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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깊이, 시를 읽고 싶은 당신에게
낯선 시의 집에서 마주친 아늑하고 다정한 이야기
서해문집 | 부모님 |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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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리뷰

섬에 미친 시인, 이생진은 또한 고흐에 미쳐 시집 한 권을 온전히 고흐 이야기로 채웠다. 그중에서도 한 사내의 생애를 두루 꿰뚫어보는 아래의 시는 단연 압권이다. [중략] <별이 빛나는 밤>(1889) 그림 앞에 서면, 원화가 아니더라도 한동안 말문을 닫게 된다. 고흐에 감전된 사람일 것 같으면 별무리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지 않도록 다리에 단단히 힘을 주어야 한다. 생 레미 시절, 정신병원에 있던 고흐가 전력을 다해 그렸을 그림이고, 그의 전 생애가 함축된 그림이다. 이 외롭고 아름다운 세계가 가능했던 건, 고흐 곁을 “떠나는 사람들”에 기인한 바 크다는 게 시인의 생각이다.

시구 어디에도 국수라는 단어는 보이지 않지만 시 전체가 국수에 대한 이야기다. 시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것’, ‘반가운 것’의 정체는 국수다.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유장한 역사처럼 국수의 면발은 길다. 그런 국수가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오는” 모습이란 여간 정다운 게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장소인 아르굴(아랫목)에서, 육친끼리 머리 맞대고 먹는 국수가 어떤 성찬보다 풍성해 보이는 것이다.
백석의 국수엔 마을 공동체에 대한 추억과 가족에 대한 유대가 담겨 있어 더욱 맛이 난다. 게다가 현재형 문장으로 독자에게도 국수를 준비하거나 국수를 먹는 어느 지점에 다가앉게 함으로써 국수에 대한 감칠맛을 돋운다. 하지만 이 시를 현재의 풍경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이것은 무엇인가” “친한 것은 무엇인가”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라며 감탄조의 의문형으로 거듭 물어오는 데서 잃어버린 추억을 환기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정영주 시인은 시집 『말향고래』에서 다락에 관한 인상적인 시 세 편을 남겼다(「다락방의 말향고래」 「다락방1」 「다락방2」). 그 뒤를 따라 또 다른 다락의 세계로 한 발 더 들어가보자. [중략] 「다락방의 말향고래」에서 말향고래는 유년을 지키는 수호자로 부름을 받았다. 시인은 말향고래를 유년의 다락방 이미지와 교차시킨다. 말향고래가 새끼를 품듯 ‘어린 나’를 품어주고 ‘나’ 역시 스스로 새끼 말향고래를 키우기도 하는 데서, 말향고래와 ‘어린 나’의 밀착은 더 강해진다. 말향고래의 배 속은 곧 아이의 다락방이다. 동굴 같고 밀실 같은 아이의 다락방이 그 또래의 향을 간직하며 말랑한 곳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주위가 불안해서다. 말향고래에겐 작살로 위협하는 고래잡이 선원이 있었지만, 아이에겐 아이러니하게도 술에 취한 아버지가 그런 존재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동훈
내게 인문학적 소양이란 게 있다면 만화책에 빚진 게 많을 것이다. 할머니를 졸라서 쌈짓돈을 얻거나 신문 배달로 용돈이 생기면 수시로 만화방으로 뛰었다. 시내 도서관에도 무료 만화 잡지가 있다는 걸 알고 주말에도 먼 길을 마다않고 뛰었다. 몇몇 문고판 소설은 만화만큼 재미난 걸 이때 알았다. 『검은 해적』을 읽고 한동안 해적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톰 소여의 모험』에 버금가는 모험소설 한 편을 직접 쓰는 게 꿈이다.현재 국어 교사로서 배우고 나누는 일에 애쓰며, 시집도 틈틈이 사서 읽는 편이다. 읽은 티를 내려는 욕심에 시집 속, 시 한 편에 대한 감상문을 남겨두는 버릇이 있다. 2009년 월간 《우리시》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엉덩이에 대한 명상』(2014)이 있다. 제목처럼 야한 시집이 아니라서 실망했다는 말도 듣긴 했다. 나의 시간이 어느 정도 저물면, 만화방에서 시간제로 일하며 끼니 잊은 아이들에게 라면을 끓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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