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한결이가 목에 핏대를 세웠다.
“돈이면 다야? 돈 때문에 친구를 하인처럼 부리는데 참으라고? 돈만 밝히는 이기적인 놈아. 여기
지나가는 사람한테 한번 물어봐. 내 잘못인지 은별이 잘못인지.”
마루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어안이 벙벙했다. 먹을 것만 밝히고 엉뚱하다는 말을 가끔 들은
적은 있다. 그렇지만 저런 끔찍한 욕은 난생 처음이었다.
마루가 뒷목을 잡고 한마디 하려는데 한결이는 돌아서서 이미 저만치 달려가고 있었다.
엄마는 무슨 비밀이야기라도 되는 듯 소리를 낮췄다.
“대형 마트 ‘하나 플러스’ 알지? 그게 여기 들어선대. 여기 시장이랑 공터랑 놀이터를 싹 없애고.”
하루가 일어나서 냉장고를 열며 말했다.
“별로 좋은 소식도 아니네. 엄마, 우리 저녁 뭐 먹어”
“어휴, 다들 답답한 소리만 하네. 공터와 놀이터는 시청 땅이라서 제대로 관리를 안 하잖니. 공터에는
쓰레기만 잔뜩 쌓이고. 반장 아주머니 말로는 하나 플러스만 생기면 우리 동네 집값이 훌쩍 뛸 거래.
동네가 고급스러워질 거라나, 뭐라나. 아무튼 지금처럼 힘들게 돈 모으지 않아도 큰 집으로 이사 갈 수
있을지 몰라.”
“마루는 은별이랑 싸우기 싫었구나. 그렇지만 세상을 바꾸려면 맞서 싸워야 할 때가 있단다. 물론
친구랑 다정하게 지내야겠지. 그러나 친구의 옳지 못한 행동까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은 서로에게
바람직하지 않아. 은별이가 몸이 불편한 상황이었으면 너는 어떻게 했을까”
“무조건 도와줬겠죠.”
“그럼 은별이는 고마워했을 테고 마루는 기분이 좋았겠지. 그렇다면 마루가 3000원을 받는 조건으로
은별이 가방을 갖다주면 은별이는 고마워했을까”
마루가 얼른 고개를 흔들었다.
“고마워하기는커녕 나한테 돈을 줬다면서 엄청 뻐겼겠죠.”
“알겠니? 너는 은별이가 네 노동의 가치를 무시했기 때문에 맞서 싸웠던 거야.”
작가 소개
지은이 : 위문숙
건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서양사를 공부했습니다. 지구촌의 좋은 책들을 즐겁게 우리말로 옮기고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지구》 《상식이 두루두루》 《고대 이집트》 《내 옆의 아빠》 《우주 케이크의 습격》 《꼬마 책 굿》 《랭고》 《망고 한 조각》 등이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오로라 탐험대, 펭귄을 구해줘!》 《세상이 너를 원하고 있어!》 《한눈에 쏙 세계사 3》 《윤리적 소비》 《4차 산업혁명,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까》 《아프리카 원조,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해질까》 등이 있습니다.