 나라에서 시집이 번역 출간되었다. 또한 아내 장펀링(張芬齡)과 함께 해외의 많은 시인들의 작품을 대만에 번역 소개하고 있으며, 칠레의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멕시코의 옥타비오 파스(Octavio Paz), 아일랜드의 셰이머스 시니(Seamus Heaney), 폴란드의 비슬라바 쉼보르스카(Wislawa), 미국의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조선시인 황진이, 일본시인 요사노 아키코(謝野晶子) 등의 시집과 『라틴아메리카 현대시선』 『세계 사랑시 명시 100선』 『당대 세계시초』, 단테의 『신곡』 등 20여 권을 번역했다. 대만 국가문예상, 우싼롄(吳三連)문예상, 시사문학상 서사시 부문 대상, 현대시 대상, 연합보 문학상 현대시 대상, 대만문학상 현대시 금전상, 양스츄(梁實秋)문학상 번역상 등을 수상했다. 1999년 로테르담 국제시제, 2004년 파리 도서전 중국 문학 테마전, 2012년 런던 올림픽 시제(Poetry Parnassus)에 대만 대표로 초청받았고, 2014년에는 미국 아이오와대 국제창작프로그램(IWP)에 참가하는 등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5년에는 ‘대만 당대 10대 시인’으로 선정되었다. 고등학교 영어교사를 역임하였고, 현재 국립동화(東華)대학교에서 문학창작을 강의하고 있으며, 대만의 대표적인 국제 시 축제 중 하나로 2006년부터 매년 화롄에서 열리는 ‘퍼시픽 포에트리 페스티벌(太平洋詩歌節)의 총기획자이자 운영책임자로서 이 행사를 이끌고 있다.
목차
저자 서문 | 천리陳黎·4
타이베이 역·10
바다의 인상·11
정부情婦·12
눈 위의 발자국·13
마술사 아내의 애인·14
동물 자장가·16
계속된 지진에 놀란 도시·19
우리의 가장 가난한 현縣·20
먼 산·21
봄밤에 「겨울 나그네」를 듣다·22
2월·24
독재·26
파·27
타이루거太魯閣 1989년·31
벽·47
봄·49
그림자의 강·50
마술사·52
허무주의자를 그리기 위해 설치한 판매기·56
섬나라 대만·57
소우주 1·59
가을 노래·63
밤의 물고기·65
전쟁교향곡·67
줄타기하는 사람·71
가구는 음악·74
근설根雪 3편·76
고속 기계 위의 짧은 여행·77
섬에서·78
질투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탱고·84
알루미늄 호일·86
소방대장이 꿈에서 본 이집트 풍경사진·87
우리들 생활의 한쪽구석·88
쿠빌라이 칸의 땀·94
나비 미혹의 기록·96
혀·98
연재소설 ‘황차오黃巢 살인 팔백만’·99
소우주 2·101
밤의 노래 2편·106
슬로우 시티·108
펄펄 날다·110
곤충학·112
남은 시문·113
아이슬란드·114
진나라·115
베이징·117
미래 북방의 강·118
연꽃가게·122
공작새·124
중앙분지를 꿈꾸며·127
장미빛 성모마리아 교회당·134
한 줄기 하늘·136
피망록被忘錄·138
아리아·139
놘놘暖暖·140
자오시礁溪·142
보통의 향수?愁·144
화롄花蓮·147
자습 시간·148
스케이트 수업·150
해설 | 한성례
대만 모더니즘 시를 완성한 천재시인 천리陳黎·154
옮긴이의 말 | 김상호
새로움을 창조하는 대만의 음유시인·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