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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도 월식을 아는가
시인동네 | 부모님 |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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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시인동네 시인선 114권. 1986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경교 시인의 시집. 철학적 원거리(遠距離)에서 삶을 응시하고, 시간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이번 신작 시집은 질문이라는 운동성과 죽음이라는 파장 사이에 놓여 있는 '불가능성'에게로 나아간다.

해설을 쓴 오민석 교수는 "세계의 비고정성, 유동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그 유동성의 궁극적인(고정된) 이데아를 찾아보겠다는 시도는, 불가능성을 애초에 알면서도 그 불가능성을 향해가는 '철학'의 얼굴을 보여준다."고도 이야기한다.

우리가 당도해 있는 세계에서 번지는 것, 옮겨가는 것 등의 '유동성'을 말미암아 시간의 속성에 대해 날카롭고 첨예한 물음을 '시'로 대답하는 시인의 시편들은, 허공이라는 시작과 끝이 교차하는 세계를 완성한다. "나는 지금 얼마나 서늘한가"라고 말하는 시인의 차가운 들끓음은 우리가 시에서 마주한 적 없는 새로운 온도이며,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는 시간에 대한 새로운 감각이다.

그리고 마침내 단자들의 생애가 가지고 있는 아프고 슬픈 색채를 빚어낸다. 우리는 그것을 무슨 색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삶과 죽음이 처연하게 빚어낸 색깔에 대해서 묻는 시인의 질문을 파고들다 보면 사유의 종점에서 굳게 닫혀 있던 문 하나가 열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출판사 리뷰

1986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경교 시인의 신작 시집 『장미도 월식을 아는가』가 출간되었다.

철학적 원거리(遠距離)에서 삶을 응시하고, 시간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이번 신작 시집은 질문이라는 운동성과 죽음이라는 파장 사이에 놓여 있는 ‘불가능성’에게로 나아간다. 해설을 쓴 오민석 교수는 “세계의 비고정성, 유동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그 유동성의 궁극적인(고정된) 이데아를 찾아보겠다는 시도는, 불가능성을 애초에 알면서도 그 불가능성을 향해가는 ‘철학’의 얼굴을 보여준다.”고도 이야기한다.

우리가 당도해 있는 세계에서 번지는 것, 옮겨가는 것 등의 ‘유동성’을 말미암아 시간의 속성에 대해 날카롭고 첨예한 물음을 ‘시’로 대답하는 시인의 시편들은, 허공이라는 시작과 끝이 교차하는 세계를 완성한다. “나는 지금 얼마나 서늘한가”라고 말하는 시인의 차가운 들끓음은 우리가 시에서 마주한 적 없는 새로운 온도이며,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는 시간에 대한 새로운 감각이다. 그리고 마침내 단자들의 생애가 가지고 있는 아프고 슬픈 색채를 빚어낸다. 우리는 그것을 무슨 색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삶과 죽음이 처연하게 빚어낸 색깔에 대해서 묻는 시인의 질문을 파고들다 보면 사유의 종점에서 굳게 닫혀 있던 문 하나가 열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장미도 월식을 알고 있는지
제 몸에 불을 껐다가 다시 켠다

장미가 서둘러 불을 끄면, 마을의 문도 일제히 닫힌다
둥근 담장 길 따라 꽃잎 차례로 접힐 때
그대 문간방에도
주름 커튼이 드리워진다

슬픈 전조는 창문에 어리는 낯선 실루엣에서 시작된다
저 그림자는 분명 내 것이 아니었으나
내 몸 깊은 곳에도 달빛 숨소리 박혀 있으니,
장미가 스스로 제 몸을 가둔 것처럼
이제 내가 그대를 감금하리라
그 스밈과 번짐을 위해 한쪽 그림자는 베어내야만 하겠지

담장 길 에돌아 등불 희미하게 걸릴 때쯤 장미도 마침내
문을 여는지, 목이 잠긴 나는 컴컴해지고
창문엔 핏방울 한줌 뿌려지겠지

-「장미도 월식을 아는가」 전문

누가 누구를 떠미는지, 밖으로 내미는 건 누구의 속잎인지 나는 무엇을 빨아들이는 중인지 초록을 지나 강물의 냄새로 내가 저물 때,
저 출렁임은 누구의 노을인지

-「나는 번진다-별빛」 부분

벨이 울렸나, 아직 아무것도 끝난 게 없네
우리는 네거리 한복판에 서 있지
행인들은 행간을 바삐 지나치느라 보지 못하네
시간은 시작처럼 끝을 향해 지워지는데
모두들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네
누가 누구를 부르는 걸까
호명의 긴 여운 허공 저쪽에 붉게 걸릴 때
빌딩 숲에 부딪혀 메아리 몇 줌 돌아올 때
하나의 시작처럼 끝은 자꾸만 머뭇거리고
낯빛 파리한 점 하나 떨고 있지
마지막 자리는 어디일까
저 검은 점은 누구를 위한 집인가
아무도 거역할 수 없는 강물 건너
마침내 내가 당도할 푸른 무덤 어귀
바로 그 지점에 울퉁불퉁 찍히는 질문들
딸림화음과 으뜸화음 사이로 저무는 악보처럼
누가 또 벨을 울리는가, 그쯤에서
또 하나의 문이 열리고 있네
-「마침표」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이경교
충남 서산에서 나고, 동국대 및 같은 대학원 국문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다. 중국 CCIT대학 교환교수를 역임하였으며, KBS1 라디오 〈책마을 산책〉, PBC TV 〈열려라 영상시대〉 등을 진행하였다. 시집으로 『이응평전』 『꽃이 피는 이유』 『달의 뼈』 『수상하다, 모퉁이』 『모래의 시』 『목련을 읽는 순서』, 저서로 『한국현대시 정신사』 『북한문학강의』 『즐거운 식사』 『푸르른 정원』, 수상록으로 『향기로운 결림』 『화가와 시인』『낯선 느낌들』 『지상의 곁길』 『예술, 철학, 문학』, 역서로 『은주발에 담은 눈』 등이 있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해변의 수도승 13
칸트는 이렇게 말했다 14
꽃밭은 전쟁 중이다 16
꽃밭은 전쟁 중이다 2 17
느낌표 18
나는 번진다?별빛 20
나는 번진다?안개 21
나는 번진다?먹구름 22
계단 23
책을 열다 24
마침표 26
물고기, 새, 여자 27
에비 28
어느 새에 대한 30
오래된 항아리 31
첫눈 편지 32

제2부
묻어 있다, 미소 35
달콤한 말 36
구름산 38
장미도 월식을 아는가 39
부작란도 40
황조가 42
비파나무 43
쉼표 44
붉은 편지 46
묵독 47
주름 48
허공은 혼자 저문다 50
정수리가 가렵다 51
다시, 오지(奧地) 52
하늘 봉분 53
또, 깊다 54

제3부
컴컴한 봉투 57
화살 58
허공 음악 59
공기의 각도 60
악수 62
둠벙 63
동백에 관한 노트 64
물금이란 마을 66
붉은 교향곡 67
말줄임표 68
일몰, 숲 70
사탄 탱고 71
안개 무늬 72
눈빛들 73
푸른 비 74

제4부
꽃 점을 찍자, 별 무덤이네 77
숨은 골 78
구불구불하다 80
목련 여자 81
살아남은 자의 슬픔 82
떨어지다 84
진달래의 비밀 85
날카로운 말 86
안흥 포구 88
간월도 89
서자, 물푸레나무 90
가을 산은 상자일까 92
물뿌랭이 마을 93
아기가 온다 94
노을 진 잠 96

해설 주름의 시학, 허공의 철학 97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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